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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한국시간)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포즈 도 이구아수 플라멩고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포즈 도 이구아수=이데일리 이석무 기자]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치른 두 차례 평가전은 결과와 내용 모두 실망스러웠다. 당초 목표인 사상 첫 원정 8강은 커녕 승점 1점 조차 따내지 못하고 3연패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냉정하게 본다면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까지는 쿠이아바로의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하면 훈련 시간이 겨우 닷새에 불과하다. 닷새는 지금까지 드러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홍명보호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어차피 한국 축구는 매 월드컵 때마다 이변을 노리는 언더독이었다. 약체가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앞서 출전한 7번의 월드컵에서 한국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안방에서 열린 2002년 한·일월드컵의 4강 신화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 축구는 월드컵 무대에서 깜짝 놀랄 결과를 만들어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과 1994년 미국월드컵이 좋은 예다. 3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복귀한 멕시코 대회. 하지만 한국 축구는 그때만 해도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아시아 축구의 정상이라는 자존심은 세계의 높은 벽 앞에서 너무나 초라했다.
그렇지만 우리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던 아르헨티나의 축구천재 디에고 마라도나를 막기 위해 선수들은 온몸을 던졌다. ‘한국은 축구가 아닌 태권도를 한다’는 비아냥을 들었을 정도였다.
한국은 비록 먼저 3골을 내주고 패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1골이라도 넣기 위해 투지를 불살랐고 결국 당대 최고의 팀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박창선이 한국 축구 사상 월드컵 첫 골을 얻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리고 이어진 불가리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선 한국 축구 첫 월드컵 승점을 따냈고 조별리그 3차전에선 2골을 빼앗는 기염을 토하며 전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한낮의 뙤약별’으로 기억되는 1994년 미국월드컵 역시 한국 축구로선 잊을 수 없는 경기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강호 스페인에게 먼저 2골을 내주고도 물러서지 않고 총공세를 펼쳐 끝내 2-2 무승부를 만들었던 장면은 여전히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영원한 우승후보’ 독일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역시 전반에만 3골을 빼앗겼다. 하지만 후반전에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가 살아나면서 2골을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시간이 10분만 더 있었다면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역전까지 이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멕시코월드컵에서도, 미국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축구 변방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진 정신력과 투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가나전에서 패한 뒤 “정신력으로 경기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원하지 않는다”며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의 말은 정신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단순히 먼저 실점한 뒤 뒤늦게 따라가는 정신력이 아니라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처음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형태의 정신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선 튀니지전과 가나전 패배는 그것은 모의고사일 뿐이다. 진짜 무대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극적인 반전을 일으킬 기회가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미리 눈물을 흘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지난 평가전의 참패가 잠들어있던 한국 축구의 투지를 다시 깨우는 보약이 된다면 그것만큼 반가운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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