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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세상에 쉽게 되는 일이란 없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3월25일 08시33분    조회: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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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 타는 로동자 되고 싶어 무작정 지신록장으로 떠난 그 날

얼마전에 오랜 친구인 영호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영호와는 서로 멀리 떨어져있는 사이도 아닌데 생전에 자주 만나보지 못하고 또 가깝게 우정을 나누지 못한 일이 저으기 마음에 걸린다. 문득 지난날 영호와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이 머리 속에 새삼스레 떠오른다.

영호와 기념사진 남긴 필자(왼쪽)

우리가 지식청년으로 농촌에 내려갔던 1969년도 여름철의 일이다.

무미건조한 농촌생활에 권태감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허무하게 지내고 있을 때의 어느 날, 록장의 가족들은 로동자로 채용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침 함께 하향을 내려온 친구 영호의 아버지가 지신록장의 지도자의 한분인 지라, 나와 친한 사이였던 영호는 친구를 버리고는 혼자 로동자로 될 수 없다면서 아버지를 찾아가 함께 잘 부탁해 보자고 제의했다. 나는 날듯이 기뻤다.

그 당시 록장가족이 아니였던 내가 로동자로 되는 유일한 길은 바로 영호 아버지에게 달린듯 싶었다.

잔뜩 들뜬 나와 영호는 이른아침 기회를 엿보면서 생산대 간부와 사원들 몰래 집체호에서 살짝 빠져나와 곧추 지신록장으로 향했다.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희귀하던 세월이라 걸어서 지신록장까지 가야 했다. 집체호가 있는 연길시 의란공사 신광대대에서 우선 연길로 해서 다시 룡정을 거쳐 지신록장까지 가야 했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우리는 연길에 도착했다. 연길에서 늦은 아침밥을 대충 먹고 다시 룡정을 향해 발걸음을 재우쳤다. 이제 곧 로동자로 된다는 달콤한 꿈을 안고 떠난 길이여서인지 처음에는 발걸음이 그토록 가벼웠고 즐겁기만 했다. 그런데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길이 너무 멀고 지쳐서 혀를 가로물 지경이였다. 털면 먼지밖에 없는 신세라 몸에는 돈도 없었거니와 설사 돈이 있다해도 물자가 결핍하던 때라 사먹을 데도 없었다. 해볕은 뜨겁고 목적지는 멀고 발걸음은 무거워지는데 배까지 고파서 사맥이 나른해졌다.

마침 길가에서 농가 한채를 발견하고 렴치불구하고 밥동냥이라도 해볼 심산으로 마당에 들어섰는데 집주인은 없고 난데없는 사나운 검둥개 한마리가 달려드는 통에 영호의 바지가랭이가 개에게 물려 찢어져버렸다. 영호의 찢어진 바지가랭이는 마치 녀자애들의 치마처럼 너불거렸다.

너무도 배고파 길가에 있는 물도랑의 물을 소처럼 들이켰다. 그때는 지신록장이 초행길이여서 얼마나 먼지도 몰랐다. 후에야 안 일이지만 그때 우리가 걸은 길은 백리도 넘었다 한다.

우리가 지친 다리와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운 밤중이였다. 한밤중에 갑자기 뛰여든 우리를 보고 영호네 집 식구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영호 어머니가 서둘러 밥상을 차리는 사이에 영호가 아버지의 낯색과 눈치를 살펴가면서 찾아온 리유를 간단히 말씀드렸다. 영호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니 애꿎은 담배만 뻑뻑 빠시는 것이였다...

이튿날 영호 아버지는 우리 둘에게 먼저 사슴먹이인 록채를 장만하는 로동자를 따라가서 구경도 하고 사슴사육과정을 살펴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당장 록장의 로동자로 된듯 싶어 신났다. 신체가 건장하고 키꼴이 큰 청년들이 수레 한대씩 몰고는 산으로 오르고 있었다. 우리 둘은 그들에 비하면 몸도 왜소하고 나이도 어려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산길은 전문 록채를 나르기 위해 정상까지 닦아놓은 길이였는데 좁고도 꼬불꼬불했으며 한쪽은 몇길 되는 낭떠러지였다. 든든한 황소를 메운 수레도 산에서 내릴 때는 천천히 내려야 했다. 뒤에서 보면 아슬아슬하게 낭떠러지에 굴러떨어질 것만 같아 손에 땀을 쥘 정도였다. 이런 길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르내려야 한다고 했다.

쉴 새 없이 먹어대는 사슴들의 먹이감 때문에 로동자들은 휴식일이 따로 없었으며 한사람이 하루에 적어도 100단씩은 베여와야 한다는 것이였다.

듣기만 해도 아름찬 로동량이였다. 어디 그 뿐인가? 사슴우리에 들어가 이미 다 먹은 이파리가 없는 나무들을 걷어내고 새 먹이감들을 넣어줘야 하는데 끌어낼 나무들이 똥오줌에 젖고 진흙에 묻혀 그걸 청소하느라면 여간만 힘들지 않았다. 아직 중로동이라고는 못해본 우리들로 놓고 말하면 록장의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두손을 바짝 들고 말았다. 저녁에 퇴근하신 영호 아버지는 별말씀이 없이 그냥 우리더러 집체호로 돌아가라고 권고했다. 이렇게 록장의 로동자로 되여보려던 우리들의 꿈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세상에 쉽게 되는 일이란 없다는 느낌이 들군 한다. 이 같은 경험과 생각이 비로소 그 후의 사업에서 나와 영호가 현실을 정시하고 꾸준히 노력하면서 성장발전해온 밑거름으로 되지 않았나 싶다.길림신문/ 리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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