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침, 스테인리스(不锈钢) 소재로 꾸며진 은빛 주방에 오미자, 둥굴레 등 약재와 고운 빛갈을 자랑하는 매실 효소, 사과 효소 등이 담겨진 유리병이 나란히 줄지어 서있었다. 이곳은 바로 연길시 북산가두 단산사회구역에 위치한 사랑난로 약선료리공방. 료리와 사람이 좋아서 사람들에게 료리를 가르치는 료리공방을 운영하게 된 림영화(47세)가 료리를 매개체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이날은 ‘김장’ 수업이 있는 날이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탓인지 미리 수업을 예약했던 몇몇 수강생이 빠져 그들 몫까지 담가야 하는 배추가 수북하지만 림영화는 느긋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수강생 리성월(45세)과 마주 앉아 김치를 담그며 두런두런 담소를 나눈다.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생강, 마늘, 직접 재배한 고추로 빻은 고추가루 등 가장 기본적인 천연재료로 만든 김치소를 배추 잎 갈피마다 골고루 넣으면서 남편과 자녀 얘기, 요즘 새로 생긴 고민 등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무람없이 나눈다.
리성월은 바로 이런 재미에 료리공방을 찾게 된다고 했다. “한가지 료리를 배워가는 것도 저한텐 큰 수확이지만 림선생님과 여러 수강생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내가 몰랐던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혼자 끙끙 앓고 있던 고민도 여기와서 털어놓을 때가 많습니다. 각자 살아온 경험에서 우러나온 저마다의 진심어린 조언을 들으며 ‘이럴땐 이렇게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구나’를 느낍니다.”라며 료리공방이 쌓인 스트레스까지 해소하는 일상의 작은 활력소가 되였다고 덧붙였다.
이윽고 도착한 또 다른 수강생 남미란(37세)과 그의 딸 리림정(10세)의 가담으로 분위기는 무르익어갔다. 김치 담그는 체험을 해보고 싶어 엄마 따라 오게 되였다는 리림정은 제법 야무진 솜씨로 김치를 담그며 “이 순간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직접 담근 김치를 맛보게 될 아빠와 귀여운 동생”이라고 했다.
남미란은 이런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제가 림선생님한테서 배운 것을 그대로 딸애한테 가르쳐주었습니다. 림선생님은 ‘음식을 만들 때면 그 음식을 맛보게 될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정성을 담아 만들어라’고 늘 말씀하십니다. 아무리 귀한 재료와 숙련된 솜씨로 만든 음식일지라도 정성이 담겨있지 않으면 먹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살 찌울 수 없다고 말입니다. 저는 림선생님한테서 료리를 대하는 하나의 태도와 가족을 사랑하는 법까지 배워가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두시간여만에 김치 담그기가 완성되자 림영화와 수강생들은 갓 담근 김치와 수육, 닭고기 샐러드와 시원한 동치미가 어우러진 식탁에 둘러앉아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료리만큼이나 음식을 먹고 그 맛을 느끼는 행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림영화는 이날도 수강생들을 위해 정성들여 한 끼를 준비했다.
“돼지고기 비계가 어쩜 이렇게 느끼하지 않고 담백할가요? 돌아가서 저의 딸애한테 꼭 해줘야겠네요.”
“동치미를 보면 남편이 떠오릅니다.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들어온 남편이 밉기도 하지만 그 미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이튿날 아침 잔소리 대신 시원한 동치미 한 그릇을 남편에게 내줄 때 남편의 그 감동 받은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시원한 동치미가 부부 금슬까지 좋게 한다니까요. 여러분도 이제 따라 해보세요.”
너 한마디 나 한마디 맛있는 음식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대화거리가 되여 수강생들은 음식 그릇을 말끔히 비우고서도 오래도록 대화를 주고받았다.
림영화는 “이것이 바로 료리의 마법같은 효과입니다. 맛있는 음식은 자연스레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또 음식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알아가게 합니다. 먹는 이도, 만드는 이도 음식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의 취향과 성향을 알아가고 나아가 더 깊은 속내까지 내보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서 배운 대로 똑같이 음식을 만드는 게 목적인 분들도 있겠지만 이 곳에서의 만남,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라며 료리수업이 인기를 끄는 리는 리유로 료리가 갖고 있는 위안, 치유의 가치를 꼽았다.
림영화는 “세 사람이 모이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하잖아요. 료리를 배워주고 배우는 서로의 립장 차이를 떠나 저의 료리공방에서는 우리 모두가 서로가 살아온 이야기를 공유하며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터득하고 배워가는 수강생”이라며 “료리공방이 앞으로도 건강한 료리를 매개로 건강한 소통이 오고가는 장소가 되였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글·사진 김향성 기자/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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