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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밥 딜런, 그 주인공은 단연 '이 사람'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3월5일 15시06분    조회:1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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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낮은 곳에 있었다

[이주엽의 이 노래를 듣다가]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김민기 '봉우리' 중

꿈과 열정, 성공과 도전이라는 단어는 욕망을 대상화한다. 그 단어의 주술적 힘에 끌려 우리는 지금도 어디론가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사회는 화려한 승자(勝者)를 끊임없이 호출해, 나머지 삶을 압박한다. 그러므로 그 단어들은 사회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이념의 수사일 수도 있겠다. 삶을 소진하며 더 빨리 가고자, 더 높이 이르고자 하는 그곳은 어디인가. 거기에 파랑새가 있는가. 1993년에 발표한 김민기의 노래 '봉우리'는 그 맹목적 속도에 제동을 거는 '정신의 빨간 등'이다.

김민기의 문학적 재능이 아낌없이 드러난 이 곡은, 긴 내레이션과 짧은 노래가 교차하는 특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음악을 빼더라도 그 자체가 시 한 편으로 읽힌다. 김민기의 굵고 낮은 목소리는 들뜬 삶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다. 종교적 경건함이 감도는 그의 음성 때문에, 내레이션도 묵직한 노래처럼 들린다.

 
김민기가 20세 때 내놓았던 첫 앨범. / 조선일보 DB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라는 예사롭지 않은 첫 내레이션이 시작되는 순간, 6분에 이르는 이 곡을 끝까지 듣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강력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훗날 돌이켜 보니 동산이었지만, 한때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여기던 봉우리에 오르는 이유는 없다. 단지 "사람들이 손을 들어 가리키기" 때문이다. 꼭대기에서 남 보란 듯이 "손을 흔들고 고함칠" 생각과 "늘어지게 한숨 잘" 달콤한 보상을 위해 땀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힘겹게 오른 정상에서 김민기는 문득 깨닫는다. 거긴 그저 "다른 봉우리로 이어지는 고갯마루"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땀의 대가를 누려야 할 정상은, 또 다른 삶의 수고가 필요한 길의 초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비로소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를 발견한다. 이 노래의 가장 빛나는 성찰이다. 봉우리의 '높이'에서 바다의 '넓이'와 '깊이'로 삶의 시선을 바꾸는 이 극적 전환에 "과연 김민기"라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욕망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존재적 전환을 이룬 이 멋진 장면을 한국 대중음악사는 오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하라는 김민기의 위로는, 상실과 좌절의 자리에 환한 불을 밝히며 우리 가슴으로 따뜻하게 번져온다. 그리하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세상이 가리키는 저 높은 곳이 아니라, 거창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바로 여기"라는 감동적 메시지를 전하며 대단원을 장식한다.

이 노래는 1985년 양희은이 먼저 부르고, 8년이 지나서야 원작자 김민기가 직접 불렀다. 그리고 10년이 더 흐른 2003년엔 전인권이 다시 불러 원곡에 경의를 표했다. 모든 버전이 다 개성적이지만, 욕망의 끈을 무심히 놓아버린 듯한 김민기의 목소리가 '봉우리'의 미학에 가장 잘 어울린다.

만일 한국의 밥 딜런을 꼽는다면, 그 주인공은 단연 김민기가 될 것이다. 그만큼 문학과 음악의 재능을 완벽하게 동시에 가졌던 사람은 없다. 그는 모국어의 가장 깊은 속살을 만지고, 거기에 감각적 음악을 입혀 '지식인 음악'의 전범을 제시했다. 누구도 쉽게 넘지 못할 한국 대중음악의 큰 봉우리다. 치열한 지적 자의식이 곳곳에서 번뜩이는 그의 수많은 히트곡은, 어떤 노래보다 통시적 생명력을 길게 얻을 것이다.

아직도 더 오를 곳이 남았는가. '봉우리'를 들으며 지친 발걸음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의 바다는 어디에 있는가. 내 삶은 언제 고요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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