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김학철선생님의 첫 문학강의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9월10일 09시33분    조회:114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64년전 내가 중등학교 1학년 때 즉 1953년 7월말 어느 날 이었다.

그해 여름방학에 연변주 교육국에서는 처음으로 전 주 중학생 하령영(夏令營·하기훈련캠프)을 조직하였는데 18일간 하령영에서는 정치사상교육과 도덕예절교양을 진행하는 한편 문학, 음악, 무용, 체육 등 문체활동을 다양하게 조직하였다.

김학철 선생님의 문학 강의는 7월 23일에 있었는데 그날은 햇볕이 몹시 뜨거운 명랑한 날씨여서 우리를 즐겁게 했다.

오침시간이 끝나는 벨소리가 울리자 문학 서클의 40여명 학생들은 연변사범학교운동장 그늘 좋은 어느 한 모퉁이에 모여앉아 김학철 선생님을 기다렸는데 오후 2시 정각, 목발을 두 겨드랑이에 끼신 척각(隻脚)의 선생님께서 우리 앞에 나타나셨다.

훤칠한 키에 예지가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진 선생님의 온몸에는 젊음의 활기와 지성의 슬기가 충만 되어 있었다.

비록 양쪽 겨드랑이에 목발을 짚으셨지만 선생님께서는 아주 날렵하게 몸을 써서 준비해놓은 걸상에 앉아 강의를 시작하셨다.

강의고가 없이 약 한 시간 진행된 강의 중 장내에서는 때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장내가 물 뿌린 듯 조용하기도 하였으며 이따금씩 박수갈채도 터져 나왔다.

선생님의 강의는 그렇듯 유머적 이었고 의미심장하였으며 인상적 이었다.

지금은 세절은 기억할 수 없지만 그 내용을 세 가지 내용으로 개괄할 수 있다.

우선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문학을 하려면 우리의 민족 언어를 잘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는 문학공부는 우선 언어공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학생시절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준 훌륭한 말과 글을 잘 배워둬야 한다고 간곡히 부탁하셨다.

그러시면서 선생님께서는 “조선 사람들(그때까지는 ‘조선족’이라는 말이 유행 되지 않았음), 특히 조선 사람들 중 간부들 속에서 우리의 언어와 문자를 어지럽히는 현상이 엄중하게 존재하는데 연길에 와서 처음에 ‘반공실’이라는 말을 접하여 ‘처음에는 미국놈들의 비행기가 가끔 날아오기에 지하에 만들어놓은 방공굴을 가리키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고 이른바 ‘반공실’이란것은 ‘판공실(辦公室)’을 가리키는 말이더구만요. 참으로 어이없어 허구픈 웃음을 지을 수밖에. 특히 ‘반공’은 발음상에서 ‘反共’과 통하기에 더구나 기분이 나빴습니다. ‘사무실’이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어째서 한어에 맞추는 단어를 만들어내는지 모를 일입니다.”라고 하셨다.

다음으로는 “문학을 공부하려는 뜻을 세운 학생들은 개미처럼 근면해야 한다. 베짱이처럼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은 문학을 공부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17세기 프랑스의 저명한 우화시인 라퐁테뉴(Lafontaine 1621~1695)의 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들려주셨다.

뜨거운 여름 볕 아래서도 개미는 쉬지 않고 땀을 흘리며 부지런히 일하며 식량을 모았지만 베짱이는 나무 그늘 밑에 누워 부채질을 하고 흥타령을 부르면서 개미를 비웃었다.

그러나 정작 겨울이 오니 개미는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나날을 보냈지만 여름 내내 놀기만 한 베짱이는 식량이 없어 굶어죽어야 할 처지에 빠지게 된다.

할 수 없이 베짱이는 개미를 찾아가 식량을 빌지만 개미의 쌀쌀한 거절을 당하게 되어 베짱이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문학을 공부하려면 중국의 위대한 문학가 로신(노신) 선생을 따라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로신의 그 저명한 시구 ‘매서운 눈초리로 천부의 손가락질에 대하고 머리 수그려 유자의 소가 되련다. (橫眉冷對千夫指, 俯首甘爲孺子牛)’를 인용하시면서 이 두 줄 시에 내포된 심각한 뜻에 대하여 자상하게 풀이해주셨다.

그때 내 나이 열네 살 이었으니 어찌 강의내용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었으랴만 어린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겨 주셨다.

하령영 생활이 끝나고 여름방학도 끝나 새 학기가 돌아오자 나는 김학철 선생님께서 들은 강의내용을 조선어문과 선생님께 흥미진진하게 회보하고 그것을 원고로 써서 학교 벽보란에 붙이기도 하였다.

그때로부터 64년이란 세월이 흘러갔고 김학철 선생님이 우리의 곁을 영영 떠나신지도 15년이 되어가지만 선생님에게서 들은 첫 문학 강의는 이따금씩 나로 하여금 깊은 사색을 자아내게 한다. (필자주: 철자와 띄어쓰기를 중국조선어 규범에 따랐습니다.) <매주 월·수·금 게재>

최삼룡 <문학평론가·중국길림성 연길시>
 
동양일보 2016.09.08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72
  • 김영해 김설연 김인덕 수상의 영광 누려 12월 14일 길림시조선족군중예술관 아리랑홀에서 가막을 올렸다.     행사 주관, 주최측 인사들과 부분적 래빈 합영 길림시조선족군중예술관과 연변작가협회 길림지구창작위원회에서 공동주관하고 도라지잡지사에서 주...
  • 2019-12-17
  • 莫言:“诺贝尔文学奖”中国第一人,现状如何? 莫言注定要在伟大祖国历史上青史留名, 他的贡献无需多说,单单“诺贝尔文学奖”中国第一人的地位,怎么说都不为过。相对客观的来说,莫言在获得诺贝尔文学奖之前,知名度不是想象的那么高。想必诸位都有同感,大多都是在莫言获得“诺贝尔文学奖&r...
  • 2019-10-14
  • [북간도 연대기 ④] '명동촌'서 나고 자란 시인 윤동주 북간도 문화 발상지…민족+기독교, 시대정신 꽃피워 "윤동주의 '하늘'은 '맹자' '자아성찰' '기독교' 세 의미" "'모든 죽어가는 것' 사랑할 줄 아는 이는 혁명적 존재" 영화 '동주' 스틸컷(사진=메가...
  • 2019-09-16
  • 2019 노벨상 시즌이 다가온다 문학상은 10일 발표하기로 지난해 성추문 등으로 건너뛰어 응구기 와 시옹오노벨상의 계절이 다가온다. 노벨재단은 다음달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14일 경제학상까지 2019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일정을 내놓았다. 노벨상 여섯 개 분야 가운데 가장 일반의 관심이 높은 문학상과 평화상은 각...
  • 2019-09-14
  • [뉴스엔 황혜진 기자] 가수 윤형주가 육촌형인 고(故)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묘를 방문했다. 8월 15일 방송된 KBS 2TV '별 헤는 밤'에서 윤형주가 아들과 함께 중국 북간도 용정(윤동주 생가, 윤동주 묘가 보존된 곳)을 방문한 모습이 그려졌다. 윤동주는 "형님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시를 통해서 세상에 감동을 받...
  • 2019-08-16
  • [짬] 구상 시인의 딸 구자명 소설가  구자명 작가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 너머에 더 많은 진실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죠. 아버지는 목전의 이해나 판단에 갇혀 살지 말라고 하셨어요. 늘 되새기죠.” 강성만 선임기자 “...
  • 2019-07-18
  • 1993년 등단후 '작가회의 술자리 성추행' 폭로한 시 '등단 직후' 소개 "사랑 떠올릴 수 있는 동안 시 잃지 않을 것…직구뿐 아니라 변화구도 던져"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등단한 직후 문단 술자리에 나가서 내가 느낀 모멸감을 표현한 시에요.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작가회의...
  • 2019-06-25
  • 民国文人的爱情,生死契约,与子成说,从来不是空口白话 爱情是什么,相信不同的人会有不同的回答。 爱情是初见时,你惊艳了我的时光,从此人间无数繁华,我只爱你的笑靥如花。 爱情是分隔千里,剪不断的绵绵思念,纵是山高路也长,也阻挡不了我们在梦里相聚。 爱情是眼里有光,身边有你。不负这山河万里,不负岁月悠长,执...
  • 2019-06-23
  • 단편소설집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 낸 김경욱 진지함·찌질함 공존하는 소설 우연 부딪힌 인간 모습 그려 "한 인간의 生을 들여다보는 건 우주 들여다보는 일과 같아"   현미경으로 보면 근엄한데 망원경으로 보면 폭소를 자아내는 이형의 세계다. 작가 표현을 빌려 저 폭소를 환언하면 `찌질함`쯤 되시겠다...
  • 2019-06-10
  • 브란튼베르그… 여성 웹사이트 '메갈리아' 유래된 '이갈리아의 딸들' 소설가 인터뷰   페미니즘 입문서로 불리는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민음사)을 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77)는 기자를 보자마자 물었다. "왜 한국에서 내 책이 다시 잘 팔리기 시작한 거죠?" 1996년 국내에 번역...
  • 2019-06-07
  • "한국 무당 만나고 싶다…차기작 '판도라의 상자' 주제는 환생"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프랑스 베스트셀러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5일 "우리가 왜 태어났을까, 죽으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스스로 질문하지 않으면 우리 삶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베르베르는 이날 ...
  • 2019-06-05
  • 이탈리아 유력신문 인터뷰 …‘표절사태’ 침묵 이후 4년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소설가 신경숙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노력을 지지하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지난 4월17일 소설 ‘리진’의 이탈리아어 번역·...
  • 2019-05-20
  • 이윤석 전 연세대 교수, 황일호 문집서 홍길동 일대기 찾아 "한글 홍길동전은 18세기 후반에 나온 작자 미상 소설" 황일호 문집에 나오는 홍길동전붉은색 선 안이 제목인 노혁전(盧革傳)이다. 푸른색 선 안은 "성은 홍(洪)이고, 그 이름은 길동(吉同)"이라는 뜻이다. [이윤석 전 연세대 교수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
  • 2019-04-24
  • 작가 이외수.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지은 인턴기자] 작가 이외수, 전영자 부부가 졸혼의 형태로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우먼센스’ 5월호에 따르면 이외수 부부는 지난해 말부터 별거에 들어갔으며 이혼 논의 끝에 졸혼의 형태로 결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외수 작가...
  • 2019-04-23
  • 옛 사진 보며 대화 끌어내니, 손사래치던 엄마도 이야기 술술 과거 복원하며 이해 커져… 사회적기업 ‘허스토리’가 제작 도와  부모님의 옛 사진을 보고 있자면 한 가지 사실만이 분명해진다. 내가 그 시절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다는 사실. 김혜영 기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는...
  • 2019-04-13
  • 신동엽 시인 50주기 장남 신좌섭-연구자 김응교 인터뷰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달 26일 신동엽 시인의 집이 있던 서울 성북구 동선동 5가 45번지에서 아들 신좌섭(왼쪽) 교수가 신동엽 평전을 낸 김응교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 기자 탄압과 암흑의 시대였다. 1975년 4월 30일 박정희 정권은 계엄령에 준하는 ...
  • 2019-04-03
  • 니나의 노나메기를 향한 니나노의 한바탕 [오마이뉴스 이도흠 기자] '버선발'은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의 곁을 지키고, 한평생 평화와 통일의 길을 걸어온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이 자신의 삶과 철학, 민중예술과 사상의 실체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책 의 주인공입니다. '버선발'은 '맨발, 벗은...
  • 2019-04-01
  •   여러분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봄이 왔습니다. 아름다운 산천이 우리를 손짓합니다. 우리의 터, 우리의 숨결, 우리의 력사, 우리의 문화가 어울려 아름다운 서정과 풍경으로 우리를 부릅니다. 우리 연변주 관광산업의 정신에 힘입어 연변을 중심으로 나아가 동북3성을 비롯한 국내외 아름다운 화폭과 서정의 ...
  • 2019-03-25
‹처음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