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아버님의 꾸지람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4월22일 08시26분    조회:159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 내가 18살 되던 해에 음력설을 닷새 앞두고 아버지의 꾸지람을 받은 적이 있다. 나의 한가지 감성적인 처사로 하여 받은 아버님의 첫 꾸지람이다. 하지만 그 꾸지람은 해마다 설날이 돌아올 때면 나의 머리 속에 기분좋게 떠오른다. 한것은 그 꾸지람 뒤에 아버지의 너그러운 처사가 이어져 나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그 때 나는 아버지에 대해 심히 탄복했다. 하기에 나는 오늘도 아버지의 그 꾸지람을 한없이 그리게 된다.

필자 리진욱

바로 그 해에 설 준비로 나무 팔러 가시겠다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내가 가겠다고 탄원해나서자 아버지는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짓고 새벽 두시 경에 꽉 박아실은 8월 풋나무 수레멍에를 나한테 넘겨주시면서 “강판길 조심해라”, “헛 욕심 부리지 말고 시세대로 팔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평시에 술덤벙 물덤벙하던 나는 마을에서 50리 상거해있는 룡정으로 처음 나무 팔러 가게 되였다. 막내아들의 첫 행차라 아버지는 그 때 분명 마음속으로 대견스러웠을 것이다.

40여단의 풋나무를 박아실은 나무수레 높이가 남들이 50여단 실은 수레보다 더 높았고 그 날따라 나무도 쉽게 팔렸다. 빈 수레를 몰고 나무장터로 돌아오는 길에서 뜻밖에 서점 앞을 지나게 되였다. 마치 자석에 끌리듯 서점 안에 들어서니 수많은 책들이 나의 시야에 유표하게 안겨왔다. 책만 보면 오금을 못쓰는 나인지라 그만 책의 유혹에 못이겨 책매대에 다가가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번져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산간벽지에서 책을 구하기란 거의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아서 인젠 소학교의 책을 빌려보는 것도 거덜이 났으니 마치 가물에 단비를 만난 것과 같아 나는 기뻤다. 《어머니》, 《고요한 돈》, 《쓰딸린그라드격전》, 《조야와 수라》,《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 《태양은 상건하를 비춘다》, 《옛성터에 휘몰아치는 불길》, 《고옥보》 등 20여권의 크고 작은 귀중한 번역책들이 나의 눈을 부시였다.

같이 풋나무 팔러 갔던 마을 장년들의 강권으로 처음으로 ‘얼량술’에 육개장까지 만포식하고 나니 마음이 둥둥 뜬 데다가 한 마을의 몇몇 친구들과 저마끔 작가가 되려는 꿈을 안고 적어도 5백여권씩 읽기로 약속이 돼있던 차라 나는 나무 판 나머지 돈을 다 털어 그 20여권의 책을 몽땅 샀다. 인젠 여유작작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였다고 생각하니 흥이 절로 났다. 돌아올 때 나는 너무도 기뻐 겨울밤의 맵짠 추위도 의식하지 못한 채 코노래까지 불렀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수님을 대하는 순간, 홀연 아버지 생일에 쓸 물건을 살 돈이라는 것이 생각나면서 졸지에 패군지장이 되여 죄 진 사람처럼 책꾸레미를 들고 아버지 앞에서 이실직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두 몰래 책구경이나 하자고 서점에 들렸는데 한책 두책 고르다 보니 그만…

내가 우거지상이 되여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로 뒤말을 잇지 못하는데 아버지는 더는 내 말을 들을 념도 하지 않고 중둥무이하고는 “에익 자식두 철딱서니 없기루사, 그게 어떻게 쓸 돈인데…”하면서 혀를 차며 꾸지람을 하는 것이였다. 워낙 아버지 생일은 정월 초하루날이여서 언제나 섣달 그믐날 아침에 마을의 년장자들을 모시고 생일을 쇠였던 것이다. 그래도 돼지 고기는 외상 추렴을 하지만 술, 해산물, 과일, 통졸임 등은 돈을 주고 사야 했으므로 제일 안달아난 이는 어머니와 형수님이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이튿날 아침 나는 밥술을 놓기 바쁘게 20여리 상거한 구정부에 가서 큰형을 찾았다. 설상가상으로 큰형은 30여리 떨어져 있는 상계촌으로 하향가고 없었다. 나는 지체없이 상계촌에 찾아가서 다짜고짜로 큰형더러 아버지 생일에 쓸 물건을 살 돈을 달라고 하여 6원을 받아가지고 그 길로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섣달 그믐날 아침이였다. 중간방에는 마을의 어르신님들이, 정주간에는 장년들로 정좌하자 주안상이 올랐다. 나는 좌상 어르신님들부터 따끈하게 덮인 술을 따라 올리면서 아버님 생일을 축하하여 모처럼 이렇게 왕림하셨는데 별로 차린 건 없지만 포근히 드시라고 공식적인 인사말을 하였다.

그런데 어르신님들은 수저를 먼저 들 대신 이구동성으로 “대단하다”, ”잘 차렸다”며 연신 치하를 하는 것이였다. 시원스레 첫 술잔굽을 내시던 마을의 제일 좌상 어른께서 나를 정시하면서 “자네가 부친 생일에 쓰려고 처음으로 무탈하게 나무 팔러 다녀왔다지, 다 컸네 그려! 이렇게 푸짐히 차렸으니 기쁘게 마시겠네, 참 고마우이!” 라고 분에 넘치는 치하를 하였다. 그러나 도리여 나는 낯이 뜨거워지면서 몸둘바를 몰랐다.

바로 이 때 아버지께서 이야기의 고삐를 잡으셨다. 내가 ‘또 꾸지람을 듣게 되였구나’, ‘이렇게 개꼴망신을 당하는구나’ 라고 속으로 되뇌이는데 아버지는 웃방 테블 우에 보기 좋게 무져 놓은 책들을 가리키면서 “에, 생일 뿐이겠수? 저걸 좀 보시우 ‘선생님’도 모셔왔수다 ‘선생님’을, 자고로 책이 사람을 만드는 ‘선생’이라 하였은 즉 그래 ‘선생’이구 말구...” 나는 구들에 닿일 정도로 구부렸던 머리를 번쩍 쳐들고 뜻밖에 나를 치하하시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불현듯 가슴이 뭉클해나고 눈앞이 흐려지면서 도저히 더는 아버님의 참모습을 정시할 수가 없었다.

그 때 그 아버지의 꾸지람은 내 가슴속 깊이 각인되여 종시 잊어지질 않았고 금후 나의 사업과 생활에서 무형의 편달로 되였다.

반세기도 훨씬 넘은 오늘까지 해해년년 새해 설날이 오면 서당 문앞에서 남의 어깨 너머로 천자문이며 구구대문이며를 다 배워내고 유식인으로 된 아버지와 아버지의 ‘꾸지람’을 아련히 회억게 된다. 하냥 엄하면서도 인자하시고 자식들의 기를 꺾을세라 보듬어주시고 키워주시던 도량이 넓고 존경스러운 아버지를 오매불망 더욱 그리게 된다.

하기에 오늘, 할아버지로 된 자신이 아버지구실을 한 여생을 깊이 성찰해보면서 이 필수덕목의 ‘바통’을 대물림 보배로 간주하고 길이 전해가게 하리라고 다지였다.길림신문 / 리진욱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흑룡강신문=하얼빈)김은화 북경특파원=2017년 중앙민족대학 조문학부 민족교육발전기금 장학금 수여식이 지난 27일 오후 중앙민족대학 문화로에서 열렸다.     민족교육발전기금상은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며, 일반적으로 '본과/석사/박사 조학금', '개별상', '학부 최고 성적상'과 ...
  • 2017-11-01
  • 연길항곤북위42°온천에서 주최한 제1회 “항곤북위42°온천컵”골프년도총화경기가 10월 29일 연길해란강골프장에서 있었다. 연변지역 각 골프협회에서 온 160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이날 경기에 참가해 유쾌하고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회원들 사이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좋은 시간들을 만들었다. ...
  • 2017-11-01
  • 2017년 녕안 해림 향우 친선 운동대회 성공 개최   해림,영안 향우회팀이 함께 기념 사진을 남겼다.     (흑룡강신문=칭다오)박영만 기자=천하제일미 향수입쌀과 풍경이 수려한 5A급 경박호 풍경구를 자랑하는 녕안시, 임해설원, 흰눈의 고향으로 명성을 떨친 해림시, 이 두곳에서 칭다오에 진출한 고향사람들...
  • 2017-10-3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9) ◇김금단(심수)     아빠트 서재에서 서쪽으로 심수-산두행 고속도로가 보인다. 매번 고속도로를 바라보노라면 폭우로 혜주에서 심수로 가는 퇴근길이 막혀버려 혜주 담수와 심수 룡강행 고속도로를 세번이나 오가며 고속도로 옆의 집을 찾지 못해 애 태우던 일...
  • 2017-10-3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8) ◈지중찬(룡정) 옛 은사님들께 가족이 함께 큰절을 올리다 “은사님들 건강하십시오!” “은사님들 오래오래 앉으십시오!” 이는 몇년 전 제가 저의 가족들인 안해와 아들딸, 손자, 손녀 등 9명을 이끌고 저의 소학시절의 13명 은사님들을 룡정시 비암...
  • 2017-10-31
  • 중학교로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제1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운 나였지만 일본 땅을 밟은 지 두달이 되도록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한달 만에 귀는 조금씩 열리는 듯 했지만 소리가 대담하게 나오지 않았다. 뱅뱅 도는 생각을 일단 머리 속에서 일어로 번역한 다음에 떠벅벅 중얼거리는 정도였고 상대 일본인의 반응에...
  • 2017-10-30
  • 리홍매특파원의 일본 인상기(1) 1996년 1월, 남편의 류학길을 동반하여 네살 난 아들애를 데리고 일본에 가게 되였다. 북경 경유로 나리타(成田)공항에 도착한 첫 인상은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너무 더웠던 인상이 잊혀지지 않는다. 1월이면 고향에서는 엄동설한이다. 그 해 겨울에는 가죽외투가 류행이여서...
  • 2017-10-26
  •      (흑룡강신문=하얼빈) 요즘 인터넷에서는 아이의 숙제를 봐주는 부모들의 한탄을 담은 유머가 미친 듯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와 함께 5학년까지 숙제를 했더니 심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하고나니 그래도 내 명이 중요하지 숙제 따윈 이젠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로 함.&rdqu...
  • 2017-10-25
  • 훈춘 귀향창업거리 청년창업의 보금자리로 훈춘 청년창업거리에서 창업하는 청년들.   전사회적으로 귀향창업의 고조가 일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창업 꿈을 펼치기 위해 모이며 형성된 훈춘시 청년창업거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훈춘시정부 동쪽, 광무국 처장청사가 위치한 작은 골목길 어구에 이르면 ‘청년골목...
  • 2017-10-19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7) ◇리종석(영길)   필자 리종석 부부  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가지 뜻밖의 일에 봉착할 때가 있는데 나도 맹장염 수술까지 해서 두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던 사람이다.   50여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수술자리를 볼 때면 수술 당시 장면...
  • 2017-10-19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6)   ○ 김설연(길림) 백리향은 높은 산 해볕 잘 드는 바위에서 자라 진한 향기를 백리까지 뿜는다. 사람도 백리향처럼 주위사람들에게 그윽한 향기를 선물하는 사람이 있다. 이미 20여년 전 일이다. 내가 시집온 몇해 사이에 두 시동생이 줄줄이 장가가다 보니 우리는...
  • 2017-10-19
  • 고향 몇년만에 어쩌다 한번씩 돌아가는 고향은 모든것이 정다웠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햇빛은 찬란하게 공기는 시원하게...물은 강바닥이 다 들여다보이도록 깨끗하다. 황금빛 파도가 넘실대는 대지는 풍년을 자랑하며 고향으로 돌아온 이 몸을 반기고 있었다. 푸른하늘과 힌구름, 아직 초록이 남아있는 산천과 황...
  • 2017-10-1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5) ◇황영성(장백)  최삼룡평론가(우), 리혜선작가(좌)와 함께 연변작가협회 소설창작활동중 압록강변에서(가운데 사람이 필자 황영성). 1998년에 연변작가협회 제7차 대표대회가 연길시에서 열렸는데 나도 대표로 참가하게 되였다. 그 회의에서 김학천이 주석으로...
  • 2017-10-09
  • 청도시조선족기업가협회 김창호전임회장 변함없는 모교사랑으로 기부문화 꽃피운다     (흑룡강신문=하얼빈) 27일, 탕원현조선족중학교에서는 '김창호장학금' 전달식을 진행하고 장은혜, 정인걸, 리연, 함태동 등 1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발급했다. '김창호장학금'은 청도시조선족기업가...
  • 2017-09-29
  • 칭다오 제1기 어머니행복성장학교 개강   개강 첫날 어머니들이 자신을 위한 힘찬 응원을 하고 있다.     (흑룡강신문=칭다오)김명숙 기자=칭다오가정행복문화원에서 주최한 제1기 어머니행복성장학교가 20일 개강했다.   어머니행복성장학교는 현숙한 아내, 진정한 어머니로 되기 위한 실천학습을 통해 남편...
  • 2017-09-29
  •   (흑룡강신문=하얼빈)렴청화 연변특파원=‘려행’은 그 누구에게나 랑만이다. 다만, 훌쩍 떠나려니 ‘돈도 시간도 넉넉한 자들의 사치’라는 통념때문에 자동으로 포기되기가 일쑤다.   긴 려행을 준비하는 80후 조선족 부부가 있다. 래달 연길에서 출발해 몽골, 신강, 서장, 네팔, 인도, 터키 등...
  • 2017-09-27
  • 무모해도 괜찮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최다현(녀 29세): ‘가슴 뛰는 일’을 하겠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 이가 있다. 북경 모 대학에서 미디어학과를 전...
  • 2017-09-27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3) ◆렴창응(유작)  테니스장에서 만년의 박달인생을 수놓던 렴창응 옹 1948년 3월 15일 룡정 련합중학교를 졸업한 나는 집에 돌아와서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 5.1, 5.4절을 맞으면서 전 현 사회 축구경기를 하게 되였다. 학교 축구대 대원이였던 최증석이...
  • 2017-09-2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2) ◇황성환(돈화) 1948년 23세 때 전공 경축대회에 참가해 남긴 기념사진 작년 8월 20일은 나의 90세 생신날이였다. 나의 딸이 각방 노력하여 돈화시 홍기대가 서울식당에서 30여명 친척 친인들이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였다. 예전에는 ‘자고로 70고래희’라 하...
  • 2017-09-25
‹처음  이전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