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엉터리 중국어 번역, 그 원인 파헤쳐보니...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7월8일 08시42분    조회:251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 구글번역기의 중한번역 테스트 결과 화면 캡쳐 

한국주 행사를 앞두고 우연히 한건의  번역을 맡은 적이 있다. 선양시정부의 한국주 홍보용 팸플릿 문건이었다. 이 행사를 앞두고 한국으로 나가 사전 홍보하려는 정부 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선양시의 홍보자료였다. 몸 담고 있는 곳이 시 정부와 유관한 조직인지라 주관부서의 소개를 거치며 흘러흘러 그리 된듯하다. 꽤 오래 전 이야기다. 사실 오래 전이랬자 불과 10년도 채 안 된 옛날이지만, 그래도 모든 방면에 해가 다르게 빠른 진척을 보여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점을 의식하면 지금 꺼내려는 이야기는 분명 오래 전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문건의 제목부터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辉煌灿烂的沈阳市’. 말하자면 ‘휘황찬란한 선양시’라는 뜻이 되겠는데, 그대로 직역해서는 도무지 우리네 홍보문구의 감성에는 와닿지 않는 표현인지라 ‘활기 넘치는…’, ‘역동적인…’, ‘내일을 향해 달리는…’, '미래지향적인…' 등등을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내일을 향해 달리는 선양시’로 해 버렸다.

개방 이후 오늘의 발전을 이룬 뿌듯한 자부심과 함께 내일을 기약하는 중국인의 감성에는 이 제목이 맞을지 몰라도 적어도 한국어 느낌으로는 시정부의 의도에는 어울리지 않는 문구였다. 물론 본문도 중문 특유의 표현이 많아서 직역하다가는 얼토당토않은 표현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원문이 지향하고자 하는 의미만 새긴 후 아예 우리식 감성에 따른 표현으로 새로 작문해 버렸다.

당시 번역 용역비가 따로 책정되어 있지 않았던 듯 내게 금전적으로 도움되는 일도 아니었기에 굳이 용을 쓸 일도 아니었다. 그저 좋은 일 한답시고 했을 뿐이었다. 물론 요즘은 인식도 형편도 달라져서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시 정부 내 홍보 실무진에서는 그까짓 조선어따위 아무나 번역하면 어떤가 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그래서 시정부 내 조선족 공무원들이 수고만 많을 뿐 칭찬은 커녕 욕 먹을 가능성만 많은 이 일을 기피하다 보니 어찌어찌 공이 내게로 넘어왔던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어이없게도 당시 그 번역한 내용을 두고 비디오 녹음작업까지 했다. 성우급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매끈하고 감칠맛나는 표준어발음의 젊은 한국여성이 해야 할 판에 이 탁하기 그지없는 음성의 중년 남자라니, 원! 나같은 사람은 절대 안 된다고 도리질치는 내 등을 떠미는 통에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어울리지 않게스리 방송국 스튜디오에 들어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프리젠테이션 화면의 변화에 따라 내레이션 대사를 읊조리느라 사뭇 긴장하고 있는 이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어쨌든 그때는 그랬다. 내가 이런 대충 대충하는 방식이어선 곤란하다고 이야기할 상황이 못되었던, 인식의 간격이 너무나 커 어찌 설명할 방도조차 찾지 못했던 ‘그때 그 시절’이었다.

지금 들으면 누구라도 황당하다 할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새삼 거론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국제홍보 실무에 어둡고 번역수준과 문구 하나의 중요함에 대해 무지하다 싶을 정도의 어이없는 일을 겪었지만 저들이 그 후 빠르게 개선해 나간 것과는 달리 우리의 한중 번역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인식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거론하고자 함이다.
 

 
요즘 중국 정부차원의 중한 홍보 문건을 보면 완벽하지는 않을지언정 번역문구든 디자인이든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역력하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완성도를 지향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그런 반면 훌륭한 컨텐츠의 한국 작품이건만 도중에 중국어 관련 내용이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긴장된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수준 낮은 중문 자막과 배우들의 어설픈 중국어 발음을 듣고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이래도 되는 건가 싶어서 낯이 뜨거워진다. 제법 내로라 하는 유수한 기관에서 제작하는 것도 그러하니 소소한 곳들에서 이루어지는 번역들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제품일지라도 일단은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제대로 알려 놓은 다음 뭔가를 기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마케팅의 기본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단계를 쳐다보는 건 언감생심 욕심에 불과하다.

중국 현지에서 교육사업에 종사하며 아쉬운 대로 교육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한국에서 우수한 교육컨텐츠를 들여와 중국시장에 접목하려는 업체들을 더러 만난다. 하나같이 자사 제품의 우수한 컨텐츠를 내게 설명하고 납득시키기에만 바쁘다.

그런데 다른 부분은 젖혀 두고서라도 여지껏 제대로 된 중문 번역 자료를 들고 온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바로 이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컨텐츠의 중국 경쟁력과 내가 느끼는 실제 컨텐츠의 그것이 확연히 구분되는 대목이다. 한국사람인 내게 한국어로 설명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한중 번역에는 한글과 한국을 아는 중국인이 최선이고, 중한 번역에는 중문과 중국을 아는 한국인이 최선이다. 중국 조선족의 경우 한국어 구사능력이 천차만별이기에 개인에 따라 한글과 한국을 아는 중국인이라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 방법을 채택해 부단히 공을 들이지 않는다면 번역되어 건너간 물건들은 자체의 품질을 지키지 못하고 번역물의 포장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박사급에 해당하는 지식도 고졸 수준의 번역자가 처리하면 고졸 수준의 내용으로 변질되게 마련이다. 시쳇말로 말과 글이 외지로 나가서 단독 드리블 볼 하는 상황이 예사로이 펼쳐진다.

더 늦기 전에 한중 번역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저들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우리의 ‘이때 이 시절’이 아직도 ‘그때 그 시절’에 머물러 있음을 깨닫지 못한대서야 될 말인가? 우리말이 조잡한 수준의 외국어로 옮겨지는 것도, 수준급의 외국어 표현이 조잡한 수준의 우리말로 옮겨진 걸 지켜보는 것도, 결코 유쾌하지도 유익한 일도 아니다. (pjt00417@naver.com)

온바오
박정태칼럼니스트


Total : 1576
  •  2014심양한국주기간 펼쳐진 중한노래자랑이 예선을 거쳐 결승까지 치르면서 페막식과 함께 심양의 여름밤을 뜨겁게 달구었다.재심양한국인(상)회에서 주관한 이번 노래자랑에는 도합 40여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이틀간의 예선을 거쳐 최종 16개 팀이 결승전에 진출했다. 그중 나이가 가장 어린 선수가 6살, 가장 많은...
  • 2014-07-25
  • 연길시의 조선족김치제조공예가 제4패 국가급 무형문화재 대표성종목명록 추천명단에 올랐다. 16일, 문화부 무형문화유산사는 새로 입선된 151개 항목 및 147개 확장항목 도합 289개 항목의 국가급 무형문화재 대표성종목명록 추천명단을 발표했는데 연길시 이름으로 조선족김치가 전통공예항목으로 추천명단에 입선되였다....
  • 2014-07-25
  • 하반년, 윤동주생가가 주관광풍경구등급평의확정위원회의 평심을 거쳐 국가AAA급관광풍경구로 평의됐다. 이번에 함께 AAA급광광풍경구로 평의된 룡정시의 풍경구는 또 말발굽산관광휴가구(해란강스키장)가 있다.  연변일보  김군 기자
  • 2014-07-25
  •                  (흑룡강신문=하얼빈)구현아, 김철진 기자 = '한중교류 문화원(원장김영식)'이 지난 19일 선양시 서탑지역에 위치한 한국신성 2층에서 정식 개원했다.   한중 교류 문화원은 중국과 한국, 한국과 중국의 양국간 신뢰와 ...
  • 2014-07-24
  • 도문시 농민문화절 5000여명 농민 혜택받아 21일, 도문시 석현진 하북촌 문화광장에는 무대복장을 입은 농민들이 흥겨운 음악소리에 맞추어 절도있게 팔을 뻗거나 몸을 돌리면서 자기의 춤 실력을 맘껏 뽐냈다. 이번 활동은 2014년 도문시 농민문화절 계렬활동의 하나인 “다채로운 생활 조화로운 석현”문화절의...
  • 2014-07-24
  • 제1회 중국(연길)민간예술박람회 9월 3일-8일 연길에서 개최 22일 오전에 소집된 제1회 중국(연길)민간예술박람회 소식공개회에 따르면 오는 9월 3일부터 8일까지 연길국제회의전시쎈터에서 제1회 중국(연길)민간예술박람회(이하 《민간예술박람회》)가 펼쳐지게 된다. 중국수집가협회와 길림성수집가협회에서 주최하고 연...
  • 2014-07-22
  •   중국조선어학회 제8기회원대회 및 제18차학술토론회 개최   (흑룡강신문=하얼빈) 류대식 기자 = 19일부터 20일까지 중국조선어학회 제8기회원대회 및제18차학술토론회가 연길시 백산호텔에서 전국 조선어 관련 령도, 학자, 일선공작자들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였다.   대회는 개막식, 학술토론과...
  • 2014-07-22
  • 7월 17일, 연변조선족서예가협회(회장 장문선) 장애인분회와 한국 제주도장애인서예가협회의 공동주최로 된 중한서예교류전이 연변예술교류쎈터에서 개최됐다. 이는 중국 연변서예가협회와 한국 제주도서예가협회 사이에 처음으로 가진 서예교류전이다. 19일까지 사흘간 개최된 서예작품전시회에는 중한 량국 서예가들의 우...
  • 2014-07-22
  • 연대 유일한 학교급 댄스동아리 연변대학 동문근처에 있는 련습실. 학교댄스동아리인 SP의 젊은 친구들이 훈련하는 곳이다. 요즘 이들은 저녁 7시부터 여름철단기련습때문에 땀벌창이다. SP사장 김성은 SP 신입으로 참가한 1학년 후배 십여명을 위한 특별훈련이라며 이들과 함께 기본훈련을 반복한다. SP는 연변대학내 유일...
  • 2014-07-21
  •   훈춘의 근대사를 기록한 《훈춘대사기(珲春大事记)》(한어문)가 일전 길림대학출판사에 의해 정식으로 출판발행됐다. 《훈춘대사기》는 길림성 지방지 자원개발로 착수한 대상으로서 훈춘시서류국, 훈춘시지방지편찬위원회판공실에서 련합하여 편찬했다. 《훈춘대사기》에는 서언, 범례, 편집설명, 개술과 부록과 함...
  • 2014-07-21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