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도시락에 깃든 추억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8월7일 14시35분    조회:69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9)

◇김춘식(한국)

조카딸의 말에 의하면 요즘 자기네 직장에서는 다들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혼자 싸던 도시락이 한명 한명 늘어나더니 이제는 회사 도처에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바람이 불고 있단다. 회사에서 주는 식비 4000원(한화)을 아끼려고 녀직원 몇으로부터 시작한 도시락 싸기에 이젠 남직원들도 동참하였고 회사는 이에 대비해 전기밥솥도 사다 놓고 후라이판이랑 채소 볶음판도 사다 주고 전자레인지도 비치해주었단다. 남직원들이 도시락을 싸는 것은 단순히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보다는 녀직원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각자가 싸온 갖가지 반찬을 나누어먹는 재미가 너무나 좋기 때문이란다.

어디 조카딸네 직장 뿐이랴. 내가 있는 회사의 주위 직장들에서도 도시락 싸기가 류행이 되고 있다. 해볕 좋은 날은 점심시간이 되면 그들은 아예 도시락을 들고 가까운 공원을 찾아 공원벤치에 앉아 동료들과 싸온 도시락을 나눠먹고 다 먹은 후엔 공원 산책로를 거닐면서 간단한 운동도 한다. 한편 아이들 데리고 산책 나온 가족에서부터 점심시간에 짬을 내여 운동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련인들 그리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 등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그 속에서 여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덕분에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수 있고 일하면서도 힘이 팍팍 난다고 한다. 그들은 도시락이 가져다준 이 휴식시간을 무척 소중히 여긴다. 내가 잘 아는 한 젊은이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함께 도시락을 나누어먹으니 학생시절로 돌아간 기분도 들곤 합니다. 그 땐 하루 중에 가장 즐거운 때가 엄마가 싸준 점심도시락을 먹는 것이였어요. 엄마가 싸준 도시락은 암만 먹어도 질리지 않았지요.”

참으로 그렇다. 요즘 같이 식당에서 먹는 음식은 먹다 보면 너무 지겨울 때가 있다. 그런데 학창시절 어머니가 싸주던 도시락은 그토록 오래 먹었어도 맛이 전혀 질리지가 않았다는 것은 왜서일가? 바로 도시락에는 엄마의 정성이라는 양념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사랑과 정성이 담긴 어머니의 도시락은 무엇보다 맛과 사랑이 느껴졌다.

나에게도 도시락은 정말 달콤한 꿀과도 같다. 우리는 그 때 도시락 하나에도 행복을 느꼈다. 학창시절 가난해서 도시락을 매일 싸가지는 못했지만 가끔 가다 한번씩 엄마가 따뜻한 반찬과 밥을 담아서 넣어주시면 그 온기로 학교까지 즐겁게 다녔던 기억이 난다. 왠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항상 먹는 잡곡밥에 김치 반찬이나 무우말랭이였지만 얼마나 맛있고 하루가 즐거웠는지 모른다. 도시락은 먹는 재미부터 다르다. 도시락을 중앙에 두고 오순도순 둘러앉아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의 반찬을 나눠먹는 게 재미 있다.

그중에도 겨울철 도시락 추억이 가장 아름답다. 겨울철엔 난로 우에다 도시락을 얹어놓고 데워서 먹었는데 오전 2교시가 끝나면 가지고 간 도시락을 난로 우에 올려놓으면 거기에 신경이 씌여 공부가 잘 안되였다. 맨 아래 깔린 친구의 도시락은 누룽지가 생겼고 김치를 담은 도시락들에서는 김치찌개 냄새가 난다. 이 김치반찬 도시락이 한두개만 난로 우에 올라있어도 온 교실에 고소한 냄새가 퍼져서 배속에서는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나고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가 않았다

도시락을 열 때면 반찬에 대한 기대를 한껏 할 때가 있다. 나에게도 닭알후라이 하나가 밥 우에 얹혀있으면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모두가 가난하게 살던 그 시절, 친구가 밥 우에 얹어오던 계란 후라이가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모른다.

밥 먹을 때 서로 무슨 반찬을 싸왔는지 호기심과 기대에 찬 눈들이 도시락 반찬 뚜껑을 열 때마다 한곳으로 모이고 맛있는 반찬에 손가락을 저가락 대신 사용하여 서로 빼앗아먹으려고 란리였다. 손가락에 묻은 반찬국물을 쪽쪽 맛나게도 빨아먹을 때는 똑 마치 배속에 거지님이 들어앉아있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어쩌다 맛있는 반찬을 싸갈 때면 다른 친구들에게 반찬을 뺏기기 싫어서 밥 밑에 반찬을 넣어서 도시락을 싸던 기억이 떠오른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선생님 몰래 수업시간에 도시락을 까먹었던 생각도 난다. 그 땐 그 맛이 왜 그리 꿀맛이였고 먹어도 먹어도 계속 배가 고팠는지 모르겠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칠판에다 글 쓰실 때 살짝살짝 먹던 그 한숟가락의 도시락. 아, 그 맛 진짜 일품이였다.

3교시만 끝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열나게 도시락을 까먹던 기억도 난다. 그러다 선생님한테 들켜서 반찬냄새가 난다고 많이 혼났다. 그 뿐인가? 4교시 수업시간은 어떨가?나른함에 도시락도 먹었겠다. 밀려오는 식곤증에 여기저기서 책상에 이마를 찧고 선생님은 손에 들려있던 분필을 던지셨고. 그도 아닐 때면 “밖에들 나가 서있어, 좀 정신이 나게.” 하고 웃으며 문밖으로 내몰기도 하신다.

학창시절 도시락은 적절한 영양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먹는다는 의미에서 정말 파티였다. 그 때는 지금처럼 영양이 높은 반찬이 많지 않았지만 점심시간 쯤은 우리들의 천국이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도시락 한개가 그냥 식사가 아니라 친구와의 교제도구이자 어머니의 보람이고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추억이다. 맛있는 음식에는 나누어먹는 즐거움의 활기, 몇년이고 언제나 함께 공부하는 학우,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궁핍과 모자람이라는 조건들이 맛의 기억을 최상으로 만든다. 무엇보다 음식은 사람 끼리의 관계이며 시간에 얹힌 기억들의 촉매이기 때문이다.

도시락은 추억과 사랑을 가득 담을 수 있는 무한의 가슴이다. 그땐 왜 그리 도시락이 맛있었을가? 그 속엔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해서 더 맛있었나 보다. 김이 솟구쳐오르는 밥솥에서 식구들의 눈을 피해 이밥이 섞인 도시락을 싸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도시락을 먹기 위해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서둘러 학교로 향하던 시절이다.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풍부한 영양이 담긴 도시락이 많다지만 그래도 어머니 도시락과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경제가 어렵더라도 어머니 사랑 만큼은 늘 한결같을 거라 믿는다.이렇게 우리들은 부모의 자식으로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자랐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에피소드들이다. 가슴을 아련하게 하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행복은 어떤 쾌락이 아닌 마음의 평화로움, 바로 그것이다. 그 행복은 아주 작은 곳, 거기서 생겨났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한국에서 생활한 지 6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나에게 한국은 여전히 외국 같아요. 점점 더 어렵네요. ▲ 박연희, 조선족 연길시 태생 한국행을 결심하다 박연희 PD가 한국행을 결정했을 때 주변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중국에서도 한창 잘 나가는 그녀가 굳이 한국을? 왜? 하는 반응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 그녀는 연길시...
  • 2017-02-21
  • 2월 11일, 도문시 석현진 향양촌 달라자마을 개척이래 첫 리향 원주민들이 고향을 방문하고  현 주민들과  함께 정유년 보름맞이 행사를 펼쳤다. 행사는 기업인 왕국승, 김철송의 협찬으로 이루어졌다.   이날 달라자마을 김수표조장, 달라자로인협회 박순녀회장의 열정에 넘치는 리향 원주민 환영사와...
  • 2017-02-15
  • (흑룡강신문=하얼빈) 박해연 기자="제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할수 있다는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 학원에 찾아온 학생들을 아들 딸처럼 생각하고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인숙 (55)씨는 현재 고도 서안에서 한국어를 배워주고 한국 문화를 알리면서 인생의 화려한 제2막을 펼쳐가고 있다.   "한국 삼성회...
  • 2017-02-10
  • “아름다운 추억” 수기공모 (4) ◇량건(안도)     필자 량건   10년전인 2006년에 나는 여가시간을 리용해 삼륜차를 몰면서 내 손으로 로임외의 돈을 벌었던적이 있다. 오늘도 그때 일들이 한폭의 그림마냥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른다.   내가 직장에서 하는 일은 설비를 보는 당직일이였...
  • 2017-02-10
  • 2월 6일 연길시 중앙소학교 2학년 1반 친구들은 리금화 담임교원의 인솔하에 연길시 광영원을 찾아 “대보름맞이 효도잔치”와 함께 사랑의 마음을 전달했다. 학생친구들은 겨울방학간 열심히 준비한  태권도,댄스, 조선무, 녀성중창, 독창, 경극, 가야금독주, 전자품금독주, 대합창 등 다양한 절목들을 선...
  • 2017-02-07
  • 한족 시집가문의 튼튼한 세대주ㅡ 2급지체장애인 최원 도문시 옥림1구 최원( 54,)이  류봉군(한족, 60)과 결혼한지도 어느덧 25년이다. 원근에서 최씨네를  “안해머리 남편다”민족단결가정”이름짓고 이들의 미담을 꽃피우고있다. 일전에 필자는 이가정을 인터뷰하였다. “무엇무엇해도 지...
  • 2017-02-03
  •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한국에 정착한 지 14년째인 중국동포(조선족) 안순화(52) 씨는 이번 설이 유독 설렌다. 중국에서 온 친정 식구 4대(代)가 한자리에 모여 설을 쇠게 된 덕분이다. 그는 "친정 식구들이 몇 년 전부터 차례로 한국에 와 서울 중랑구, 영등포구 등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면서 "이번 설에는 조카...
  • 2017-01-27
  •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녀라면 이번 설 연휴에 상대편 집에 인사를 갈 가능성이 크다.  약혼자 형제 혹은 자매의 배우자는 뭐라고 부르지? "저기요" 할 수는 없는데.... 처가 쪽 혹은 시댁 쪽 식구들의 호칭이 낯설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호칭이 마뜩치 않기도 하다.  전통적인 호칭법에 따르면 신부는 "도련님...
  • 2017-01-27
  • 급성장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당신의 심심함”에 집중한 소셜 콘텐츠 “심심땅콩”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있다. “심심땅콩”은 상해, 천진 등 지역의 IT기업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세명의 청년창업자가 모여 2015년 10월에 설립한 연변아창광고미디어유한회사의 브랜드명칭이다. &ldqu...
  • 2017-01-26
  • 대한의 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지난 1월 22일, 연길시 중앙소학교 6학년 1반 권옥단 담임선생님과 26명의 학생친구들은 평소에 모은 소비돈과 어른들한테서 받은 세배돈으로 쌀 1000근을 준비하여 도문시 장안진에 위치한 애심복리원을 찾아 사랑을 전달했다.   어릴적 해방전쟁과 항미원조에 참가했던 전투영웅의 자...
  • 2017-01-23
  • 지난 14일, 겨울방학을 맞이한 공원소학교 1학년 6반 학생들은 부모님들과 같이 연길시 신흥양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였다.     각종 과일과 떡, 사탕 등을 들고 양로원에 들어선 아이들을 보자 로인들은 친손녀, 손주를 보듯 귀여워하면서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이날 아이들은 신흥양로원 할머니, ...
  • 2017-01-19
  • 연변군래건강자문정보유한회사 고춘선원장의 이야기 손님에게 열심히 교정치료를 해주고있는 고춘선원장. 고춘선(40살),그의 삶은 참으로 기구했다. 태여나 3일만에 안구근육문제로 시력이 0.08로 되여 1급시각장애인이라는 판정을 받게 됐고 7살이...
  • 2017-01-19
  • 연변로마락일용품상점에서 설을 앞두고 빈곤로인돕기에 나섰다. 지난 12월 30일, 연변로마락일용품상점의 회원들은 20여명의 불우로인, 불우학생을 힘겹게 돌보고있는 도문시애심복리원을 찾아 입쌀 20주머니, 밀가루 15주머니, 콩기름 16통 등 도합 5000원어치의 생필품을 전했다. 도문시애심복리원 한철범원장으로부터 애...
  • 2017-01-13
  • 지난 10일, 풋마크창의아동미술양성중심(이하 “풋마크”)의 제2차 어린이그림전시가 길림성황미술관에서 펼쳐졌다.  195점의 그림작품에 2개의 공동설치작, 전부 “풋마크”에 다니는 38명 꼬마들이 수업...
  • 2017-01-13
  • —퇴직교원 방수길 독서필기 견지해 양생보건전문가로, 양생강좌 39회 진행 독서필기를 정리한 발언고와 참고자료에 대해 설명하고있는 방수길선생. “김기자, 우리 분회 건강선생님을 좀 신문에 내줄수 없겠나?” 1990년대 화룡시교원진수학교 조선어문교연실주임으로 사업하던 황성문선생이 30년만에 당시...
  • 2017-01-09
  • 지난해 년말, 연길시 고물시장 부근에 위치한 자택에서 만난 한영준(80살)옹, 움직임이 다소 힘겨워 보인다. 한평생을 “우리 말 우리 글 지킴이”이로  외길 인생에 바쳐온 그의 모...
  • 2017-01-06
  •   지난 20일 오후 4시경, 연길시 천지광장에 위치한 한 헬스클럽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사람들은 런닝머신이랑 근력기구랑 열심히 다루면서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운동 삼매경에 더 깊이 빠져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이 바로 박일만로인(65세)이였다...
  • 2017-01-03
  • (흑룡강신문=하얼빈) 박해연 기자=극심한 스모그로 몸살을 앓고있는 최근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고 연료 사용량을 절반 절감할수 있는 보일러 기술을 개발한 농민 발명가 박기천(64)씨가 주목을 끌고 있다.   흑룡강성 철려시 년풍조선족향 년풍촌에 살고있는 박씨는 연료가 충분하게 연소되지 않아 석탄, 나무를 비롯한 ...
  • 2016-12-27
  •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제때에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김명씨 2014년 전국장애인배드민톤선수권대회 3등, 2015년 전국장애인운동대회 배드민톤 남자복식 3등, 2016년 전국장애인배드민톤선수권대회 3등…   3년 련속 전국급 장애인배드민톤...
  • 2016-12-22
  • 문예공연을 감상하는 로인들의 모습. “집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양로원을 운영하는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로인들과 직원들 이젠 모두 저희 가족과 다름없습니다.” 가족 같은 사랑과 살뜰한 서비스를 내세우고 ...
  • 2016-12-21
‹처음  이전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