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런 운을 잡는 사람도 있고 놓치는 사람도 있다.
필자가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한국에서 어떻게 교사가 되었냐'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교사를 하던 필자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할 일이 없이 지냈다. 아침에 일어나 쫓기며 출근 준비하고 매일 수업하던 긴장된 학교생활에서 탈출하여 늦잠을 자고 쉬고 하니 좋았다. 3개월쯤 지나니 그냥 먹고 노는 것이 무료해졌다.
대교 차이홍 학습지 방문교사도 해봤는데 길을 몰라 집집이 찾아다니기 힘들었고 동포들이 많이 하는 식당일을 하러 갔다. 거기서 아침부터 양파 까고 무 껍질 까고 설거지를 했다. 12시간 일하고 나면 정말 온 몸이 부서질 것 같고 손님들이 뭐라고 할 때면 이러려고 모두가 만류하는 한국행을 했던가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고 목이 콱 메었다. 다음에는 책 설명을 하는 사무직이라고 해서 갔더니 책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내가 생면부지인 한국 땅에서 누구한테 전화하고 책을 설명하고 판매한단 말인가?
하늘이 인간을 세상에 보낼 때에는 모두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보냈고 또 세상을 살아갈 한 가지 재주를 주었다고 한다.
그럼 나에게는 어떤 재주가 있을까?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여태껏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해왔고 공개수업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수업을 잘한다. 실력이 있다’고 칭찬을 해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또 논술지도교사로서 지도한 학생들의 글과 필자가 쓴 글이 책에 실릴 때면 날아갈 듯이 기뻤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래!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애들을 가르치는 일이야! 이렇게 목표를 정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이력서를 써가지고 한 학교에 가서 면접을 봤는데 '어쩌면 이렇게 한국말을 잘하냐!' 중국에서 왔으니 중국어도 잘할 것이고, 교사로 오랫동안 근무했으니 애들도 잘 가르칠 거라면서 반기는 것이었다.
아! 내가 할 일이 이거였구나. 그래 난 교사야! 그렇게 한국에서 교사생활이 시작되었다. 현재까지 9년간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중국어수업을 해왔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4년간 다녀서 올해 졸업장도 받았다.
2012년에는 운 좋게 서울교대에서 이중언어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서울 군자초등학교에서 이중언어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학교는 ‘굉장히 까다롭고 업무량도 많다’고 들었는데 ‘중국에서 배운 지식을 갖고 업무를 감당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다.
필자가 처음에 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거의 모든 업무를 메일의 첨부파일로 보내오면 양식에 맞추어 완성하여 제출해야 했다. 중국에서 수업할 때는 아날로그 방식이었는데 한국은 디지털 수업방식이었다. 업무처리능력이 제로였다. 그나마 설명을 듣고 겨우 작성하였는데 갑자기 확 날아가 버리고 잘 저장한 것 같았는데 열려고 하면 파일이 없고 어떤 땐 실행이 안 되어 엄청 난감하고 진땀을 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퇴근해서 컴퓨터학원에 가서 초·중학생들과 함께 워드를 배웠다. 하다가 모르면 체면불구하고 물어보았다. 배우다보니 재미있고 엄청 매력이 있었다. 컴퓨터도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한글자격증을 따고 또 파워포인트, 엑셀자격증도 땄다. 2012년에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의 IT다문화지도사자격증을 받고 다문화가정 IT방문지도사로도 활동했다.
이제는 학교에서 맡겨진 업무를 척척 잘 해낸다. 공개수업도 파워포인트, 동영상자료를 잘 만들어 수업진행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동포 교사출신 중에 어떤 사람은 '우리는 실력이 있는 전문가인데 대한민국에서 알아주지 않고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 그런데 실제 바라는 일을 맡게 준다면 정말 그 일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필자가 좋아하는 말중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계속 환경과 조건만 탓하지 말고 우선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다음에는 그 일을 감당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또 그 일을 하면 나를 대신 할 다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업무에 능통해야 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자에게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원하는 일, 돈, 명예라는 선물이 행운처럼 찾아온다.
자신에게 행운을 불러 오려면 이제부터라도 남의 탓 하지 말고 스스로 바른 마음자세를 갖추고 목표를 정하고 실력을 갖추기 위해 공들여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동북아신문
배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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