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중국인 표에 선거 결과가 좌지우지된다.",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
제8회 6·1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외국인 유권자 현황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 참정권 부여 근거는…"외국인도 지역주민, 지방선거 참여는 당연"
이에 따라 2006년 5월 31일 제4회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난 외국인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지방선거 투표에 참여했던 외국인이라도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될 수 없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마을의 일꾼을 뽑는다'는 게 지방 선거의 취지인 만큼, 국적을 불문하고 지역 주민이라면 선거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에 대선이나 총선은 나라를 대표하는 이를 뽑기 때문에 한국 국적을 가진 국민에게만 선거권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규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지역 주민으로 등록돼 사는 외국인이라면 내국인과 동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선거권이 없다면 지역 후보들이 이들의 민생을 챙길 필요가 없게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 외국인에게 참정권 부여 국가, 최소 40개국 달해
이처럼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외국인 지방참정권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체류 요건 등 일정 자격을 충족시킨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최소 40개국에 이른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헝가리 등 유럽연합(EU) 회원국은 1992년 유럽 통합을 위한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계기로 모든 EU 회원국 국민이 거주국에서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선거권·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10여 개국은 EU 회원국이 아니더라도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한다.
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도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러시아, 뉴질랜드, 칠레,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이스라엘, 말라위 등도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국적에 상관없이 선거권을 준다.
이윤환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일정 조건을 충족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나라가 늘고 있다"며 "근로와 납세 등의 기본 의무를 다한 지역 주민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 전체 표 중 외국인 비중 '0.06%'…투표 결과 가르기엔 미미
일부 누리꾼은 외국인 유권자의 규모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커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방선거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존재감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선거인 수 대비 외국인 비율은 2006년(제4회 지방선거) 0.02%, 2010년(제5회) 0.03%, 2014년(제6회) 0.12%에 그쳤다.
외국인 선거권자가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긴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이들의 비율은 전체의 0.25%에 불과했다.
12만6천여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이와 비슷한 비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실제 투표율을 고려하면 외국인 유권자의 영향력은 더 떨어진다.
외국인 투표율은 2010년 지방선거(35.2%)부터 줄곧 하강 곡선을 그리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13.5%까지 떨어졌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실제로 투표한 외국인은 1만4천300여 명에 그쳤다는 의미다. 이는 당시 전체 유권자(2천584만여 명)의 0.06%에 불과하다.
김도균 제주 한라대 특임교수는 "일부 온라인상의 주장이나 정치권의 발언과 달리, 외국인이 후보자의 당락을 결정할 정도의 영향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투표 참여를 독려해야 할 정치권이 외국인 유권자 중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중국동포를 겨냥한 혐오 발언을 이어가며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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