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부담으로 결혼·출산을 미루는 젊은이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당장 낳을 수 없지만 준비는 하자'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30대 후반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던 난자 냉동 보관이 20대 여성들로 확산되고, 건강한 20~30대 남성들이 정자를 냉동 보관하고 있다. 직장인 손모(28)씨는 지난 6월 경기도 분당 한 난임(難妊)센터에서 자신의 정자를 냉동했다. 냉동비는 45만원, 보관료는 1년 30만원이다. 미혼인 손씨가 학자금·전세보증금 대출 등을 갚으며 3년간 모은 돈은 1000만원 정도다. 내후년쯤 결혼해 대출 끼고 집을 살 계획이다.
과거에는 백혈병·암 등 중병(重病) 환자들이 항암 치료 전 정자를 냉동 보관했다. 요즘에는 건강한 20~30대 일반 남성들이 더 많이 찾는다. 차병원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에 따르면, '냉동 정자'를 보관한 전체 남성 중 '질병 없는 20~30대'의 비율은 2016년 56%, 지난해 65%였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185명 중 115명(62.3%)이었다. 이 기관에 난자 냉동을 의뢰한 20~30대 미혼 여성은 2013년 25명에서 지난해 288명으로 10배 정도 늘었다. 김대근 차병원여성의학연구소 교수는 "결혼 여부를 떠나 '당장은 낳지 못하지만, 언젠가 태어날 아이를 위해 정자·난자를 보관해두고 싶다'는 젊은 층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했다. 맞벌이 김모(33)씨 부부는 4년 안에 집 대출금을 갚고 아이를 갖는 게 목표다. 김씨는 "양육비·교육비 명목으로 매달 250만원씩 적금도 붓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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