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食人과 Q, 중국의 슬픈 자화상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9월11일 08시02분    조회:141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아Q정전’의 작가 루쉰은 당초 의학도를 꿈꿨던 인물. 하지만 청진기 대신에 펜을 잡고, 당시 노예의식에 절어 있던 중국인들의 자화상을 가감 없이 비춰 줬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는 조선인은 물론이고 중국인들조차 일본 유학을 앞 다투어 갔다.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상물림 도령도 ‘사서오경’ 대신 토머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 같은 책을 손에 쥐던 시절,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알 듯 말 듯한 이야기가 흉흉한 소문처럼 총포소리와 함께 떠다녔다.

22세 중국인 청년 루쉰, 그도 일본 유학을 감행했다. 중국에서 이미 독일어와 서양 지식을 익히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 배부를 수 없었다. 그런 그가 24세에 최종 선택한 학문은 ‘의학’, 병든 조국에 꼭 필요한 학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본 센다이대에 들어가 서양 의학을 배웠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환등기를 켠 채로 필름을 보며 수업이 진행됐는데,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라, 수업 시간 마지막에 환등기를 통해 러일전쟁 뉴스를 보게 됐다.

필름에서 보게 된 것은 중국인이 묶인 채로 참수당하는 장면이었다. 포승줄이 묶인 중국인은 러시아를 위한 군사기밀을 정탐한 죄로 참수되는 것. 그런데 하필 화면에 나온 것은 중국인 1인과 일본 병사만이 아니었다. 참수당하는 중국인을 둘러싸며 엿보고 있는 한 무리의 또 다른 중국인, 말하자면 중국 동포들이 구경꾼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본때를 보이기 위해 피의 축제를 벌이는 일본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무자비하게 참수당하는 동포의 죽음을 퀭하게 재미삼아 들여다보는 중국 동포들이라니. 아무 감정도, 의식도, 윤리도 없이 제 동포의 죽음을 쳐다보고 있는 저 무감각한 얼굴은 루쉰에겐 참수 그 자체보다 더 심한 충격이었다.

루쉰은 이 사건 이후 조국 중국에 필요한 것은 병든 몸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아니라 ‘정신’에 대한 문제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문학자 루쉰이 탄생하는 배경이다.

루쉰은 중국인들의 근원적 병폐에 관심을 가지며 소설을 썼다. 첫 번째 작품은 ‘광인일기’다. 이 미치광이는 요즘 말로 하면 망상증에 가까운 병을 앓고 있는 인물로서, 누군가 자신을 잡아먹으려 한다며 사람을 무서워한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가 읽는 책 어느 구절이나 샅샅이 뒤져 보면 인의도덕(仁義道德) 이외에 어김없이 ‘식인(食人)’이 쓰여 있었다.

물론 누군가는 환시(幻視)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만 볼 수만은 없을 듯하다. 1918년 신문에서도 대서특필이 된바 며느리가 병든 시부모를 낫게 하려고 자기 살을 베어 먹인 이야기가 ‘효부’ 이야기로 소개되고 있었고, 또 몇 세기 전에는 한 장군이 부하에게 첩, 부인 등을 먹게 한 사건이 있지 않았던가.

이 망상증 ‘광인’은 먹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 루쉰은 ‘광인일기’에서 사람을 죽여 가면서 유지하는 봉건적 질서를 개조하지 않는 한 중국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가 1918년 중국의 현실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낡은 사상이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면서 연명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에 다름 아닐 터.

루쉰의 이와 같은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있으니 바로 ‘아Q정전’이다. ‘아(阿)’는 사람 이름 앞에 덧붙이는 접두사 정도로 생각하면 되고, ‘정전’은 심청‘傳’, 춘향‘傳’ 할 때 이야기의 형식으로 붙는 장르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능한 중국 자화상 ‘아Q’와의 작별

이렇게 놓고 보면 ‘큐(Q)씨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하필 왜 ‘Q’인지 그게 관건이다. 일단 편의상 ‘아큐’라고 불러 볼 텐데 그 누구도 아큐의 이름이 뭔지 출생지가 어딘지 잘 모른다. 하지만 그는 ‘왕년에 내가’라는 말을 종종했기 때문에 예전에는 잘살았던 사람이라고 짐작해 볼 수도 있으나 마을 사람들은 이 말마저도 아큐의 허세 정도로밖에 믿지 않았다.

더 확실한 것은 아큐의 머리에 항상 부스럼 자국이 있다는 것, 실은 이보다 더 분명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사람들을 잘 노려본다는 사실이었다. 상대를 봐서 자기보다 못한 자 같으면 욕을 하거나 때리거나 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므로 ‘아큐’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려보기’였다.

이 연장선상에서 ‘노려보기’와 쌍벽을 이루는 아큐의 특기가 있는데, 바로 ‘정신승리법’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동네 건달들이 아큐의 머리채를 벽에 찧으며 “짐승”이라고 욕하면 아큐는 아무렇지 않게 이 경멸과 혐오를 다 받아 내며 건달에게서 풀려난 뒤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네까짓것들”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그들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쉽게 위안한다.

그런데 아큐가 잘하는 것이 실은 한 가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버러지 같은 놈’의 대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류를 파악한 후 ‘힘센 자’ 옆에 붙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혁명’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원래 ‘혁명’이나 ‘반역’에 별 생각이 없었으나 사람들이 겁먹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본 후 ‘혁명도 좋은 거구나’ 하며 ‘이 놈들을 혁명해 버리자’라고 생각을 바꾼 것. 하지만 아큐의 자각은 언제나 그렇듯이 남들보다 빠르지 않았고, 오히려 늦었으나 그것을 자신만 모르고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누명을 뒤집어쓰게 됐고 결국 총살형에 처하게 된다. 총살형 직전 아큐에게 전달된 서명지. 아큐는 총살형 직전이라는 현실보다 난생처음 붓을 쥐게 된 상황이 혼란스럽다.

“글자를 모르는데요”라고 부끄럽게 답하자 동그라미 하나 그리면 된다는 대답을 듣고 동그라미를 그리려고 하지만 마지막에 힘이 풀리면서 붓이 조금 어긋났다. 일종의 ‘Q’ 모양 같은 것일지도 모를 그런 동그라미. 어찌 보면 변발한 그의 머리 모양 같기도 하지만 실은 죽음의 사인에 깃든 무능과 두려움의 흔적인 동시에, 또 유일하게 이 세상에 남긴 알 듯 말 듯한 표식으로서의 ‘Q’이다.

‘아큐’, ‘노려보기’와 ‘정신승리법’으로 살아가는 자, 겉으로는 공경한 척하나 실은 힘센 자에게 굽신거리는 노예. 19세기 중국의 단면이라고 하면 과할까.

‘위대한 개츠비’ 속 ‘개츠비’가 개천에서 용 된 서자의 속물성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미국적인 인물로 표상된다면 ‘아큐’는 노예의식에 절어 ‘정신승리법’으로 가장한, 무능한 중국의 인물상을 대변한다. 미국인과 중국인들은 이 두 인물을 성찰하며 한 세기를 준비했으리라. 아큐적인 것과의 단절. 그런 의미에서 루쉰이 100년 전 중국에 던져 준 것은 문학이라는 거울 그 이상일 것이다.

박숙자 경기대 교양학부 조교수
한경비즈니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72
  • 【서울=뉴시스】'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의 저자 샬롯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를 그린 그림. (사진출처: 데일리메일) 2015.10.23.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계명작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은 여러 번 영화로도 제작됐을 만큼 유...
  • 2015-10-25
  •   34회《연변문학》문학상 수상자들(좌로부터 김영해, 김동진, 김관웅, 오경희, 김금희).   제34회《연변문학》문학상 시상식이 10월 23일 오전, 연길 백산호텔에서 있었다. 2014년 《연변문학》잡지에 발표된 작품중에서 엄선을 거쳐 소설에 김금희의 중편소설 ”노란 해바라기꽃(2014년 제2호)”, 시...
  • 2015-10-23
  • 그는 아무런 후회없이 한편 또 한편의 전세의 걸작을 우리들에게 남겨주었다. 그는 글자마다 줄마다 '진실'과 '선의'를 보여주었다. 그는 진리를 사랑했고 충실하게 생활했다. 창작을 즐겼던 그는 자신이 '창작할 수 있는 것은 재주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감이 있기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유명한 극...
  • 2015-10-19
  • 《민족문학》잡지사의 주최로 《민족문학》(조, 한문) 연변지역 발행좌담회가 9월 24일 오전 연길 백산호텔에서 소집되였다. 《민족문학》은 지난 2009년도에 몽골문, 장문, 위글문 등 소수민족문자로 잡지를 출간한데 이어 2012년도에는 조선문, 까자흐문 잡지를 출간하면서 명실상부한 민족문학잡지로 부상했다. 조선...
  • 2015-09-25
  • ‘아Q정전’의 작가 루쉰은 당초 의학도를 꿈꿨던 인물. 하지만 청진기 대신에 펜을 잡고, 당시 노예의식에 절어 있던 중국인들의 자화상을 가감 없이 비춰 줬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는 조선인은 물론이고 중국인들조차 일본 유학을 앞 다투어 갔다.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상물림 도령도 ...
  • 2015-09-11
  •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콜롬비아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스페인어권 문학의 거장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감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텔레수르 등을 포함한 스페인어권 언론들은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비밀 해제된 137페이지 분량의 FBI 문건을 입수해 폭로한 내용을 7일(현지시간) 일제히 인...
  • 2015-09-09
  • “표절시비 자체에 대해서는 신경숙 단편의 문제된 대목이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유사성을 지닌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이것이 의도적인 베껴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애초에 표절혐의를 제기하면서 그것이 의식적인 절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했던...
  • 2015-08-28
  • 백낙청 서울대명예교수 © News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신경숙 작가의 표절에 의도성이 없다는 견해를 지지한다.' 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인이자 표절 논란이 된 소설집을 낸 대형출판사 창비의 대주주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신경숙 표절 논란이 일어난 지 두달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
  • 2015-08-28
  •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김애란 작가가 인터넷 투표에서 ‘한국소설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순위에 꼽혔다. 김애란은 2002년 단편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등단해, 맛깔스럽고 능숙한 문장으로 삶의 비애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다고 평가받는 작가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 2015-08-28
  •   충북 옥천문화원은 제19회 옌볜(延邊)지용문학상 수상작에 이순옥 씨(53·중국 지린 성·사진)의 시(詩) ‘피빛 두만강-나는 누구인가’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상은 옥천문화원이 옌볜작가협회와 함께 옌볜 교포 문학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그해 발표된 최우수작을 엄선해...
  • 2015-08-26
  • 한국문학사상 가장 많이 책이 팔린 작가는 소설가 이문열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뉴스1이 교보문고 등의 대형서점과 주요 출판사의 자료 등을 취합해 집계한 결과, 이문열이 총 2800만부의 책을 판매해 한국문학사상 가장 많은 부수의 책을 판 작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문열은 1977년 등단한 이래 꾸준히 '사람의 아...
  • 2015-08-25
  • 사상 가장 치렬한 경쟁력을 보인 제9기 모순문학상 결과가 발표되였다. 6라운드의 투표를 거쳐 다음 다섯부의 장편소설이 선정됐다. (득표순서) 격비의 “강남삼부곡”(格非的《江南三部曲》) 왕몽의 “이곳 풍경”(王蒙的《这边风景》)  리패보의 “생명책”(李佩甫的《生命册》) 금우...
  • 2015-08-17
  • 《림꺽정》 등 4권의 조선문도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 올라 여기서 특히 주목할만한 책은 랭킹 1위를 기록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홍명희의 소설 《림꺽정》이다. 책은 조선시대 최대의 화적패였던 림꺽정부대의 활동상을 그린 력사소설이다. 일제강점기때 창작된 가장 방대한 규모의 대하장편력사소설...
  • 2015-08-17
  •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유아시절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돼 관심을 끌고있다. 최근 영국매체 데일리메일은 '헤밍웨이가 어린시절에는 딸로 키워졌다'는 제목과 함께 빛바랜 그의 사진들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귀여운 외모를 가진 한 어린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얼굴 생김새...
  • 2015-08-06
  • 고요한 외침 속에 살아 있는 양심을 흠모  식민 지배와 전쟁을 반성케 하는 진실의 ‘시어(詩語)’… 한일 양국의 관계 복원 위해 윤동주 정신으로 돌아가야 1995년 일본 교토 도시샤(同志社) 대학 교정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 이 시비의 건립 20주년이 되는 올해에는 그의 삶과 죽음을 기리는 유품 ...
  • 2015-08-01
  • 여러 시인님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운영위원회의 부탁을 받고 여러 시인님들께 통지합니다. 첫기의
  • 2015-07-02
  • SBS 캡처 소설가 신경숙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은 16일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를 통해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1996)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대목은 ...
  • 2015-06-17
  • MBC ‘압구정 백야’가 마지막 막장 드라마 논란 몰고 다녀 인기 드라마작가 임성한(55·사진)씨가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은퇴한다.  임 작가가 소속된 이호열 명성당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임성한 작가가 20년 가까이 원 없이 드라마를 썼다고 느끼고 있다”며 &ldq...
  • 2015-04-24
  • 대상 수상자 강동환(우)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와 한국윤동주문학상제정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제2회 '윤동주문학상'시상식이 2월 28일 오전 연길시 세기호텔에서 있었다.  시상식에서 리련화시인이 《조각달》로 동시상을, 방산옥시인이 《밤》으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한국의 김상회시인의 《사람의 심성》...
  • 2015-03-02
‹처음  이전 6 7 8 9 10 11 12 13 1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