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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피해자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커져
발생 건수 증가 일로…"피해 당한지 몰라 더 문제"
발생 대비 기소율은 낮아…처벌도 벌금형이 절반
"피해자 느끼는 고통과 실제 피해 비해 처벌 미진"
"포르노의 한 장르처럼 소비되며 2차, 3차 가해로"
"홍대 사건, 수사기관이 더 적극 나서는 계기 돼야"【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9월 공개한 위장형 카메라 압수물. 경찰은 위장형 카메라 3568점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시중에 불법으로 유통한 A씨 등 수입, 판매업자 3명을 검거하고 이들로부터 구매한 카메라로 모텔이나 화장실에 설치해 불특정 다수의 성관계 장면 등을 촬영한 혐의로 D씨 등 4명을 검거해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2017.10.0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류병화 수습기자 = "지하철역 화장실이나 공용화장실이 뚫려있으면 유심히 쳐다보게 됩니다. " "위아래 뚫린 공용화장실이 너무 두려워요. 신발 위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하고 찍는 사람도 있다는데 막을 방법은 없네요."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이 여성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수사기관이 일명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 남성 피해자가 나오니 발빠르게 수사했다는 강한 불신이다. 이를 지적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0만명의 동의를 훌쩍 넘겼고 규탄 시위도 예고됐다.
이런 움직임에는 '언제 어디서나 몰카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여성들의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몰카 범죄의 지능화, 사회의 낮은 경각심이 여성들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어 강력한 대처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몰카 범죄 발생 증가 일로…"피해 당한지 몰라서 더 문제"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불법촬영 범죄(성폭력범죄의처벌에관한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발생 수는 5170건으로 2012년(2412건) 대비 2배나 뛰었다. IT기기 보편화로 몰카 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드러나지 않은 범죄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범죄 사건을 주로 다룬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몰카 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피해를 당한다는 점을 모를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지하철이나 거리, 화장실 등에서 스마트폰 촬영은 물론이고 초소형 카메라를 숨겨서 찍는 식으로 계속 범죄가 지능화하고 있다"며 "실제 숙박업소에서 찍힌 성관계 몰카가 인터넷상에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몇년 뒤에야 타인에게 듣고 수사의뢰하는 여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여성안심보안관들이 강남·수서경찰서 관계자들과 함께 화장실을 합동 점검하고 있다. . 2017.05.29. myjs@newsis.com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로 범죄의 표적이 되는 여성들은 몰카범죄 노출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일부 대학 학생회는 몰카 탐지기를 사서 대여해주고, 여성 이용자들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몰카 예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회사원 안모(27·여)씨는 "지하철역 화장실이나 공용화장실에서 밑이 뚫려있는 곳은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며 "인터넷상에서 한 네티즌이 실리콘 제품을 갖고 다니며 화장실 (뚫려있는) 구멍마다 막는다는 후기도 봤다"고 말했다.
◇"피해자 고통은 평생인데"…수사·처벌에 두번 울어
몰카 범죄는 온라인으로 촬영물이 유포돼 빠르고 무한하게 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크다. 하지만 범행 장소와 시간 등이 특정됐던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과 달리 대부분 몰카 사건은 그렇지 않아 가해자를 찾기 힘들고, 범인을 잡아내도 기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범죄피해지원단체의 한 활동가는 "현장에서 체포되지 않는다면 가해자가 해외 사이트에 몰카를 올리거나 피시방에서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게시글을 올리는 등의 수법을 이용해 범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현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의 2016년 이화여대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의 기소 비율은 2012년69.7%에서 2013년 54.5%, 2014년 44.8% 등으로 떨어졌다.
수사기관의 미온한 대처가 낮은 기소율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논문은 "범죄발생 건수에 비해 기소율이 낮은 이유는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뤄지고 가해자가 초범인 경우 기소유예되거나 불기소처분되고 있다"며 "신상정보공개제도라는 불이익으로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고 분석했다.
사이버성폭력 피해를 지원하는 인권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연후 활동가도 "전남편이 가해자로 지목됐음에도 사실을 부인한다고 압수수색되지 않거나 해외에 서버가 있고 아이피(IP)를 우회해 가해가 일어나면 수사 자체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성범죄 사건 전문의 한 변호사는 "수사당국이 그냥 사진 한장 찍은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과 실제 피해에 비해 처벌도 미진하다"고 꼬집었다.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대구시 중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계단에 '허락없는 촬영은 범죄입니다'라고 적힌 몰카 예방 홍보문구가 지나는 시민의 눈길을 끌고 있다. 2017.12.06. wjr@newsis.com
실제 바른미래당 김삼화 국회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4년에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불법촬영 범죄로 법원에서 1심 선고를 받은 사람 중 징역형 같은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8.7%(457명)에 그쳤다. ▲55.1%(2911명)는 벌금형 같은 재산형 ▲8.7%(457명)는 집행유예 ▲5.5%(290명)는 선고유예를 받아 대부분이 벌금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 몸을 대상화·도구화한다는 점에서 피해의 질 심각"
여성단체들은 "몰카를 소비하는 사회의 낮은 경각심도 문제"라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몰카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강력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상에서 불법 촬영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누리꾼들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공유하는 경우가 다수다. 몰카 촬영물을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들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연후 활동가는 "불법도촬한 촬영물이 포르노의 한 장르처럼 소비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 자체가 굉장히 문제다"라며 "또다른 2차, 3차 가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몰카범죄는 여성들의 몸을 대상화, 도구화하고 있단 점에서 피해의 질이 심각하다"며 "피해자가 남녀인 것을 떠나 몰카범죄에 대해 수사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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