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대미문화상 응모글 10] 아빠의 빈자리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2월29일 09시18분    조회:121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아빠의 빈자리
청목

 
나의 직업은 의사이다. 그것도 하루에도 몇번씩 수술실을 드나들어야 하는 외과의사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다른 사람들 보기에는 참 매력적인 직업일지는 모른다. 사람들의 존중을 받고 수입도 괜찮고 참 이처럼 완벽한 직업이 또 어디에 있겠느냐고 많은 사람들은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 매력뒤에 숨겨진 고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이다.

매일 아침 7시가 되기전에 나는 집에서 떠나야 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아침회의가 끝나면 곧 수술실로 향해야 한다. 간단한 수술이면 인차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수술실에서 온 하루를 버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녹초가 되여버린 몸을 겨우 지탱하며 수술실밖으로 나오면 또 산더미 같은 병지들이 나를 기다리고있다. 집에 돌아와서도 제대로 시름 놓고 잘수가 없다. 환자들의 전화는 밤낮을 가리지 않으니까 말이다. 위급하다는 전화가 걸려오면 새벽 2~3시라도 헐레벌떡 일어나 병원으로 뛰여가야 한다. 다람쥐 채바퀴 돌듯 돌아가는 똑같은 일상속에서 가끔씩 확 때려치고 떠나고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때마다 떠오르는것이 안해와 딸애의 얼굴이다.

나의 직업이 이렇다보니 집안일과 육아는 거의 안해가 혼자서 도맡아한다. 병원에서 쌓인 스트레스때문에 나는 집에만 오면 스마트폰을 손에 쥔채 몸을 쏘파에 맡겨버린다. 지금 생각해보니 딸애가 태여나서 여직껏 우유를 타본적도 없었고 딸애의 기저귀를 갈아준적도 없었던것 같다. 맞벌이부부임에도 불구하고 안해는 그동안 내조면 내조, 육아면 육아 모든 면에서 잘해왔던것 같다. 딸애도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 이젠 유치원에서도 잘 적응하고있다. 주말에도 거의 병원에 붙어있다싶이 하다나니 딸애랑 놀아줄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딸애가 원하는것이면 무엇이든 사다주었다. 하지만 딸애는 나를 별로 따르지 않았다. 집에 있을 때면 안해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녔고 잘 때도 내가 옆에 누우면 이건 엄마 자리라며 날 밀어내군 하였다. 그럴 때면 살짝 섭섭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크면 다 리해하겠지 하고 스스로 위안했다.

그러던 어느날 병원에 있는데 안해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후에 딸애의 유치원에서 아빠참여수업을 하는데 모든 아빠들이 3시까지 꼭 참석해야 한다는 호령이였다. 스케줄을 체크해보니 오후에 수술이 잡혀있었다. 나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수술이 있으니 못 간다고 딱 잘라 말했다. 전화 한켠에서 한참 침묵이 흐르고 안해가 그럼 장인어른더러 대신 참석하라 하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날도 저녁 늦게까지 병원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했는데 웬 일인지 딸애가 그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있었다. 내가 집에 들어서자 딸애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깜찍한 발을 내 발등우에 올려놓고는 두팔 벌려 내 허리를 안은채 집을 두바퀴나 돌았다. 그리고는 나를 엎드리라 하고 내 등우에 올라앉아 신나게 소리치며 놀았다. 결국 나는 딸애한테 붙잡혀 한시간 동안이나 “체조”를 당했다. 알고보니 이 모든것이 오후에 있은 아빠참여수업때 했던 활동이였다. 안해의 말에 의하면 딸애는 오후에 아빠참여수업에 장인어른이 온것을 보고 순간 “와-”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다고 한다. 아마도 다른 애들은 다 아빠가 왔는데 왜 나만 할아버지가 왔느냐는 불만에 대한 발설이였던것 같았다. 그리고 반시간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아빠참여수업이 끝날 때까지 얼굴에는 먹장구름이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딸애가 저녁 내내 자지 않고 나를 기다렸던 리유도 유치원에서 했던 유희들을 아빠와 함께 하고싶어서였던것이다. 안해의 말을 들으면서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뿐이였고 나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쏘파에 털썩 드러누웠다. 그때까지도 나는 나의 불참이 딸애한테는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깨닫지 못했다.

며칠후 친구내외가 아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놀러 오게 되였다. 마침 딸애와 친구네 아들도 같은 유치원의 한반에 다니고있는지라 두 집안이 더 돈독한 사이였다. 나는 안해한테 병원일때문에 한시간 정도 늦는다고 미리 귀띔해주었다. 수술을 다 끝내니 약속보다 두시간 더 늦어진것 같았다. 총총히 집에 들어서니 그때까지 딸애가 문에 기대여서서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안해가 아빠가 늦게 온다고 몇번이나 말했지만 딸애는 곧이듣지 않고 아빠가 곧 올거라며 기다렸다는것이다. 딸애는 갑자기 나한테로 달려오더니 다짜고짜로 내 손을 잡아끌고 자기 친구앞으로 다가가는것이였다.

“이거 내 아빠야, 이거 혜진이 아빠야, 혜진이한테도 아빠가 있어.”

딸애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것이였다. 딸애의 돌발적인 행동에 집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해있다가 다들 곧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해가 내옆으로 다가오더니 딸애는 친구네가 와서부터 내내 문쪽만 바라보고있었다고 했다. 애가 어려서 말은 못해도 얼마나 친구한테 자기 아빠를 자랑하고싶었겠는가. 아빠참여수업때처럼 아빠가 또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고 근심했는데 내가 집으로 들어서니 딸애는 너무도 신났던 모양이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났다. 아빠의 빈자리가 딸애한테 그렇게 큰 실망을 줄수 있다는 생각을 나는 여태껏 해본적이 없었다.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였던 이 한시간이 딸애한테는 기나긴 기다림이였던것이다. 그날 저녁 딸애는 뭐가 그리 신났던지 내내 깔깔거리며 웃어댔고 밥상에서도 내 무릎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더니 저녁에는 내 손을 꼭 잡고 침대로 가더니 “오늘은 아빠랑 잘거야.” 하며 평시에는 절대로 내주지 않던 엄마의 보금자리를 톡톡 치며 “아빠 여기 누워.” 하고 말했다.

옆에서 새근새근 잠든 딸애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 비싼 음식, 비싼 옷, 비싼 놀이감 그리고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딸애가 행복하다고 착각을 했다. 내가 없어도 이 모든것이 내 빈자리를 채워줄수 있다고 믿었다. 돈 벌어주는 몫을 다하였다고 핑게를 대며 안해에게 모든것을 떠맡긴채 나는 거목이 되고 우산이 되여야 할 아빠라는 이 직책에 빈자리만 가득 남겨놓았던것이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고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딸애가 태여난 그 순간부터 나의 이름은 “아빠”가 아니였던가? 어느 순간 딸애가 훌쩍 커버려 내 품을 떠날 때에 가서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아빠다운 모습으로 그 빈자리를 하나하나씩 채워가야 할텐데…

그래, 래일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있더라도 딸애를 데리고 놀이터로 가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손에 있던 스마트폰을 고스란히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청년생활> 잡지 2016년 1월 호

파일 [ 2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하루 두끼, 일주일 내내 먹어도 싫지 않아!”, “점심밥 먹으려고 오늘도 일찍 학교에 나왔다니깐!” 식당으로 들어가는 길에 학생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이 학교의 식당밥은 맛있고 깨끗하기로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실로 대학시절의 그 맛있던 학교 식당밥이 지금도 얼마나 추억의 먹거리...
  • 2015-09-16
  •  랴오닝성 출신 김명화씨, 보은서 남편과 9천㎡ 규모 '황토 사과' 재배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군 수한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명화(44·여)씨는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판진(盤錦)시 출신의 조선족이다. 랴오닝성 사범대학서 일본어를 전공해 중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1999년...
  • 2015-09-15
  •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왔을 때 카페에서 음료 한잔을 시켜두고 상대를 기다리는것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요즘, 이제 카페가 없는 상황은 상상할수조차 없다. 또한 다양한 콘셉트의 인테리어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문화공간 역할을 하는 카페들도 생겨나고있다. 차와 디저트만으로 만족할수 없는 이들을 위해 맛...
  • 2015-09-14
  •   여기 지극히 개인적인 독서가 어떤 사교모임보다도 친밀할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2013년에 결성됐고 회원이 160여명인 온,오프 라인 독서동호회 “삼수학당독서동호회”이다. 회원 대부분이 상해에 있는 조선족들로 이루어졌다. 물론 흥미를 느끼는이라면 모두 참여할수 있는 동호회, 입소문...
  • 2015-09-14
  •       자전거만리행 홍보 즐기는 김창진로인   올해 74세인 김창진로인은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룡정에가 조선민족홍보행사에 참가하였다.   원 연길시 제6중학교 영어교원직에서 퇴직한 김로인은 중국조선족이라는 자부감을 안고 연변과 조선족민속문화를 열심히 연구하면서 온 세상에...
  • 2015-09-14
  •   20여년전 심각한 경제불황을 겪고있던 일본에서 “백원가게”라는 컨셉으로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에게 단비를 맛보게 한 가게가 있다. 바로 다이소이다. 일본돈으로 백엔이면 남비, 그릇, 세면도구 등 웬만한 생활용품은 다 골라 살수 있는 그런 곳이다. 오늘날 우리도 자고 깨면 껑충 뛰여올라있는 ...
  • 2015-09-11
  •   항왜지사·개척농 등 만주 재중동포들, 여전히 신산한 삶 연길 헌책가게 정씨 작은 행복 지켜지길 오늘도 정 씨 헌책가게는 자리를 깔았다. 연길예술극장 건너 쪽 길가. 여우비 내린 뒤 한낮이었다. 늘 그렇듯이 늘어놓은 책상자들이 풀죽은 모습으로 놓여 있다. 그 뒤 계단 위에서는 장기를 두며 보며 다섯 ...
  • 2015-09-10
  •   중국 하얼빈 출신 김화씨 2004년 한국인과 결혼 후 두 딸과 첫 고향 방문 친인척 만나고 백두산·안중근 기념관 방문… "도움 주신 분들 감사드린다" [충북일보] 충북에는 초등학생 2천316명, 중학생 581명, 고등학생 492명 등 모두 3천389명의 다문화 가정 학생이 있다.     충북...
  • 2015-09-05
  • 베이징조선족노인협회 후원이사회 출범   중국월드옥타 이광석부회장 동사장 선임      (흑룡강신문=하얼빈)김동파 기자=베이징조선족노인들의 다양한 활동과 노인협회의 임대문제를 해결하고저 조선족기업가들로 이루어진 베이징조선족노인협회 후원이사회가 설립, 노인을 공경하는 우리민족의 례의범절이 수도권에서...
  • 2015-08-27
  •  연변의 애청자들        항일련군 전적지 답사    중국인민항전승리와 세계 반파쑈전쟁승리 70돐을 맞으며 연변조선어방송애청자협회에서는 연길분회와 왕청분회의 “항일련군혁명정신학습 련환활동”을 벌였다.    8월20일, 연길분회의 60명...
  • 2015-08-24
  •   20일, 왕청새세대관심사업위원회 주임 김춘섭은 중앙텔레비죤방송국 “시대본보기발표홀(时代楷模发布厅)”프로그램 록화하러 북경으로 향발했다.주당위 상무위원이며 조직부 부장인 곽령계와 해당 책임자들이 연길 조양천공항에 나와 김춘섭을 환송했다. 곽령계는 주당위를 대표하여 김춘섭에게 축하의 뜻...
  • 2015-08-21
  •   통상 완제품으로, 전문 디자이너와 복장사의 손을 거쳐야만 완성되는것으로 여겨지는 의류 제작이 PSN 의류 공방의 박선녀(34세) 사장한테는 조금 다르다. 박선녀씨는 “내 아이한테 입힐 옷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취미가 이제는 일상이 되고 사업이 되여버렸다”고 한다. 18일 찾은 공방, 네댓명의 주부...
  • 2015-08-20
  • 누군가 그랬다. 요즘 우리가 자주 입에 올리고있는 “독서의 계절”이란 사람들이 날씨를 즐기느라 놀러만 다녀서 책이 안 팔리는 때라 굳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따로 불러주는 철이라고… 우리의 일상은 항상 분주하고 바쁜 생활에 치여 산다. 아이들은 학교 공부하랴 학원가랴 일정이 빡빡...
  • 2015-08-18
  • 중국 연변 연주현씨종친회 제9회 장학금 수여식 연길서 현안옥학생에게 장학금을 발급하고 종친회마크를 달아주는 현세욱회장   어른을 존경하고 후대양성에 최선을 다하고있는 중국 연변 연주현씨종친회(회장 현세욱)에서는 지난 8월 15일, 연길 개원호텔에서 '중국 연변 연주현씨종친회 제9회 장학금 수여식'...
  • 2015-08-17
  •   왕청제1실험소학교 리강춘 퇴직교원 “죽음의 고비에서 되살아난후 보람있는 삶을 살고싶었습니다…” 왕청현제1실험소학교 퇴직음악교원인 리강춘(65살)은 일찍 말기방광암환자로서 “사망통지서”까지 받은적이 있다.하지만 그의 락관적이고 진취적이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그를 죽음의...
  • 2015-08-17
  • 소일스킨 네트워크는 2015년 8월에 창업 되었다고 한다. 이 네트워크는 게임 콘텐츠로 진행되는 네트워크로(출처: 유튜브) CEO는 눅잡(Nugjab) 이며, CCO는 레드(Red)로 추진된다. 이 소일스킨 네트워크는 크리에이터 눅잡(Nugjab)이 Game Week(게임위크)를 참여 한 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고 구글은 밝혔다. ▲ 소일스킨...
  • 2015-08-14
  •   “아빠는 키가 작은것을 콤플렉스로 여기고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정반대다. 아빠의 작은 키와 쑥쑥 늘어나는 나의 키로 하여 우리의 키차이가 점점 줄어드는것이 행복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점점 줄어드는 키차이가 나와 아빠 사이의 거리를 나타낸다고 생각하기때문이다….” 이는 룡정고중 최련화...
  • 2015-08-14
  • 연길에서  김영숙이라하면 아는 사람이 별반 없겠지만 “백조아매”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엄지를 꼽는다.  1925년10월 24일 연갈 리화동태생인 김영숙할머니는 1982년에 철남의 장생지역에 이사오면서 부터 로인학습반을 장장 33 년 빠짐없이 다녀온 분이다.   “학습이나 활동이나 모두 우...
  • 2015-08-12
  •   병상에서 '꿈'을 그리는 김은식 오매불망 그리던 대학꿈을 이루자마자 갑작스러운 질병때문에 대학을 중도이페하고 기나긴 질병과의 사투를 벌리고있는 김은식(30살)의 사연이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있다...
  • 2015-08-06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품위있게 죽을 권리'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최근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에서 건강한 70대 영국여인이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해 생을 마감했습니다. '질 패러우'란 이름의 이 여성은 영국에선 안락사가 불법인 탓에 죽기 위해 스위스로 왔고, 스스로 모든 장례식 준비를 마친 뒤...
  • 2015-08-04
‹처음  이전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