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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과 하루키의 잔혹한 10월…차세대 작가들에 주목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0월6일 14시52분    조회: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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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염원에 아전인수식 기대했다가 좌절하기 10여년

이승우·한강 등 유럽서 조명…'고은 이후' 비관론도

고은 시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한국 시인 고은(84)과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8)는 올 가을에도 어김없이 국가대표로 불려 나왔다. 언론과 유럽 현지 도박사들 손에 이끌려서다.

고은은 2002년, 하루키는 노벨문학상에 앞서 받는다는 카프카상을 수상한 2006년부터다. 올해는 2014년 카프카상을 받은 중국 작가 옌롄커(閻連科)가 유력하다는 루머가 유럽 현지에서 돌면서 '노벨문학상 삼국지'가 펼쳐졌다.

정작 이들이 최종후보 5명 안에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스웨덴 한림원이 극구 부인하는 지역·언어·장르별 안배와 정치적 요인이 추측의 근거다. 올해의 경우 아시아·아프리카 작가가 받을 차례라거나 지난해 촛불혁명의 영향으로 고은의 수상이 유력하다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나왔다.

◇ 고은과 하루키는 어떻게 '국가대표'가 됐나

고은은 노벨문학상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하루키는 재작년 팬들과 온라인 문답을 통해 "솔직히 얘기해서 정말 피곤합니다"라고 토로했다. 낯뜨거운 희극이 연례행사처럼 계속되면서 지켜보는 이들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고은 시인을 그만 놓아 달라"는 말이 몇 년 전부터 나온다.

그러나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높아진 국격에 걸맞게 노벨문학상 작가 한 명쯤은 가져야 한다는 게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학계 안팎의 암묵적 숙원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와 오에 겐자부로(1994년) 등 이미 두 명의 수상자를 낸 일본 문학에 대한 열등감과 경쟁심리도 작용했다.

박경리·김지하·이문열·황석영 등이 잠재적 후보로 꼽혔고, 정부 차원에서 번역을 활성화하며 한국문학을 세계무대에 소개하려 애썼다. 그러는 와중에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외신에 언급된 고은이 사실상 단일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몇 년 전에는 한 문인단체가 노벨상 염원의 뜻을 담아 '노벨문학상 빈자리 좌대'를 세우는 일도 벌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면 하루키는 오로지 이야기의 힘으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으며 자연스레 노벨상에 근접한 경우다. 하루키는 1976년 무라카미 류에 밀려 대형 신인 등용문인 아쿠타가와상에서 탈락했고, 오에 겐자부로와 가라타니 고진 등 유력 문인들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미국소설을 번역한 듯한 문체에,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 같은 거대하고 이상적인 주제의식이 결여됐다는 이유였다. 노벨문학상과 거리가 먼 작가라는 지적도 같은 이유로 나왔다. 하루키 소설에서 노벨이 유언으로 제시한 '이상적인 방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키는 출세작인 '노르웨이의 숲'이 전 세계에서 1천만 부 이상 팔린 이래 내놓는 작품마다 '하루키스트'를 양산하며 카프카상과 예루살렘상 등 유수의 국제문학상을 휩쓸었다. 비판적이었던 일본 평단은 하루키의 전 세계적 인기에 사실상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유럽의 한 베팅정보업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수상자 발표 전까지 하루키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돈을 건 사람이 전체의 절반가량이었다. 수상 확률이 가장 높다고 예측된 응구기 와 티옹오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전 세계 작가들을 압도하는 폭넓은 인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승우(왼쪽)·한강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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