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이며 연변작가협회 회원인 림금철(필명 김택)시인의 두 번째 시집 「고독 그리고 그리움」이 지난 10월 23일 재한동포문인협회 출판사 ‘도서출판 바닷바람’(발행인 이동렬, 디자인 이화진)에 의해 출간됐다.
제1부 ‘고독 그리고 그리움’, 제2부 ‘노무일기’, 제3부 ‘꽃 봄과 가을아’, 제4부 ‘산과 물과 바다로’, 제5부 ‘남방한계선에서’ 등으로 나뉜 이 시집에는 림 시인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창작한 120여 수의 시가 수록됐다.
‘맺는 말’ ‘독백’에서 림 시인은 “참 읽을수록 고달프고 그리움에 몸부림친 나의 한국생활이 짙게 향기를 풍기는 것 같았다.”며, “시를 짧게, 말쑥하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쓰느라 머리를 짜고 짰다.”, “또 짧은 시에 노무생활을 담은 건 아마 누구보다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무엇보다 싼 가격에 정말 공을 들여 디자인해서 책을 만들어 주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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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림금철 시인, 소양강에서 |
‘동포문학’ 발행인 이동렬은 시평에서 “림금철 시인의 시는 소박하고 순수하다. 전반 시집에는 진한 ‘고독과 그리움’이란 두 축 사이를, 울컥하는 감정 기포들이 쉼 없이 오가고 있다. ‘참으려 해도 참지 못하게 울려 해도 울지 못하게’라는, ‘그리움’에 대한 시적 표현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과연 참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은 어떤 것일까!? 림 시인의 코리안드림 시는 그래서 더 값져 보인다. 또,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이 고국에서 출판하는 첫 시집이란 데서 그 의미가 각별한 것 같다.”고 호평했다.
재한동포문인협회 소속 출판사 ‘도서출판 바닷바람’에서는 향후 제일 저렴한 가격과 정교한 디자인 및 월등한 인쇄기술로 동포 및 한국 문인들의 저서들을 지속적으로 출판해 줄 예정이다. (문의전화: 02-836-178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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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를 다니며 시를 쓰다 |
나의 하루
아침에 우수수 살아나면
흰머리 한 가닥 자래우고
빨지 않은 수돗물 받아
한마음 꿀꺽 들이킨 다음
시원치 않은 요즘 사정에
라이터 불 갖다 댄다
비질비질 비 오는 한낮
때리고 비틀고 자르곤
잡곡밥 한 공기에
욕 한 사발 볶아 먹는다
밤에도 사지가 싫게
그냥 자연에게 죄짓고
퇴근해야 자기세상 찾아
피로와 그리움 따라놓고
낮에 보았던 까치와 꽃
그려보며 흰 들에 까만 말 달린다
자정쯤까지 기쁨에 빠졌다가
하얗게 죽어야 한다 내일을 위하여
-한국 충북 청주시에서
점심시간
남의것 같은 다리 끌고 식사한다
다음 시멘트바닥 펴고
큰 대자로 쓰러진다
공장건물과 작은 산 사이
강물 같은 바다 달려와
머리 쓰다듬고 자장가 부른다
그늘조차 없는 볕이라지만
사우나 하는 기분 갖고
웃으며 참으며 일했나니
그래도 이 30분만은
피로와 스트레스 다 털고
바다 내음새 음미할 수 있다는 게
까만 얼굴도 웃음이요
굽은 허리도 행운이라
하얀 꿈 꾸며 죽어본다
-충청남도 장항 LS산전에 출장갔다가
가을날의 어느 일요일
자전거 타고
공단5거리로 가는데
뒤에서 노오란 가을들이
따라오다
저만치서 그만 둔다
중국집에서
배갈 두병 사들고 나오니
노오란 가을들은 취해서
길거리에
이리 저리 나딩굴고 있다
가을이 묻어나는 거리
빈 술병만 휘휘 휘파람 분다
하얀 대지
하아얀 눈은
오늘도 계속
대지를 깨끗하게 다듬는데
산속의 검은 짐승들은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오고
마을의 검은 그림자들은
엽총을 메고 산으로 오르고
이따금
들려오는 아우성소리--
날려 오는 화약 냄새
피비린 냄새--
하아얀 길 우에
분간키 어려운
어지러운 까아만 발자국들 ...
눈물에 젖은 대지는
오늘도 하아얗게 쓰러져있다
신발 한 짝
백두산에 오르다
신발 한 짝 떨어뜨렸다
산 북쪽비탈에
데굴데굴 굴러가는
한국에서 산 신발 한 짝
반쪽
어머니 정성으로 기른 박
언제인가 반쪽으로 갈라져
물바가지 되었구려
요즘엔 많이들 사라지고
유독 우리 집에만 남은
반쪽 잃은 물바가지
밤이면 조각달을 우러르며
마를 줄 모르는 맘 달래느라
고달프기만 한 세월이여
2014.4.26.
철원 오이산에서 북쪽하늘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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