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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결핍이 있지 않을까요. 다 사연이 있지만, 말을 못 할 뿐이죠."
완벽해 보일 것 같은 정해인(31)에게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결핍'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그도 결핍이 있단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위로받았다.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 12월 18일 개봉)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 역의 정해인은 전작과 차별화된 색다른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12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해인은 "시나리오를 만화책처럼 재밌게 읽었다"며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사람을 통해 위로받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시동'엔 멋진 대사가 넘친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두 세번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어울리는 일'이 담긴 말이다. 정해인에게 연기는 '어울리는 일'일까 궁금했다. 배우는 "계속 연기해야 알 것 같다"며 "10년이나 더 시간이 흐르고 다시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도 연기는 재밌다. 고통과 슬픔이 수반되더라도 즐겁다"고 미소 지었다.
극 중 상필의 캐릭터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래도 그간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라 욕심이 났다. 부족한 부분은 상대 배우와 호흡을 통해 채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해인은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봄밤', '유열의 음악앨범' 등에서 훈훈하고 바른 남친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동' 속 상필은 안 해 본 캐릭터라 호기심이 생겼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10대 캐릭터는 마지막일 것 같아서 더 끌렸다. 상필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친 반항하는 아니다. 배우는 불량 청소년이 지닌 '거친 이미지'를 벗어내고, 철없는 아이로 표현하려고 했다. "택일과 상필이 기본적으로 나쁜 아이는 아니에요. 엄마와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큰 친구들이죠. 아이처럼 표현하기 위해 걸음걸이, 말투 등을 고민했습니다."
10대 반항아를 연기한 정해인의 실제 10대는 어땠을까. 무엇이든지 어중간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잘 놀지도 못했다. 그래도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던 '착한' 아들이었다. 할머니와 같이 살아서 어른스럽기도 했단다.
가장 큰 반항은 연기하겠다고 진로를 틀 때였다. 정해인의 꿈을 반대했던 부모님은 이젠 '배우' 정해인을 지지한다. 정해인의 기사를 다 모니터링할 정도다.
이번 영화는 부성애를 연기했던 드라마 '봄밤'과 촬영 시기가 겹쳤다. 서로 다른 장르와 감정을 경험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몸은 힘들었지만 배우에게는 좋은 경험이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점에 대해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하고 싶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도전했는데 잘 안 되면 너무 좌절하지 않을까요? 실패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정해인은 시사회 때 스스로 결핍이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누구나 결핍이 있고, 사연이 있다. 말을 못할 뿐"이라며 "나 역시 결핍이 있고 연기할 때 자존감이 낮아질 때도 있다. 스스로 보잘것 없다고 판단할 때도 많다"고 고백했다. "티를 내면 안 되니깐 이겨내려고 합니다. 연기할 때마다 새롭고 두렵고 막막해요. 어색하고 불편한 기분은 배우 스스로 잘 알아요.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상필이와 같이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스물 다섯 살 동생을 둔 정해인은 "조언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다"면서 "동생한테는 '주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해봐라'라고 했다. 나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든지 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KBS2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를 통해선 인간 정해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 정해인이 아닌 '사람' 정해인이다. "진짜 친구들이랑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라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인간 정해인을 보여드리는 방송이라 두렵기도 했어요. 그래도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꼭 가고 싶었던 뉴욕에서 친구들과 함께해서 행복했어요."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한다는 그는 "작품을 모니터링한다는 것과 다르게 민망했다"고 웃었다. 이어 "촬영하다 보니 편해졌는데 내가 저런 말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민망했다. 제작진이 나처럼 재미없는 사람을 재밌게 만들어 주셨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위해 신경 쓴 점도 있다. 시청자들이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다.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회차가 거듭할수록 뉴욕 여행에 대한 정보가 나옵니다. 친구들이 합류하면서 조금 더 편한, 실제 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혼자 있을 때는 쓸데 없는 말을 자주 했거든요. 하하."
'걸어보고서'에서 연출을 하고 싶다고도 언급한 그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10년 뒤에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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