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을 공짜로 빌려볼수 있다는 아주 “용감한” 동네책방이 있다.
연길시 북대병원 맞은켠 연변신쾌속차서비스유한회사 2층에 자리잡은 책방, 그럴듯한 간판 하나 없지만 함박눈이 내리는 오후 휴일을 맞아 손님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2층으로 올라가면 깔끔하게 정리된 예쁜 공간이 나타난다. 그다지 크지 않은 공간에 책들이 그득하다. 분야별로 분류된 책들이 책장 칸칸을 차지하고있다.
“책으로 돈벌이 할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습니다. 일단 제 손을 한번씩 거친 책들이다보니까 어떤 책이든지 손님들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할수 있고…”
반갑다며 투박하지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는 책방지기, 다짜고짜 책방에 대한 소개부터 하는 그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한가득 번진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어울릴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요즘, 동네 사랑방 역할을 대신하고있는 이곳의 책방지기는 바로 1층에 자리잡은 자동차정비쎈터 주인장 리충원(43살)씨이다.
어려서부터 남달리 책읽기를 즐겼다는 리충원씨, 그는 책을 대여할수 있는 동네책방들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던 시절을 겪어왔다.
하지만 각종 스마트기기가 책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현실은 록록치 않다. 책을 등한시하게 되고 출판업계도 어려워지고있다. 이젠 책방은 정말 가물에 콩 나듯 가담가담 보인다. 게다가 책을 읽고싶어도 왠지 부담으로 다가오는 대여비때문에 선뜻 책방을 찾는 사람들도 그다지 많지는 않다.
한 사람이 1년에 평균 책 2권도 읽기 힘들다는 기사도 쉽지 않게 접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입시교육에 길들여져 교과서외에 그다지 책을 접촉하지 못하고있는 현실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런 현 상황에서, 게다가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의 틈바구니에서 동네책방으로 자리를 잡은 리충원씨의 “보금자리”는 “미쳤다”, “돈 벌 생각 없느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한 걸음이 어느새 반년을 지나왔다. 차정비쎈터를 운영하며 번 돈에서 수십만원을 아낌없이 뚝 떼여내 연변조선문독서사에도 도서지원을 했다. 그리고 반년전 지금의 이곳에 자신만의 책방을 운영하기 시작한거다. 모든 책을 대여비 없이 공짜로 빌려보기에 책방운영경비는 차정비쎈터의 수익금으로 보태고있다.
누구나 알아줄법한 자선가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노라 하는 부자는 더더욱 아니다.
“책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으켜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어른들에게도 책 읽는 문화, 책을 선물하는 문화가 정착했으면 하는 저만의 당찬 바람입니다.”
리충원씨가 여전히 사람 좋은 웃음을 지은채 터놓는 솔직한 마음이다.
그는 “무식해서 용감하게 뛰여든 책방운영을 하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손님”이라고 말한다.
“가끔은 슬리퍼를 신고 와서 책을 읽고 가는 동네주민과 한바탕 수다를 떨고 손님이 남겨놓은 방명록에 키득거리며 인연과 지식을 쌓아가군 하니 이거 정말 살맛 납니다.”
그가 전하는 말이다.
워낙 꾸준히 읽은 책이 많다보니 리충원씨는 력사면 력사, 문학작품이면 문학작품, 시사면 시사 모르는것이 없이 술술 말문을 터놓는다.
책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가 많은 책방지기로서 그는 요즘 아이들의 책읽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제가 보기에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할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이나 책방에 부모님과 함께 가는겁니다. 그리고 집 곳곳에 책을 놓아두는겁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읽을 책을 고르도록 두는것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자연스레 책을 읽는다면 아이들도 그리 따라하기 쉬울겁니다. 하지만 절대 아이들에게 강권하지 마십시오. 아이들에겐 책보다 스마트폰이 훨씬 재미있는데 부모가 책 읽으라 다그쳐봐야 소용없습니다. 억지로 읽는 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책으로 사람을 읽는 책방지기답게 리충원씨는 독서에 관한 자기 생각을 풀어놓는 와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을줄을 모른다.
리충원씨는 지금도 풀뿌리 동네책방들이 살아나 거리 곳곳에 조그만 책방들이 남아있는 모습을 꿈꾼다.
자그마한 그의 책방은 아름답다. 사랑스럽고 믿음직하기에 아름답다. 책을 따스하고 넉넉히 껴안는 품을 잊거나 잃지 않기에 아름다운 책방지기가 있는 책방으로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을 초대한다.
연변일보/글·사진 신연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