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물리학상 피터 힉스, 프랑수아 앙글레르
우주탄생의 열쇠인 "힉스립자"의 존재를 49년전 예견한 팔순의 물리학자 2명이 극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힉스립자의 존재를 1964년 각각 예견한 공로를 인정, 벨기에의 프랑수아 앙글레르(80살) 브뤼셀 자유대 명예교수와 영국의 피터 힉스(84살) 에든버러대 명예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신의 립자"로 잘 알려진 힉스립자는 수십년 동안 가설로 취급되다가 올해초에야 공식적으로 존재가 확인돼 두 사람은 즉각 과학계의 스타로 부상했다. 공식 발표전까지 1순위로 꼽힐 정도로 그들의 수상은 이미 예견됐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경우 수상자 발표 하루전인 7일 기사에서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미치지 않는 이상 최근 10년을 대표할 이 "락스타적쾌거"를 인정할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고 예상했다. 힉스립자는 137억년전 우주가 태여난 순간인 "빅뱅(대폭발)" 때 모든 립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 존재로 "삼라만상의 근원"으로 흔히 불린다. 이 립자의 존재는 우주탄생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가설인 표준모형(Standard Model)에서 출발한다. 이 표준모형에 따르면 우주만물은 12개의 소립자(6개씩의 쿼크·렙톤으로 구분)와 4개의 매개립자(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만유인력)로 구성된다. 이런 소립자와 힘의 결합이 세상의 모든 물질을 구성한다는것이다. 가령 원자핵이나 원자핵속의 양성자 등도 이런 기본 립자가 만들었다는 뜻이다. 힉스립자는 자연현상에서 관찰할 수 없고 실험으로도 측정이 극도로 어려운것이 특징이다. 이때문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언 레더먼은 저서에서 힉스립자를 "빌어먹을 립자"로 불렀다가 출판사의 권유로 "신의 립자"로 정정했다. 국제연구진은 100억딸라를 들여 스위스, 프랑스 국경지대에 길이 27킬로메터의 거대 강립자가속기(LHC)를 구축하고 립자를 인공적으로 충돌시키는 "초미니 빅뱅" 실험을 거듭해 올해 3월 힉스립자의 존재를 립증했다. 힉스립자의 존재를 확인했다는것은 질량이 있는 모든 립자의 생성원리를 규명했다는 의미로, 더 나아가 우주탄생의 원리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인 표준모형의 완성을 뜻한다. 1869년 멘델레예프가 원소의 주기률표를 완성했듯이 힉스립자로 물리학의 표준모형이 완성된것이다. 학계는 힉스립자의 립증이 과거 전자와 원자핵의 발견에 필적하는 성과라며 자연현상에 대한 인류의 리해를 한단계 더 끌어올릴것으로 기대하고있다. 힉스교수는 수상자로 확정된 뒤 "이번에 기초과학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인 연구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올라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힉스립자 연구는 표준모델의 토대를 제공했으나 동시에 학문적가치에 대한 론난도 많다. 힉스립자가 성립시킨 표준모델이 최근 연구에서 일부 반론이 제기되는 등 엄밀성이 부족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기때문이다. 노벨위원회도 "힉스립자의 발견이 훌륭한 성과이기는 하지만 표준모델이 우주비밀에 관한 퍼즐을 푸는 마지막 조각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런 론난을 의식한듯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예정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기고 나서야 수상자를 발표, "막바지 격론이 있었던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위원회는 발표 지연에 대해 구체적인 리유를 밝히지 않았다.
■ 노벨화학상 카플러스, 레비트, 워셜
올해 노벨화학상의 영예는 "다중척도 모델링"으로 복잡한 화학반응 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으로 분석하는 연구법을 개발한 미국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노벨화학상은 마틴 카플러스(83살) 하버드대 교수와 마이클 레비트(66살) 스탠퍼드대 교수, 아리 워셜(73살)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 등 3명이 공동수상한다고 발표했다. 왕립과학원은 "이전까지 화학자들은 플라스틱 공과 막대를 가지고 화학분자 모델을 분석했으나 1970년대에 이들이 개발한 컴퓨터 모델 덕에 현재는 컴퓨터로 화학작용을 예측하고 리해하게 됐다"며 이런 공로를 인정해 이들 3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화학자들은 분자단위로 빛에 가까운 속도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단계별로 세밀하게 분석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카플러스와 레비트, 워셜은 이런 복잡한 화학반응 과정과 분자조합을 계산, 예측하고자 컴퓨터를 기반으로 다층적 분석모델을 고안했다. 실제 실험 이전 단계에서 화학반응을 리론적으로 예측할수 있도록 한 연구방법이다. 이전에도 컴퓨터를 리용한 화학분석 모델은 존재했지만 거시세계를 다루는 고전물리와 미시세계를 다루는 량자물리가운데 하나의 접근법을 선택적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고전물리를 기반으로 한 분석은 계산이 비교적 단순하고 큰 분자에도 적용 가능하지만 반응진행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데에는 사용하기 어려웠고 량자물리 모델은 고전물리의 약점을 보완한 대신 엄청난 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때문에 작은 크기의 분자 분석에만 겨우 적용할수 있다. 카플러스와 레비트, 워셜이 개발한 연구법은 이런 고전물리와 량자물리의 분석법을 한데 아우르는 범용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화학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론화학의 대가로 분자와 원자 구조에 대한 "카플러스 함수"를 개발한 카플러스는 1970년대 하버드대에서 량자물리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참"(CHARMM)을 고안, 이 분야 연구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워셜은 카플러스의 연구실에 가세해 고전물리 기반 분석 모델을 접목시킨 인물이다. 카플러스와 워셜은 1972년 자유전자분석에 량자물리를, 기타 다른 전자와 원자핵 분석에는 고전물리를 각각 적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는 화학에서 고전과 량자물리를 접목한 최초의 연구로 관련 분야에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있다. 레비트는 워셜과의 공동연구로 한단계 더 나아가 1976년 효소반응 연구를 통해 크기에 관련 없이 사실상 모든 분자의 화학반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델을 발표했다. 이들이 개발한 분석방법덕에 식물의 광합성작용이나 촉매를 리용한 배기가스 정화 같은 복잡한 화학반응을 자세히 분석할수 있게 됐다. 특히 단백질 구성물질인 아미노산같이 큰 분자를 다룰 리론적계산이 가능해지면서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지는 생명과학 연구발전에도 기여했다고 왕립과학원은 전했다.
■ 노벨생리의학상 로스먼, 셰크먼, 쥐트호프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제임스 로스먼(63살)과 랜디 셰크먼(65살), 독일 출신의 토마스 쥐트호프(58살) 등 3명이 선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서 "세포의 물질운송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가 인정된다"며 수상자를 발표했다. 로스먼과 셰크먼은 현재 각각 미국 예일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에서 교수로 세포생물학을 가르치고있고 쥐트호프는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다. 로스먼 등은 세포가 인슐린 등 생명활동에 필요한 핵심물질을 적시에 정확한 곳으로 운송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이들의 연구는 당뇨병과 신경, 면역 질환 등 물질운송과정의 장애로 생기는 문제를 예방, 치료하는 토대를 마련한것으로 평가된다. 물질운송과정에서는 세포속의 거품모양 구조체인 소포(小胞)가 "용기(package)" 역할을 하면서 호르몬, 효소, 사이토카인(면역제어물질), 신경전달물질 등을 옮겨 우리 몸에서 신경활성화, 면역, 물질대사 등을 주도한다. 이때 소포는 일종의 "우편배달부 가방"과 같아 엉뚱한 곳에 물건이 배달되거나 운송이 지연되면 우리 몸은 심각한 문제에 빠지게 된다. 이때문에 과학계에서는 세포가 어떤 원리로 일사불란하게 물질을 전달하는지, 이 과정의 장애가 왜 생기는지를 두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왔다. 이번 수상자들의 맏형 격인 셰크먼은 1970년대부터 효모(이스트)를 대상으로 이 물질 운송과정의 유전자적 측면을 연구, 운송을 통제하는 3종의 핵심유전자를 밝혀냈다. 이어 로스먼은 물질을 옮기는 소포의 단백질과 "운송 목적지"인 세포의 막에 있는 특정한 부분이 지퍼의 량쪽처럼 아귀가 맞으면서 정확한 장소로 운송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가장 후발주자인 쥐트호프는 셰크먼과 로스먼의 연구를 토대로 정확한 시기에 배송된 물질을 목적지에 전달하는 "타이밍" 메커니즘을 밝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보도자료에서 “물질운송원리는 효모와 사람처럼 다른 유기체내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며 “수상자들은 세포 생리학의 근원적과정을 규명했다”고 평했다. 로스먼과 셰크먼은 2002년 이런 성과로 "노벨상의 전 단계"로 유명한 미국의 "래스커상"을 받았다. 올해에는 쥐트호프도 래스커상을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로스먼 등의 핵심 저작물로 1979년—1993년 사이에 발표된 론문을 꼽았다. 길게는 34년전 연구성과가 노벨생리의학상 영예를 안겨준셈이다. 로스먼교수는 노벨위원회 웹사이트에 게재된 전화인터뷰에서 “세포의 불가사의한 복잡함을 재현한다는 측면때문에 처음에는 다들 이 연구를 말렸다”며 “젊음이라는 오만함이 있었고 사전 자료 없이도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을수 있었던 예전 미국의 연구환경 등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쥐트호프교수는 “이제는 나의 집이 된 미국에서 과학이 자신의 립지를 명확히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것이라 기대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련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