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윤동주도 그저 조선족'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한 마디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1월12일 09시31분    조회:177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장률 감독의 앞선 영화 <경주>에 호감이 있는 관객이거나, 대사를 통한 스토리 위주로 끌고 가는 영화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추천한다. <경주>가 경주에서 우연히 조우하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였다면,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군산의 네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군산에 우연 혹은 필연적으로 내려간 두 남녀 윤영(박해일 분)과 송현(문소리 분)이 민박집에 묵게 되고, 그 곳의 주인장(정진영 분)과 자폐를 가진 딸(박소담 분)이 이들과 교감하는 이야기. 이 과정에서 서로의 아픔 혹은 치부가 드러나고, 다들 우연하게, 낯설게, 친절하지 않게 상대를 토닥인다. 아픔, 고통이란 본디 대리할 수 없는 것이기에 타인이 건네는 당장의 위로는 언제나 적절하지 못할 수 있다. 어느 날 애정이나 배려의 발로였음이 우연히 깨달아질지언정 말이다.
 
윤영이 자신의 집 조선족 도우미와 '윤동주'와의 관계적 우연성에 감격하는 장면은 그가 시인이기 때문일까? "윤동주가 후쿠오카 감옥에서 죽지 않았다면, 그 역시 용정 출신 조선족이었을 뿐이라는"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말은, 우리가 조선족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주민(난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입장의 동일함'을 전제한 관계로서가 아닌, 거시적 '인권' 담론에 머물러 있다는 장 감독의 뼈아픈 지적이고, 이를 송현의 이중적인 행태로 드러낸다.
 
시공간이 교차하는 영화 '군산'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한 장면ⓒ 필앤플랜

 
'장소'를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 생각한다는 장 감독의 '군산'은 현재, 과거, 미래가 교차하는 곳일까?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네 인물들도 군산을 기점으로 일본, 중국(만주), 한국을 시대적, 공간적으로 공유하고, 현재와 과거, 그리고 오늘이 될 미래를 넘나드는 듯하다. 주인장과 딸이 일본에서의 아픔을 안고 군산에 머물고,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던 윤영이 군산을 찾게 되고, 오고서야 군산을 발견하는 송현의 시공간의 교차가 '우연'을 통해 펼쳐진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엔 빛나는 미덕이 있다. 쿡 하며 터지는 의외의 유머를 배치해 자칫 지루할 수 있을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그리고 깜짝 놀랄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이 있다. 이 정도 배우가 등장하면 영화가 다른 국면으로 전환될 거라 생각하겠지만, 조용히 조연으로 마무리된다. 또한 부수적으로 소비되지 않는 여성 캐릭터들은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내 소득은 뭐니뭐니해도 배우 문숙(군산 음식점 사장)의 발견이다. 문숙은 <허스토리>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대낮에, 술을 오랜 친구 보듯 대할 줄 아는 이는, 인생을 좀 아는 사람이다. 이 여인은 아린 상처를 목울음으로 토해내는 송현에게 고독과 고통을 다루는 태도를 전수한다. "허리를 펴.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이렇게 말이다.
 
군산은 시부모님이 한동안 거주하셨던 도시여서, 내겐 '시댁'의 다른 이름이었다. 시부모님 생전에는 명절 때마다 교통체증으로 고생하며 오갔던 터라, 찬찬히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다. '군산'은 영화가 찾아 보여준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지만, 일제가 조선의 곡물을 수탈해 빼돌린 큰 항구였고, 그런 이유로 일본식 가옥이 많았고, 미군 기지촌과 위안부 집창촌이 큰 규모로 있었던 슬픈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가 군산을 낭만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아픈 역사 또한 공존하는 장소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제 시댁이 아닌 거위를 찾아, 군산을 다시 가봐야 할까 보다.

윤일희/오마이뉴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4
  •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에서 방영 중인 사극 '연희공략'(延禧攻略)이 웹드라마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청나라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궁녀로 입궁한 한 여인의 일생을 다룬 드라마로, 중국판 '여인천하'라고 할 수 있다. 궁중 여인들의 치열한...
  • 2018-08-22
  • [OSEN=강서정 기자] ‘빅 포레스트’가 한 편의 로드 무비 같은 메인 포스터 2종을 공개해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오는 9월 7일 첫 방송되는 tvN 불금시리즈 ‘빅 포레스트’(연출 박수원, 극본 곽경윤 김현희 안용진, 각색 배세영) 측은 17일, 저마다의 이유로 대림동에서의 삶을 택한 신동엽...
  • 2018-08-17
  • 배우 장소연이 tvN 불금시리즈 의 채옥 역으로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 14일 소속사에 따르면 장소연이 특별출연을 확정 지은 는 서울 대림동을 배경으로 폭망한 연예인 신동엽(신동엽 분)과 짠내 폭발 사채업자 정상훈(정상훈 분), 조선족 싱글맘 임청아(최희서 분)가 좌충우돌하며 펼쳐내는 블랙코미디로 의 박수원 PD와 ...
  • 2018-08-15
  •     7월 30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심등,송운화 등이 출연한 코미디영화 《서홍시갑부》가 개봉한지 4일 만에 흥행수입 10억원을 돌파했다. 통계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개봉 첫날인 금요일에 2억 2600만원의 흥행수입을 기록했고 주말 후 이 규모는 9억원에 이르면서 주중 및 주말 별 흥행수입 1위를 차지한 것으로...
  • 2018-08-03
  •   장북해의 무협소설 《협은(侠隐)》을 각색한 《히든맨(邪不压正)》은 강문 감독의 6번째 작품으로 그의 ‘민국 3부곡’ 마지막 작품이다. 7월 13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대형 영화와의 경쟁 속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령역을 구축하고 있다. 1937년 ‘7.7사변’폭발 전, 미국에서 특공훈련을...
  • 2018-07-30
  •    제4회 성룡국제액션영화위크가 18일 개막했다. 개막식 콘서트에는 주화건(周華健), 손남(孫楠) 등 성룡과 친분이 두터운 실력파 가수들과 정이건(鄭伊健), 진소춘(陳小春) 등 배우들, 신인 아이돌그룹 NEXT 등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2015년부터 연속 3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온 성룡국제액션영화위크...
  • 2018-07-20
  • 현실을 파고드는 내용이 생각할거리를 주고, 연출과 연기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중국의 명작    7월 6일, 중국 영화 아부시약신(我不是药神)은 개봉 하루 만에 박스오피스 3억 위안(약 500억 원)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정확히 개봉 후 20시간 29분이 걸렸다. 중국 영화 역대 흥행 1위 전랑2(战狼2)의 개...
  • 2018-07-19
  •      지난주 말 북아메리카 최대 애니메이션박람회인 아니메 엑스포2018이 미국 로스앤젤래스 회의전시센터에서 열렸다. 중국 장편애니메이션 "무모한 청춘(肆式青春, 일본명 시키오리오리)"이 전시센터 최대 상영홀에서 개봉했다.   "무모한 청춘"은 회몽애니메이션(繪夢動畫)설립자인 이호릉(李豪凌)과 감독 역...
  • 2018-07-19
  • [영화 리뷰] 박화영   탁월하진 않지만 좀처럼 잊기 힘들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박화영'(감독 이환)은 암전 속 스크린을 보며 탁한 현실을 두 시간쯤 잊고 싶은 이에겐 권하기 어려운 영화다. 날 것의 욕설이 넘쳐나는 데다 깨진 발톱이 쓸리듯 괴롭고 불편한 장면이 쉴 새 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장...
  • 2018-07-18
  • 구한말 배경 드라마에서 현대 제품 간접광고 방영 시기 맞춰 관련 상품 내놓는 방식 접목 누리꾼들 사이에서 극중 PPL 찾기 놀이처럼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사진='미스터 션샤인' 3회 방송 화면 갈무리)지난 14일 밤 방송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초반에는 극의 흐...
  • 2018-07-15
‹처음  이전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