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22·한국체대)이 ‘복병’ 테니스 샌드그런(미국·세계 97위)을 꺾고 호주오픈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틀 전 전 세계 챔피언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잡은 데 이어 정현은 이날 또 한 번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다시 갈아 치웠다.
세계 랭킹 58위 정현은 24일 오전 11시 호주 맬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샌드그런을 3-0(6-4, 7-6, 6-3)으로 꺾었다. 이미 이덕희(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형택(2000년, 2007년 이상 US오픈 남자 단식)의 메이저 대회 16강 진출 기록을 깼던 정현이다. 이제 정현은 한국 테니스를 뛰어넘어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가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대회(US오픈) 준우승이란 아시아 최고 기록에 도전한다.
시종일관 정현이 압도한 경기였다. 정현은 코트의 좌우로 공을 순차적으로 뿌리며 샌드그런을 크게 흔들었다. 쉴 새 없이 볼을 따라가게 만들어 샌드그런이 자신의 강점인 포핸드 공격을 살리기 어렵게 했다. 반면 정현은 백핸드의 강점과 끈질긴 수비를 앞세워 경기를 주도했다.
승부처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간 2세트였다. 1세트에서 무기력했던 샌드그런은 점차 포핸드의 위력이 살아났고, 한 때 5-3으로 정현을 앞세기도 했다. 하지만 고비의 순간에 정현은 착실히 자신의 서브 게임을 챙겼고,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세트를 가져갔다. 직전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세계 5위)과 4시간에 가까운 혈투를 펼쳤던 샌드그런은 3세트 들어와서는 체력에 한계를 보이며 급격히 무너졌다.
이날 승리로 정현은 확실하게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전까진 두 선수 모두 세계 ‘톱 10’ 안에 드는 최정상급 선수들을 연파했다. 오히려 톱 랭커 사냥꾼으로서의 면모는 샌드그런이 더 강했다. 정현이 그런 샌드그런까지 누르면서 이 대회 ‘언더도그의 반란’ 선봉장으로 우뚝선 것이다.
정현은 같은 날 오후 5시 반부터 펼쳐지는 로저 페더러(스위스·세계 2위)와 토마시 베르디흐(체코·세계 20위)의 맞대결 승자와 26일 오후 준결승을 치른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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