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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도문 정암촌 ‘청주 아리랑’ 한국무대 오른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2월23일 10시01분    조회: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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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지린성 이주 마을서 구전 확인… 애절한 동포의 발자취 음악극으로
24, 25일 서울 구로구민회관서 공연



중국 동북부의 한 마을에서 발견된 청주아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음악극 ‘회연-랩소디 오브 C아리랑’의 국내 공연을 앞두고 출연진이 연습에 한창이다. 예술나눔 제공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게. 시아버지 골난 데는 술 받아 주고, 시어머니 골난 데는 이 잡아 주자….” (‘청주 아리랑’ 가운데 한 소절)

중국 지린(吉林) 성 투먼(圖們) 시 량수이(凉水) 진에는 중국 동포 18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팅옌(亭巖·정암) 촌이라는 마을이 있다. 정암촌은 1938년 일제의 강제 이주 정책에 의해 충북 청주와 청원, 보은, 옥천 등지의 농민 80가구가 이주해 생겨난 마을이다. 모두들 ‘배불리 살 수 있다’는 일제에 꾐에 빠져 왔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척박한 땅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독한 가난과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도 우리말과 글을 지키며 꿋꿋이 살아왔다. 광복 이후 이주민의 과반수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나머지는 그곳에 남아 청주지방 문화의 원형을 지키며 살고 있다.

정암촌이 한국에 알려진 것은 1990년대 초반. 당시 청주농악보존회장을 맡고 있던 임동철 전 충북대 총장 등에 의해 이곳에 ‘청주아리랑’이 구전돼 온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국문학자인 임 전 총장은 우리 민족의 언어 연구를 위해 정암촌을 수시로 방문하다가 국내에서 사라진 청주아리랑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는 1978년 조선족 민요 연구가가 녹취한 정암촌 명창 신철(1931∼1992)의 청주아리랑을 바탕으로 노래를 복원했다. 임 전 총장은 이후 지역 내 다양한 인사들과 함께 ‘정암회’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회비를 모아 장학금과 마을 발전기금을 전달하는 등 꾸준히 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충북도는 2000년 10월 정암촌 1세대 32명을 초청해 가족 상봉을 주선했다. 이듬해부터는 해마다 현지 농민을 초청해 농업연수를 하고 있다.

얼어붙은 땅을 일구며 힘든 삶을 이어 오면서도 우리의 소리를 잊지 않고 지켜 온 이들 정암촌 중국 동포들의 애절한 발자취를 다룬 음악극이 무대에 오른다. 24, 25일 서울 구로구민회관 대강에서 ‘회연(回緣)-랩소디 오브 C 아리랑’이 공연된다. 충북도 지정 예술단인 사단법인 ‘예술나눔’(이사장 안진상·사진)과 청주에서 활동 중인 극단 ‘늘품’, 오케스트라 ‘아홉’, 전통연희단 등이 함께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전통적인 연극 형식에서 벗어나 오케스트라와 무용, 연기가 한데 어울리는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다.

극은 1938년 청주역 광장에서 시작된다. 일제의 강제 이주 정책에 속아 주인공 ‘충석’은 연인인 ‘설령’과 이별하고 200여 명의 동포와 함께 만주행 기차에 오른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허허벌판과 살을 에는 듯한 추위뿐. 충석은 강제 징용됐다가 탈출해 정암촌으로 돌아왔지만 일본군의 만행으로 마을은 불에 타 사라졌다. 충석은 낙담한 동포들을 다독이며 마을을 일으키려고 노력한다. 눈물과 고통의 연속이지만 주민들은 청주아리랑을 부르며 고단한 삶을 버텨 냈다. 세월이 흘러 충석의 연인이었던 설령이 할머니가 돼 지난날을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2007년 ‘잊혀진 귀향의 소리, 청주아리랑’이라는 소극장 작품을 시작으로, 이듬해 대극장용 ‘회연’으로 새롭게 구성해 전국연극제에서 은상을 받았다. 또 2009년에는 고마나루 향토연극제에서 특별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정암촌의 동포들 앞에서 공연했다. 2013년에는 옌볜 중국 동포들의 최대 문화 행사인 ‘중국 두만강 문화관광축제’에서 공연돼 감격의 무대를 만들었다. 이 작품을 처음 쓴 작가 천은영 씨는 이번 공연을 기획한 안진상 씨(44)의 아내다.

연출가이기도 한 안 씨는 “아리랑은 유네스코에 등재됐을 정도로 소중한 문화재이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젊은이가 고리타분한 타령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청주아리랑(또는 충북아리랑)처럼 국내에도 많은 아리랑이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 조상들의 애환의 삶을 담은 아리랑은 후손들이 반드시 지켜 내야 할 소중한 역사”라고 말했다. 그는 “청주아리랑이 이번 공연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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