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오후 5시 40분경, 말린 고추로 가득찬 북대아원소구역 소형광장에서 가장자리에 놓였던 말린 고추를 가운데로 옮기고있는 주민.
한낮의 따가운 해살과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요즘은 동네 공터나 아빠트 주차장은 고추냄새로 진동한다. 어느덧 고추말리기 철이 또 돌아온것이다. 넓은 평지에 고추를 정연하게 펴놓고 모자를 쓰거나 수건을 쓴 아주머니들이 나무가지로 고추를 하나하나 뒤집어놓기를 반복한다. 가을철 연변의 어디에서나 볼수 있는 흔한 진풍경이다. 정성들여 잘 말린 빨간 고추를 방아간에 가 곱게 빻아서는 김장김치를 담그거나 된장국에 한숟가락 얹어 칼칼하게 맛을 돋군다. 또 멀리 외지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정성이 담긴 고추가루를 보내며 가족의 사랑과 고향의 맛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들이 고추를 말리면서 본의 아니게 이웃들에게 불편을 갖다주고있는 일들도 비일비재다.
8월 31일 오전 9시경, 외출하려고 차를 꺼내기 위해 차고를 찾은 연길시 신흥가두 민강사회구역의 북대아원소구역 주민 김모는 결국 차를 차고에서 꺼내지 못했다. 누군가 고추를 펴놓는 큰 천을 차고지붕에서 아래로 내리드리웠는데 큰 천에 차고문이 전부 막혔기때문이였다. 김모는 “옆에 고추를 말리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고 혼자이다보니 차가 빠져나오도록 천을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면서 요즘 비가 자주 내리기에 천이 젖으면 늘 이렇게 차고에 드리워 말리곤 한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자기 집 고추를 깨끗하게 말리기 위해 남의 차고앞이거나 다른 곳을 더럽히면 안되죠. 다 동네 어르신들이니 뭐라고 따질수도 없고 참 답답합니다.” 김모의 말이다.
말린 고추는 아이들과 무언의 공간쟁탈전을 벌리기도 한다. 아이들이 시름놓고 마음껏 뛰놀수 있는 넒고 평평한 공간마다 고추가 떡 하니 차지하고 있기때문이다. 북대아원소구역만 해도 유일한 활동장소인 소형광장이 고추말리기철이 시작되여서부터 평일은 물론, 토요일, 일요일에도 온통 붉은 고추로 뒤덮여있어 할수없이 자전거를 타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은 차도로 갈수밖에 없게 되였다.
연길시 하남가두 백신사회구역의 천지가원에 살고있는 심씨(27세) 역시 며칠전 고추를 말리는것때문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였다고 한다. 퇴근후 차를 주차하려고 했더니 빨간 고추가 떡 하니 주차위치를 차지하고있었다. 심모는 할수없이 다른 곳에 차를 세울수밖에 없었다. “얼마전 주차위치가 아닌 곳에 차를 세웠더니 이튿날 차에 ‘이곳은 주차위치가 아니므로 이곳에 주차하지 마세요’라는 종이가 붙어있었습니다. 그후부터는 명심하고 주차위치에 차를 세웁니다. 그런데 차는 다른 곳에 세우지 못하게 하면서 고추는 주차위치를 점하고 말려도 되는건가요?”심씨는 리해할수 없다고 했다.
“고추를 말리는것은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내려온 습관이고 빨간 고추가루에는 가족에 대한 우리 어머니들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겨져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한테 영향주는 일로 그 정성과 사랑에 티가 나면 씁쓸할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추가루에 모래가 섞이면 안되는것처럼…” 일부 주민들은 고추를 말리되 이웃주민들에게 불편이나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연변일보 글·사진 한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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