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인연을 맺은 네 아이 엄마
최미화
'녀자'와 '곰', 두 단어는 원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듯한데 네 아이를 둔 가냘픈 엄마가 육중한 곰 45마리를 거느린다고 하면 더욱더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그저 나온 말이 아니였음을 실감하게 하는 이야기를 전하고저 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곰엄마'라고 불리는 한 녀성에게 기 막힌 사연이 있다고 들은 나는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 회장단을 따라 길림송원목축업유한회사 탐방길에 올랐다. 룡정시 교외에 자리 잡은 이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환경고 어울리지 않게 왜소한 몸매에 이쁘장하게 생긴 최경희 사장이 환한 웃음을 머금고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사락사락 나무잎이 흔들리는 소리에도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심장이 당금 튀여나올 것 같은 어둑시그레한 곰사양장, 건강한 청장년들도 무서워 주춤할만한 이곳에서 연약한 녀성이 25년간 곰사양이라는 특수업종에 종사하면서 회사를 운영해왔다는 게 눈으로 보고도 잘 믿기지 않았다.
최경희 사장은 25년전 결혼초기 남편과 함께 곰한마리를 사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45마리를 사양하는 규모를 갖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지난 세월을 돌이키며 험난하고 다사다난했던 곰과의 인연을, 오래동안 꽁꽁 마음구속에 숨기고 살았던 가슴 아픈 사연을 우리들에게 털어놓았다.
25년간 부부가 청춘을 깡그리 바쳐 곰 사양을 했더니 회사는 바람 대로 승승장구로 발전하여 꽤 짭짤한 수입을 창출하였다. 금슬 좋은 최경희 사장네 부부는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4남매를 바라보며서 행복에 젖어 살았다.
하지만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세상은 그들에게 행운과 행복만을 주지 않았다. 하늘같은 남편이 뇨독증 진단을 받고 9년 동안 복막투석, 혈액투석을 하면서 그녀의 보살핌을 받아야 했다. 시름시름 앓는 남편을 보살피랴, 네명의 자녀를 돌보랴, 곰들을 챙기랴, 그녀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이였다.
몇년전부터 웅담분 판매가 위기를 맞아 수입이 거의 없었음에도 그녀는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켜가면서 모든 난제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나가려고 더욱 악착같이 살아왔다.
남편이 병환에 있어도 마음 한구석은 든든했는데 작년에 하늘나라로 가면서 그녀의 생활에는 먹장구름이 끼게 되였다. 빚 50만원 그리고 가정과 회사의 모든 중임이 갸냘픈 그녀의 어깨를 산처럼 내리눌러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빚군들이 시도때도 없이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한때는 전화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떨렸다고 한다.
최경희 사장은 당시 자신의 삶은 두려움과 절망뿐이였다고 한다. 간혹 너무 힘들고 지치면 세상 모든 게 다 귀찮아 곰이 맞는 주사약을 자기 몸에 놓고 조용히 눈을 감을가고 생각을 했다가도 이대로 약하게 물앉을 수 없다고 마음을 추스르며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그녀는 이미 아빠가 없는 불쌍한 네 아이들한테 엄마마저 잃는 고통을 안겨줄 수가 없어 나쁜 생각을 하다가도 다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네 자식에 대한 모성애가 아니였더라면 그 험난했던 나날들을 어떻게 지탱해왔을가 싶다면서 아이들이야말로 자기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고백했다.
녀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고 최경희 사장은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피눈물 흘렸던 회사에서 다시 오또기처럼 우뚝 일어섰다.
'정싱 차리자! 분발하자! 삶마저 포기하려던 내가 무엇인들 무서우랴! 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저 세상 남편한테 미안하고 자식들한테 죄를 짓는 짓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그녀는 회사의 밝은 미래와 가정의 행복한 앞날을 기대하면서 자신에게 다시금 신심과 용기라는 주문을 걸었다.
최경희 사장은 과학적으로 곰을 사양하는 데 모를 박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면서 우량 웅담분을 채취하고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모든 정력을 몰부었다.
그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질 좋은 웅담분에 착한 가격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면역력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들이 차츰 늘어 회사가 다시 생기를 찾고 있다.
최경희 사장은 협회 전체 회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큰 힘을 얻는다면서 더욱 분발하여 애들도 잘 키우고 회사도 잘 운영해 이전과 같은 전성기를 다시 되찾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최경희 사장이 가정과 회사라는 두마리 토끼를 량손에 꼭 잡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연변녀성> 2022년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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