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정년은 없다...중국에 수천명 제자를 둔 그는 현재 한국에서 민족무용 향기 뿌린다
흑룡강민족직업학원 예술계 한금자전임 교수
(흑룡강신문=하얼빈)남석 기자=일찍 중국에서 30여 년 교직에 근무하다가 정년 퇴직 후 한국으로 옮겨와 재한 중국 동포들에게 민족무용을 무료 전수하며 황혼을 빛내가는 여성이 동포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가 바로 중국 흑룡강민족직업학원 예술학부 전 주임 겸 무용교수 한금자(65세)씨다.
한 교수는 무용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일찍 19세 때에 상급 부문의 추천에 의해 무용을 배우게 되었는데 너무 악착스레 무용을 배워 ‘악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한다.그만큼 맡은바 일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안고 최선을 다 하는 한 교수였다.
재한중국동포들에게 무용을 가르치는 한금자교수(맨앞)
그 후 한 교수는 조선에 가서 홍정화 무용박사, 김인순 교수 등 조선의 국가 급 무용가들에게서 무용을 배우면서 무용실력이 많이 업그레이드 되었고 점차 인정을 받게 되었다.
한 교수는 지금까지 수 천명의 제자들을 육성해 냈다. 현재 연변대학, 연변예술학원, 흑룡강성 수화사범학원, 해방군예술학원 등 지에서 중견으로 활약하는 제자들이 많다. 한 교수는 재직시절 하얼빈시 조선족중학교 무용 사이체조 안무, 어린이 무용 급수 시험(考级)지도, 성인무용, 노년대학무용 전수 등 민족사회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기여가 컸다.
2008년 정년 퇴직하여 2010년에 한국에 온 한 교수는 재한동포연합회, 차이나타운, 두만강예술단, 장애인협회 무료봉사 등 다양한 조직에서 활발한 활동을통해 동포사회의 화합과 번영과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
한 교수는 선후로 한국문화부에서 조직한 다민족문화축제공연에서 군무 특등상을 수상했고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정의로운 사회구현에 앞장서고 헌신봉사정신을 발양한 공로가 인정받아 다문화예술발전부문으로부터 다문화나눔봉사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13년 한 교수는 뜻밖의 액운을 맞았다. 위암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위의 3분의 2를 잘라내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위 절제 수술을 받은 후 음식을 제대로 먹어야 하는데 조절이 잘 되지 않아 몸이 허약해 질대로 허약해 졌다. 설상가상으로 계단을 내리다가 굴러 떨어져 척추가 골절되는 참을 수 없는 고통도 겪어야만 했다. 휠체어에 앉아 발가락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는 한 교수,하지만 열심히 재활치료를 통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을 이루어 냈다.
지난해 말부터 한교수는 몸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홀로 집에서 고독하게 지내기 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민족무용을 전수하는 것이 자타의 심신건강에 유리하고 또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한중연예인예술단에서 무료로 민족무용을 배워주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도 아니고 또 병 치료에 많은 돈을 쓴 그에게 주위에서는 요금을 얼마라도 받으라고 권장도 했지만 한 교수는 스스로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또 무용을 통해 자신도 친구들과 어울려 몸과 마음이 즐거워 진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무료 수업을 고집하고 있다.
처음에는 허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데다 오랫동안 무용을 하지 않아 요령을 장악하지 못했고 또 허리통증 때문에 제대로 된 무용동작을 할 수 없어 주저심도 있었지만 심한 통증을 참으며 버틴 보람으로 현재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한 교수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에는 2시간씩 토, 일요일에는 3시간씩민족무용을 배워준다. 조선민족 춤, 몽골족 춤, 장족 춤, 위구르족 춤 등 여러 가지 민족무용을 배워주는 한 교수는 "민족무용은 특점(이를 테면 조선민족무용은 우아하면서도 유연하고 몽골족 무용은 호방한 절주와 동작 속에유연함이 내포된 특점 등)을 터득하는 것이 기초"라고 말한다.
현재 30여 명 회원 중에는 60대가 위주이며 연세가 가장 많은 분은 69세, 아예 영부터 무용을 시작하는 ‘햇내기’ 회원들도 있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한 교수는 신체 모든 부위의 조화로운 움직임, 자세와 각도 등을 시범동작과 함께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직접 손을 맞잡고 자세를 수정 지도하여 회원들이 부담감 없이 신심을 갖고 무용을 배울 수 있었다.
이국타향에서 쫓기는 일상 때문에 심신에 쌓인 스트레스가 무용 학습을 통해 말끔히 해소된다고 말하는 회원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오는 무용시간이 손 꼽아 기다려지며 매번 만날 때 마다 오랫동안 못 본 사람들처럼 얼싸안고 반긴다. 수원, 건대 입구, 압구정 등 지에서 왕복 2-3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찾아오는 회원도 있다.
집에서 손자를 보고 있다는 이모 회원은 "견주염으로 처음에는 왼쪽 팔을 제대로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3개월 남짓한 무용 훈련을 통해 현재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며 "회원들과 어울려 무용을 배우며 함께 하는 시간이 몸도 단련이 되고 마음도 확 트이는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이다"고 말했다.
무용을 배워주다 보면 저도 모르게 땀에 흠뻑 젖고 심한 통증을 느낄 때도 있지만 회원들이 열심히 배우려하고 즐거워 하는 모습이 노년의 낙이고 또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는 한 교수. 그는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전부 배워주고 싶다”며 오늘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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