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기대가 단 두 경기 만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한 경기일지도 모른다. 세 번의 기회는 없었다. 홍명보호의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29·아스날)이 최악의 월드컵을 보냈다.
홍명보호 출범부터 박주영은 '뜨거운 감자'였다.
박주영이 홍명보호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다.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활약과 충분한 출전시간'이라는 자신이 세운 원칙까지 철회하면서 2012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합작한 박주영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다행히 박주영은 그리스전에서 곧바로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진가를 입증했고 홍 감독의 선택도 힘을 얻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오히려 그 이후가 문제였다.
박주영은 평가전을 마치고 돌아간 뒤에도 기대와는 달리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왓포드에서조차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상위 클럽인 아스날에서 벤치를 지키자 이적을 선택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발가락 부상까지 찾아왔다. 결국 박주영은 시즌 중이던 지난 4월 중순 극비 귀국해 염증 치료를 받았다. 이후에는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남아 홀로 개인 훈련을 실시했다.
전례없는 배려에 사실상 엔트리 한 자리를 보장받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황제 훈련'과 '의리 엔트리' 논란이 불붙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홍 감독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기회가 날 때마다 박주영을 옹호했다. 지난 달 8일 발표된 23명의 최종 엔트리에는 예상대로 박주영의 이름이 포함됐다. 1년 간 5경기도 소화하지 못했지만 홍 감독은 박주영 카드를 밀어붙였다.
튀니지-가나와의 두 차례 평가전은 경기력 논란을 잠재울 좋은 무대였다. 비난 여론 잠재우기를 떠나 월드컵을 2주 가량 앞둔 만큼 정상 컨디션을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박주영은 선발로 나선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침묵했다. 이와 맞물려 한국은 한 수 아래인 튀니지와의 안방 출정식에서도 고배를 마셨고 가나전에서는 4골차 대패로 망신을 당했다.
본선에서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러시아와의 1차전을 통해 산산조각났다.
선발 공격수로 나선 박주영은 56분 간 단 한 번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전반 초반에는 이청용(26·볼턴)의 완벽한 침투 패스를 빠뜨리는 등 몸놀림은 여전히 전성기 때와는 거리가 멀었다.
홍 감독은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했던 알제리전에서도 박주영을 믿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김신욱(26·울산)이 교체 투입된 뒤 경기가 활기를 띄면서 그의 선발 출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알제리전은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27일(한국시간) 벨기에전 선발 명단에서 박주영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11-10의 수적 우위를 점한데다 반드시 골이 필요했던 후반전에도 박주영은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를 지켰다. 그리스전 득점이 그가 홍명보호에서 뽑아낸 유일한 골이 됐다.
사실상 무적 신분으로 월드컵을 누빈 박주영은 전 세계 스카우트가 주목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꾀하려고 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실망스러운 플레이로 이적시장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박주영에게 2014년 여름은 잔인한 계절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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