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보따리장사하면서 만난 그 때 그 사람들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3월22일 00시00분    조회:186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수기4] 보따리장사하면서 만난 그 때 그 사람들

1988년도 겨울, 여기저기서 돈을 모아 옷 장사를 해 어려운 집살림에 보탬하려고 무작정 연길로 떠났다.

연길 옷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샤쯔와 속내의를 도매가격으로 구매한 후 지방에 가 팔았는데 생각밖으로 불티 나게 팔렸다. 계산해보니 본전과 교통비용 등을 제하고도 남는 수입이 퍼그나 되여 애 공부 뒤바라지와 생활비에 드는 돈을 넉근히 해결할 수 있었다.

 

필자 원죽순

처음 하는 보따리장사에서 단맛을 본 나는 미리 옷매장과 약속한 일도 있고 하여 또 연길로 떠날 준비를 했다.

저녁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첫 차를 타고 연길로 떠나려고 했는데 생각 밖으로 친구들이 놀러 와서 수다를 떠는 바람에 어느덧 밤 11시가 다 되였다.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잠들 수가 없어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1시경에 겨우 잠들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아침밥 을 대충 요기하고 바로 연길로 떠났다.

그 때는 교통이 발달하지 못해 연길로 가려면 조양천역에 내려 차를 바꿔 타야 했다. 전날에 잠을 설친 연고로 몹시 피곤했지만 약속 대로 연길에 가 옷을 사고 화룡으로 가는 차표를 떼고 나니 3 원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1원으로 연길역에서 찐빵 두개를 사들고 차에 올랐다. 차에 올라 점심식사로 찐빵 하나 먹고 마지막 한개는 절반도 채 먹지 못하고 손에 쥔 채 그만 잠들어 버렸다. 조양천역에서 내려야 하는 데 하면서도 정작 잠을 깨자 하니 도저히 깰 수가 없었다. 눈을 번쩍 떠보니 차창 밖 철길 량옆에는 우중충 높은 산이 눈앞을 가렸다. 맞은켠에 앉은 승객에게 물어보니 유수천이라는 것이였다. 안절부절 못하는 나를 보고 그 분은 안도역에 내려 안도역에서 다시 저녁 여섯시 차로 연길로 가는 차를 타면 된다고 했다.

안도역에 내려 물어보니 설상가상으로 무슨 연고인지 연길로 가는 차가 11시간 연착되였다는 것이였다. 그날은 유난히 춥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지라 얼마나 추웠는지도 별로 감지하지 못한 채 서성거리기만 했다. 그 때의 안도역에는 대기실도 없었다. 매섭게 추운날 밖에서 어찌 11시간이나 기다리겠는가 해서 역전에 려관이 있는 것을 보고 하루밤 주숙비용이 얼마인가를 물었다. 4원이란다. 그런데 손에는 2원밖에 없고 연길로 가는 차표 살 돈도 모자라는 판인데... 친척도 없는 안도에서 추운 겨울날 11시간이란 긴 밤을 어떻게 보내겠는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 때 나의 옆에서 처음부터 나의 일거일동을 주시하는 40대 중반에 가까운 한 남성과 30대로 보이는 한 젊은이가 있었다. 30대 젊은이가 익살스럽게 “아주머니, 저기 신 깁는 아바이가 있는데 이젠 방법이 있습둥? 거기서...”라고 롱담까지 해댔다. 역전 옆길에 정말 신방이 있긴 있었다.

나는 그 젊은이의 놀림을 당하면서도 실수로 빚어진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대꾸할 념두도 못냈다. 그 때 젊은이 옆에 있던 40대 중반의 선비 같이 자상해 보이는 분이 젊은이한테 악의없는 눈을 흘기면서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살짝 꾸짖으며 어디론가 자리를 뜨는 것이였다. 한참 후에 돌아와 “주숙방을 예약해 놨으니 하루 밤 편히 쉬고 잊지 마시고 아침 연길로 가는 다섯시 차를 타고 가면 됩니다.”라고 신신당부했다.

생각 밖의 일이라 너무 고마와 어디에 계시는 분인지 려관비를 부쳐 드리겠다고 하자 그럴 필요가 없다고 극구 사절했다. 그리고 손에 있던 돈 2원을 드렸더니 저녁식사를 하는데 쓰라며 기어코 받지 않았다. 그리고 고맙게도 그 젊은이는 무거운 짐을 려관방까지 들어다 주기까지 했다. 그도 이름이랑 주소랑 알려줄 생각도 안했다. 다만 그들이 룡정시 정부에서 근무한다는 것만 알았고 그 40대 중반의 남성은 어데가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잘 도와주신다고 덧붙여 말하면서 아까는 롱담이니 속에 담아주지 말라며 젊은이는 사과까지 했다.

그 젊은이의 뒤 모습을 보면서 추위가 매서운 겨울밤에 11시간이나 밖에서 있느라면 얼어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감격된 나머지 눈물이 나면서 목이 꽉 메였다.

2원으로 역전 소매점에서 과자라도 사서 요기할 수 있었지만 차표 값도 모자라 철도경찰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차에 올라야 할 판이였다. 만일 경찰에게 덜미를 잡히면 나머지 2원을 내놓으며 모자라는 부분은 사정해볼 예산이였다.

려관에서 새우잠을 자고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인사를 드리려고 려관비를 내준 그분을 찾으니 벌써 떠나고 없었다.

배에서는 꼬르륵-꼬르륵 하는 소리가 연신 들렸지만 나는 주린 배를 그러안고 아침 다섯시에 남 몰래 연길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연길역에 내려 차표를 검사하는 녀 직원에게 덜미를 잡혔고 옷보따리와 나머지 돈 2원도 몰수 당했다.

조급해난 나는 역전판공실에 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옷보따리를 돌려줄 것을 간청했다. 전반 과정을 귀담아 듣던 철도경찰은 옷보따리를 돌려주고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화룡까지 가는 차표까지 떼주는 것이였다. 참 고마왔다. 집에 가서 차표 값을 부쳐드리겠다고 주소와 명함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그 철도경찰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 길 떠날 때 차질 없이 다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 번의 실수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으로 남았다. 그때로부터 긴 세월이 흘렀지만 어려움에 처한 나를 도와준 그 때 그 사람들의 얼굴이 지금도 가끔씩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 후로부터 나의 생활에는 새로운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남들에 대한 베품의 마음이 많아졌다.

이웃집 어른들이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선뜻이 나서서 도와드리고 친구들이 경제상 곤난이 있으면 두말없이 보태주고 장사 밑천이 부족하다면 선대해 주기도 했다.

비록 큰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사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길림신문/원죽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자료사진 서로 수십년을 그리워하던 남녀가 끝내 다시 만나 결혼식을 올려 화제다. 현지시간으로 12일, 영국 BBC 방송이 65년만에 부부의 연을 맺게된 이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영국 더비셔주에 살던 86세 데이비 목스씨와 82세 헬렌 안드레씨는 1951년에 결혼을 약속했던 ...
  • 2016-11-14
  • [백성이야기39] —흑룡강성 시골출신 현진성, 김길순 부부의 도시진출이야기 안해(김길순)가 불어주는 멋진 쌕스폰연주에 남편(현진성)이 멋진 노래가락 뽑는다/김성걸기자 현진성(58세), 김길순(57세) 부부의 요즘 일상은 “이번에는 어느 곳에 유람을 떠나볼가” 하는 행복한 고민으로 시작된다...
  • 2016-11-12
  • ‘carrot(당근)’이 ‘karat(금의 순도 단위)’을 돌려주러 나타났다. 밭일 도중 잃어버렸던 결혼반지가 3년 만에 당근에 끼인 채로 주인 앞에 나타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고 독일 빌트지 등 외신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바트 뮌스터라이펠에 사는 82세 노인...
  • 2016-11-09
  •   11월 4일 오전, 장춘시 록원구조선족소학교에서 진행된 “효심소녀”-최영진학생을 위한 의연금모으기행사 현장. -록원구조선족소학교 사생, 학부모들 2만6천여원 의연 -조선족 네티즌 근 5천원 의연 장춘시의 “식물인”조선족남편을 5년째 극진히 돌보는 한족안해 장방의 사연이 《...
  • 2016-11-07
  • “이 시대의 여론감독의 역할, 기자들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해결하는것, 그것이 우리 기자들의 의무이며 일하는 보람이 아니겠습니까?”   1일, 연변라지오TV방송국 뉴스쎈터 사무실에서 만...
  • 2016-11-04
  • 척추를 다쳐 걷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던 25세 신부는 결혼식장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난 8월 미국 ABC 뉴스는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끝없는 노력을 통해 결혼식장에서 두 발로 선 신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미국 조지아주 마리에타에 사는 재키 곤처(Jaquie Goncher)는 지난 2008년 17살 때 친구 집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 2016-11-02
  • 헤이스 "10년 고민…미국에는 죄책감"…"한점도 팔지 말아달라"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프랑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외국인으로부터 기증받은 미술품으로는 최대 규모인 미국 텍사스 주(州) 헤이스 부부의 컬렉션은 왜 미국이 아닌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으로 갔을까.  미국 일간 뉴욕타...
  • 2016-10-29
  • 지난 10월 12일, 연변대학 로간부처, 연변대학 로과학기술사업자협회, 연변로교수협회 책임자들과 김수철교수의 학우대표들이 김수철교수(92세)의 저택을 방문하였다.  제4기 연변농학원 졸업생일동은 “福如東海 壽比南山”“21세기‘리시진’김수철교수에게 드립니다”는 글문을 새긴...
  • 2016-10-28
  • [연해지역 조선족 인물탐방] 광주2 - 만년이 즐거운 “광주시 조선족로인협회” 개혁개방 이후 동북삼성의 조선족 창업자들이 연해지역으로 진출하면서 이들을 동반한 조선족 로인군체도 연해지역에서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광동성의 경우 6-700여명 조선족 로인들이 거주하면서 심수, 동관, 혜주, 광주 등...
  • 2016-10-21
  • '미각'양꼬치 서용규 사장   (흑룡강신문=하얼빈) 나춘봉 서울특파원 = '미각'양꼬치 서용규 사장 한국에서 ‘친구간에 동업과 금전거래를 절대 하지 않는다’는 금기사항을 깨고 친구들끼리 서로 도우며 아름다운 성공신화를 써가는 이들이 있다. 흑룡강성 경안현 서광촌에서 함께 자란 &lsq...
  • 2016-10-19
  • 하루밤 부부라도 만리장성 쌓는다 -“식물인”조선족남편에게 정성을 다하는 한족안해 장방의 이야기 오전 11시반이다. 장춘시 조양교부근의 모 보험회사 문어구, 많이 허술해보이지만 그나마 깔끔한 옷차림을 한 40대 초반의 한 녀인이 문을 나서더니 자전거에 씨잉 올라탄다. 씨엉씨엉 페달을 밟아 부리나케 록...
  • 2016-10-18
  •   14일,연변성보장학재단은 연변대학에서 2016년도 연변성보장학금발급식을 가지고 연변대학의 20명 연구생에게 인당 4000원씩,19명의 본과생에게 인당 3000원씩,도합 39명의 연구생,본과생에게 13만 7000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날 장학금을 받아안은 연변대학 약학원 조방일학생은“성보장학금은 우리에게 ...
  • 2016-10-18
  • 칭다오민족사회 백혈병 어린이 구조에 발벗고 나서 한때 엄마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승리양(오른쪽)   (흑룡강신문=칭다오) 장학규 특약기자=경제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정은 어느새 말라버리고 냉랭한 금전관계로 변질되고 있는 가운데 칭다오 민족사회 전체가 떨쳐나서서 백혈병에 걸린 조선족...
  • 2016-10-17
  • 조선족 가정에서 출생, 한국에 와서 완전한 이방인 돼 조선족 형제의 꿈을 찾아가는 여행에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아래와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찾은 수많은 조선족이 계십니다. 그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길 원하며, 그들을 향한 관심이 표현되기를 또한 소원합니다. 다음은 노숙인 사역을 하며...
  • 2016-10-14
  • [이데일리 e뉴스 김민정 기자] 3포세대라는 말이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치솟는 집값과 물가 등의 이유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을 일컫는 신조어다. 요즘은 그 이상의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로 청년층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인구 1000명당 혼인 ...
  • 2016-10-13
  •   본사소식 10월 13일,  83세의 원 목단강군구정위 김강희장군이 료녕성한마음애심기금회에 사랑의 성금 5천원을 또 기부했다.    김강희장군은 리직후 심양시내 여러 중소학교와 대학들에 다니며 혁명전통보고를 해주는것이 중요한 일과로 되여왔다 그런데 얼마전 오랜 지병이 도...
  • 2016-10-13
  • 연길시 수상시장 부근에 있는 카페 “인가비(寅咖啡)”는 얼핏 보면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지만 북적북적한 거리 한켠에서 아담한 디자인을 갖추고 하루종일 그윽한 커피향을 퍼뜨린다. 녀자친...
  • 2016-10-12
  • 자기소개를 하고있는 선남선녀들 10월 5일 길림시에서 해내외 조선족 싱글남녀 만남의 장이 펼쳐졌다. 상해, 북경, 대련, 장춘, 서울 등 해내외 각지의 조선족 청년남녀 30여명이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행사장을 찾은 최용걸(32세)씨, 세살우 다섯살아래 현숙한 조선족신부감을 찾는것이...
  • 2016-10-08
  • 수십년만에 닦쳐온 이번 홍수는 우리 연변지구에 크나큰 재앙을 가져왔슴니다. 이제 곧 한달만 지나면 수확을 앞눈 양수진 논벌은 하루밤사이에 진흙탕물에 매몰되고 병풍처럼 둘러싸여있던 옥수수밭은 맥없이 쓰러져있습니다. 풍비박산된 집앞에서 령혼없이 서있는 농민들보니 넘넘 가슴아파서 목이 멥니다. 인정이 점점 ...
  • 2016-09-30
  • 심양농업대학교 수리학원 토목공정전업 3학년 김성룡씨의 이야기  아버지를 업고 대학교에 다니는 한 조선족학생이 있다. 그가 바로 심양농업대학교 수리학원 토목공정전업 3학년생 김성룡씨다. 고향이 무순시 청원현 남산성진인 김성룡씨는 소학시절에 부모가 리혼해 줄곧 아버지와 의지해 생활해왔다. 그가 6학년에...
  • 2016-09-29
‹처음  이전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