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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자신이 수집한 북한 선전 포스터 전시를 열고 있는 에릭 웡(오른쪽)씨가 전시장을 찾은 관객에게 포스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홍콩=연합뉴스) 황희경 특파원 = 홍콩에서 북한의 선전 포스터를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일부터 홍콩 타이쿠 플레이스에서 시작된 '비밀 장막 뒤의 예술-북한포스터전'은 북한 미술품 수집가인 홍콩인 에릭 웡(40)씨가 자신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전시에는 북한 작가들이 직접 그린 포스터 원본 36점이 출품됐다. 선군 정치 찬양과 미국 비난 등 선동적인 내용부터 전통 인사 예법과 민속놀이를 장려하는 계몽적인 내용까지 다양한 선전 문구를 담고 있다.
출품작들은 CF 감독인 웡 씨가 지난 수년간 직접 북한을 방문해 만수대창작사 등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웡 씨는 수년 전 미국 뉴욕의 지인 집에서 북한 미술품을 처음 본 뒤 매력을 느껴 북한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해 지금은 포스터 200여점을 비롯한 다양한 북한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글을 모르는 그는 선전 문구가 아닌 포스터가 주는 미적 느낌만으로 수집품을 선택한다면서 북한의 선전 포스터가 중국 문화혁명 당시 포스터가 주는 느낌과 매우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가 성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을 거쳐야 했다.
포스터에 적힌 한글 선전 문구를 번역하려 했지만 홍콩에 있는 한국인들은 '북한을 홍보하는 일 아니냐'며 도움을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웡 씨가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초벌 번역을 한 뒤 외국에 있는 한국계 중국인에게 보내 수정을 요청했고 다시 북한의 여행 안내원에게 최종 확인을 요청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전시 공간을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홍콩 내 갤러리들은 북한미술품 관련 전시라는 말에 '정치적이라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대부분 전시를 꺼려 어렵게 현재의 전시 공간을 구했다고 웡 씨는 전했다.
웡 씨는 전시 의도에 대해 "소장품들이 내 서랍에만 있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단지 여러 사람에게 북한 미술품을 소개하고 함께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전시에 대해 홍콩 내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이어지고 있으며 홍콩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도 소개됐다.
웡 씨는 앞으로 대만과 일본에서도 북한 포스터 전시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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