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표작가 위화,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
22일 서울 청계천 앞에 선 위화는 청계천이 복개됐던 얘기를 듣고 “내 고향 항저우에도 원래 맑은 물이 풍부했는데, 지금은 빌딩이 들어서고 도로를 만들면서 지하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문화대혁명(문혁) 때도, 최근 30년간의 개혁개방 시기에도 중국은 정상적이지 않았지요.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허삼관 매혈기’를 비롯한 작품으로 국내에도 팬 층이 두꺼운 소설가 위화(57)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중국의 정상 사회는)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위화는 2006년 문혁이라는 암흑기와 돈이 지배하는 현대 중국의 초상을 비판적으로 그린 장편 ‘형제’를 펴냈다. 소설은 당국의 검열을 통과한 게 신기할 정도로 신랄하다. 당시 그는 인터뷰에서 “지금 중국 사회는 모든 것이 미쳐 있고 공허하며, 사람들은 돈을 번 뒤 무엇을 할지 모른다”고 했다. 11년이 지난 오늘날은 어떠냐고 물었다.
“(돈을 벌고) 무엇을 할지가 명확해졌지요. 주식투자를 하고,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 애씁니다. 집값이 오르니 사람들이 집에 투자하는데, 그러니 집값이 더 올랐습니다. 비정상을 정상이라고 받아들이면서 사는 듯합니다.”
위화는 22일 재출간된 ‘형제’(푸른숲)의 개정판 서문에서 “세상이 취했는데 홀로 깨어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세상이 아니라) 내가 비정상이라서 뭘 봐도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시대가 비정상적이면 작가로서는 쓸 소재가 많아지지요. (웃음)”
그는 풍자적인 자신의 소설처럼 뼈 있는 농담도 여럿 날렸다. “중국 인민은 지도자들과 함께 오염된 공기를 마신다는 데서 평등을 느끼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면 미국으로는 멀어서 못 쏠 것이고 그 목표는 첫째가 일본, 둘째가 중국이 될 것이기에 서울이 베이징보다 안전할 수 있다” 등이었다. “평범한 중국인들도 대부분 북한이 정상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중-소 관계가 멀어질 때 소련의 편에 섰고, 1990년대 이후 중국에 의지하고 있지만 진정한 친구 관계는 아니라고 보지요.”
그는 오늘날 중국 내부가 경제와 사상적으로 ‘어지럽기(亂)’ 때문에 당국의 통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개방 30년이 지나면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고, 갈등이 많이 쌓여 통제가 없으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지금은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내 작품이 만약 당장은 검열로 출간되지 못한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낼 수 있을 것이고 영영 못 내는 건 아니다”는 그의 말이 당국을 향한 ‘알리바이’인지 진심인지는 짧은 인터뷰로는 알기 어려웠다. 위화는 100년 전 중국과 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3편을 동시에 집필 중이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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