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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카마 호' 사건 다룬 최초의 연극…5월21일까지 동양예술극장서 공연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시절 변론을 맡았던 '사상 최악의 선상 반란사건'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1996년 8월 24일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 호'에서 조선족 선원 6명이 한국인 선원을 포함한 11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제38회 서울연극제 선정작 '페스카마-고기잡이 배'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임선빈씨는 지난 10일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개막 공연을 앞두고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일에 맞춰 연극을 개막하게 돼 기쁘다"며 "(다른 의도가 있다기 보다는) 2017년에도 여전한 재외동포 문제와 열악한 노동문제를 관통하기 위해 1996년도에서 온 작품으로 봐달라"고 밝혔다.
당시 부산변호사회 인권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던 문재인은 2심부터 '페스카마 호' 사건의 변론을 맡았다. 1996년 12월 1심에서 피의자 6명에 대해 전원 사형 판결이 났지만 이듬해 4월 항소심에서 주범으로 지목된 전씨를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은 무기징역 판결을 받았다. 전씨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말기 특별사면 때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도 일부 언론과 보수진영에서는 '페스카마 호'를 대선후보였던 문재인의 '아킬레스 건'으로 꼽았다. 노무현 정부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문재인이 사면권을 남용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은 이후에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가해자들의 죄가 무겁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들 또한 동등하게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며 동포로서 따뜻하게 감싸줘야 한다고 일관된 의견을 유지했다.
연극 '페스카마-고기잡이 배'를 봐도 섣부른 판단을 내리긴 어렵다. 선상으로 꾸며진 소극장 무대 위에 17명의 배우들은 빠른 호흡으로 다양한 감정들을 주고 받는다. 조용한 폭군과 같은 바다 위에서 평화는 폭풍 전야와도 같다. 조선족 선원들은 한국 선원과 함께 밤 바다를 바라보며 '첨밀밀'을 부르다가도 갑판장의 욕설과 폭행에 치를 떤다. 실제 법정 진술을 통해 알려졌던 일부 '인간적인' 선원들의 면모와 어획량에 따라 임금을 지불받는 보합제에서 불거진 '선상 폭력' 실태 등을 반영했다.
'페스카마 호' 사건이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15년이 걸렸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임선빈씨는 그동안 신문기사와 법정자료 등을 정리하고 문재인과 공동변론을 맡았던 조선족 변호사를 인터뷰하며 동분서주했다. '페스카마 호'를 둘러싼 다양한 진술과 사실관계, 그리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모두 고려해 극본으로 녹여내는 데만 7년이 걸렸다.
임 연출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며 "일단 정치나 법은 미뤄두고 인간의 그 자체의 모습과 희노애락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당신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키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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