지난 몇년간 중국축구는 10년간 부풀린 거품을 빼고 긴축형 경영을 시작했다. 이젠 파격적인 ‘금전공세’로 세계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던 시대는 완전히 갔고 대부분 구단들에서 허리띠를 졸라 매고 혹독한 살림살이를 준비중이다.
1998년 당시 갑A리그 중경팀 지휘봉을 잡으며 중국축구와 연을 시작한 한국적 리장수 감독, 이후 북경국안, 광주항대, 성도, 장춘아태 등 팀들을 거쳐 올해 2월에는 심수팀 감독직을 맡았다. 현재 그는 새로운 시즌을 대비해 새판짜기를 진행 중이다.
최근 20년 넘게 중국축구에 종사하며 ‘중국통(中国通)’으로 불리우는 리장수 감독이 일전 축구전문매체 《축구보》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구단의 프리시즌 준비과정, 슈퍼리그의 현황, 대변혁 속 중국축구의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자신의 진솔한 견해를 밝혀 화제다.
◆ 20년간 돌고 돌아 제자리
지난 10년간 중국축구는 거짓말 같은 변화와 성장을 일궈냈다. 다년간 존재한 불법도박이 빚어낸 승부조작 등 이미지를 걷어내고 세계적인 스타와 유명 감독과 함께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서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부풀어오른 거품과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위기는 막대한 자금으로 전 세계의 축구 인력을 흡수하던 중국축구에 심각한 동맥경화를 일으켰다. 때문에 중국축구의 최근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인건비의 거품을 짜내는 것이다.
리장수 감독은 “사실 나는 중국축구에 대한 확실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나는 여기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렇기에 중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나의 몫을 해야 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리장수 감독은 “나는 41살에 중국에 왔다. 그리고 올해 65살이 됐다. 그만큼 중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중국축구의 황금기도 경험했다. 하지만 때로는 중국축구가 다시 20년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중국축구의 환경이 완전히 바뀌였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축구의 황금기가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볼때 지금의 상황은 극히 정상적”이라며 “지난 10년간 너무 많은 돈을 퍼부었고 거품을 만들었다. 중국축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기초를 탄탄히 하고 한발 한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 축구선수들 기초체력이 관건
‘강철 교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리장수 감독은 자신의 신념에서 비롯한 강력한 훈련 방식과 선수단을 휘여잡는 통솔력이 상징인 지도자다. 과정에서 구단이나 선수들과 파열음이 나기도 하지만, 목표 달성에 능한 인물로 긴 시간 중국축구계의 신뢰를 받았다.
이에 대해 리장수 감독은“사람들이 내가 체력훈련을 고집한다고 말한다. 나는 한편생 축구에 종사했다. 때문에 축구라는 운동에서 체력이 가장 기본이고 체력 없이는 절대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도 더 많이 뛰고 더 빨리 뛰는 것이 추세다. 무조건 이런 흐름에 적응해야만 된다.”고 설명했다.
강한 카리스마로 언제나 감독이 가장 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장수 감독, 그는 “일부 선수들이 강도 높은 체력훈련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내가 없을 때 나에 대해 욕을 하는 것도 알고 있다. 훈련 강도가 높아지면 감독진이 아니라 구단 관리층에 고자질하는 현상도 많다. 하지만 나는 나의 생각과 리념에 대해 절대 흔들리거나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선수관리’ 과거엔 술, 지금은 휴대폰
근 20년간 중국에서 감독직을 맡았던 지도자로서 리장수 감독은 선수들의 관리에서 과거와 현재의 달라진 점도 언급했다.
리장수 감독은 “1998년 중경에 처음 갔을 때 당시 선수들은 프로선수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다. 수입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뒤 삼삼오오 술을 마시고 채팅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떠올렸다. 자기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느끼지 못한 채 프로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문제에 대해 그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선수가 휴대폰이나 컴퓨터 앞에 있고 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일부 선수는 이런 것으로 전혀 잠을 자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내가 매일 그들을 지켜볼 순 없다. 과거엔 선수들이 서로 독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최근 선수들은 개인주의적인 면이 너무 강하다.”고 꼬집었다.
◆ 광주항대팀 시절 너무 급했던 것이 문제
리장수 감독은 그동안 중국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내고도 갑자기 퇴출을 당하는 비운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2009년 북경국안팀을 맡을 당시 1부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구단과의 갈등으로 사퇴했다.
한편 리장수 감독은 2010년 당시 갑급리그였던 광주항대팀을 맡아 그해 팀을 갑급리그 우승에 올려놓았고 2011년에는 슈퍼리그에 올라오자마자 우승을 이끌었다. 2012년에는 리그 1위를 달렸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시즌 도중 갑자기 구단으로부터 사퇴 통보를 받았었다.
광주항대팀 시절을 회억하며 리장수 감독은 “당시 항대구단과 나는 5년계획을 세웠다. 첫해 준비를 하고, 이듬해에 슈퍼리그 승격, 세번째 해에 잔류, 네번째 해에 챔피언스리그 진출, 다섯번째 해에 슈퍼리그 우승을 계획했다. 하지만 첫해 승격, 이듬해 슈퍼리그 우승을 거두며 계획이 훨씬 앞당겨 졌다.”고 회억했다.
리장수 감독은 “승승장구하고 있던 상황에서 사퇴를 통보받아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며 “어쩌면 조금만 천천히라는 생각을 갖고 부임 이후 몇년 뒤에 리그 우승을 했다면 팀을 빨리 떠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도자와 선수를 인식하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은 하나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입히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그 인물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통’, ‘독재자’, ‘강철 교관’ 등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된 리장수 감독이 5년만에 돌아온 슈퍼리그 무대에서 과연 어떤 성과를 낼수 있을지 기대된다.
리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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