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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성촬영가 김향자 “조상 같은 소의 이야기” 다큐시리즈로 담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4월22일 13시07분    조회: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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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자 촬영작품 《고향•넋》 전시 포스터

4월 16일, 연변녀성촬영가 10인 초청작품전의 첫 행사로 김향자(61세)의 《고향•넋》작품전시가 연길백화청사(8층) 하건나(哈根娜)커피청에서 정식 개막되였다. 녀성의 달 3월을 겨냥하여 준비한 작품전이건만 코로나사태로 미뤄진 행사라 모처럼 이루어진 모임에서 주인공이 들려주는 “조상 같은 소의 이야기”를 다큐시리즈로 펴낸 에피소드는 퍽 귀맛 당겼다.

 
촬영작품 전시 개막테프를 끊는 현장(박군걸 찍음).

문학도의 또다른 추구 촬영의 경지를 찾아서

그녀는 워낙 독서를 즐기고 문학작품 쓰기를 즐기던 문학도였다. 2002년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50돐 맞이 연변텔레비죤방송국 수기응모에서 아버지의 사적을 쓴 《연변은 후회 없는 선택이였다》는 수기가 대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 김득기는 혁명전쟁년대 비발치는 탄우속을 맞받아 싸우던 용사로서 온몸에 상처자국이 훈장처럼 붙어있고 머리엔 총알이 박힌 채 살아오면서 건국초기 연변방송국건설사업에서도 일체를 다 바쳐 황소처럼 일해 온 분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늘 건설현장에 다녀왔던 기억으로 아버지세대 건설자들의 위훈을 기린 글이 사회적공명을 자아냈고 그녀는 문학적인 자신감을 갖게 된다.

 
작품전 관람자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촬영작가 김향자(가운데)/ 박군걸 찍음

또 그맘 때 우연히 접한 사진촬영에서 그녀는 문학적인 안목을 넓히게 된다. 아침 해돋이를 촬영하기 위해 이른 새벽 20키로그람도 넘는 촬영장비를 메고 가파른 산봉을 톺아오르고 나면 나젊은 청장년대오 속에 그녀는 늘 유일한 일점홍이였다. 그렇게 스무해를 넘어서며 사진촬영에 빠지다 보니 장비마련에만도 집 한채를 밀어넣었다. 촬영리론학습에도 첫기로 등록하면서 배움에 정진해 온 그녀는 일단 촬영기만 들면 총을 잡은 전사마냥 용감했다. 그녀가 추구하는 촬영의 가치 그 끝은 어딘지 전국 각지를 돌고 돌며 아름답고 의미있는 장면들을 찍고 또 찍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 것들은 아쉬움만 남는 미완성 그 자체였다. 그 것 역시 촬영문학의 하나의 매력이였는지도 모른다.

페허나 다름 없는 마을에서 만난 할아버지와 소들

그러던 2년전 화룡시 서성진에서 한 문학인의 소개로 페허나 다름 없는 마을에 할아버지 한분이 남아 소를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호기심을 앞세우고 알 수 없는 리유를 찾아서 허름한 울바자를 두른 우사간집 문고리를 잡았다.

 
작품 1

김기준이라는 70여세의 할아버지께서 홀로 스무마리도 넘는 소를 키우고 있었다. 다른 집들은 새마을 진달래촌으로 이사를 가고 없단다. “새마을로 옮기면 얘들은 데리고 갈 수 없으니 어떻게 하겠소.” 할아버지의 유순한 눈빛이 퍽 안스러웠다.

할아버지가 마음을 열기까지 많은 시일이 흐른 뒤였다. “내가 이제 살면 얼마를 더 살겠소? 얘들과 갈라질 것을 생각하면…” 할아버지는 뒤말을 잇지 못했고 두눈에는 물기가 어렸다. 여태까지 이 소들을 키워 팔아 자식들 출세를 시켰다고 했다. 지금쯤은 자식들 걱정 할 것도 없지만 할아버지는 소들과의 정때문에 이렇게 살고 계셨다. 소들마다 이름이 따로 있었다. 소들과 대화를 하고 소들과 혼을 주고 받으며 서로 의지하고 있었다. 하루는 길잡이 얼룩소가 할아버지 옆에 붙어서며 “음메-음메”를 연발했다. “얘는 오늘 따라 왜 이러지?” 얼룩소는 문밖에 눈길을 주며 “음메-”를 그치지 않았다. “응 애들이 채 오지 않았니? ” 할아버지는 우리에 든 소들을 세여 보더니 과연 몇 마리가 모자란다고 했다. 다른 소들은 다 풀어 두는데 길잡이 얼룩소만은 말뚝에 묶어 놓는지라 할아버지는 얼른 얼룩소를 풀어주었다. 바줄을 풀기 바쁘게 얼룩소는 어느새 우리밖으로 뛰쳐나갔다.

한참을 지났는데 할아버지는 “애들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다른 사람은 아무리 귀를 강구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과연 또 한참을 지나니 문밖에서 기척소리가 났다. 얼룩소가 어느 새 소 세마리를 거느리고 우사간문가에 다가서 있었다. “소처럼 우둔하다는 말도 있다만 소 같은 령물이 따로 없습네.” 할아버지는 얼른 문밖으로 나가 소들을 우리에 들였다.

 
작품 2.

이제 이른 아침 소들을 풀어놓는 장면만 찍으면 2년간 이어 온 시리즈촬영을 마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를 키우면서 소고기를 잡숫지 못한다는 할아버지를 위해 그녀는 돼지고기를 근드리로 사놓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떠나려고 준비를 해놓았다. 그리고는 피곤기가 몰려드는 바람에 쪽잠에 들어버렸다.

무의식간 소스라쳐 놀라 깨여보니 날은 어둑어둑한데 시간은 7시였다. 다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할아버지, 지금 차를 몰고 가느라면 몇십분은 잘 걸리니 제가 도착할 때까지 소들을 풀어놓지 말아주십시오. ”

“무슨 소리를 하오? 소들을 우리에 가둔지 얼마 되지 않소. 저녁에는 소들을 풀어 놓지 않는데…”

“녜?! 지금 저녁이라구요? 전 아침인 줄로 알고…”

“이 각시 꿈을 꿨구만.”

그녀는 그만 허구프게 웃고 말았다. 시리즈 작품에 아주 미쳐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촬영작품으로 소의 정체를 찾아 보다

“지금 세대들은 소라 하면 우유나 고기를 떠올릴 것입니다. 저는 소에 대한 자별한 애정을 품은 김기준할아버지와 조상같은 우리 소들을 바라보면서 느낀 저의 감수를 후대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다큐시리즈촬영작품을 만든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작품 3 (룡정 정화랑 소장품)

원 연변조선족자치주문화국 국장 김희관선생은 김향자촬영작품전시에 부치는 서언 〈황소찬가〉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황소야/ 너는 할아버지와 같은 조상이야/ 너의 집이 바로 우리 초가집이였어/ 황소야 / 너는 썰매를 끌며 한집안 식구로 두만강을 건넜고 / 너는 쟁기를 끌며 비옥한 연변대지를 개간하였지…”

연변대학 김호웅교수는 또 《소의 덕성과 향기》라는 글을 김향자촬영작품집 《고향•넋》에 서언으로 써 주셨다. “김향자의 사진작품들의 주제는 인간과 어울려 온 소의 력사적 흔적과 시대 흐름 속에서 변화되는 소의 의미다…일제의 침탈을 이기지 못해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와 이 거친 만주벌판에서 오돌도돌 떨면서 땅을 일구어 벼농사를 지었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저 장백밀림에서 총칼을 잡고 풍찬로숙하면서 일제와 끝까지 싸웠던 유격대원들의 모습을 우리는 본다. 더우기 이 리산의 시대에 동서남북으로 흩어진 우리 부모자식과 형제자매들을 그리는 고향사람들의 그 슬픈 눈빛을 또한 떠올린다…”

작품전 기획자 김광영선생은 “김향자의 다큐시리즈촬영작품은 연변향촌의 획기적인 시대 변혁과 발전과정의 이야기를 렌즈에 담고 있다. 촬영사는 이미지로 다큐촬영의 시대감과 시공감의 중요성을 알려 주었으며 귀중한  ‘첫 기록자'이라는 방식과 시대특유의 시각부호로 력사적순간을 장착시키고 력사적단계를 서술하였으며 촬영인의 고향에 대한 사랑과 농민에 대한 애정을 함께 응결시켰다. 이는 신앙이 있고 정감이 있고 책임감이 있는 촬영예술애호가만이 창작해 낼 수 있는 훌륭한 촬영예술작품인 것이다.”라고 높이 긍정하였다.

본 작품전에는 60여폭의 작품이 전시되였고  4월 28일까지 전시를 지속한다.

길림신문/ 김청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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