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어른들의 칭찬을 받으려다가…(원죽순)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1월31일 10시05분    조회:135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내가 동년 시절을 보냈던 고향 마을은 장백산 아래 첫 동네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심심산골 화룡시 룡성진 청산촌이다. 마을 3면은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있고 옹기종기 초가집이 늘어진 마을 앞으로 해란강이 흐른다. 마을 뒤의 넓은 신작로로 아름드리 통나무를 실은 차량들이 실북나들 듯 달린다.

 

필자 원죽순.

봄이면 해란강 버들방천에는 오동통한 파란 버들가지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앞산, 뒤산 언덕마다에는 진달래 꽃이 흐드러지게 피여난다. 얼핏 보아도 한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방불케 하는 산촌 마을이다.

50여년전 내가 열네살 되던 해, 마을 웃쪽 산기슭에 진달래가 유난히 곱게 핀 어느 일요일, 우리 소꿉친구 다섯은 진달래 꺾으러 가자고 약속했다. 금선이, 정애, 어금이와 영옥이 그리고 나까지, 우리 다섯은 산에 올라가 떨기떨기 호함지게 피여난 진달래를 보고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환성을 지르면서 저마다 고운 꽃가지를 꺾어 한아름 가득 안고 산기슭으로 내려왔다. 우리는 산기슭 아래쪽에 세워진 렬사비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누가 꺾은 진달래 꽃가지들이 더 고운가를 비기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 때 진달래 꽃술이 12개 이상이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던 어른들의 말이 생각나 우리는 꽃술을 세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때 금선이는 꽃송이 열개를 세여봤는데 꽃술이 모두 12개 넘는다면서 올해는 틀림없이 풍년이 들거라고 떠들었다. 우리 넷도 자기가 꺾은 진달래 꽃술이 모두 12개 이상인 것을 보고 올해는 꼭 풍년을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에서 저 멀리 지평선까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들판이 보였다. 당시 금선이의 아버지는 생산대 대장이였다. 금선이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오가는 말을 들었는데 올봄에 생산대에서 마을 웃쪽 황무지를 논으로 개간하기로 결정지었다며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을 잡아 사원들을 동원하여 불을 피워 풀을 태울 계획이라고 했다.

그 때는 봄철이여서 생산대 사원들은 거름내기에 분망했다.

금선이의 말대로 풀을 태우려 한다면 우리가 그 일을 하면 어떨가고 생각했다. 그날은 또 바람도 없고 어른들의 일손도 돕고 칭찬도 받고…우리 다섯은 그렇게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황무지 옆은 넓은 신작로가 있어서 불길이 넘어갈 념려가 없고 높은 산과 잇닿아 있는 곳만 불길이 넘어가지 않게 하면 될 것 같았다. 이렇게 하려면 방어선을 쳐야 하기에 우리는 부랴부랴 집에 가서 낫을 가지고 와서는 풀을 베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일손을 놀리다니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방어선을 다 쳐놓고 불을 달 준비를 했다.

이제 깜쪽 같이 좋은 일을 하여 어른들의 칭찬을 받을 생각을 하니 우리는 저도 몰래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사기가 올랐다. 우리는 성냥가치에 불을 달고는 풀밭에 던졌다. 바싹 마른 풀이 타기 시작하면서 삽시에 불길이 뿌연 연기를 뿜으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난데 없는 바람이 불어오더니 불길은 사나운 불룡마냥 우리가 쳐놓은 방어선을 넘어 산으로 올라 붙었다. 불길이 계속 높은 산쪽으로 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화재가 일어날 것 같았다. 우리는 너무도 놀라서 나무가지를 꺾어 산에 올라가 불을 끄려고 허둥댔다. 하지만 불길은 사그라지기는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며 타버렸는데 우리 힘으로는 전혀 해낼 수가 없었다. 급해난 우리는 발만 동동 구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때 마을 쪽에서 호각소리가 들려오고 민병 련장, 금선이 아버지, 그리고 사원들이 불이 난 곳으로 줄달음쳐 왔다. 50여명 청장년들이 달려와 불을 껐는데 그렇게 사납게 기승을 부리던 불길이 차츰 잦아들었다. 큰 화재를 모면하게 되였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불을 끄는 사원들을 지켜보던 우리는 불이 다 꺼지자 한시름은 놓았지만 이제 꾸지람을 받을 생각을 하니 겁도 나고 창피하기도 했다.

우리는 죄수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금선이 아버지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매섭게 따졌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눈물만 뚝뚝 떨구었다. 그래도 금선이가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아버지께서 이 곳을 논으로 만든다는 말씀을 듣고…”하며 말끝을 흐리자 빙 둘러섰던 어른들은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뜨는 것이 였다. 욕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집에 가서 부모들에게서 혼뜨검 받을 생각을 하니 겁이 더럭 났다. 우리는 제각기 아버지들의 손에 코 꿰맨 송아지처럼 끌려갔다. “큰일 저질렀으니 영락없이 엄마에게서 호된 매를 맞겠구나”고 생각하니 속이 후둘후둘 떨렸다.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집안에 들어서면서 성난 엄마가 비자루를 쥐는지를 아버지 등뒤에 숨어 훔쳐봤다. 그런데 생각밖으로 엄마는 세수대야에 물을 떠놓고 세수부터 하라면서 “오늘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 일은 50여년이 지난 오늘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된다. 그해 생산대에서는 정말 황무지를 논으로 개간하고 새 품종을 심었다.

단풍잎이 곱게 물든 어느 일요일, 우리는 우리가 불을 놓았던 곳으로 갔다. 누렇게 익은 벼이삭들이 미풍에 이리 저리 흔들렸다. “와~정말 풍년이네!”우리는 고함을 지르며 정말 진달래 꽃술이 12개 이상이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우리는 명년 진달래 꽃이 필 때면 또 꽃술을 세여보기로 약속했다.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8) ▩서현(연길)   살면서 처음으로 거한 밥상을 받았던 기억은 중학교 시절, 시내에서 좀 떨어진 어느 시골에 살고 있는 한반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갔던 날이다.   겨울방학이라 두눈이 멀뚱멀뚱해서 거의 집에만 박혀 쏠락거리다가 점점 식상한 나머지 새로...
  • 2018-09-06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7) ▩김숙자(길림) “그 때 한숙사에서 뒹굴던 채화, 정복, 미화, 춘희, 보옥… 항상 보고 싶다.”는 필자 김숙자(앞줄 왼쪽 두번째). 중년의 문턱을 넘어서 그런지 느닷없이 지나간 옛일들이 나를 찾아오군 한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옛 추억의 물길은...
  • 2018-09-06
  •     빈곤 장애인 대학입학생에 온정의 손길 이어져     9월 1일, 두 손에 보행보조기를 짚고 하해대학 2018년급 신입생 등록처에 나타난 돈화시 빈곤가정 대학입학생 왕붕박(19살, 2급 지체장애인)의 얼굴에는 행복의 미소가 떠날줄 모른다. “학교에서 저에게 2000원의 조학금과 가치가 300원에...
  • 2018-09-06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6) ▩김명희(왕청) 알뜰살뜰 살림군 김명희 필자 해마다 거리에 우후죽순처럼 일어서는 새 아빠트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힘들게 살아왔던 지나간 세월이 영화필림처럼 떠오르며 코마루가 찡해난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1995년 겨울, 친척 친우들의 축복 속에서 간단...
  • 2018-08-27
  • 21일, 심양시조선족제1중학교에서 주최하고 정사교육그룹(精思教育集团)에서 후원한 ‘계향장학금’ 설립식 및 제1회 장학금시상식이 심양시조선족제1중학교에서 진행되였다. 행사에는 백성남 심양시조선족제1중학교 교장을 비롯한 학교 지도부 성원들과 윤용철 정사교육그룹 회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 그리고 ...
  • 2018-08-23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5) ▩최영숙(연길) 필자 최영숙, 어린 시절 동생들과 함께(뒤). 1966년 6월 중순의 어느 일요일이였다. 휴식날이지만 나는 토끼 당번이였기에 아침에 흰 대복(그 당시 나에게는 제일 좋은 옷)으로 갈아입지 않고 전날 입고 자던 웃옷 그대로, 전날 오후 들에 나가 캐놓...
  • 2018-08-20
  • 일본인 아키코씨의 연변추억5 자전거부대를 바라보고있는 아키코씨(왼쪽) 오오무라 아키코녀사의 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오늘도 령하 24도이다. 아침 9시, 사흘만에 서시장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긴 털실목도리를 얼굴로부터 목에 두른채 큰길에 나서니 벌써 자전거로 출근하는 남녀들이 줄을 짓고 있었다. &lsq...
  • 2018-08-13
  • 나는 1960년에 연변대학 수학계를 졸업하고 연길시 3중에서 33년을 교원으로 있었다. 딸 둘과 아들 하나를 키우면서 보람찬 교원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로후의 인생에 대해서 고민해본적이 없었다. 제각기 잘 자라 준 자식들은 각기 자기들의 능력대로 일본과 상해에서 분투하며 살기 시작하였고 정년퇴직을 한 남편과 나는...
  • 2018-08-13
  • 제34번째 로인절을 맞으며 10일, 주로령사업발전기금회와 연변애심어머니협회는 10명 빈곤녀성에게 인당 2000원씩 지급해 사회의 온정을 전했다.   구제금 지급식에서 주로령사업발전기금회 회장이며 주인대 상무위원회 전 부주임인 민광도는 “이번 활동의 주요 구제대상은 중병을 앓거나 장애로 불편을 겪는 년...
  • 2018-08-12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4) ▩강성범(룡정)   필자 강성범   우리의 생활에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의 한페지를 남긴 2017년 10월 16일, 그 날은 연길현2중(지금의 룡정고중) 1967년급 초중 3학년 3반 졸업 50주년 동창모임이 있던 날이다. 그 날의 눈물겹던 아름다운 기...
  • 2018-08-11
  • ‘나는 된다’는 오기로 살아온 지체장애자 김란화의 헌신이야기 올 음력설을 맞이해 김란화의 가정을 위문한 파음조로 서기 일여덟살 철이 들기 시작해서부터 란화는 집 근처에 있던 공공변소를 하루도 빠짐없이 청소했다. 지체장애자라 다른 애들보다 두살 늦게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그는 소학교, 초중, 고중...
  • 2018-08-10
  • (흑룡강신문=하얼빈) 지난 8월4일 화룡고급중학교일본학우회 설립대회가 동경에서 열렸다.   저녁 6시, 일본 동경의 한여름 무더위가 울고 갈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 속에, 동경 닛뽀리 랑그웃도 호텔에서 화룡고급중학교일본학우회 설립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현재 일본각지에서 뿌리박고 삶의 터전...
  • 2018-08-07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3) ▩리동주(연길) 퇴직 후 함께 등산하면서 즐기는 세 친구(오른쪽이 필자 리동주, 중간사람이 명준친구, 왼쪽이 종식친구.) 지금은 있을 수도 또 있어서는 절대 안될 일이지만 달리는 화물렬차를 단지 친구라는 의리 하나 때문에 무작정 멈춰세운 ‘도깨비&rsqu...
  • 2018-08-06
  • 8월 3일, “덕이 있는 사람들이 꿈꾸는 숲” 덕림장학문화재단 (준) 제2기 리사회는 중국조선족생태문화원 룡가미원에서 덕림장학문화재단 (준) 을 가지고 나눔으로 행복한 장학문화인들의 여름잔치를 치렀다. 덕림장학문화재단(준) 제2기 리사회와 연변가정연구소에서 주최한 이번 에서는 동북3성 11개 조선족고...
  • 2018-08-05
  •     (흑룡강신문=하얼빈)길림성 왕청진 쟈피구촌에 살고있는 리희태의 안해 유형숙은 꽃보다 아름다운 나이에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서 즐기는 신혼생활은 깨알이 쏟아지고 행복이 넘쳤을 것이다.   두 분도 역시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만 같았다고 한다. 세상의 풍운조화는 예측하기 어렵...
  • 2018-08-01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2) ▩김진석(연길) 필자 김진석 나는 한생을 라지오TV방송 기자 사업으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수와 같이 흘러간 세월을 돌이켜보니 가슴은 세차게 방망이질하면서 기자생활에서 있었던 가지가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 하나하나가 마치...
  • 2018-07-30
  • 일본인 아키코씨의 연변추억4 “연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무엇이죠?” “랭면, 랭면이 제일 그리운 연변음식이예요. 그리고 조선명태가 너무 맛있었어요” 아키코씨와의 이번 이야기는 이렇게 먹는 음식으로부터 시작되였다. 갓 연변에 갔을때 어느 개인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는데 차려...
  • 2018-07-30
  • 일본인 아키코씨의 연변추억3 일본에서는 일부러 목장으로 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소나 말. 처음에 연길에 가서 제일 놀라웠던 일이 거리에 마차와 소수레가 자동차들 속에 끼여 있는 것을 보았을 때였다고 아키코씨는 말한다. 현대건물이 들어서있는 거리 풍경과 양복차림의 신사들 모습을 배경으로 한 소와 말, 당나귀...
  • 2018-07-24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0) ▩렴순옥(연길) 필자 렴순옥의 외할머니 고하순 그리고 어머니 리정숙과 아버지 렴응철 1 고향이 조선 함경남도 단천군 백자동인 나의 아버지 렴응철은 4촌형 렴흥철을 따라 룡정에 와서 대성중학교를 다녔다. 이들 4촌형제는 지하당원인 나의 작은외할아...
  • 2018-07-16
  • 미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춘희사장 지난해 10월 24일 밤  11시 30분경, 재미 조선족교포 김춘희씨가 운영하는 조지아주 도라빌에 있는 식당에 3인조 흑인 무장강도가 침입하였다. 퇴근하면서 에 들린 7명의 맛사지 녀성들의 돈을 노리고 추적해 온 무장강도들이 란발한 총에 김춘희사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
  • 2018-07-11
‹처음  이전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