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르 클레지오의 추천 "서둘러 이 한국 소설 읽으시오"
-'르 피가로'서 2쪽에 걸쳐 서평
2000년대 한국 단편 선집 '택시 운전기사의 야상곡' 극찬
"역동성 넘치는 젊은 한국 소설… 佛 작가에 좋은 자극제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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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르 클레지오는 한국 문학 애독자다. 그가 한국 단편선집에 대해 쓴 서평이 실린 르 피가로 5월 15일자(아래). /이태경 기자
"서둘러 이 소설들을 읽으시오!"
200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한국 단편소설을 극찬하는 글을 지난주에 발표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는 지난 15일자에 한국 단편 선집에 대한 르 클레지오의 서평을 2쪽에 걸쳐 크게 실었다.
르 클레지오가 호평한 단편집은 '택시 운전기사의 야상곡(夜想曲·Nocturne d'un chauffeur de taxi)'이다. 2000~2013년 발표된 한국 단편소설 10편을 모았다.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 김연수·조경란·편혜영을 포함해 한강·김애란·백가흠·윤성희·박찬순·안영실·최진영의 단편이 실렸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운영하는 번역아카데미에서 배운 번역가들이 공동 작업한 책이다. 최미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와 장 노엘 주테 번역아카데미 교수가 감수하고 손을 본 끝에 필립 레 출판사에서 펴냈다.
르 몽드도 지난 4월 25일자에서 이 책을 '주목할 만한 신간' 박스 기사로 다루면서 "두말할 나위 없이 젊은 한국 문학의 진주(眞珠)로 꼽을 만한 단편 10편"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예리하게 현실을 증언하는 이 소설들은 묘사력뿐 아니라 황홀하면서 명료하고, 시적(詩的)이면서 날카로운 전망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고 덧붙였다.
르 클레지오는 피가로에 실린 서평에서 프랑스 독자들을 향해 "만약 서둘러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은 잔혹하고 이상야릇하고 예기치 못한 이야기들의 재능과 진지함, 유머에 깜짝 놀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숱하게 한국을 방문했고 이화여대 초빙교수도 지낸 지한파(知韓派) 작가다.
단편 선집 제목 '택시 운전기사의 야상곡'은 김애란의 단편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기면서 현지 독자의 감성에 맞게 다듬은 것이다. 가난한 택시 운전기사가 서울의 밤거리를 주행하면서 암에 걸려 죽은 중국 조선족 출신 아내를 떠올리는 이야기다. 이 책에 실린 김연수의 단편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인도에서 온 이주 노동자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여성을 아내로 둔 남자의 질투심을 경쾌하면서도 훈훈하게 그렸다. 윤성희의 '레고로 만든 집'은 장애인 아버지와 오빠를 홀로 부양하는 젊은 여성의 고단하고 쓸쓸한 삶을 다뤘다.
'택시 운전기사의 야상곡'은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다룬 단편이 주류를 이룬 책이다. 그래서 르 클레지오는 "젊은 작가들의 단편은 그들의 동시대인, 그들의 이웃, 즉 우리(프랑스인)에게도 다급하게 호소한다"고 평했다. 그는 역동성이 넘치는 한국 소설이 요즘 프랑스 문학에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소설은 겉멋이나 자기 연민, 자기만족도 없이 무뚝뚝하고 엄정한 언어로 쓰였다. 그러나 한국인 특유의 자조(自嘲)를 통해 언제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암시적이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런 한국 소설이 지나치게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요즘 프랑스 작가들을 변화시킨다"며 "한국 소설이 우리 일상의 어려움을 순화하고, 우리 시대의 소리 없이 침체된 분위기를 치유하는 해독제"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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