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세상에 쉽게 되는 일이란 없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3월25일 08시33분    조회:178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배급 타는 로동자 되고 싶어 무작정 지신록장으로 떠난 그 날

얼마전에 오랜 친구인 영호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영호와는 서로 멀리 떨어져있는 사이도 아닌데 생전에 자주 만나보지 못하고 또 가깝게 우정을 나누지 못한 일이 저으기 마음에 걸린다. 문득 지난날 영호와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이 머리 속에 새삼스레 떠오른다.

영호와 기념사진 남긴 필자(왼쪽)

우리가 지식청년으로 농촌에 내려갔던 1969년도 여름철의 일이다.

무미건조한 농촌생활에 권태감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허무하게 지내고 있을 때의 어느 날, 록장의 가족들은 로동자로 채용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침 함께 하향을 내려온 친구 영호의 아버지가 지신록장의 지도자의 한분인 지라, 나와 친한 사이였던 영호는 친구를 버리고는 혼자 로동자로 될 수 없다면서 아버지를 찾아가 함께 잘 부탁해 보자고 제의했다. 나는 날듯이 기뻤다.

그 당시 록장가족이 아니였던 내가 로동자로 되는 유일한 길은 바로 영호 아버지에게 달린듯 싶었다.

잔뜩 들뜬 나와 영호는 이른아침 기회를 엿보면서 생산대 간부와 사원들 몰래 집체호에서 살짝 빠져나와 곧추 지신록장으로 향했다.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희귀하던 세월이라 걸어서 지신록장까지 가야 했다. 집체호가 있는 연길시 의란공사 신광대대에서 우선 연길로 해서 다시 룡정을 거쳐 지신록장까지 가야 했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우리는 연길에 도착했다. 연길에서 늦은 아침밥을 대충 먹고 다시 룡정을 향해 발걸음을 재우쳤다. 이제 곧 로동자로 된다는 달콤한 꿈을 안고 떠난 길이여서인지 처음에는 발걸음이 그토록 가벼웠고 즐겁기만 했다. 그런데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길이 너무 멀고 지쳐서 혀를 가로물 지경이였다. 털면 먼지밖에 없는 신세라 몸에는 돈도 없었거니와 설사 돈이 있다해도 물자가 결핍하던 때라 사먹을 데도 없었다. 해볕은 뜨겁고 목적지는 멀고 발걸음은 무거워지는데 배까지 고파서 사맥이 나른해졌다.

마침 길가에서 농가 한채를 발견하고 렴치불구하고 밥동냥이라도 해볼 심산으로 마당에 들어섰는데 집주인은 없고 난데없는 사나운 검둥개 한마리가 달려드는 통에 영호의 바지가랭이가 개에게 물려 찢어져버렸다. 영호의 찢어진 바지가랭이는 마치 녀자애들의 치마처럼 너불거렸다.

너무도 배고파 길가에 있는 물도랑의 물을 소처럼 들이켰다. 그때는 지신록장이 초행길이여서 얼마나 먼지도 몰랐다. 후에야 안 일이지만 그때 우리가 걸은 길은 백리도 넘었다 한다.

우리가 지친 다리와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운 밤중이였다. 한밤중에 갑자기 뛰여든 우리를 보고 영호네 집 식구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영호 어머니가 서둘러 밥상을 차리는 사이에 영호가 아버지의 낯색과 눈치를 살펴가면서 찾아온 리유를 간단히 말씀드렸다. 영호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니 애꿎은 담배만 뻑뻑 빠시는 것이였다...

이튿날 영호 아버지는 우리 둘에게 먼저 사슴먹이인 록채를 장만하는 로동자를 따라가서 구경도 하고 사슴사육과정을 살펴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당장 록장의 로동자로 된듯 싶어 신났다. 신체가 건장하고 키꼴이 큰 청년들이 수레 한대씩 몰고는 산으로 오르고 있었다. 우리 둘은 그들에 비하면 몸도 왜소하고 나이도 어려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산길은 전문 록채를 나르기 위해 정상까지 닦아놓은 길이였는데 좁고도 꼬불꼬불했으며 한쪽은 몇길 되는 낭떠러지였다. 든든한 황소를 메운 수레도 산에서 내릴 때는 천천히 내려야 했다. 뒤에서 보면 아슬아슬하게 낭떠러지에 굴러떨어질 것만 같아 손에 땀을 쥘 정도였다. 이런 길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르내려야 한다고 했다.

쉴 새 없이 먹어대는 사슴들의 먹이감 때문에 로동자들은 휴식일이 따로 없었으며 한사람이 하루에 적어도 100단씩은 베여와야 한다는 것이였다.

듣기만 해도 아름찬 로동량이였다. 어디 그 뿐인가? 사슴우리에 들어가 이미 다 먹은 이파리가 없는 나무들을 걷어내고 새 먹이감들을 넣어줘야 하는데 끌어낼 나무들이 똥오줌에 젖고 진흙에 묻혀 그걸 청소하느라면 여간만 힘들지 않았다. 아직 중로동이라고는 못해본 우리들로 놓고 말하면 록장의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두손을 바짝 들고 말았다. 저녁에 퇴근하신 영호 아버지는 별말씀이 없이 그냥 우리더러 집체호로 돌아가라고 권고했다. 이렇게 록장의 로동자로 되여보려던 우리들의 꿈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세상에 쉽게 되는 일이란 없다는 느낌이 들군 한다. 이 같은 경험과 생각이 비로소 그 후의 사업에서 나와 영호가 현실을 정시하고 꾸준히 노력하면서 성장발전해온 밑거름으로 되지 않았나 싶다.길림신문/ 리동주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흑룡강신문=하얼빈)김은화 북경특파원=2017년 중앙민족대학 조문학부 민족교육발전기금 장학금 수여식이 지난 27일 오후 중앙민족대학 문화로에서 열렸다.     민족교육발전기금상은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며, 일반적으로 '본과/석사/박사 조학금', '개별상', '학부 최고 성적상'과 ...
  • 2017-11-01
  • 연길항곤북위42°온천에서 주최한 제1회 “항곤북위42°온천컵”골프년도총화경기가 10월 29일 연길해란강골프장에서 있었다. 연변지역 각 골프협회에서 온 160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이날 경기에 참가해 유쾌하고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회원들 사이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좋은 시간들을 만들었다. ...
  • 2017-11-01
  • 2017년 녕안 해림 향우 친선 운동대회 성공 개최   해림,영안 향우회팀이 함께 기념 사진을 남겼다.     (흑룡강신문=칭다오)박영만 기자=천하제일미 향수입쌀과 풍경이 수려한 5A급 경박호 풍경구를 자랑하는 녕안시, 임해설원, 흰눈의 고향으로 명성을 떨친 해림시, 이 두곳에서 칭다오에 진출한 고향사람들...
  • 2017-10-3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9) ◇김금단(심수)     아빠트 서재에서 서쪽으로 심수-산두행 고속도로가 보인다. 매번 고속도로를 바라보노라면 폭우로 혜주에서 심수로 가는 퇴근길이 막혀버려 혜주 담수와 심수 룡강행 고속도로를 세번이나 오가며 고속도로 옆의 집을 찾지 못해 애 태우던 일...
  • 2017-10-3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8) ◈지중찬(룡정) 옛 은사님들께 가족이 함께 큰절을 올리다 “은사님들 건강하십시오!” “은사님들 오래오래 앉으십시오!” 이는 몇년 전 제가 저의 가족들인 안해와 아들딸, 손자, 손녀 등 9명을 이끌고 저의 소학시절의 13명 은사님들을 룡정시 비암...
  • 2017-10-31
  • 중학교로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제1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운 나였지만 일본 땅을 밟은 지 두달이 되도록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한달 만에 귀는 조금씩 열리는 듯 했지만 소리가 대담하게 나오지 않았다. 뱅뱅 도는 생각을 일단 머리 속에서 일어로 번역한 다음에 떠벅벅 중얼거리는 정도였고 상대 일본인의 반응에...
  • 2017-10-30
  • 리홍매특파원의 일본 인상기(1) 1996년 1월, 남편의 류학길을 동반하여 네살 난 아들애를 데리고 일본에 가게 되였다. 북경 경유로 나리타(成田)공항에 도착한 첫 인상은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너무 더웠던 인상이 잊혀지지 않는다. 1월이면 고향에서는 엄동설한이다. 그 해 겨울에는 가죽외투가 류행이여서...
  • 2017-10-26
  •      (흑룡강신문=하얼빈) 요즘 인터넷에서는 아이의 숙제를 봐주는 부모들의 한탄을 담은 유머가 미친 듯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와 함께 5학년까지 숙제를 했더니 심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하고나니 그래도 내 명이 중요하지 숙제 따윈 이젠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로 함.&rdqu...
  • 2017-10-25
  • 훈춘 귀향창업거리 청년창업의 보금자리로 훈춘 청년창업거리에서 창업하는 청년들.   전사회적으로 귀향창업의 고조가 일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창업 꿈을 펼치기 위해 모이며 형성된 훈춘시 청년창업거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훈춘시정부 동쪽, 광무국 처장청사가 위치한 작은 골목길 어구에 이르면 ‘청년골목...
  • 2017-10-19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7) ◇리종석(영길)   필자 리종석 부부  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가지 뜻밖의 일에 봉착할 때가 있는데 나도 맹장염 수술까지 해서 두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던 사람이다.   50여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수술자리를 볼 때면 수술 당시 장면...
  • 2017-10-19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6)   ○ 김설연(길림) 백리향은 높은 산 해볕 잘 드는 바위에서 자라 진한 향기를 백리까지 뿜는다. 사람도 백리향처럼 주위사람들에게 그윽한 향기를 선물하는 사람이 있다. 이미 20여년 전 일이다. 내가 시집온 몇해 사이에 두 시동생이 줄줄이 장가가다 보니 우리는...
  • 2017-10-19
  • 고향 몇년만에 어쩌다 한번씩 돌아가는 고향은 모든것이 정다웠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햇빛은 찬란하게 공기는 시원하게...물은 강바닥이 다 들여다보이도록 깨끗하다. 황금빛 파도가 넘실대는 대지는 풍년을 자랑하며 고향으로 돌아온 이 몸을 반기고 있었다. 푸른하늘과 힌구름, 아직 초록이 남아있는 산천과 황...
  • 2017-10-1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5) ◇황영성(장백)  최삼룡평론가(우), 리혜선작가(좌)와 함께 연변작가협회 소설창작활동중 압록강변에서(가운데 사람이 필자 황영성). 1998년에 연변작가협회 제7차 대표대회가 연길시에서 열렸는데 나도 대표로 참가하게 되였다. 그 회의에서 김학천이 주석으로...
  • 2017-10-09
  • 청도시조선족기업가협회 김창호전임회장 변함없는 모교사랑으로 기부문화 꽃피운다     (흑룡강신문=하얼빈) 27일, 탕원현조선족중학교에서는 '김창호장학금' 전달식을 진행하고 장은혜, 정인걸, 리연, 함태동 등 1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발급했다. '김창호장학금'은 청도시조선족기업가...
  • 2017-09-29
  • 칭다오 제1기 어머니행복성장학교 개강   개강 첫날 어머니들이 자신을 위한 힘찬 응원을 하고 있다.     (흑룡강신문=칭다오)김명숙 기자=칭다오가정행복문화원에서 주최한 제1기 어머니행복성장학교가 20일 개강했다.   어머니행복성장학교는 현숙한 아내, 진정한 어머니로 되기 위한 실천학습을 통해 남편...
  • 2017-09-29
  •   (흑룡강신문=하얼빈)렴청화 연변특파원=‘려행’은 그 누구에게나 랑만이다. 다만, 훌쩍 떠나려니 ‘돈도 시간도 넉넉한 자들의 사치’라는 통념때문에 자동으로 포기되기가 일쑤다.   긴 려행을 준비하는 80후 조선족 부부가 있다. 래달 연길에서 출발해 몽골, 신강, 서장, 네팔, 인도, 터키 등...
  • 2017-09-27
  • 무모해도 괜찮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최다현(녀 29세): ‘가슴 뛰는 일’을 하겠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 이가 있다. 북경 모 대학에서 미디어학과를 전...
  • 2017-09-27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3) ◆렴창응(유작)  테니스장에서 만년의 박달인생을 수놓던 렴창응 옹 1948년 3월 15일 룡정 련합중학교를 졸업한 나는 집에 돌아와서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 5.1, 5.4절을 맞으면서 전 현 사회 축구경기를 하게 되였다. 학교 축구대 대원이였던 최증석이...
  • 2017-09-2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2) ◇황성환(돈화) 1948년 23세 때 전공 경축대회에 참가해 남긴 기념사진 작년 8월 20일은 나의 90세 생신날이였다. 나의 딸이 각방 노력하여 돈화시 홍기대가 서울식당에서 30여명 친척 친인들이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였다. 예전에는 ‘자고로 70고래희’라 하...
  • 2017-09-25
‹처음  이전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