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문 후보께서 시간이 되면 연극 한 번 보러 오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제38회 서울연극제 선정작 '페스카마-고기잡이 배'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임선빈씨가 유세 기간에 더불어민주당 캠프에 전했다는 말이다. 우연하게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일에 개막한 이 연극은 22년 전 '문재인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연극은 1996년 8월 24일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 호'에서 조선족 선원 6명이 한국인 선원 11명을 살해한 사상 최악의 선상반란 사건을 다룬다. 당시 인권 변호사로 활동 중이던 문재인은 2심부터 변론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당시 문재인이 조선족 인권을 자국민에 우선시했다며 비난했다. 혹자는 문재인의 '아킬레스건'이라고도 부른다. 대선 기간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 '눈치'가 보이진 않았을까. 박근혜 전 정권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2013년 8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대관 탈락한 서울연극제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을 법했다.
임 연출은 "나를 포함해 연극 관계자 모두가 문 후보 지지자였다"며 "우리끼리는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취임일에 연극을 개막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난해 말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 문화예술인들을 만날 때면 정치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일을 기점으로 예술에 정치 논리는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앞서 수천 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그에 대한 지지 선언을 보낸 것도 정치와 예술의 분리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학로 극장과 연예기획사 등을 방문하며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바쁜 국정에 문화예술 정책이 뒤로 밀려날지언정 또 다른 '블랙리스트'는 없을 거라는 기대가 크다.
문 대통령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영화나 연극을 보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때는 공연을 보러 가는 대통령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잠시나마 정치와 이념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한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면 다음이미지가 보여집니다.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