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다니고있는 직장 축구팀이 화룡시 팔가자진정부 축구팀 동호회와 친선경기를 치른다기에 응원차 팔가자진소학교를 찾았다. 3층짜리 아담한 학교건물이다.
터덜터덜 학교주위를 돌아볼라니 뜬끔없이 얼마전에 소학교시절 단짝친구와 함께 들렸던 고향마을(안도 룡산촌) 시골학교가 생각난다.
20여년전까지만 해도 울퉁불퉁 소달구지가 다닐 정도였던 “꼬불꼬불 학교가는 길”은 어느사이 2차선 포장도로로 변해있었고 학교는 세멘트제조공장으로 바뀌였다. 너무도 변해버린 환경때문에 유년시절의 무채색 기억이 한사코 희미하게 움츠러들었다.
내게는 유년시절 등하교길의 추억이 찐득하게 살아있다. 등교할 때는 행여 지각을 할세라 달음박질을 쳐 30분도 안 걸렸지만 수업이 끝나 집에 돌아갈 때는 둬서너 시간도 더 걸리군 했다. 봄에는 산비탈에 핀 진달래꽃을 따먹거나 찔레를 꺾어먹고 여름이면 시내물을 움켜 마셔 배를 채운 다음 물장난을 친다. 가을이면 길가에 널부러진 락엽을 줏느라 시간가는줄 몰랐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논바닥에서 썰매를 타고 놀았다.
학교에 오가는 길에 뱀이며 땅벌을 건드려 오금이 저리도록 도망치기도 하면서 자연과 어울렸다. 매연가스로 가득 찬 도시에서 뻐스에 실려 학교공부에, 지어 학원까지 오가는 요즘 아이들을 생각하면 먹먹해진다.
이곳 팔가자 시골학교에 오니 유년의 기억들이 한꺼번에 쏴 하고 몰려온다. 운동대회때마다 상을 타지 못해 눈물을 찔찔 짰던 기억, 어느 봄날 선생님이 당직실앞에서 해볕을 쪼이고 앉아서 이를 잡던 모습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전교생이 줄을 서서 30분 거리에 있는 마을위생소까지 가서 회충약을 먹고 왔던 일도 생각난다.
요즘 시골에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되였다. 아침이면 책가방을 메고 학교가는 꼬맹이들로 마을이 시끌벅적한 정경이 새삼 그립다. 그런 날이 올수 있을가? 시골에 젊은이들이 줄고 해마다 페교가 늘어나고있는 현실에서 그런 정경은 이루어질수 없는 꿈에 지나지 않는것일가?
누구든 한번쯤 유년의 교정을 거닐어보기 바란다. 뒤돌아보며 사는 여유를 즐길 때 인생은 보다 풍요로와진다.
연변일보 6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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