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 뻐스정류장 (남송화)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3월15일 00시00분    조회:242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뻐스정류장, 모두가 거부기 목이 되여있다. 칼바람이 윙윙- 살점이라도 베여갈 기세이다.

뻐스를 타고 다니기로 결심한 후로부터 나의 짝사랑이 시작되였다. 기다림에 지쳐 택시를 잡으려고 하면 나의 배신감을 느끼기라도 한 듯 택시도 나를 멀리했다. 그러다가 머리 뚜껑이 열릴 바로 직전 김이 씩-씩- 날 때면 저만치에서 배시시 나타난다.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듯이…

애간장 태우며 오매불망 기다리는 6선 뻐스는 오늘도 나하고 밀당중이였다. 평소에 타려고 하면 꽁꽁 숨어 안 보이던 50선마저 두개나 지나갔다. 택시를 타려고 생각했다가도 이 추위에 여태까지 기다려온 것이 억울해서 끝까지 버티는중이다.

갑자기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 생각났다.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였다가…’

마음이 재가 되여 신경 곤두세우고 있는데 문득 뒤에서 까드득 까드득 소리가 났다. 설마 하고 돌아섰는데 역시 나의 설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리가 그렇게 익숙히 들어오던 해바라기씨 까는 소리… 그 것도 멀쩡하게 생긴 중년남자가…

얼어죽을 놈은 나와보라는 듯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저마다 따뜻하고 깊숙한 털가죽 속에 몸을 숨기느라 급급한데 저 멀쩡한 놈은 혼자 해바라기씨 까기 삼매경에 한창 취해있었다. 무슨 대회에라도 참가한 듯이…

평소 집안에서 들으면 그 고소한 냄새까지 정겨웠겠건만 오늘따라 그 해바라기씨 까는 소리가 그렇게 귀에 거스릴 수가.

윙윙 바람소리에 맞춰 그의 속도도 점점 빨라져갔다. 깨끗했던 땅바닥은 순식간에 속살을 빼앗긴 껍질들로 와자자하게 변신되였다.

멀쑥하게 생긴 놈이 옷만 멀쩡하니 차려입은들 뭐해? 자신의 체면은 해바라기 껍질처럼 새까맣게 된 걸 알기나 할가. 알면 저런 행동을 안 하겠지.

무시하려고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까드득 까드득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끼리끼리 이야기하느라고 아님 못 본척하는 데 습관이 되였는지 모두 무덤덤하였다. 나만 이렇게 신경쓰이나? 나만 눈에 거슬리나? 나만 이상한 건가?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소리를 꾹꾹 누르고 있다가 결국엔 그만 참지 못하고 홱 돌아섰다.

입을 벌려 말을 하려는 순간 그 남자가 앞으로 막 달려가는 것이였다. 기다리는 뻐스가 왔던 것이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침만 삼킬 뿐이였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식이 되고 말았다. 허허허 헛웃음만 나왔다.

좀더 일찍 말했을 걸… 아니, 차라리 말을 안하기 잘했어…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 와중에도 저 사람이 뻐스에 올라가서도 해바리기씨를 계속 까고 있지 않을가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소시민 의식, 이런 걸 두고 말하기도 한다. 저 해바리기씨남자도 전형적인 소시민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도 소시민의 의식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였다.

사전적 의미에서 말하는 소시민이란 로동자와 자본가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소생산자, 소상인 및 봉급생활자, 자유직업자를 통털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소시민이란 일반적으로 매사에 따지고 눈앞의 리익만 챙기려 하며 남의 뒤담화를 하기 좋아하는 저속하고 악렬한 사회저하층 인간으로 많이 알려져있다. 하지만 로동자와 자본가의 중간에 위치하는 소생산자, 소상인 및 봉급생활자, 자유직업자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은 요즘에는 사회적 정의와 진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봉사를 관념적으로는 인정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는 우유부단한 존재로 쓰이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 대부분이 소시민 근성에 쩔어있는 속물임이 틀림없다. 현시대 많은 사람들은 자가용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호주머니에 카드만 잔뜩 넣고 다니면 자신은 귀족이나 된 것처럼 타인을 소시민으로 취급한다. 차창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자기와는 무관하다는 듯. 하지만 무엇보다 언제나 안전하게 살려고 발버둥치는 무비판적인 락관주의가 바로 소시민들의 특징이라고 본다.

갑자기 바로 며칠 전 역시 뻐스정류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여느때와 같이 뻐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의 옆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던 한 소학생 녀자아이가 먹던 음식통을 땅바닥에 슬그머니 던지는 것이였다. 그 걸 보고 내가 쓰레기통이 바로 옆에 있는데 왜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땅바닥에 던지냐 하고 한마디 하였다. 나의 말에 그 아이는 무안해서 방금 버렸던 음식통을 주으려고 허리를 굽혔다. 그 순간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어떤 아줌마가 아이를 홱 낚아채더니 나를 손가락질하면서 니깟게 뭔데 내 아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이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한 것이 잘못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그럼 니가 주어서 쓰레기통에 넣으면 될 걸 왜 내 아이에게 그러냐고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였다. 이런 사람들 하고는 말이 안 통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나는 당신 자식 교육하기 전에 당신부터 인간교육 다시 받아라고 한마디 하고는 그 자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 와버렸다.

불의를 보면 혹자는 주위 시선이 두려워서, 혹자는 자기에게 불똥이 튈가봐, 또 혹자는 나말고 다른 사람이 나서겠지 하는 식으로 늘 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지켜온다. 일상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문명을 쌓고 조화로운 사회를 이룬다는 것은 소학생들도 익히 아는 도리이다. 하지만 현실사회는 우리로 하여금 입을 다물고 눈을 감게 하였다. 침묵은 금이라고 배우고 자란 우리, 우리의 많은 침묵들 때문에 문명과 정의는 아직도 갈길이 멀고 멀다.

갑자기 혹독한 추위에 두 손을 호호 불면서 해바라기껍질을 쓸고 있는 청소공아줌마가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내가 막 죄송스러워졌다. 아까 내가 그 남자를 제지했더라면 청소공아줌마가 이 추위에 덜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후회가 되였다.

나의 짝사랑 6선이 끝내 왔다. 왜 늦게 왔냐고, 왜 시간을 엄수하지 않냐고 오늘은 운전기사와 꼭 따져봐야지 하면서 뻐스에 올랐다.

 
연변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15
  • [한겨레21] [21이 사랑한 작가들]박승화 기자 이 글은 ‘정지돈을 읽는다’로 시작해, ‘정지돈을 읽을 것이다’로 끝맺는다. 대놓고 정지돈(37)의 소설과 글에 호의적일 텐데, 그보다 중요한 건 그의 글을 둘러싼 당혹감 또는 자괴감 또는 열광 또는 자부심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을 생각해보는...
  • 2020-08-24
  • 지난 7월 25일에 시작된 연변작가협회 시가창작위원회와 대목산청생물과학(길림)유한회사가 손잡고 진행하는 ‘대목산청 시의 려행'은 8월 22일, 다섯번째 코스로 도문시 장안진에 자리잡은 룡가미원을 찾아 ‘리상각시인 3년제 기념쎄미나르’를 개최하여 고 리상각(1938-2018)시인의 창작성과와 문학...
  • 2020-08-23
  • 안도현 명월구진 신툰촌 농가를 방문. 8월 16일, 연변의 아름다운 풍토인정을 구가하고 고향의 미경을 그려내여 인문, 력사, 지리적 서정을 파헤치는 등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연변인민들의 문화적 자태에 대한 조명을 통해 고향을 찬미하고 연변을 세상에 널리 홍보하며 이 땅의 여러 민족 인민들의 자...
  • 2020-08-18
  • 대상수상자 고현아(가운데), 리연균에게 허송절회장이 시상하였다. 8월 14일 오전, 연변청소년문화진흥회와 연변작가협회아동문학창작위원회가 주관하고 연변교원시조문학회가 주최한 ‘제5회 연변청소년시조백일장 시상식’이 도문시국문생태원에서 개최되였다. 연변교원시조문학회 허송절회장은 총화보고에서 ...
  • 2020-08-18
  •   3부가 현실주의 소재 상해는 중국 현, 당대 문학의 중심지이자 중국인터넷문학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다년간 상해에서는 인터넷문학의 발전에 중시를 돌리고 다양한 조치들을 취해왔다.   례를 들면 2015년 제1회 인터넷문학 포럼, 2018년 ‘중국인터넷문학 20년 20부 우수작품’ 및 상해인터...
  • 2020-08-11
  • 화룡변경경제합작구전시중심에서 합작구의 건설정황을 료해하고 있다.  연변작가협회 시가창작위원회와 대목산청생물과학(길림)유한회사가 손잡고 진행하는‘대목산청 시의 려행'이 세번째 코스로 화룡시 남평진에 닿았다. 연변작가협회 부주석이며 시가창작위원회 주임인 김영건시인은 “화룡시는...
  • 2020-08-10
  •   허옥순 녀사   “70살이 되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정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필자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허옥순녀사는 올해 나이가 74세, 2년 전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이미 중국조선어방송넷 위챗공식계정, 《로인세계》 등 매체와 잡지에 여러편의 작품을 발표한 작가 지망생이다. &ld...
  • 2020-08-07
  •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로 취급" 성명 한국소설가협회는 “소설을 쓰시네”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했다”며 해명과 함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
  • 2020-07-30
  •   백학(흰 두루미), 백의 민족의 혼   현춘산   백설같은 두루미, 하얀 두루미. 목과 다리가 훤칠하게 생긴 흰 두루미가, 그 백학(白鹤)이 푸른 하늘을 가르며 높이 솟아오른다. 너울너울 춤추는 날개짓은 푸른 바다를 유유히 헤염치는 듯, 하늘하늘 창공에 뜬 모습은 흡사 어여쁜 천사의 모습이런 듯, 그 ...
  • 2020-07-30
  • 신단수, 조선민족의 세계수   현춘산   아득히 멀고 먼 옛날, 아아하게 솟은 산마루에 거목인 박달나무 한그루가 서있었다. 그 나무는 아찔하게 높이 솟아 하늘에 닿았고 가지와 잎이 무성했다. 그 박달나무는 저 멀리 지중해연안으로부터 이란문화권을 거치고 인도를 포괄하면서 아세아대륙의 북부를 총망라하다...
  • 2020-07-30
  •   곰, 우리 민족의 시조모   현춘산   "엉기적 엉기적 엉기적" "우람한 산악을 끄는 그림자"가 가고 있다."덩쿨풀 우거진 어두운 수풀을 뚫고, 물풀이 우거진 황량한 수렁창을 지나" 산악을 끄는 우람진 그림자가 가고 있다. 산악마냥 우람진 몸집, 기둥 같은 네다리, 쟁쟁 쇠소리날 듯 탄탄한 발톱, 오직 ...
  • 2020-07-30
  • 1.달, 영구한 생명력의 상징   현춘산   인간에겐 환상과 상상이라는 꿈이 있다. 꿈이 있는 인간들만이 삶과 죽음이란 이 심각하고 원천적인 과제를 가지고 있다. 밤하늘에 높이 솟아 휘영청 빛 뿌리는 달, 해처럼 뜨겁지 않고 별처럼 차지도 않으며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고 둥글었다가 기울어지고 사라졌다가...
  • 2020-07-30
  • 정암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7월 25일, 연변작가협회시가창작위원회와 대목산청생물과학(길림)유한회사가 손잡고 진행하는 ‘대목산청 시의 려행’이 첫 코스로 도문시 량수진 정암촌을 찾았다. 연변작가협회 부주석이며 시가창작위원회 주임 김영건은 ‘대목산청 시의 려행’은 시창작 뿐만...
  • 2020-07-27
  • '2020 호미문학대전' 시상식 호미등대박물관에서 개최   2020 호미문학대전 시상식이 지난 7월 5일(토) 오전 10시 30분,  호미곶해맞이광장 일원‧등대박물관에서 개최됐다.   경상북도 포항시가 주최하고 경북일보와 국립등대박물관이 주관하고 영일호미수회가 후원한 이번 문학시상식에는 리련화...
  • 2020-07-27
  •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70돐 기념 특별기획 대형구술시리즈-[문화를 말하다-58](김학철편7) 김학철의 문학작품은 주요하게 두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몸소 겪은 항일전쟁력사와 피 흘려 싸우고 희생된 전우들에 대한 기록이며 다른 하나는 항전승리 후 사회주의혁명과 인민민주주의를 위해 쓴 작품들입니다....
  • 2020-07-17
  • 일전 중국작가협회 인터넷문학쎈터에서 《2019년 중국 인터넷문학 총서(蓝皮书)》를 발표, 2019년 중국 인터넷문학이 창작, 평론연구, 대오건설, 산업발전, 해외전파 등 면의 발전정황을 정리했다. 지난 한해 중국 인터넷문학 발전은 어떤 특점을 띠였을가? 산업발전과 해외전파는 어떤 새로운 변화와 추세를 보였을가? ...
  • 2020-07-16
  • 문단 인기 작가의 ‘사적 대화 무단 전제’ 사건을 계기로 한국문학의 주요 출판사인 창비와 문학동네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독자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합세해 대형 출판사와 인기 작가의 ‘문단 카르텔’에 대한 비판으로 번지고 있다. 신경숙 작가의 ...
  • 2020-07-14
  • ‘2020 호미문학대전’에서 총 2655편 작품이 응모된 가운데 조선족 리련화씨의 ‘백색사진’이 중국조선족문학상을,  박영순씨의 ‘숫돌’이 흑구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한국언론이 전했다. 또 로정옥씨의 ‘길어깨’(수필 부문)가 호미문학대전 금상, 조주안씨의 ...
  • 2020-07-13
  • 조선족문단의 중견시인 최룡관선생이 창작한 애향시 가 덩실한 시비로 태여나 중국조선족민속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잔잔한 향수를 선물하게 되였다. 7월 11일 오전에 개최된 최룡관시비제막식에서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방순애 회장은 “연변동북아문학연구회 회장단은 최룡관시인의 문학창작생애 50주년을&nbs...
  • 2020-07-13
‹처음  이전 4 5 6 7 8 9 10 11 12 13 1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