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판결 디테일] '신경숙 표절 아니다'… 구구절절 따져보니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7월15일 09시32분    조회:88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작가 신경숙/뉴시스
‘어머니를 잃은 지 열사흘 째.’(수필 ‘사모곡’)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소설 ‘엄마를 부탁해’)

‘불현듯 다가서는 어머니를 그토록 간절히 불러본 적이 있던가.’(‘사모곡’)
‘이 집에서 사는 동안 당신이 아내를 이리 간절히 찾아보긴 처음이었다. 당신이 이집을 떠났을 때도 아내는 이리 나를 찾았을까?’(‘엄마를 부탁해’)

2016년 9월 소설가 신경숙(55)씨가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 표절 시비로 소송에 휘말렸다. 수필가 오길순(69)씨가 자신의 수필 ‘사모곡’을 표절했다며 신씨와 출판사 ‘창비’에 2억원을 배상하라고 소(訴)를 제기한 것이다.

2001년 출간된 ‘사모곡’은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잃어버린 뒤 다시 찾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젊은 시절과 자식에 대한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2008년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어머니가 실종되고, 이후 가족들이 어머니를 찾아나서며 과거 기억들을 더듬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오씨 측은 “모티브(착안)와 줄거리, 표현 등에 있어서 매우 유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신씨 측은 “엄마를 부탁해는 신씨가 직접 구상한 내용이며 다른 특정한 작품을 보고 표절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에서 쟁점은 문장·단어와 같이 세부적인 표현에서 같은지를 따지는 ‘부분적·문언적 유사성’과 글의 구조, 체계가 복제됐는지를 따지는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었다. 이 두 가지 기준을 토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는 ‘실질적 유사성’이 판단됐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와 수필가 오길순씨의 수필 ‘사모곡’이 실린 수필집 ‘목동은 그 후 어찌 살았을까’/조선DB
◇“수필은 ‘어머니’, 소설은 ‘엄마’…실종 알리는 형식도 달라”
약 2년 가량 이어진 재판 결과는 신씨의 ‘승(勝)’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 최희준)는 지난 11일 “표절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며 오씨가 신씨 등을 상대로 낸 출판금지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문장이나 단어 등 형식적인 표현면에서 두 작품이 비슷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씨 수필에서는 실종된 사람을 ‘어머니’로, 신씨 소설에서는 ‘엄마’로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어머니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다른 점도 지적했다. ‘사모곡’에서는 아버지가 “느이 어머니를 잃어버렸다”고 직접 가족들에게 어머니 실종을 알렸으나 ‘엄마를 부탁해’에선 ‘너는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얘길 처음 듣자마자… 성질을 부렸다’와 같이 화자가 자신의 내면을 말하는 형식으로 어머니의 실종을 서술했다.

재판부는 “그 밖에 다른 표현들도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고, 단지 어머니 실종과 관련해 서술하려다보니 부득이하게 같은 단어를 쓰게 된 정도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결국 모두 어머니 실종사건과 어머니를 찾고자 하는 자녀의 간절한 마음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문장 대 문장 수준에서 신씨가 베껴 썼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신경숙 소설이 훨씬 복잡…등장인물 많고 개성도 있어”
재판부는 문장이나 단어 수준을 떠나 글의 흐름이나 구조 등 체계 면에서도 두 작품이 다르다고 했다. 신씨 소설의 경우 등장인물이 더 다양하고, 이야기 구조도 복잡해 표절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모곡’에서는 어머니, 아버지, 동생, 택시 기사, 주방 아주머니 등 10명 가량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엄마를 부탁해’는 이보다 많은 약 20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며, 이중에는 어머니가 과거 연정을 품었던 남성까지 등장한다. 재판부는 “신씨 소설의 등장인물이 훨씬 많고 관계도 복합적”이라며 “또 오씨 수필은 어머니를 찾기까지의 과정만 다뤘지만, 신씨 소설은 여기에 더해 ‘엄마’ 인생 전반에 관련된 인물들이 폭 넓게 소개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수필 속 ‘어머니’는 수필의 한계상 성격이 단순하고 평면적이지만 소설 속 ‘엄마’는 단순히 한 마디로는 수렴될 수 없는 여러 가지 측면을 지닌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의 실종’이라는 모티브에 대해 재판부는 “부모를 실수로 잃어버리게 된다는 소재는 다수의 문학 작품과 영화 등에 종종 등장한다”며 “비슷한 착안을 했다는 것만으로 섣불리 유사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두 작품의 결말이 다른 점도 지적됐다. 사모곡’에서는 가족들이 백방으로 찾아다닌 끝에 ‘어머니’를 찾게 되지만, ‘엄마를 부탁해’에서는 ‘엄마’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막을 내린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실수로 잃어버린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신씨 소설이 오씨 수필과 구별되는 개성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항상 앞서 걸어가는 남편’이라든지, ‘엄마’가 나타났다고 제보되는 장소는 모두 ‘큰 아들’과 관련됐다는 설정처럼 신씨 소설이 나름의 개성을 갖고 소설적 재미를 부여해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두 작품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신씨가 유씨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게 재판부 판단이다.


조선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72
  • ‘우리문학’이 해외에 번역 소개된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획전이 열린다. 1892년 오사카 아사히신문에 ‘춘향전’이 연재된 것을 시작으로 작금에는 신예작가들의 작품까지 해외에 빠르게 소개되기까지의 과정과 현황을 번역본, 영상, 강연으로 입체적 실감을 하는 자리다. 서울 은평구가 운...
  • 2017-07-01
  • 베스트셀러 작가 패터슨과 협업… 대통령만 아는 세밀한 내용 담을듯   미국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이 범죄 스릴러 작가로 변신한다.    8일(현지 시간) CNN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패터슨과 ‘대통령이 사라졌다(The President is Missing)’라는 제목의 소설을 내...
  • 2017-06-06
  •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팝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을 스웨덴 한림원에 제출했다고 한림원 측이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싱어송라이터로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딜런은 상과 함께 주어지는 800만 크로네(미화 92만3천 달러·10억3천여만 원...
  • 2017-06-06
  • 6월 4일 오전, 도문시 백년부락은 잔치분위기로 들끓었다. 백년부락 정문에 위치한 탑동네에는 ‘그윽하여라 만방에 넘치는 시조의 향기’, ‘2017년 연변 청소년 시조 백일장’, ‘백년부락에 오신 손님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커다란 프랑카드가 손저어 손님을 반기는듯 펄럭이였고...
  • 2017-06-06
  •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불발 불똥 / 수원시 광교동 일부 주민들 반발 / 市가 삼고초려한 고은 집 몰려가 / “즉시 떠나라” 시위에 시인 충격 / “상관 없는 사람 왜 끌어들이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로 빚어진 경기 수원시와 주민 간 갈등이 고은(84) 시인의 퇴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 2017-05-29
  • 프랑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르 클레지오. 서울이 배경인 소설을 쓰고 있다. [사진 대산문화재단]   "나를 포함해 세계 도처에서 많은 사람이 큰 관심을 갖고 한국의 대통령 탄핵, 새 대통령 선출 과정을 지켜봤다. 평화적으로,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교체한 세계 정치사의 중요한 순간이었다. 한국인들은 낮...
  • 2017-05-23
  • 中 대표작가 위화,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   22일 서울 청계천 앞에 선 위화는 청계천이 복개됐던 얘기를 듣고 “내 고향 항저우에도 원래 맑은 물이 풍부했는데, 지금은 빌딩이 들어서고 도로를 만들면서 지하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문화대혁명(문...
  • 2017-05-23
  • [서울신문] 시대상과 그의 詩 들어맞아…공연·음반·문화행사 신드롬  “부끄러워하는 시인에서 실천·희망 이미지로 변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윤동주 ‘서시’ 중) 윤동주 시...
  • 2017-05-10
  • 원로작가 림원춘선생이 참가자들에게 청산리대첩 경과를 소개하고 있다. 5월 1일 오전, 화룡시 작가협회는 화룡시 룡성향 부흥촌 로년협회와 함께 청산리항일대첩기념비를 찾아 여러 가지 기념활동을 조직하였다. 화룡시 작가협회 고문인 윤동길의 사회하에 진행된 기념활동에서 화룡시 작가협회 주석 안수복과 부흥촌...
  • 2017-05-05
  • 작가 각비의 소설 《투명옷》(인민문학출판사 출판)이 최근 미국 수전 손택번역상을 수상했다. 최근 국제상을 받고있는 중국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있을뿐만아니라 일부 중국 문학작품이 국외에서의 판매량도 최고치를 갱신하고있다. 례를 들면 《삼체(三体)》 영어판은 전세계에서 25만권이 팔려나갔다. 《비밀을 파헤치...
  • 2017-05-05
  • 일단 젊은 감성과 만만찮은 내공으로 문단에서 점점 립지를 굳혀가고있는 90후 작가들의 작품이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순조롭게 착근하는 양상이다. 이런 젊은 작가들의 행보가 문학계에 어떤 새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가 하는 기대감도 점점 높아지고있는 추세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
  • 2017-04-25
  • “술 몇 잔 먹다 보니 칠십이여”… 칠판 위엔 必日新 세 글자 [정재숙의 공간탐색] 소설가 김훈의 작업실 김 훈 1948년 서울 생. 신작 발표 때마다 독자와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소설가 겸 산문가. 일간·주간지의 신문기자와 편집국장을 거치며 단련된 육하원칙과 사실 묘사 위주의 글쓰기가...
  • 2017-04-16
  • 【서울=뉴시스】민윤기 서울시인협회장(왼쪽), 우에무라 교수 【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 “윤동주 시인을 위해서 일본 우익 역사수정주의자들과 싸우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 우에무라 다카시(59·植村隆)가 한국 시인 윤동주(1917~1945)를 논한다.  “왜 일본인인 내가...
  • 2017-04-08
  •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의 무대. 거대한 달이 떠 있다. 손민호 기자  2017년은 시인 윤동주(1917∼45)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올 봄 윤동주를 기리는 문화예술 행사가 잇따르는 까닭이다.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담은 공연도 여럿 있었는데, 눈길을 끌었던 한 편을 소개한다. 서울예술단 창작...
  • 2017-04-06
  • 우리 민족의 한을 담은 동요《반달》은 항일가요의 하나로 오늘날까지 널리 불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 동요의 작곡가 윤극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의 《음악대사전》,《중국조선족아동문학》등 문헌들을 참조하면서 우리 민족 음악교육과 아동문학의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한 저명한 작곡...
  • 2017-04-01
  • [동아일보] 탄생 100주년 맞아 ‘기억과 화해의 비’ 우지 강변에 설치 윤동주 시인(1917∼1945)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일본 교토(京都) 부 우지(宇治) 시의 강변에 기념비가 설치된다. 우지 시를 관통하는 우지 강은 윤 시인이 1943년 도시샤(同志社)대 영어영문학과 유학 시절 일본인 학우들과 야외 송별회를...
  • 2017-03-13
  •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낮은 곳에 있었다 [이주엽의 이 노래를 듣다가]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김민기 '봉우리' 중 꿈과 열정, 성공과 도전이라는 단어는 욕망을 대상화한다. 그 단어의 주술적 힘에 끌려 우리는 지금도 어디론가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사회는 화려한 승자(勝...
  • 2017-03-05
  • 한강 작가가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스웨덴의 노벨상, 프랑스의 콩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해 온 국민을 기쁘게 했던 것은 지난해 5월 중순, 노벨상에 목마르던 국민들의 갈증을 다소나마 해소하고, 우리도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nb...
  • 2017-03-03
  •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 지난 겨울 추위로 으스스한 설날 연휴에 서재정리를 했다. 이유인즉, 오는 5월 아들 결혼을 앞두고 2층에 있는 서재를 1층을 옮기고, 2층에 아들의 신혼방을 꾸미겠다는 것이다.  책의 규모가 3천여권이나 되어 온 식구가 매달려 하루종일 운반했다. 1층 거실과 방안에 책을 쌓아놓고 서재에 정...
  • 2017-02-10
‹처음  이전 2 3 4 5 6 7 8 9 10 11 1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