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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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비담의반란 댓글:  조회:1053  추천:0  2009-11-08
                                                   비담의반란     김춘추가  고구려에서 무사히 돌아오자 선덕녀왕은 굉장한 잔치를 베풀고 춘추와 유신의 애국지성을 치하하고 이어 춘추로 승상을 삼고 유신으로 도독으로 삼았다. 이리하여  신라조정의   정치, 군사실권은 김춘추와 김유신을 비롯한 신흥귀족세력에  의해 완전히  장악되였다.     이쯤  되자 수구파세력의 핵심인물인  렴종과 비담은 그만   간이 뒤집혀서 견딜수가 없었다. 특히 성격이 불같고 승상자리를 은근히 넘보고있던 야심만만한 비담은 더욱더 울분을 참을수 없었다. 그는 처음에 차라리 이꼴저꼴 안보고 전원으로 돌아가려고 작정하고 임금께 그뜻을 아뢰였다.    <아니, 시국이 험악할수록 명철한 신하가 있어야 하는데 경은 이때에 되려 락향하겠다고 하니 과인은 장차 누구와 더불어 국사를 의논한단 말이요?>    선덕녀왕은 전혀 예상치 못한바는 아니였지만 다소 당돌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자 비담은 얼른 본의를 밝히였다.    <이념해주시와 성은이 망극하오이다. 정 그러하오시다면 신이 재주는 없으나 어느 성이나 하나 지키게 해주시오. 명활성은 국도와 가까운지라 그리로 보내주시오면 존안을 자주 뵈올수 있겠으니 신은 그 이상 바랄것이 없을가 하오이다.>    바담은 머리를 조아리며 개여올렸다.    <그러면 경은 급히   명활성에 도임하여 국도의 관문을 잘 지키도록 하오!>    선덕녀왕은 비담의 청을 쾌히 들어주었다.    (아니,비담을 명활성에 보내다니!  이건 범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아닌가!>    그 소식을 들은 김유신은 급히 왕을  찾아가 간하였다.    <명활성은 나라의 서울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곳이오니 충직한 장수가 아니고서는 안될줄 아오이다. 비담으로 말하면 야심만만한 인물로서 이번에 락향하겠다고 한것도 실은 대왕께서 춘추공과 신에게 중임을 맡긴데  불평이 있어서 짐짓 그런것이오다. 이런 인물에게 병권을 맡기는것은 실로 위태한 일이오니 대왕께서 부디 굽어살피시소.>     <과인도 짐작이 있으니 경은 과히 근심하지 마오.>    녀왕은 유신의 말을 듣지 않고 끝내 비담과 렴종으로 명활성 성주와 군주로 삼아 임지로 보냈다.    이런 일이 있은 뒤 얼마 안가서 백제와 고구려의  련합군이 당항성으로 쳐들어온다는 급보가 들어왔다. 그러니깐 642년의 일이였다   당항성은 신라가 서쪽으로 당나라와 통하는 유일한 통로로서 고구려와 백제가   이번에 그리로 쳐들어오는 의도는 불을 보듯 환하였다./      급보에 접한 선덕녀왕은 승상 김춘추와   도독 유신을 불러놓고 급히 대책을 물었다.     <적들이 당항성에 쳐들어오는 의도는 불보듯하오. 우리가 당나라와 통하는 길을 끊어버리자는것이요. 어찌했으면 좋겠소?>     왕이 하문하자 김춘추는얼른 유신에게 눈짓을 하면서 먼저 말하라고 하였다.    <우선 용장을 보내여 성을 굳게 지키게 하면서 바다길을 돌아 당나라에 사신을 띄워 구원을 청하는수밖에 없을줄 아뢰오.>     유신이 이렇게 말하자 왕과 승상은 다 그의 주장을 옳게 여겼다.     <그러면 당항성엔 누구를 보내고 당나라엔 누구를 보내는것이 좋겠소?  승상과 도독이 의논해서 처사하도록 하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춘추와  유신은 그날로 천존과 품일로 좌우장군을 삼아 정병 만명을 이끌고 당항성에 급행케 하고 승상의아우 김문영을 당나라에  보내   구원을  청하게   하였다.     천존과  품일장군이 거느리는 신라군은 당항성에서 죽기내기로 싸워 용하게 버티였다. 한편  김문영장군의 급보를  받은 당태종은 노발대발하여  곧 백제왕에게  당항성에서 물러가라는 위협적인 글을 띄였다 백제왕은 그 글을 받아보고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으나 신하들의간곡한 간언으로 드디여  당항성에서 군사를거두었다. 백제군이 물러가자 고구려에서도 그만군사를 거두고 말았다.       <두 나라련합군을 손쉽게 물리친것은 다 김도독의 공론가 하오!>      선덕녀왕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김유신의 공로를 두번 다시 치하해주었다.     당항성싸움이 있은 뒤 얼마 안가서 백제는 당나라가 고구려와 싸우는 틈을 타서 계속 신라로 쳐들어왔다. 그런데 이때는 신라에서도 유리한 시국을 틈타 백제의 코대를 꺾어놓으려고 벼르던 참이였다.   644년 9월 , 김도독 유신은 왕명을 받들고 대장군의신분으로 친히 대군을 이끌고 백제의 국경을 넘어 섰다. 신라군은 파죽지세로 진격하여 가혜성등 일곱개 성을 쳐부신 다음 그 이듬해 봄에 개선하였다. 이에  당황한 백제는 다시 신라에 공격을 들이대였다.      645년 정월,의자왕은 용장 흑치상지로 주장을 삼고 지수신으로 부장을 삼아 신라의적암성을 치게 하였다. 급보에 접한    선 덕녀왕은  또 유신은 불러놓고 대책을 물었다.     <과인이 듣관대 흑치상지와 지수신은 백제의 명장이라고 하던데 누구를  보내야 막아낼수 있겠소?    왕의 얼굴에는  수심이 꽉 차있었다.    <대왕께서 과히 근심하지 마옵소서. 신도 들은바 있지만 흑치상지느 용맹하나 꾀가 부족하고 지수신은 꾀가 많지만 일처리가 서투니 가히 물리칠수 있사옵니다. 신이 재주는 없으나 나가서 막을가 하옵니다. >    <도독은 방금 돌아와서 아직 집에도 안들렸는데 또 어떻게 출전하겠소?>    <어념해주시와 황공하오이다. 신은 이미 신라사직을 위해 한몸을 바치기로 결심하였으니 그런것쯤은 과히 걱정하지 마옵서소.>    다감한 녀왕은 유신의 충성에 고마와 눈까지 슴벅거렸다.    <그럼 또 장군에게 로고를 끼쳐야 겠소. 신라사직의 존망은 장군의 한몸에 달렸소. 부디 잘 싸워주오.>    이리하여 김유신은 처자도 만날 겨를도 없이 다시 싸움터로 말머리를 돌리게 되였다.    김유신은 군사들을 휘몰아 급행군을 시작하였다. 어느덧 군사들은 김유신의 집앞을 지나게 되였다. 이때 유신의 가족들은 두번 다시 집에도 들리지 못하고 출전하는 장군의 뒤모습이라도 바라보려고 모두 문앞에 나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김유신장군은 눈 한번 팔지 않고 지나쳐버리더니 집에서 수백보 떨어진 곳에 가서 한 군졸을 시켜 자기 집의 물을 한그릇 떠오게 하였다.    <어, 시원하다.! 우리 집 물맛은 언제나 이렇게 좋구나!>    장군은 말잔등에 앉은채 랭수 한그릇을 꿀꺽꿀꺽 마시고 나서 감개무량하게 말했다. 이렇게 행군길에 타고마른 목을 고향집 물 한그릇으로 추기고 출전한 장군은 이번 적암성 싸움에서 대승전을 거두었다. 천하의 명장이라고 이름을 날리던 흑치상지의 군은 거의 전멸당하고 흑치 등 몇몇 장수들과 얼마 남지 않은 군졸들만 간신히 혈로를 뚫고 도망쳤을뿐이였다.    이렇게 거듭되는 싸움에서 혁혁한 공을 이룩하게 되자 김유신장군에 대한 신라조야의 선망은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물론 그럴수록 비담은 가슴이 쓰리고 배가 아팠다.    (이제 더 어물어물하다간 완전히 저 놈들 세상이 되고말겠다. 어서 유신 이놈을 없애치우고 그 일당을 멸족시켜야 한다. )    비담은 이를 북북 갈며 벼르고 있었다.    어느날 비담의 군막안에서 렴종, 손홍, 등이 모여 쑥덕공론을 벌렸다.    <우선 유신을 없애치워야 겠는데 놈의 무예를 당하기 어려우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비담이 근심에 잠겨 말하자 손홍이 얼른 받았다.    <성주께서 과히 근심하지 마십시오 제 아무리 일대 용장이라 해도 자객 한사람이면 알아봅니다.>    <하긴 그러하지만 누구를 보내면 되겠는가?>    <고허촌에 사는 최달이라는 자가 자객으로서는 비길데 없습니다. 그를 보내면 김유신의 목을 자르는것쯤은 여반장일것입니다.>     <아, 그런 사람도 있었던가?  그럼 곧 그 사람을 불러오게.>    이리하여 비담을 최달을 만나 숱한 금은보화를 안겨준 다음 그날 밤으로 가서 김유신의 목을 베여오라고 하였다.    이때 김유신과 김춘추는 방금 조회를 마치고 김유신의 집 뜨락에 있는 정자안에서 잔을 기울이며 즐겁게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문뜩 까마귀 한마리가 <까욱, 까욱, 까욱,>하고 세번 흉측하게 울고 다시 날아가버리는것이였다.    (이게 무슨 징조일까?)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서로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불길한 징조같으니 조심해야 하리다.>    김춘추의 말이였다.    <뭘, 그까지 새가 몇번 우는걸 가지고.....>    유신은 춘추의 불안한 마음을 덜어주기 위하여 말은 이렇게 했으나 속으로는 여간 께름직하지 않았다.    이윽고 저쪽 대문간에서 왁자지껄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독의 집 대문간에서 보기 드문 일이였다.    <거 어째서 그리 떠드는것이냐?>    유신이 대문가에 대고 소리치자 한 군졸이 뛰여와서 보하였다.    <황송하오나 대문밖에 웬 중놈이 와서 주인대감을 기어이 만나겠다고 합니다. 돌아가라고 아무리 쫓아내도 꼭 드릴 말이 있다면서 저러고 있나이다.>    <중이?>    유신은 춘추를 건너다 보았다. 그의 얼굴도 긴장한 표정이였다.   (올것이 왔구나!)    유신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중을 불러들이라고 하였다. 이윽고 중은 유신과 춘추의 앞에 나타나 합장하였다.    <대사는 어디서 오시며 무슨 일로 나를 찾으시오?>    <이 몸은 천하를 집으로 삼고 구름처럼 떠다니는 몸이오나 태생은 신라태생이올시다. 도독대인에게 오늘밤으로 당장 화가 미치게 될것이와 이에 특히 고하는 바이오니 오늘밤엔 곳곳에 무사를 숨겨두로 잘 방비하여주시오.>    중은 말을 마치고 다시 합장배려한 다음 흔연히 대문간으로 걸어갔다.    <잠간만!>    유신이 급히 불렀으나 중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문간을 나섰다.    유신은 그 자리에 박힌듯 서서 량미간을 꺾었다.    (하야말쑥한 얼굴, 남자로서는 미남아이고 중으로서는 아까운 얼굴이다. 반짝이는 눈동자, 맑은 목소리..... 꼭 어디서 보던 얼굴이며 귀에 익은 목소리다. 누구였더라?  어디서 보았던가?)    유신은 아무리 머리를 짜고 생각해보아도 생각나지 않았다.    <앗!>    문뜩 그의 머리속에 번개처럼 스쳐지나는 것이 있었다.    <옳아, 천관이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틀림없는 천관이였다.    <얘들아, 어서 그 스님을 모셔오도록 하여라!>    김유신은 급히 군졸들에게 명령하였다. 그러나 방금 대문을 나선 중은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군졸들이 사처로 돌아다녔으나 모두다 허사였다.    <그만두시구려, 보아하니 그 중은 보통중이 아닌것 같은데 벌써 백리밖에 가 있을거외다.>    춘추는 유신을 눌러앉히고 다시 말했다.    <그런데 도독, 웬 일이시요? 방금 분명 천관이라고 하시던데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사람이 아닌지? 혹시 그 천관이 아닐는지?>    <네,? 승상께서도 혹시 천관이를 알고 계십니까? 자상히 들려주실수 없겠소이까?>    <어려울것 없지요.>      
19    월성공자의 로맨스 댓글:  조회:988  추천:0  2009-10-31
                                                 월성공자의 로맨스       선덕녀왕때의 일이다. 김유신에게는 출가전의 아릿다운 누이동생 둘이 있었는데 맏이는 보희였고 다음이 문희였다.       보희와 문희는 용모는 둘다 선녀처럼 아름다왔으나 성격상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다. 보희는 호수처럼 잔잔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무희는 흐르는 시내물처럼 개방적인 성격의 활달한 처녀였다.      어느날  밤, 맏이 보희는 해괴망칙한 꿈을 꾸었다. 서악산 꼭대기에 올라가 소변을 보았더니 오줌이 폭포처럼 쏟아져내려 서울장안을 잠가버렸다. 이튿날 아침.,보희는 간밤의 꿈을 생각하면서 저 혼자 시무룩이 웃고 있었다. 꿈도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언니는 왜 정신나간 사람처럼 실없이 웃고만 있어요?>    문희가 보희의 웃는 모양을 보고 말했다.    <참, 꿈도 별난 꿈이 다 있지.>    <무슨 재미나는 꿈을 꾸었게요? 좀 들려줘요.>    <얘, 그만둬라 . 너무도 창피하고 해괴해서 동생한테도 말하기 안됐다.>    <아이, 언니두! 무슨 꿈이길래 그래요? 어서 들려줘요.>    문희가 하도 조르기에 보희는 꿈이야기를 대충 들려주었다.    <언니, 그 꿈을 내가 사겠어요. 내게 팔아요.>    <그래 팔지 . 얼마에 사겠느냐?>    보희는 그저 장난으로 넘겨버렸지만 문희는 장난이 아니였다.    <비단치마 한감이면 어때요?>    <참말이냐? >    <참말이 아니고요!>    문희는 얼른 비단치마 한감을 언니의 품에 안겨주고 다시 다짐을 받았다.    <이젠 그 꿈을 내가 샀어요.>    <그래 팔았다. 인젠 물리지 못한다.>    <안 물려요.언니도 물리지 못해요.>    문희는 이렇게 치마 한감으로 언니의 꿈을 사고 이날부터 더욱 큰 꿈을 꾸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좋은 꿈이야! 장차 어떤 행운이 트일지 모른다.)   문희는 생각할수록 가슴이 흐뭇하였다.   그런 일이 있은 뒤 한 열흘이 되는 어느날이였다. 김유신은 그가 늘 흠모하고 존경하는 왕족 김춘추와 함께 자기 집 뜨락에서 정초놀이로 공차기 유희를 하고있었다.    김유신은 귀족출신의 명문가에서 태여난 포부가 큰 젊은이였다. 그러나 그의 조상은 신라의 태생이 아니라 일찍 신라에 통합된 가락국의 후손으로서 신라의 직계귀족은 아니였다. 그러한 김유신이였든지라 큰뜻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김춘추와 같은 유망한 왕족과는 가까이 사귀고 나아가서는 특별한 인연을 맺는것이 나쁠리 없었다.    김춘추로 말하면 신라 제25대 임금 진지왕의 손자로소 직계왕족이였다. 신라의 귀골중에서도 왕위마저 계승할수 있는 진골에 속하는 인물이였다. 그리하여 유신은 늘 마음속으로 그를 존경해오는 터였다.    공차기 유희가 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김유신은 일부러 김춘추의 옷고름을 밟아 떨어지게 하였다.    <이것 참, 미안하게 됐소. 어서 집에 들어가서 꿰매야지. 고름이 떨어진 옷을 어떻게 입고 나서겠소?>    김유신은 아닌 연극을 꾸몄다. 김춘추는 할수 없이 김유신을 따라 사랑채로 들어갔다.    유신은 김춘추를 사랑방에 모신 다음 우선 보희를 불렀다.    <보희야,  내가 실수해서 춘추공의 옷고름을 찢어놓았구나. 어서 들어가서 달아드리도록 하여라.>    <아이, 오빠도 참! 그런 사소한 일때문에 어찌 귀공자앞에 나서겠어요?>    보희는 벌써부터 얼굴이 빨개졌다.    <그럼 문희야, 네가 들어가서 달아드리도록 하여라.>    <네,  분부대로 하겠어요.>    보희와는 달리 문희는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얼른 바느실을 찾아들고 오빠를 따라 사랑방으로 건너갔다.   <나의 누이동생 문희요. 어서 그 저고리를 벗으시오.>    김유신은 누이동생을 김춘추에게 소개하였다/    문희는 살포시 눈을 내리깔고 김춘추가 벗어주는 옷을 두손으로 받아들더니 한쪽켠에 물러앉아 정성스레 바느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순간 , 김춘추는 깜짝 놀랐다.    (아니, 김유신에게 이토록 아릿다운 누이동생이 있었단 말인가? )    왕족의 일원으로서 신라사회의 상층에서 생활하고 있던 김춘추이지만 이렇듯 아름답고 정다운 녀자는 일찍 보지 못했다. 이 세상에서 문희가 가장 아름다운  녀인인듯 싶었다.    호협한 정열에 타끓는 월성공자 김춘추의 가슴에는 어느덧 사랑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김유신의 언동과 문희의 눈길에서 김춘추는 그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읽고있었다. 이리하여 이날부터 김춘추는 김유신의 집에 자주 들면서 비밀리에 문희를 만나 사랑을 속삭이게 되였다. 마침내 그들의 사랑은 불같이 타번져 성혼전의 문희의 몸에는 태기까지 있게 되였다.    (지금까지는 모든것이 뜻때로 되였다. 그러나 만이 이롯 그 친다면 누이동생을 망치고 집안을 망칠뿐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속히 성례를 시키고 정실로 들어가게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 김유신은 더욱더  엄청난 연극을 꾸미였다.    어느날 조용한 기회에  그는 문희를 무섭게 닦아세웠다.    <문희야, 네가 처녀의 몸으로 잉태까지  하였으니 가문을 망신시켜도  분수가 있지. 이게 무슨 꼴이냐?>    김유신은 노지충천하여 소리소리 질렀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된 문희는 너무도 부끄러워 고개도 감히 들지 못했다.    <누구의 소행이냐? 어서 말해라! 너는 이제 백번 죽어 마땅하니 나는 너를 불에 태워죽일것이다.!>    <오빠, 제발 노여움을 거두세요. 제가 죽을죄를 졌으니 이 한몸만 조용히 없애주시고 상대자는 묻지 말아주세요.>    문희는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흐느껴 울었다. 제 한몸이 죽는것은 아깝지 않으나 김춘추에게 련루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김유신은 문희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가슴이 쩌릿해났다. 제가 꾸민 연극때문에 누이동생이 잠시나마 눈물을 짜고 있는것이 괴롭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너도 나도 다 참아야 한다. >    김유신은 문희의 들먹이는 어깨를 측은한 눈길로 내려다보며 말만은 여전히 추상같이 하였다.    <이 며칠동안은 절대 이 방을 나서지 말고 나의 처분을 기다리도록 하라!>    유신은 문을 걷어차고 방을 나섰다.    이때부터 그는 일부러 온 장안이 다 알게 떠들면서 부모의 허락도 없이 남의 사내와 사귀고 잉태까지 한 누이동생을 불에 태워죽일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선덕녀왕이 행차가 들놀이를 나가다가 김유신의 집근처를 지나게 되였다. 그때 김유신의 집 앞뜨락에서 검은 연기가 짚동같이 솟아오르면서 시뻘건 불길이 하늘이 낮을세라 타래쳐올랐다.    <아니 저게 유신의 지빙 아닌가? 저런 큰불이 나서 어쩌나! 어서 가서 불을 끄도록 하라!>    그러자 내막을 아는 한 신하가 말하였다./    <아니올시다. 유신의 누이동생이 처녀의 몸으로 잉태하였기때문에 유신공이 지금 누이동생을 불에 태워죽이는것입니다.>    <아니. 잉태한 여자를 태워죽이다니?>    본디 마음이 너그러운 녀왕이였던지라 임신한 여인을 태워죽인다는데는 소름이 끼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데  유신의 매제와 상관한 사람은 누구라던가?>    녀왕이 갑자기 이렇게 묻자 아까부터 얼굴이 벌개있던 월성공자 김춘추는 그만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녀왕은 고개를 숙이고있는 김춘추를 건너다보았다.    (유신의 집에 무상출입하고 그의 매제를 나꿀수 있는 사람은 왕족이 아니면 어림도 없을것이다. )    이렇게 생각한 녀왕은 부드러우나 지엄한 목소리로 김춘추를 불렀다.    <춘추! 과인은 벌써 다 알고있다. 그대는 어이하여 유신의 매제를 구하지 않는가?>    <어명을 따르오리다.>    김춘춘는 기다렸다는듯이 얼른 말을 몰아 김유신의 집으로 달려갔다.    <유신공, 잠간만!>    그때 이글이글 타오르는 장작불옆에는 죽음을 앞둔 문희가 소복단장으로 조용히 꿇어앉아있었고 유신은 바야흐로 누이동생을 꾸짖고 있었다. 두말할것없이 그것은 정광설이였다. 왕의 행차가 오늘 있게 된다는것을 미리 탐지한 유신이였던지라 구원의 손길이 반드시 미칠것을 확신하고 지금 바로 왕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참이였다. 만일 이때 임금의 명경으로 김춘추가 구원하러 오지 않았더래도 유신은 장작더미가 다 타서 재가 식을때까지도 일자 설교를 그치지 않았을것이였다.    <유신공 잠간만! 어명을 받고 문희를 구하러 왔소 . 그리고 또 나의 간청이기도 하니 용서해주게.>    <아니, 임금께서 ?>    유신은 짐짓 놀라며 그자리에 주저앉더니 다시 말하였다.    <어명이라 하고 또 춘추공의 간청이라 하니 아니 들을수는 없지만 패가망신시킨 녀자를 어찌 집에 둔단말이요?>    <알겠소, 내가 다 알아서 처치할테니 그만 용서해주게 >    이리하여 문희는 어명에 의 해 구출되고 그후 얼마 안가서 김춘추는 례를 차리여 문희를 안해로 맞이하였다. 왕족출신의 유망한 김춘추와 가락국후예인 유신은 이렇게 처남매부간이 되였다.     654년 봄, 월성공자 김춘추는 마침내 진덕왕의 뒤를 이어 신라 제 29대 임금으로 되고 치마 한폭으로 언니의 꿈을 산 문희는 꿈같이 일국의 왕후로 되였다.    이때부터 김춘추와 김유신은 더욱더 한사람처럼 얽혀지게 되였으니 신라를 위해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였다.
18    김유신과 추남전설 댓글:  조회:985  추천:0  2009-10-27
                                                       김유신과  추남전설    김유신의 화랑시절이 방금 끝났을무렵이였다. 그때는 그의 이름이 아직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나 고구려의 영양왕은 벌써부터 유신때문에 머리를 앓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고구려로 꾀여오든지 아니면 없애버리려고 애를 썼다.     어느날 고구려왕은 백석이라는 소년을 신라에 비밀리에 파견하면서 유신을 고구려로 꾀여오라고 명령하였다.     <김유신만 꾀여오면 너는 고구려를 위해 큰 공을 세우는것이다. 알겠느냐?>    <알아들었나이다. 소신은 한목숨을 내걸고 행하겠나이다.>    왕의 명령을 받고 신라로 들어온 백석은 용하게도 유신의  랑도들과 휩쓸려다니더니 얼마 안가서 유신과도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였다. 그만큼 유신도 백석을 믿어주었다.    <이제 화랑시절도 끝났으니 장차 백제와 고구려를  쳐없애고 삼국을  통일하려면 우선 무엇부터 할것인가?>    어느날 유신은 백석과 함께 마주앉아 잔을 기울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 생각에는 우선 적국에 들어가서 적국의 형편을 잘 살펴보는것이 좋을것 같애. 적국을 치려면 적국의 형편을 모르고서야 될말인가?>    유신은 그러잖아도 백제나 고구려에 들어가서 그들의 형편을 제 눈으로 살펴보고싶던차에 백석의 말에 대뜸 구미가  당겼다.    <옳은 말일세. 그럼 우리 둘이 동행하는것이 어때?>    <유신공이 하려는 일이라면 이 백석은 천애지각까지도 따라갈것이니 그리 아세.  장차 우리의 주요한 적은 고구려이니깐 우선 고구려에 갔다와서 다시  백제로 가봅세 .>     <그야 아무러나 다 좋지!>     유신은 백석과 이렇게 의논한후 며칠이 지나 단둘이 고구려를 향해 먼길을 떠나게 되였다.    그날 밤 ,  그들은 골화천이라는 곳에 이르러 어떤 객전에서 하루밤을 묵게 되였다. 백석은 자리에 눕자마자 코를 골았으나 유신은 앞으로 할 일들을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밤늦게야 잠이 들었다.    한동안 지나서 누군가 유신의 어깨를 가볍게  흔드는 사람이 있었다. 유신은 눈을 떠보니 녀인 셋이 그의 몸가까이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유신은 깜짝 놀라 얼른 일어나앉았다.    <떠들지 말고 잠간 우리들을  따라 나오십시오. 요긴한 말씀이 있습니다.>    그중의 한 녀인이 백석을 손가락질하며 조용히 말하더니 이윽고 세 녀인은 소리없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유신은 별소리없이 이내 녀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녀인들은 객점에서 한 백보 떨어진 숲속에 들어가서 발길을 멈추더니 아까 그 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공은 놀라지 마시오. 우리들은 신라의 호국신입니다. >    <네?>    <지금 공과 함께 동행하는 백석은 고구려의 첩자입니다. 공이 그를 따라가면 필시 생명이 위태할것이니 곧 발길을 돌리시오!>    <네?>    유신이 깜짝 놀라 무엇인가 물으려 하자 세 녀인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유신은 그 자리에 엎드려 절을 하고 이내 객점으로 돌아왔다.    백석은 여전히 구들장이 꺼지도록 코를 골고있었다. 유신은 저도 모르게 칼자루에 손이 갔으나 좀 더 알아본 다음 죽여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    이튿날 아침  유신은 보자기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부산을 피우다가  갑자기 무릎을 탁 쳤다.    <아뿔싸, 이걸 어쩌나?>    <왜 그러오?>    <적국에 들어가서 긴요하게 쓰려고 문서 한묶음을 마련해두었댔는데 그만 집에 두고 왔구려.>    <무슨 문서인데?>    <귀중한거야.>    <그럼 어쩌나?.>    <하루 걸음 밑지는셈 치고 돌아가서 가지고 옵세 >    <그렇게 합세.>    유신은 백석을 깜쪽같이 속여가지고 오던 길로 돌아섰다. 유신은 집에 오자마자 백석을 묶어놓고 문초를 들이댔다  <이놈, 내가  네놈의 잔꾀를 모르는줄 아느나? 무엇때문에 나를 고구려로  꾀여가려 하느냐? 바른대로 불면 더러운 목숨을 살려주겠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각을  떠치울테다.>    유신이 노해서 추상같이 호령하자 백석은 대뜸 얼굴이 재색이 되였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한번만 용서하여 주십시오.>    <바른대로 불어라!>    유신이 칼을 뽑아들고 호령하니 백석은 땅에 엎드려 벌벌 떨었다.    <이 몸은 본디 고구려 사람인데 공을 꾀여오라는 우리 임금의 명령을 받고 신라로 왔소, 우리 임금은 공을 추남의 화신으로 믿고 일찍부터 그런 생각을 하였다오.>   <무엇이? 추남? 추남의 화신?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예, 이제 사실대로 아뢰오겠습니다.>    추남은 고구려의 유명한 점쟁이로 점을 쳐서 알아맞추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고구려 영양광 초년 어느 하루 국경일대의 강물이 꺼꾸로 흘러서 고구려 상하를 크게 놀래운 일이 있었다. 고구려왕은 얼른 점쟁이 추남을 불러 점을 쳐보게 하였다.    <강물이 꺼꾸로 흘렀다하니 도대체 무슨 까닭이며 길흉은 어떠한지, 어서 점을 쳐보도록 하라!>    추남은 눈을 딱 감고 한동안 조으는듯이 앉아있더니 점괘대로 아뢰였다.    <대왕께서 과히 근심하지 마옵소서. 이것은 왕후께서 음양의 도에 역행했기때문이오니 여차여차히 하면 화를 면할줄 아오.>    <오, 그런가! 그럼 잠시 물러가 있으라!>    왕이 추남을 내보내가 여태 병풍뒤에서 엿듣고 있던 왕후가 노기등등해서 뛰여나왔다.    <대왕, 요사스러운 점쟁이 말은 가볍게 믿을것이 아닙니다. 이제 다른 한가지로 그의 점이 맞는가 어떤가 하는것을 시험해보는것이 좋을줄 압니다. 만일 알아맞추지 못한다면 방금 친 점도 거짓이였으니 마땅히 극형에 처해야 압니다.>    <왕후의 말이 옳소 .>    왕은 왕후의 계교대로 자그마한 나무함속에 쥐 한마리를  넣고 다시 추남을 불러들였다.    <이 함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아맞출수 있겠느냐?>    왕은 나무함을 앞에 내놓으면서 말했다.    <그런것쯤 어렵지 않을줄 아뢰오.>    추남은 자신있게 말하였다.    <이것을 알아맞추면 그대가 방금 친 점은 맞는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틀리는것이니 임금을 속인 죄로 극형에 처할줄 알어라!>    <그렇게 하옵소서, 그런것도 알아맞추지 못한다면 산다 해도 쓸모가 없겠으니 죽기보다 못할줄 아오.>    추남은 어디까지나 자신만만하였다.    <그럼 맞춰보아라, 이속에 들어있는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추남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쥐올시다.>    하고 대답하였다.    왕은 너무도 신기하여 곁에 앉은 왕후를 힐끔 쳐다보고 또 물었다.    <모두 몇마리냐?>    이번에는 왕후가 앞질러 물었다.    추남은 잠간 생각하더니 역시 자신있게 대답하였다.    <모두 여덟마리입니다.>    그러자 왕후는 <흥> 하고 코방귀를  뀌더니 입가에 싸늘한 웃음을 띠웠고 왕은 노해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저놈 봐라!  분명 한마리인데 여덞마리라고, 과인이 알고있는것도 속이려하니 모르는것이야 더 말할게 있느냐? 당장 끌어내다 목을 쳐라!>    임금의 명령이 떨어지자 도부수들은 지체없이 추남을 끌고 사형장으로 나갔다. 추남을 사형장으로 끌려나가면서도 다시 한번 점을 쳐보았다. 틀림없이 여덟마리였다. 그는 다시 자신의 운명에 대해 점을 쳐보았다. 죽음을 면할수 있는 한가닥 희망이 있었다. 그는 짐짓 느릿느릿 걸으면서 도부수들에게 간청했다.    <늙은 몸이라 다리가 변변치 못해 걷기가 힘드니 좀 천천히 걷게 해주구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몸이 아니요!>    추남의 그 말에는 도부수들도 측은한 생각이 들었던지 그의 청을 선선히 들어주었다.    추남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놓으며 자주 뒤를 돌아다보았다. 대궐쪽에서 이상한 기운이 피여오르는것을 보니 확실히 죽음을 면할 가망히 있었다. 그는 맘속으로 왕명이 다시 내리기를 기다리면서 짐짓 걸음을 늦췄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끝내 허사로 되고말았다. 단두대우에 꿇어앉아 도부수들이 주는 한잔 술까지 받아마시였어도 왕명은 다시 내리지 않았다. 마침내 그의 목은 땅에 굴러떨어졌다.    바로 그때였다. 대궐쪽에서 급히 말을  몰아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어이, 잠간만----->    그 사람은 닫는 말에 채찍질하면서 소리소리 질렀다.    <아차!>    사형장에 도착한 그는 추남이가 이미 처형된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왜 그러시오?>    도부수들이 영문을 몰라 한마디 물었다.         <추남을 죽이지 말라는 어명인데 내가 한걸음 늦었소.>    <왜서요?>    <추남이가 사형장에 끌려나간 뒤 대왕께서 혹시나 하여 쥐를 잡아 배를 갈라 보았더니 글쎄 배속에 새끼가 일곱마리 있는게 아니겠고. 그러니 추남이가 옳게 알아맞춘거지!>    <그러고보면 추남은 배속에 있는 새끼마저 알아맞춘거로구만!>    모든 사람들은 추남이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혀를 찼다.    한편 추남이가 살아서 돌아오기만 기다리던 고구려왕은 그가 이미 처형되였다는 말을 듣고 가슴을 치면서 후회하였다.    (내가 가벼워서 생사람을 죽였구나!>    왕은 그날 밤에도 이런 생각으로 장밤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녘에야 쪽잠이 들었는데 그나마도 꿈에 피투성이가 된 추남이가 나타났다.    <대왕,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 몸은 이제 신라땅에서 대장군으로 환생하여 이 원쑤를 갚고야 말겠소!>    추남은 이렇게 한마디 남기고  표연히 사라지더니 이윽고 한오리 연기처럼 되여 김서현부인의 품으로 흘러들어가는것이였다.    <앗!>    영양왕은 화닥닥 놀라 큰소리를 지르면서 꿈에서 깨여났다.    (이 일을 어쩐담?>    이때로부터 왕은 장차 김서현의 가문에서 비범한  인물이 태여날것을 예견하였는데 그후 김유신이 김서현의 아들로 태여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더욱 안절부절 못하였다.     (내가 신중하지 못하여 죄없는 사람을 죽였더니 끝내 종묘사직에 화가 미치게 하는구나!>    왕은 후회막심하였지만 이젠 엎지른 물이 되였다. 유신을 꾀여오던 죽여버리던 해야 했다.    유신은 본디 고구려종자이니 그를 꾀여다가 후히 대접해주면 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설수도 있을것이다 )    유신이 차차 나이가 들면서 범상한 사람이 아니라는것이 알려지자 고구려왕의 이러한 생각은 점점 더 짙어갔다. 그래서 그는 백석이라는 총명한 청년을 신라에 파견하면서 <어떤 방법으로든지 김유신을 꾀여오라>고 하였던것이다.    <핫핫핫! 하하하!>    백석의 말을 듣고 김유신은 터지는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허튼소리도 분수가 있지! 이 김유신은 고구려의 종자도 아니고 추남의 화신돠 아닌 당당한 신라의 남아다. 백제와 고구려를 쳐없애고 삼국을 통일하려는것은 유신의 평생소원이다!>    김유신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그의 도고한 목소리는 먼산에 메아리치는듯했다.                       - -  
17    통일신라편-남악산의 동굴 댓글:  조회:1243  추천:1  2009-10-25
                                    남악산의 동굴    기원 595년 봄 어느날, 만노군 태수 김서현의 안해 만명부인은 임신한지 스무달만에 옥동자를 순산하였다.    옥동자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벌써 범상치 않은데가 있었다. 우선 울음소리가 어찌나 우렁찼는지 큰 아이들의 울음소리 같았고 등어리에는 칠성무늬가 놓여있었다. 그야말로 룡의 눈이요, 거북의등이라 이 아이가 바로 후날의 애국명장이며 신라의 삼국통일에서 빛나는 위훈을 떨친 탁월한 군사가 김유신이였다.     김유신은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의 12대 후손이며 신라와 가야가 나라를 합칠때 가야국임금이였던 구해왕의 증손이라고 전한다. 그의 조부 김무력은 진흥왕때 백제군3만을 깨뜨리고 백제 임금 성와을 잡아죽인 명장이였으며 부친 김서현은 여러번 전공을 세운 유명한 장수였다.     김서현부부는 비범한 아이의 탄생으로 하여 기쁘기도 했지만 놀랍기도 했다. 서현은 아기의 이름을 <유신>이라 지어주고 아명을 <산다라>라고 지었는데 그것은 신라말로 <굳세다>라는 뜻이였다.     유신은 하루밤만 지나도 몰라보게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는 아이적부터 총명과 용맹이 과인하여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통하고 열을 통하면 백을 통하는 비범한 재주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때부터 신의가 두텁고 남을 사랑하고 자신을 절제할줄 아는 천품이 있었다.     그러한 유신이였던지라 그 나이 열다섯이 되자 벌써 화랑에 뽑히게 되였다. 유신의 두리에는 그의 재능과 덕을 사모하는 귀족출신의 유능한 소년들이 많이 모여 룡화향도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였다.    호협한 정열에 타끓는 화랑생활은 즐겁고 벅찼다. 백제, 고구려와 더불어 자울을 다투는 김박한 관두에서 심신을 수련하고 재주를 익히는 신라의 화랑 김유신은 장차 나라를 위해 위훈을 떨치리라는 결의로 어려서부터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이러구러 세월은 빨리도 흘러 어느덧 유신도 청춘기에 들어섰다. 어느날 밤 동료들과 함께 국세를 의논하여 밤늦게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는 우연히 천관이라는 어여쁜 술집여인을 알게 되였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관의 꽃같은 모습, 유신은 첫눈에 그의 미모에 마음이 끌렸다.    <아, 천관이! 자넨 정말로 곱게도 생겼네. 모란꽃이 왔다가 울고 가겠네.>    <아이, 도련님도! 사람을 놀리시네.>    천관은 기골이 헌앙한 유신을 다정한 눈매로 쳐다보고 할기죽 웃었다.    <천관이!>    젊은 유신은 가슴이 뛰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는 천관의 손을 덥썩 잡았다. 천관은 잡힌 손목을 빼려 하지 않고 그저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이리하여 이날부터 유신은 날이 어둡기를 기다려 사흘이 멀다하게 천관의 집을 찾았다. 그때마다 유신은 랑도들이 모여 강학한다는 핑게를 대고 어머니를 속였다. 그때 부친은 변방을 지키느라고 늘 외지에 나가있고 집에서는 어머니가 모든 일을 주관하고 있었다.    이러구러 수삭이 지나 유신과 천관사이에는 정이 폭 들었다. 미운 정, 고운정, 모든 정이 들대로 들었다. 하루만 보지 못해도 그리워서 못견딜 지경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해가 저물자 유신은 또 강학을 핑게로 외출을 하려 하였다.   <어머니, 소자 다녀오겠습니다.>   그런데 이날만은 어찌된셈인지 어머니는 수심에 찬 기색으로 아들을 불러앉혔다.    <얘, 유신아! 어서 여기 와서 잠간 앉거라!>    <예,  무슨 분부라도 있사옵니까?>    <오냐, 한마디만 할말이 있어서 그런다.>    유신은 단정히 앉아 어머니의 말씀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식경이 지나도록 말 한마디 없더니 갑자기 눈물을 비오듯 쏟았다. 깜짝 놀란 유신은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급히 물었다.    <어머니, 왜 이러시나이까? 무슨 일이온지 어서 말씀해주기 바라나이다. >    어머니가 락루하는것을 보자 유신의 마음은 칼로 저미는듯하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어머니, 웬 일이옵니까? 어서 말씀해주사이다.>    유신이 두번 다시 간청하자 그제야 어머니는 한숨을 쉬면서 겨우 입을 열었다.    <유신아, 너 요즘 뻔질나게 다니는 곳이 대체 어디냐?>    어디서 무슨 눈치를 채였는지 어머니는 단도직입적이였다. 유신은 짚이는데가 있는지라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왜 말이 없느냐?>   <어머님, 이 불초자식이 부모님의 가르침을 잊고 길을 잘못 들었사와 용서를 바라나이다.>    유신은 어머니가 모든것을 다 알고있다는것을 알고 무릎을 꿇고 빌었다.    <화랑의 몸으로 장차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벌써부터 녀색에 빠져 세월을 허송한다면 그 얼마나 통분한 일이냐! 너는 지금 너의 학식이 어떠하며 너의 무예가 어떠하다고 생각하느냐? 그만하면 족하다고 생각하느냐?>    어머니의 말은 조용하면서도 엄격하였다.    <진정 잘못되였나이다. 한번 발을 잘못 디디여 어머님께 심려를 끼치게 되였사와 일후부턴 발길을 끊고 어머님의 가르침대로 공부에 명심하겠나이다.>    유신은 눈물을 흘리며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쳤다.    <그게 실말이냐?>    <두고 보십시오. 다시는 어머님께 심려를 끼치지 않으리다.>    <오냐, 그렇다면 이 어미는 아들을 믿을뿐이다. 그러면 물러가거라.>    어머니 방에서 나온 유신은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다짐하였다.    (어머님의 말씀이 옳다! 대장부 세상에 태여나 일개 아녀자때문에 일생을 망칠순 없다. 장차 할일도 많지만 당장 할일도 태산같다.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내면서 장차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겠다는것은 빈말이다. 용서하라. 천관이여.>    유신은 이때로부터 천관의 집을 다시 찾지 않았다.    그후 며칠이 지나서였다. 어떤 친구의 생일을 경하하는 모임에서 랑도들과 함께 밤늦게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다. 유신은 취기를 이기지 못해 그만 말잔등에서 깜빡 졸고말았다.    한동안 지나서 말은 어디서 멈췄는지 앞굽으로 땅을 허비면서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깜짝 놀란 유신이 눈을 떠보니 다름아닌 천관의 집 뜨락이였다.    <아이, 귀공자께서 그동안 왜 이 몸을 찾아주지 않았어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천관은 버선바람으로 뛰여나와 말고삐를 잡으면서 반가와 퐁퐁 뛰였다.    유신은 얼른 말에서 뛰여내려 천관의 정다운 얼굴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취기가 말끔히 사라졌다. 유신의 마음은 쓰라렸다. 마지막으로 꼭 한번 껴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금할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끝끝내 끓어오르는 마음의 충동을 억제하고 리지로 돌아왔다.    <천관이, 나를 용서하오. 내 이미 결의한바 있어 그대와 인연을 끊지 않을수 없게 되였소. 오늘밤엔 이 짐승때문에 오게 되였은즉 주인의 마음을 이리 모르는 짐승을 살려둘수 없소.>    유신은 말을 마치자 허리에서 시퍼런 장검을 뽑아 말목을 힘껏 내리쳤다. 말머리는 땅에 굴러떨어지고 붉은 피가 삽시에 땅바닥에 흥건했다.    천관은 그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라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였다.    <귀공자께서 이 몸을 죽이지 못해 말을 죽이시는거겠지요? 차라리 이 몸도 함께 죽여줘요!>    천관은 서럽게 흐느껴울면서 유신의 종아리를 끓어안았다    <미안하오, 천관이! 용서하오, 천관이! 부디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기 바라오. 후날 다시 만날 때가 있을것이요.>    유신은 천관을 부축해 일쿼세워준 다음 홱 몸을 돌려버렸다.    그후 유신은 다시 천관을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천관은 천관대로 련 며칠 식음을 전페하고 울다가 마침내 속세와 인연을 끊고 흔연히 집은 나서더니 선도산에 있는 건덕사라는 자그마한 절에 들어가 머리를 깍고 중이 되였다.    유신이 천관과 영영 인연을 끊고 사랑하는 말의 목까지 잘라버렸다는 말을 듣고 그의 어머니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어느날 어머니는 아들을 조용히 불러놓고 말했다.    <이 세상에 허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말하면 말한대로 하고 스스로 제 몸을 절제할줄 알거늘 이 어미는 이제 아들을 굳게 믿을 뿐이다. >    <황공하옵니다. 다시는 어머님께 심려를 끼치지 않을것이오니 안심하시기 바라나이다.>    <오냐!>    어머니는 한식경이나 아들을 미더운 눈매로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였다.    <그런데 얘야!>    <네,어머니. 듣고있사옵니다.>    <너는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 틈에 끼여 여태 기를 못펴는 것이 무슨 까닭이라고 생각하느냐?>    <네, 그것은 나라의 힘이 약하고 인재가 적기때문이라고 생각하옵니다.>    유신은 별로 생각하지도 않고 평소에 생각던대로 대답하였다.    <옳은 말이다. 남한데 눌러살지 않으려면 어서 빨리 나라릐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러면 우선 인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 어미가 듣건대 중악산에 유명한 도사가 숨어산다 하니 너 거기 가서 수련할 생각은 없느냐?>   유신은 귀가 번쩍 띄였다.    <소자 역시 근자에 그런 말을 듣고 생각하는 바가 없지 않나이다. 하지만 아버지도 안계신데  집을 나서기가 안돼서 망설이고 있나이다. >    <오냐, 그러면 됐다. 집근심은 말고 급히 행장을 갖춰가지고 떠나도록 하여라.>    <부생모육지은이 망극하옵이다. 그러면 소자는 어머님 분부를 따를뿐이옵니다.>    <어디로 가든지 한몸을 바로 가지고 만사를 인의로 행해야 하느니라.>    <소자 명념하오리다>    이리하여 며칠후 유신은 이름난 도사가 숨어산다는 중악산 중중심처로 들어가게 되였다. 그는 도사가 있음직한 곳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련며칠 산판을 헤매였다. 그러나 도사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헛소문이였단말인가? 아니야 아직도 나의 성의가 부족한것이리라.>    그는 계속 산판을 누비며 찾아다녔다. 이렇게 하기를 또 련 며칠, 유신은 지칠대로 지쳤다. 어느날 그는 큰 바위에 기대여 앉아 장차 어떻게 할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철이였으나 심산속의 그늘진 곳은 서늘하였고 어디선가는 산짐승이 우는 소리가 메아리쳐왔다.    그때 문뜩 허술한 삼베옷을 걸친 백발로인 한사람이 지팽이를 짚고 유신의 앞으로 걸어왔다. 유신은 그가 범상한 사람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보고 얼른 엎드려 절하였다.    <신라의 화랑 김유신 어르신님께 인사를 드리옵니다.>    그러자 백발로인은 우렁루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곳은 독한 벌레와 사나운 짐승들이 득실거려 조심해야 할 곳인데 소년의 몸으로 이렇게 혼자 와있는것은 무슨 까닭인고?>    목소리만 들어도 보통로인이 아니였다. 유신은 엎드린채 고개도 감히 들지 못하고 자기의 포부를 아뢰였다.    <지금 백제와 고구려는 이리나 호랑이처럼 우리 나라 령역을 침범하여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사이다. 소인이 비록 재주는 없으나 무도한 적국을 쳐없애기 위해 일신을 바치기로 이미 다짐했사오니 어르신님께서 가르쳐주시기 바라나이다.>     <음, 그대 나이는 비록 어리나 뜻만은 장하도다 이 몸은 이미 늙고 재주가 없어 그대를 가르칠바 못되지만 한가지 도와줄 방도는 있노라!>    <소인은 귀를 가시고 듣사와 어서 말씀해주옵소서.>    <이제 여기서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남악이라는 깊은 산중에 석굴이 하나 있을것이니 그리로 가보면 무슨 수가 있을것이다. 그러나 배우로 익힌 재간을 정의에 써야지 불의에 쓰면 오히려 화를 면치 못할것이니 명심할지어다.>    <알아들었나이다. 어르신님 은혜는 실로 각골난망이옵니다. 그런데 어르신님은 어디 거처하옵시며 존함은 어떻게 쓰시옵는지요?>    <이 몸은 구름처럼 정처없이 떠다니는 사람이지만 후날 다시 만날 때가 있을것이다. >    로인은 말을 마치고 표연히 사라져버렸다.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아, 어르신님!>    유신은 로인이 서있던 자리에 다시 한번 큰절을 하고 이내 남악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남악은 과연 명산이였다. 깎아세운듯한 기암절벽이 하늘이 낮을세라 소소리높이 치솟은 아름드리나무며 그야말로 장관이였다. 유신은 석굴이 있음직한 곳을 찾아 또 련 며칠 산판을 헤맸으나 석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 찾아다녔다.     문뜩 저 아래 깊은 골짜기에서 보라빛 서기가 무럭무럭 피여오르기 시작했다. 유신은 부리나케 그리로 가보았다. 그래도 석굴은 보이지 않고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을뿐이였다.     <창천은 굽어살피시와 이 유신을 도와주소서.>     유신으 그 자리에 꿇어앉아 하늘을 우러러 빌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우뢰와 같은 천둥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절벽 한가운데서 돌문이  쫙 하고 열렸다.        <신령께서 점지하신 석굴이 바로 여기 있었구나.>    유신은 기쁨에 넘쳐 무릎걸음으로 석굴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들여다볼 때는 쥐굴처럼 깜깜했는데 석굴안에 들어와보니 바깥처럼 밝았다.    널직한 석굴 한가운데는 돌상자가 놓여있었고 한쪽에는 쌀뒤주가 주련히 놓여있는데 뒤주마다 하얀 입쌀이 가득 차있었다. 군사 백명쯤은 쉽게 기를수 있는 큰 석굴이였고 넉넉한 군량이였다.    유신은 석굴안을 한동안 살펴본후 조심히 돌상자뚜껑을 열어보았다.    <아니!>    순간, 유신은 너무도 기뻐서 소리까지 내질렀다. 돌상자안에는 보검 한자루, 큰 활 하나와 병서 한권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칼을 뽑아보니 눈이 부시게 광채가 번뜩거렸고 칼자루에는 <천룡검>이라는 글발이 새겨져있었다. 다시 활을 들어 시위줄을 당겨보니 거문고소리가 나고 활등에는 <대성궁>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이어 병서를 훑어보니 칼쓰는 법, 활쏘는 법으로부터 시작하여 전법, 용법....없는것이 없었다.    이날부터 유신은 열심히 병서를  읽으면서 거기에 씌여져있는대로 밖에 나가 실제로 익히기도 하였다. 이렇게 꼬박 한해동안 석굴을 집으로 삼고 병서를 통달하고 무예를 익혔다.    그러던 어느날, 이날도 유신은 활을 메고 천룡검을 차고 석굴밖에 나가 무예를 익히는데 문뜩 어디선가 말의 호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오는가?)    유신은 소리나는 곳으로 가보았다. 그랬더니 백설같은 흰말 한필이 바위우에 서서 큰소리로 울고있는것이 보였다. 굴레도 하고 화려한 안장도 있었다.    (이런 산중에 임자없는 말이 있을수 없는데 이것은 역시 신령께서 주시는 말이다. )    유신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앞으로 다가갔다. 말은 도망치지도 않고 기다렸다는듯이 유신을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이는것이였다. 유신은 얼른 바위우에 올라가 말잔등에 올라앉아보았다. 뒤이어 말은 바위에서 가볍게 뛰여내려 몇걸음  걷더니  차츰 속력을 내기 시작하였다. 유신은 말고삐를 단단히 거머쥐고 전속력으로 말을 몰았다.    말은 과연 명마였다.  한길도 잘되는 벼랑은 훌훌 뛰여넘고 수십척도 잘되는 낭떠러지는 훨훨 날아넘었다.    유신은 너무도 기뻐서 말을 멈춰세우고 말갈기에 마구 얼굴을 부벼댔다.    바로 그때였다. 저앞에서 한떼의 인마가 나는듯이 유신을 바라고 달려왔다. 얼핏 보아도 한 50명은 잘되였다.    유신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잔등에 높이 앉은채 달려오는 인마들을 눈여겨 보았다.    <넌 어떤 놈인데 무슨 까닭에 이런 산중에 혼자 와있는거냐?>    앞에서 달려오던, 두령인듯한 두리눈의 사나이가 말을 멈춰세우고 유신에게 물었다. 그것은 완전히 어린애취급이였다. 그의 부하들도 모두 신비로운 눈초리로 유신을 건너다보았다.    <여보시오, 좀 점잖게 노시오! 그게 무슨 말버릇이요?>    유신은 짐짓 그 사나이를 골려주었다.    <체, 입에서 젖내나는 놈이 제격이다. 그런데 같잖은 저 녀석이 말은 좋은것을 타고있구나!>    두리눈은 유신이 타고있는 백마에 대뜸 눈독을 썼다.    <그 눈에도 말이 좋은것은 알리는 모양이구나.>    <무엇이 어쩌고 어째? 얘들아, 어서 저 녀석이 탄 말을 빼앗아라!>    두리눈이 소리치자 졸개 10여명이 칼을 빼들고 우루루 달려들었다.    <이 강도놈아, 덤빌테면 덤벼라!>    유신은 칼을 빼들고 달려드는자를 풀베듯 하였다. 대여섯놈이 쓰러지자 나머지 놈들은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섰다.    <이 병신같은 것들아, 비켜! 열몇놈이 어린애 하나도 당하지 못해!>    두리눈은 그만 부아가 동해서 석자나 되는 장검을 뽑아들고 석 앞으로 나섰다. 유신은 이때야말로 한해동안 기른 힘과 재주를 시험해볼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우선 한마디 걸어보았다.     <아무리 강도라 할지라도 성명이나 통하고 싸우는것이 사내답지 않겠는가?.>     <너같은 애숭이와 무슨 통성이냐! 어서 칼을 받아라!>    두리눈은 말을 마치자 곧바로 유신을 향해 덮쳐들었다.    칼과 칼이 부닥치면서 30여방 싸웠다. 유신은 대방의 검술을 알아보려고 처음에는 막기만 하고 치지는 않았다. 그런대로 두리눈의 검술은 괜찮았다. 그제야 유신은 큰소리를 지르며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두리눈은 유신의 칼을 막아내는 재주가 없었다. 그는 눈이 종지굽만해지면서 아무렇게나 칼질을 하더니 그만 더 지탱해내지 못하고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에서 험상궂게 생긴 사나이가 말을 몰고 나와 두리눈을 도와 싸웠다.    유신은 용기백배하여 두사람을 동시에 맞아싸웠다. 두사람이 함께 달려들어도 유신의 적수는 안되였다.    <투구가 깨여진다!>    유신은 큰소리를 지르면서 칼등으로 두리눈의 투구를 내리쳤다. 투구가 두쪼각이 되여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바람에 두리눈은 그만 기가 꺾이여 한켠에 비껴서고 말았다. 그러나 얼굴이 험상궂게 생긴 그 사나이는 한사코 덤벼들었다.    <상투가 떨어진다.>    유신의 손에서 칼이 번쩍이더니 그 사나이의 머리에서는 상투가 뭉청 잘리워 땅에 떨어졌다. 유신의 칼은 련이여 그 사나이의 머리우에서 윙윙 울렸다.    <이래도 항복을 못할가?>    유신은 그를 죽이지 않고 연거퍼 소리쳤다.    <소년장군께서  칼을 멈추오. 이 사람, 어서 내려 항복을 드리자구.>    두리눈은 큰소리를 치면서 말에서 뛰여내리자 두번째 사나이도 이어 말에서 뛰여내렸다.    <나살이나 먹은 놈들이 무지하여 장군을 몰라보고 죽을죄를 지었소. 부디 용서하고 거두어주시기 바라오.>    두리눈이 꿇어앉아 사죄하자 그의 도당들도 모두 땅바닥에 꿇어앉았다.    <자, 어서 일어들 나시오.>    유신은 말에서 뛰여내려 두 사나이를 부축여 일궈세우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며 성명은 어떻게 쓰시오?>    유신이 묻자  두 사나이는 다시 엎드려 땅에 머리를 박으며 아뢰였다.    <이 몸은 사량군에 사는 원단원이라는 놈이올시다. 부디 거두어주기 바라오.>    두번째 사나이가 이어 말했다.    <이  몸은 압량주에 사는 지경개라는 놈이올시다. 부하로 거두어주기 바라오.>    <이 몸은 신라의 화랑 김유신이올시다. 그런데 두분은 무슨 까닭으로 무리를 모아 산중에 들어왔소?>    유신은 그들의 일이 궁금하여 원단원과 지경개를 번갈아 보면서 물었다.    <네, 기실은 .......>    두리눈의 말을 듣고보니 그들은 본디 가난한 농사군이였었는데 굶주리다못해 들고일어났다는것이였다. 그때 신라조정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산적>이라고 불렀다.    <아, 그러시군요! 방금 보니 두분의 칼재주가 그만하면 대단하던데 원하신다면 우리 손을 잡고 백제와 싸우고 고구려와 싸워봅시다. 지금 나라에서는 재주가 있고 용맹한 사람을 얼마든지 쓰고있소.>    <부끄럽소이다. 장군께서 버리지 않는다면 기꺼이 따르리다.>    원단원과 지경개는 두번 다시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이리하여 김유신은 원단원과 지경개를 부하로 삼고 그들의 무리를 거두어 한동안 남악의 석굴에서 훈련을 시켜 날랜 부하로 길렀다. 그후 김유신은 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부친 김서현과 함께 량비성싸움에서 고구려군은 크게 깨뜨려 처음으로 세상에 이름을 날리게 되였다. 그리고 원단원과 지경개는 줄곧 김유신의 막하에서 수많은 전공을 세우고 후날 신라의 유능한 장군으로 되였다.          
16    후백제의 견훤 댓글:  조회:1146  추천:0  2009-10-14
                                                   후백제의 견훤     후백제의 시조인 견훤은 경상북도 상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여났다. 본래 성은 이씨였으나 뒤에 견씨로 바꾸었다고 하지만 분명치 않다.     옛날 기록에는 신화적인 요소가 들어있다.     옛날 옛적, 한 부호가 광주 북촌에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무남독녀 외동딸이 있었는데 용모가 아름답고 행실이 단정하여 동네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어느 날 딸은 수심이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아버지에게 엄청난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 밤마다 자주빛 옷을 입은 어떤 남자가 제 방으로 들어와 자고 갑니다.>    <뭐라고?그게 사실이냐?>     아버지는 기가 막혔다. 아직 시집도 안 간 딸의 방에 밤마다 낯선 남자가 드나든다는것은 보통 일이  아니였다. 만약 소문이라도 퍼지면 집안 망신일뿐만아니라 딸의 장래도 불행해질것은 뻔한 일이였다.      너무 놀란 아버지는 조용히 딸에게 일렀다.    <얘야, 그건 정말 해괴망칙한 일이구나. 오늘 밤 긴 실타래에 바늘을 꿰여 두었다가 그 사내가 또 오거든 몰래 옷자락에 꽂아두어라.>    그날 밤이였다. 딸은 아버지의 말대로 했다. 날이 밝자 아버지는 그 풀려 나간 실을 따라가보았다. 실은 북쪽 담 밑으로 이어져 있다가  땅속으로 들어갔다.    <정말 이상한 일이구나!.>    아버지는 담 밑을 파보았다. 거기에는 커다란 지렁이 한마리가 꿈틀대고 있었다. 그런데 실이 달린 바늘은 그 지렁이의 허리에 꽂혀있었다.    <아니, 이럴수가!>    아버지는 놀라 반쯤 벌린 입을 한참동안이나 다물지 못하였다. 그러나 누가 볼까 무서워 재빨리 흙을 다시 덮었다. 생각해보니 잘못 하다가는 딸의 장래만 망칠것만 같았다.     아버지는 사방으로 수소문하여 딸의 신랑감을 구하기 시작했다. 마침 마땅한 사윗감이 나오자 서둘러 결혼을 시켰다.    결혼식이 끝나자, 아버지는 사위에게 말했다.    <여보게 사위, 자네는 둘째 아들이니 집으로 갈것이 아니라 오늘부터 내 집에서 살도록 하게나.>    그리하여 사위와 함께 살게 되였다. 세월이 흘러 딸은 잉태하더니 사내아이를 낳았다. 태어날 때의 울음소리가 보통 아이와 달리 크고 웅장하였다.    <음, 이 아이는 예사로운 아이가 아니도다!>    아이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성장하면서 예상했던대로 뼈대가 굵고 기골이 장대했다. 또한 지혜롭고 총명하기가 범상치가 않고 특출했다.    그런데 세상에는 비밀이 없는 법이라, 어디서 어떻에 알았는지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였다.    <저 아이는 지렁이의 아이래.>    <지렁이 자식이지만 어쩌면 저렇게도 잘생기고 총명할까?>    이 아이는 열다섯살이 되였을 때 스스로 견훤이라 이름 지어 불렀다.    견훤의 아버지 이름이 아자개였다. 본래 농사를 지었으나 뒤에 상주 사불성에 자리를 잡고 스스로 장군이 되였다. 아자개에게는 네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용맹과 지략이 출중하여 모두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맏아들 견훤의 지략은 놀랍도록 뛰여났다.     겨훤이 아기때의 일이다. 어머니는 들에서 밭을 가는 아버지의 밥을 갖다주기 위해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기에게 말했다.    <아가야, 아버지에게 점심밥을 드리고 올 테니 울지 말고 놀고 있어야 한다.>    아기는 어머니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것처럼 방긋 웃었다.    <아이구, 우리 아가 예쁘기도 해라    어디선가 종달새가 지저귀고 산들바람이 불어와 봄의 향취를 흠뻑 느끼게 하는 화창한 날이였다.    어머니는 아기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포대기에 싸서 나무그늘 밑에 잠시 뉘여놓았다. 그리고 남편의 점심을 가지고 밭에 나갔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큰 호랑이 한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아기가 누워있는 나무 그늘밑으로 다가왔다.    <앗, 호랑이다! 호랑이가 아기에게 다가간다!>    <이이구머니나,무서워라!>    <어머나, 저걸 어째!>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두렵게 소리치며 후닥닥 도망쳤다. 그것을 본 견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깜짝 놀라 아기가 누워있는 쪽으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아이고 맙소사!>    어머니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만 정신을 잃을뻔하였다. 아버지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떨고있었다.    <여보, 어떡해요? 우리 아기가 꼼짝없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되였어요.>    견훤의 어머니는 숨이 막혀 소리조차 제대로 지를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려요.>    견훤의 아버지는 부인을 부축하여 밭도랑에 몸을 숨기고 그쪽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호랑이가 아기를 해치려고 하지 않았던것이다. 오히려 조심스럽게 다가가더니 아기 옆에 비스듬이 누워서 젖을 먹였다. 그 모습이 마치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과도 같았다.    <원 세상에......., 저런 일도 있다니!>    견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말할것도 없고, 밭도랑에 숨은 동네 사람들도 모두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할 뿐이였다.    <호랑이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다니, 저 애는 분명히 보통아이가 아냐.>    <그래, 호랑이 젖을 먹었으니 호랑이처럼 용맹스러운 장사가 될지도 몰라.>    이런 견훤이 장성하자 체격이며 용모가 늠름하면서도 특이했다. 그리고 그 의기는 활달했고 비범했다.    뜻이 큰 견훤은 군인이 되여 서울로 들어갔다가 서남쪽 바다가로 가서 해안 수비의 임무를 맡았다. 밤이면 창을 베고 누워 적군을 기다릴 만큼 그의 기개는 다른 군사보다 월등했다.    그래서 그의 명성은 날로 드높아갔다. 드디여 큰 공을 세우고 무장이 되였다.    신라 진성왕6년 , 몇몇 총애받는 신하들이 엄청난 세도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라의 질서는 한없이 문란해졌고 백성들은 고통속에서 신음했다.    <이 썩어빠진 나라에서 더 이상 충성하고 싶지 않다. >    견훤은 이렇게 결심하고 뜻을 함께 할 군사를 모으기 시작했다. 한 달만에 그를 따르는 군사가 5천명에 이르렀다.    힘을 얻은 견훤은 무진주를 공격하고, 스스로 완산 땅에 도읍을 정한 뒤 왕이 되였다. 그러나 드러내 놓고 왕이라고는 하지 못했다.    이때 강원도 원주 지방의 도둑 괴수 양길의 세력이 막강했다. 애꾸눈의 왕자인 궁예는 자진해서 양길의 부하가 되였다. 이 소식을 듣고 견훤이 양길에게 무장의 직책을 주었다.    견훤이 서쪽으로 순행하여 완산주(지금의 전주)에 이르자 그 고을 백성들이 열렬히 환영하고 위로했다. 견훤은 자신이 민심을 얻은 것이 즐거웠다.    그는 우렁찬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말했다.    <백제가 개국한지 6백년만에 당나라 고종이 신라의 요청을 받아들여 장군 소정방을 보냈다. 소정방은 수군 13만명을 이끌고 바다를 건너왔다. 이 무렵 신라 김유신은 군사를 몰아 황산을 치고 당나라 군대와 합세하여 백제를 멸망시켰다. 나 현훤은 오갠 분원을 갚을 것을 늘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때가 되였으니 도읍을 세우고 그날의 분함을 갚겠다.    그디어 견훤은 후백제왕이라고 자칭하고 완산주에 도읍을 정했다. 왕은 서둘러 관청을 설치하고 공이 큰 사람들에게 벼슬을 내려 나라의 기틀을 세웠다.    932년, 견훤의 신하중에 용감하고 지략이 뛰여난 장군 공직이 태조에게 항복했다.    <그놈이 나를 배반하다니.........여봐라! 당장 공직의 가족을 잡아오너라/>   견훤은 공직의 두 아들과 딸을 붙잡아 다리의 힘줄을 끊어놓았다. 그리고 고려의 예성강으로 들어가 염주, 백주, 진주의 배 백척을 불살랐다. 태조가 운주에 머물러있을때 견훤은 날쌘 군사를 뽑아 공격대를 만들러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고려의 장군 유금필이 굳센 기병으로 견훤의 공격대를 쳐부셨다.    공격대의 실패는 견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웅진 이북의 30여개 성이 소문을 듣고 자진 항복을 했고, 견훤이 특별히 아끼던 종훈, 지겸, 상봉, 최필 등도 태조에게 투항했다.    <으음, 이래서는 나라의 장래가 위태롭다. 우선 왕권을 튼튼히 해야겠다. >    견훤은 이렇게 결정한 후 양검은 강주로, 용검은 무주로 나가 고을을 다스리게 하였다. 그리고 맏아들인 신검을 금강과 함께 옆에 두었다.    그러자 금강의 형인 신검,용검 양검이 불만을 품었다.    935년 봄, 이찬 능환이 양검, 용검과 짜고 신검을 포섭하여 아버지 견훤을 금산사에 유페시켰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끼는 금강을 죽였다.    신검은 스스로 임금이 되여 죄수들을 석방하였다.    <날이 밝기 전에 궁궐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나도록 하라.>    죄수들을 석방한 직후에 신검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모든 신하들이 입을 크게 모아 만세를 부르며 소리쳤다.    <만세! 만세!, 만세!>    <대왕마마 만만세!>    견훤은 잠자리에 들었다가 대궐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봐라, 이게 무슨 소리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신하가 대답했다.    <아뢰옵기는 황공하지만 부왕께서 연세가 많아 정사에 어두우신지라, 근래에 와서 장자인 신검이 부왕의 자리를 대신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모든 장군들이 환영하여 축하하는 소리입니다.>    <뭐, 뭐라구?>    견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불끈 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내 이놈을 당장..........>    견훤은 밖으로 나오려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신검이 보낸 건장한 군사 30명이 방문을 지키고 있었다. 때문에 견훤은 금산사에 갇혀 임금의 자리를 내놓을수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이런 동요가 떠돌았다.         가련한 완산 아이는       아비 잃고 눈물 흘리네.     꽃 피고 새 우는 4월의 어느날, 금산사에 갖혀있던 견훤은 자신을 지키고 있던 군사들에게 술을 마시고 취하게 했다. 그런후 금산사를 탈출했다.    태조와 심하게 대립을 했던 견훤이 아들들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갇혀있다가 탈출하자, 태조에게 사신을 보내 그의 신하가 되기를 간청했다.    태조는 흔쾌히 견훤을 맞이하여 주었다. 태조는 견훤의 나이가 10년이나 위라고 하여 상보라 부르며 좋은 집에서 편히 지낼수 있게 했다.    견훤은 태조의 온정으로 노비까지 거느리고 풍족하게 지냈지만, 아들들에게 왕위를 빼앗긴 울분때문에 울화병이 날 지경이였다.    <이놈들, 내 그냥 두지 않겠다.>    견훤은 이를 빠득빠득 갈며 복수를 다짐했다.    후백제의 신검 밑에는 견훤의 사위 영규가 무장으로 있었다. 그는 신검이 왕위를 찬탈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아내에게 넌지시 말했다.    <중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고 했소. 그런데 어찌 신검 같은 반역자를 섬길수 있겠소. 고려에 피신해 있는 부왕을 위해서라도 나는 신검을 응징하려 하오. 이러한 나의 뜻을 고려의 왕에게 전할 생각인데 부인의 생각은 어떻소?>    남편의 말에 아내가 말했다.    <당신의 말이 곧 나의 뜻입니다.>    936년 2월, 영규는 눈보라가 몹시 휘몰아치는 날에 고려로 밀사를 보냈다. 밀사를 통해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자기의 뜻을 적었다.    <신검은 나라의 반역자일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커다란 불효를 저지른 죄인입니다. 고려의 왕께서 의로운 깃발을 드신다면 저는 안에서 호응하여 고려의 군사를 맞이하겠습니다.>    영규의 이 편지를 받은 태조는 몹시 기뻤다. 밀사를 후히 대접해 보내면서 태조는 이런 말을 전했다.    <만일 장군의 은혜를 입어 나라가 하나로 합쳐진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장군을 형의 예우로 받들어 모시겠소. 나의 이 말은 천지 신명께 맹세하겠오.>    견훤은 날이 갈수록 분함이 들끓어 올라 더 이상 참지 못했다. 그해 6월 견훤은 태조에게 나아가 말했다.    <노신이 전하께 도움을 청했던것은 전하의 위엄을 빌어서 반역한 자식을 베기 위함이 였습니다. 바라건대 대왕께서 군사를 보내어 반역한 아들들을 섬멸해 주시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태조는 말했다.    <토벌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    태조는 먼저 태자와 장군 슬희에게 보병과 기병10만명을 주어 천안부에 나가 있게 했다. 그리고 9월에 직접 그 군사를 거느리고 후백제를 공격해 들어갔다.    황산벌까지 쫓아가며 공격하자 이에 후백제의 많은 군사와 장군들이 항복했다. 그러자 신검은 더 이상 대항하지 못하고 능환 등 40여명과 함께 항복하고 말았다.    태조는 그들의 항복을 받아들였다. 포로가 된 그들을 위로하여 처자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가도록 하였다. 그러나 능환과 신검은 앞에 꿇어않지고 추상같은 호령을 했다.    먼저 능환을 보고 소리쳤다.    <네 이놈! 네가 양검과 더불어 모의하여 대왕을 가두고 그 아들을 왕으로 세운것은 천인공노할 죄악이니라. 어찌 신하된 도리로 그럴수 있단 말이더냐?>    태조의 엄한 호령에 능환은 고개를 푹 떨구고 대답을 못했다.    <능환의 목을 베거라!>    능환은 날카로운 칼에 맞아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죽었다.    <신검은 듣거라! 너는 남의 협박을 받아 왕이 되였고 , 또 항복하여 죄를 빌었으니 사형만은 면해주노라. 이제부터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참되게 살도록 하여라.>    아들 신검의 죽음을 보지 못한 견훤은 울화병이 생겨 자리에 눕게 되였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등창까지 났다. 그런지 수일만에 견훤은 황산의 절간에서 최후를 마쳤다.    태조 19년 (936)9월 8일에 한을 품고 세상을 뜬 견훤의 나이는 70세였다.    
15    저주로 태여난 아이 댓글:  조회:1073  추천:0  2009-10-11
                                                      저주로 태여난 아이     조선의 제14대왕 선조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던 어느 해 가을이였다.     맑게 갠 가을 하늘은 푸르기만 한데, 경복궁은 한없이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선조 임금은 무척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고 근정전 넓은 뜰안에 모인 만조 백관들은  임금의 용안만을 우러러볼뿐이였다.    선조 임금을 바라보는 신하들의 얼굴도 모두 근심걱정이 가득 서려있었다.    누구 하나 숨도 크게 쉬지 않았다. 그래서 바늘 한개가 떨어진다고 해도 소리가 날것만 같은 고요가 온 궁궐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때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선조 임금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입을 열었다.     <과인이 덕이 없어 이 나라에 자꾸 변고가 생기는 모양이오. 근래 평안도 고을에 자꾸 괴변이 일어나고 있오.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부임하기만 하면 그날 밤으로 죽고마니 이제는 성천 고을에 갈 사람이 없게 되었오. 수령이 없는 성천 고을 백성들은 큰 난리를 당한 백성과 같이 하루도 편안함이 없다 하니 대체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선조 임금의 근심어린 말을 듣고도 신하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평안도 성천 군수로 부임한 사람마다 첫날밤을 못넘기고 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한두 사람이 죽었을때는 어명에 따라 다른 사람이 부임을 하곤 하였다. 그런데 벌써 다섯번째로 부임한 군수가 하룻밤 사이에 귀신도 모르게 죽임을  당했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임금이지만 , 부임만 하면 죽게 되는 그자리에 어명으로 사람을 보낼수는 없었다. 그렇기때문에 근정전에 모여있는 임금과 신하들의 걱정은 태산같았다.    <휴우,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이오! 이 일을.......>     임금은 혼자말처럼 이 말만 계속 중얼거렸다. 임금이 걱정하는 소리에 신하들은 몸둘바를 모르고 있을뿐이였다.     무겁고 침통한 공기가 흐르는 동안 임금도 신하도 모두 답답한 가슴을 어쩔수가 없었다.    <.............>    물을 끼얹는듯한 고요함이 계속 흘렀다. 임금의 표정은 더욱 어둡게 변해갔고, 신하들을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가 임금 앞으로 나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감마마, 아뢰옵기는 황송하오나 소신이 성천 고을로 가겠습니다. >    임금의 표정이 금시 밝아졌다.    <정녕 그대가 성천 고을로 가겠단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이렇게 성천 고을 수령을 자청하고 나선 사람은 미관 말직의 김탁이라는 사람이였다.    <비록 소신이 재주는 없지만 한번 가서 부임한 수령들의 변을 당한 까닭을 밝혀내보겠습니다.>    <오, 장한지고!>    임금은 감탄하며 어명을 내렸다.    <그렇다면 경으로 하여금 성천 군수로 제수하노라.>    신하들은 그제야 근심걱정을 털어내고 숨을 돌릴수 있었다.    <참으로 용기있는 사람이군 그래?>    <그래, 벼슬은 낮아도 제법 대장부의 기백이 있어.>    <그런데 괜찮을까?>    <.............>    신하들은  김탁의 용기를 칭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을 했다. 또 부임하자마자 죽임을 당할까 염려되였기때문이였다.    김탁은 안동 김씨로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용기가 있었다. 벼슬운이 없어 미관 말직에 머물러 있었지만, 언젠가는 높은 벼슬을 하겠다는 야망을 품고있었다.    이날부터 그는 임금과 신하들의 걱정과 기대를 한몸에 받으면서 성천 고을로 부임할 준비를 서둘렀다. 참으로 용기있고 배짱있는 김탁이였다.    마침내 부임할 준비가 끝났다.    <경이 부임하여 부디 성천 고을 백성들의 근심을 풀어주도록 하오.>    김탁은 임금의 격려를 받으며 성천 고을로 부임했다. 고을 백성들은 새로운 군수를 기쁜 마음으로 반겨 맞이했다.    <이번에 부임한 사또는 자칭해서 오신 분이래>    <음, 그렇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오셨다는 말인데 .......,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군.>    <제발 이번에는 불길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누가 아니래.>    고을 백성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사또의 행차를 구경했다.    김탁은 관아에 도착하여 육방 관속과 고을 유지들의 인사를 받았다. 그런 다음 그동안 부임했던 군수들이 죽었을 때의 상황을 자세히 들었다.    <모두 그동안 고생들 많았소.그러나 이제는 마음 푹 놓고 모두 맡은바 일에 충실해 주시오.>    김탁은 이렇게 관속들과 백성들을 위로하고 나서 이방에게 명했다.    <이방은 지금 당장 명주실 열 꾸러미만 구해 오게나.>    <명주실 열 꾸레미를요?>    이방은 이렇게 말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짓자 사또는 빙그레 웃으며 다시 말했다.    <그리고 담배를 구할수 있을까?>    <희귀합니다만 찾으면 구할것입니다.>    <그렇다면 담배도 구해오게.>    <대체 그런것을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십니까?>    <이유는 나중에 알것이니 급히 서두르게.>    이때 담배는 일본을 통하여 조선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희귀하였다. 그러나 성천은 담배 재배가 잘 된다고 해서 나라에서 권장하는 마을이였다.    해질 무렵에 이방은 명주실 열 꾸러미와 담배 몇 춤을 구해가지고 돌아왔다.    <사또, 분부대로 명주실과 담배를 대령하였습니다. >    <오, 수고가 많았네.>    이윽고 땅거미가 깔리고 사방은 어둠속에  잠겨들기 시작했다. 고을 백성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개미 한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고을의 거리에는 스산한 가을 바람에 나뭇잎이 쓸려가고 있었다.    <신관 사또께서 오늘 밤을 무사히 넘기실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군. 제발 무사히 넘기셔야 할텐데. 제발 덕분에 고을이 평안해졌음 좋겠어.>    고을 사람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두려움에 떨면서 사또가 무사하기를 빌었다.    사또 김탁은 저녁상을 물린 후 명주실을 풀기 시작했다. 명주실 열 꾸레미를 다 풀어서 방안과 동헌 곳곳에 얼기설기 풀어 헤쳐 놓았다.    <이만 하면 되었다.>    김탁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방으로 들어간후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담배를 계속 피우면서 주역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낭랑한 음성이 동헌에 울려퍼졌다. 문을 꾹 닫고 자옥한 연기속에서 사또는 한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매캐한 담배연기는 더욱 방안을 가득 채웠다. 이제는 주역을 읊조리는 사또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였다.    짙은 안개가 낀것처럼 자욱한 담배연기는 방안을 채우고도 남아서 문틈 사이로 밖으로까지 새어나갔다.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날때가 됐는데........>    사또는 칼을 꽉 잡고 밖의 동태에 잔뜩 귀를 기울였다. 사방은 조용하기만 한데 어디선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    이때였다. 갑자기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그치더니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음, 드디여 무엇이 나타난 모양이군!>    사또는 더욱 정신을 가다듬고 귀를 한곳에 모아 밖의 소리를 엿들었다.    <사르륵.......사르륵........, 사르르 사르르.........>    참으로 이상한 소리였다. 사람의 발자국 소리는 분명 아니였다. 그렇다고 무슨 큰 짐승의 발자국 소리도 아니였다.    <무엇일까?>    사또 김탁은 전 신경을 한곳에 모았다. 그 소리는 더욱 가깝게 다가오더니 방문 앞에서 딱 멈췄다.    사또는 살며시 칼을 뽑아들고 방문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그러나 자욱한 담배연기때문인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삐걱!>    방문이 열렸다. 사또는 눈을 부릅뜨고 열려진 방문을 보았다. 자욱한 담배연기속에 시커먼 물체가 움직였다.    <무엇일까? 묘하게 생겼구나. 대체 정체는 무엇일까?>     사또는 이렇게 생각하며 잔득 긴장했다. 숨을 죽이고 두손으로 칼자루를 꽉 잡고 그 물체를 향해 칼을 겨누었다.     <큭큭큭....., 큭큭큭.......!>     시커먼 물체가 이상한 소리를 낼뿐 더 이상 앞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자욱한 담배연기로 인하여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으나, 하여튼 그 괴물은 방안을 노려보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방으로 들어로기만 하면 단칼에 목을 베여 버리리라!>    사또는 잔뜩 벼르고 있었다.    <큭큭큭.......!  큭큭큭..........! >    괴물은 더욱 요란스럽게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몸체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그 모습을 감추었다.    <스르륵 스르륵.......스르륵 스르륵.......! >     사또는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사방을 둘러봤지만 그 괴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담배연기 때문에 도망을 쳤구나. 그렇다면 내 짐작대로 무슨 짐승이 틀림없다. 날이 밝으면 알수 있겠지.>    사또는 또 그 괴물이 나타날까 염려하여 밤새 담배를 피우며 주역을 읊조렸다.    멀리서 새벽닭이 울었다.    악몽같은 밤을 쫓아내며 서서히 날이 밝기 시작했다.    <과연 사또가 무사하실까?>    <글쎄, 확인해 봐야 알겠지.>    <사또의 방문을 열기가 겁이 나는군.>    <나도 마찬가질쎄.>    날이 훤히 밝자 육방 관속들이 동헌으로 들어서며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두려움과 근심으로 인하여 어둡기만 했다.    육방 관속중의 우두머리인 이방은 시체로 변해있을 사또를 머리에 떠올리면서    <사또 ,소인 문안 아뢰옵니다. !>    하고 말하며 다른 관속들을 둘러보았다. 그때 방안에서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잘들 잤는가?>    <아니, 사또 ! 살아 계셨군요?>    이방은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소리쳤다. 시체로 변해있는 사또가 아니고 건강하게 살아있는 사또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자 너무도 기뻐 그렇게 소리친 것이였다.    사또는 껄껄 웃으며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이방은 내가 죽기라도 한줄 알았단 말인가?>    <아닙니다. 너무도 기뻐서 무심코 그런 말을 했습니다. >    사또는 동헌을 한바퀴 둘러본 후 곧 이방을 비롯한 관속들에게 명했다.    <듣거라! 병방은 건장한 포졸 이십여명을 무장시켜 대령케 하고, 공방은 큰 가마솥에 기름을 한솥 끓이도록 하여라.>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시간을 늦추면 안되느니라.>    <예, 알겠습니다.>    병방과 공방은 재빨리 사또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밤사이 사또의 안녕이 궁금한 고을 백성들이 관아로 모여들었다.    <사또가 살아 계시다.>    <어쩜 다른 사또들과 뭔가 다르다 했더니 과연 다른 구석이 있었군그래?>    <정말 다행이야.>    고을 백성들이 이렇게 웅성거리는 사이에 병방과 공방은 모든 준비를 다 끝내고 사또에게 알렸다.    <포졸을 무장시켜 대령하였고 기름을 가마솥에 끓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 수고들 많았네.>    사또는 동헌을 내려와 사방을 휘휘 살피더니 명주실 오라기를 하나 집었다. 그런다음 그 명주실을 따라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명주실은 동헌의 지붕위로 이어졌다.    <어서 사다리를 가져오고 포졸들은 곡괭이를 준비하여 대령하여라!>    이윽고 포졸들이 사다리와 곡괭이를 가져왔다. 사또는 포졸들을 데리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육방관속을 비롯한 고을 백성들은 숨을 죽이고 사또의 난데없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또는 명주실을 따라 동헌의 지붕을 걷다가 어느 한곳에 우뚝 멈췄다. 사또의 뒤를 따르던 포졸들도 일제히 걸음을 멈추었다.    사또가 걸음을 멈춘 곳은 동헌의 용마루였다. 용마루 깊숙한 곳으로 명주실이 끌려 들어가 있었다.    사또는 그 명주실이 들어간 장소를 유심히 살핀후 포졸들에게 명했다.    <너희들은 이 곳을 파헤치도록 하여라. 그러나 조금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병장기를 든 사람은 무기를 이곳으로 겨누고 파헤치는 사람은 한손에 창칼을 들고 파야 한다.>    포졸들은 즉시 그 명주실이 들어간 곳의 기와장을 한장두장 들어내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하는 빛이 완연했다.    살얼음을 밟는 것 같은 긴장속에서 기와장은 한장씩 두장씩 들려져 나왔다.   <으흑!>   한참동안 그곳을 파헤치던 포졸들은 신음을 토해내며 몸을 움칫했다. 용마루 밑의 흙이 움직였기 때문이였다.   <뭔가가 있다! 흙이 심하게 꿈틀거린다.!>    사또는 잠시 포졸들에게 파헤치는걸 중단시키고 그곳을 살펴보았다. 과연 포졸들의 말대로 그곳은 크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사또는 크게 소리쳤다.    <여봐라, 저기 꿈틀거리는 곳을 일제히 창으로 찔러라!>    포졸들은 힘차게 창으로 그곳을 찔렀다.    <큭큭큭! 크윽큭큭!>    귀를 찢을듯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흙속에서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더욱더 찔러라!>    사또의 호령은 동헌을 쩌렁쩌렁 울렸다.    <찔르랍신다!>    <영차! 힘차게, 더욱 힘차게! >    포졸들은 신바람이 나서 찌르고 또 찔렀다.    <크크 크앙! 크르르...........>    흙속에서는 더욱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서서히 꿈틀거림이 약해졌다.    <그래도 찔러라! 저 꿈틀거림이 완전히 멎을때까지.>    사또의 명령에 포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그곳을 찔렀다.    <크크크크.......\크크크크.........>    이상한 비명소리도 이젠 약해지고 흙의 꿈틀거림도 멎었다.    <이제 흙을 마저 파헤쳐라!>    사또의 명령이 떨어지자 포졸들은 그곳을 파헤쳤다.    <으악!>    <어이쿠, 저게 뭐야!>    흙을 파헤치던 포졸들은 화들짝 놀라 한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그곳에는 9척이 넘는 큰 지네 한마리가 단말마의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놈을 동헌 마당으로 떨어뜨려라!>    이렇게 호령하던 사또는 다시,    <마당에 있는 포졸들은 이 지네가 떨어지거던 칼로 쳐서 여덟토막을 내라!>   하고 고함을 질렀다.    <철썩!>    땅을 울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 큰 지네가 동헌 마당에 떨어졌다.    <이크!>    <어이쿠!>    <에구머니나!>    모든 사람들은 입을 딱 벌리고 눈을 있는대로 크게 떴다.    사또는 재빨리 사다리를 타고 동헌 마당으로 내려왔다. 그때까지 지네는 신음을 하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서 칼로 쳐서 여덟토막을 내라!>    포졸들의 날카로운 칼날이 일제히 꿈틀거리는 지네를 내리쳤다. 지네는 눈깜짝할새에 여섯 토막이 나고 말았다.   <어서 두 토막을 더 내라!>    사또의 고함과 함께 포졸들은 칼을 높이 쳐들었다. 칼날이 햇빛에 반짝반짝 빛났다.    <으헉!>    <어이쿠!>    <저게 웬 괴변이냐!>    이때 칼을 든 포졸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질러댔다. 여섯 토막난 지네의 몸뚱이가 <철꺽 >소리를 내며 다시 붙어버린것이였다.    <조금도 무서워하지 말라!>    사또는 소리를 벽력같이 질렀다.    <어서 담배잎을 가져 오너라!>    이방이 서둘러 담배잎을 가져오자 원님은 그것을 가루로 만들게 했다. 가루가 만들어지자 사또는 육방관속들에게 그 가루를 한줌씩 쥐게 한후 소리쳤다.    <포졸들은 지네의 몸뚱아리를 여덞토막을 내고 담배를 손에 쥔 사람들은 토막 난 지네의 몸뚱아리에 뿌리도록 하라.>    포졸들이 지네를 토막내자 육방 관속들은 담배가루를 뿌렸다. 과연 담배가루를 뿌리자 지네는 다시 붙지 않았다.    사또는 토막난 지네의 몸뚱이를 펄펄 끓는 기름 가마솥에 넣도록 했다. 포졸들이 창끝에그것을 찔러 하나씩 둘씩 기름 가마에 넣었다.    <이젠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어서 저 징그러운 지네의 대가리도 기름가마에 넣어라!>  사또의 말이 떨어지기도전에 포졸의 날카로운 창끝이 지네의 대가리를 관통하였다.   그 포졸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지네의 대가리를 펄펄 끓는 기름가마에 넣으려고 하였다.  바로 그때였다. 별안간 지네의 입에서 피처럼 붉은 빛이 장대처럼 쭉 뻗어 사또의 이마를 비추었다.  <이크!>   <저건 또 무슨 변고냐?>   <원 세상에 괴이한 일도 다 있지!>   사람들은 모두 놀라 소리쳤다. 이때 붉은 빛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지네의 대가리가 가마속에 떨어졌다.   <사또, 이마에 웬 붉은 점이!>   이방이 소리쳤다.    <뭐라고? 내 이마에 붉은 점이 생겼다고?>    사또는 거울을 가져오라 하여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그랬더니 이마와 눈썹 중간에 호도알만한 붉은 점이 도장처럼 찍혀있었다. 그 점은 아무리 씻고 씻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천년 묵은 그 지네의 보복이 틀림없다. 이 일을 장차 어찌할고?>   사또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였다.    이리하여 성천고을은 평화롭게 되였다. 그러나 사또인 김탁의 얼굴에 생긴 의혹의 점은 영영 사라지지 않았다.    <해괴한 일이로다. 이 점은 반드시 불길한 조짐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성천 고을이 평화롭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선조 임금은 김탁을 한양으로 부르고 높은 벼슬을 내렸다.    고을 백성들은 명사또 김탁이 떠나가는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그러나 나라님의 부르심을 받고 떠나는 김탁을 잡을수가 없었다.    한양으로 온 김탁은 그동안 떨어져 살아야 했던 가족과 만나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얼마후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니 여보, 당신의 이마에 있던 붉은 점이 없어졌어요.>    아내의 말에 김탁은 반신반의하며 거울을 보았다. 정말 그 점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로부터 두달이 지난후에 김탁의 아내는 입덧을 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바라고 바라던 아이를 가진것이였다.    <이것 참 야단났군!>    그러나 김탁은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기뻐하기는 커녕 걱정이 태산같았다. 벌써 김탁은 그 이상한 점이 없어지면서 아내가 임신한 사실이 상서롭지 못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김탁의 아내 유씨는 달이 차서 귀여운 옥동자를 분만했다. 부인은 마음이 흡족하였지만 아이의 아버지인 김탁은 그렇지만 못했다.    아이가 태여나면서부터 김탁은 항상 얼굴에 우울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소?>    하고 누가 물으면 그는 그저 아니라고 힘없이 대답할 뿐이였다.    그렇지만 그는 그날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천년 묵은 지네가 입에서 내뿜은 그 알수 없는 붉은 광채가 점으로 변하고, 그 점이 잉태하여 자신의 아들로 태여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아, 불행하고도 두려운 일이다.>    김탁은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죽이고 싶을 만큼 밉고 싫은 아들이지만 이름을 주지 않을수 없었다.    <붉은 자에 점이라는 점자를 써서 김자점이라?>    김탁은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 노골적으로 그 내용을 표시하는 이름이구나. 붉은 자자에 스스로 자로 하여 김자점이라? 그래 이 이름이 좋겠군.>    김탁은 아들의 이름을 자점이라고 지었다. 김탁은 항상 아들을 바라볼 때마다, <어쩜 너로 하여 삼족이 멸하겠구나!>하며 몸을 떨었다.    아버지인 김탁은 이렇게 걱정했지만 김자점은 그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랐다.    <총명하다.>    <지혜롭다.>    <장차 큰 일을 할 아이다.>    김자점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칭찬하였다. 그처럼 영리하고 총명한 아이였다.    <저놈은 반드시 우리 가문을 망칠 놈이다 아아, 지네 ! 천년 묵은 그 지네의 사무친 원한......>    김탁은 아들 김자점이 너무도 지혜롭고 총명하게 성장했으므로 더욱 무섭고 두려웠다. 그래서 처음부터 글공부를 시키지 않았다.    <너는 조용히 농사를 지으며 살든지 아니면 머리 깎고 중이 되어라.>    김탁은 항상 이렇게 아들에게 일렀지만, 김자점은 아버지 몰래 글공부를 하였다.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겨울이 가고, 또 봄이 가고...........세월이 많이 흘렀다. 어느덧 김자점은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아버지, 이제 소자도 과거를 보겠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아들이 이 말을 꺼내자 김탁은 너무 놀랐다.    <과거? 과거는 보아 무얼 하느냐?>    <그래도 대장부가 과거를 보지 않고 그냥 초야에 묻혀 썩어서야 되겠습니까?>    <안된다. 너는 벼슬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집에서 놀아라. 그리고 너는 글공부도 하지 않았지 않냐?>     <아닙니다. 저는 꼭 과거를 보겠습니다.>    김자점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거에 응시했다. 그리하여 그는 뛰여난 재주로 단번에 급제를 하였다.    김자점의 급제에 크게 놀란 사람은 아버지인 김탁이였다.    <아아,큰일 났다. 드디여 일이 벌어졌구나!>    김탁은 즉시 임금에게 상소를 올렸다.      <소신의 아들은 경망하여 나라에서 쓸만한 인물이 못되옵니다. 그러니 등용을 보류하여 주옵소서.>    김탁의 이 상소가 받다들여지기 만무했다. 나라에서는 급제한 김자점에게 벼슬을 주어 등용하였다.    아니나다를까 그후 김자점은 인조 반정에 공을 세워 영의정에까지 올랐다. 영의정에 오른 그는 손자를 인조  임금의 후궁 조 귀인의 딸 효명옹주와 결혼시켜 크게 세력을 잡고 궁정을 어지럽혔다.    효종이 왕위에 오르자 그는 벼슬자리에서 쫓겨났다. 이에 불만을 품고, 청나라를 처려는 효종의 계획을 청나라에 밀고 하여 나라를 시끄럽게 하였다. 그는 결국 반역 행위가 드러나 전라도 광양으로 귀양했다가 서울에서 역모죄로 사형당했다.  
14    선률스님의 환생 댓글:  조회:965  추천:0  2009-10-08
                                               선률스님의 환생     신라 서라벌의 망덕사에 선율스님이 있었다. 스님은 부처님의 말씀을 여러 사람에게 전하기 위하여 책을 내려고 목판에 여러해동안 열심히 부처님의 말씀을 새겼다. 그런데 선율스님은 그 목판을 미처 완성하기도전에 세상을 뜨게 되였다.     선율스님의 혼령은 49일동안 저승길을 걸어 염라국의 명부전에 들어갔다. 이때 염라대왕이 높은 곳에 앉있다가 물었다.      <너는 인간세상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선률스님이 대답했다.     <저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말씀을 목판에 새기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왔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목판에 새겼다고?>    <예, 그러하옵니다. 목판에 다 새기면 책을 찍을 생각이였습니다. >    <음, 좋은 일을 하다가 왔구나.>     염라대왕은 이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저승사자에게 <저 사람의 명부를 다시 한번 조사해 보도록 하여라.>하고 명했다.    저승사자가 명부를 넘겨 염라 대왕에게 내밀며 보이자 염라대왕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해진 너의 목숨은 끊났다. 그러나 그런 좋은 일을 하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왔다니 아까운 일이다. 내가 특별히 목숨을 연장해 줄테니 다시 인간세상에 되돌아가서 일을 완성하도록 하여라.>    <감사하옵니다, 염라대왕님. 그 일을 완성한후에 아무 미련없이 이곳 저승으로 오겠습니다. >    선율스님은 염라 대왕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염라국의 명부전을 나왔다.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려면 49일동안 저승길을 걸어야 했다.     선율스님이 부지런히 저승길을 걷고 있는데 한 젊은 여자가 나타나 울면서 절을 하고는 선율스님에게 말했다.     <스님, 저도 역시 염주부의 신라 사람이였습니다. 제가 이승에 있을때 저의 집은 금강사의 밭과 나란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부모님이 금강사 밭의 밭고랑 하나를 몰래 저희 밭 쪽에 두고 밭둑을 쌓았습니다. 그 죄로 저는 이곳 저승에서 오랫동안 무거운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제 스님께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시거든 저의 부모님께 알려 속히 그 절의 밭고랑을 되돌려 주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세상에 있을때 참기름을 침상 밑에 간직해 둔것이 있습니다. 원컨대 스님께서 저의 그 참기름을 팔아서 스님이 새기시는 대반야 바라밀다경의 목판을 완성하는 데 보태여 쓰십시오 그러면 황천에서라도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이 고통속에서 벗어날수 있을것 같습니다. >    선율스님은 염라국에서 고생하는 여인이 가엾게 생각되여 이렇게 물었다.    <그대의 집은 어디에 있소?>    <예, 서라벌 사량부 구원사의 서남쪽 마을에 있습니다. >    <알았소. 그대의 말대로 해줄테니 안심하고 정성껏 기도를 하시오.>    선율스님은 그 젊은 여자를 위로하고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저승길을 걸었다.    49일이 되어 스님은 마침내 소생하였다. 그때는 그가 죽은지 이미 열흘이 지난 때였고, 남산의 동쪽 비탈에 장사 지내져 있었다.     <살려주시오! 사람 좀 꺼내주시오!>    무덤속의 관속에 갇혀있는 선율스님은 주먹으로 쾅쾅 관을 두드리며 목청껏 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후였다. 남산 기슭에서 소에게 풀을 먹이던 아이들이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돌쇠야, 이게 무슨 소리지?>     <글쎄? 어디서 무슨 소리가 나기는 나는데........>    돌쇠와 아이들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고 선율스님의 무덤이 있는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렸다.     <무,무덤 속에서 나는 소리인것 같아.>     돌쇠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귀, 귀신이다!>     소에게 풀을 먹이던 아이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쳐 단숨에 망덕사 앞에 이르렀다.     돌쇠와 아이들은 망덕사 대문을 쿵쿵 두드렸다. 주지 스님은 또 아이들의 장난인줄 알고 <이놈들!>하고 소리를 지르며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도망가려고 하지 않고 ,     <저, 저, 저기로 가 보세요.>하며 숨이 가빠 뒷말을 잇지 못했다.    주지 스님은 오늘은 아이들이 장난을 치러 온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무슨 이야기인지 자세히 말해보라고 하였다.     <저 요전에 스님이 돌아가셨지요?>     <그래, 선율 스님이 돌아가셨지.>     <지금 그 선율스님의 무덤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고 있어요.>     아이들은 스님에게 이렇게 말하며 어서 가보자고 하였다.    <에끼, 고얀놈! 죽은 사람의 무덤에서 무슨 소리가 난단 말이냐?>    주지 스님은 버럭 화를 내면서 절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정말이라고 하면서 주지 스님의 소매를 끌어당겼다.    <이 녀석들아, 어른을 놀리면 못쓴다.>    <아니예요,주지스님. 정말이란 말이예요.>    주지 스님은 아이들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반신반의하면서 선율스님의 무덤으로 갔다. 아이들의 무덤에 귀를 대고 정말 소리가 나고 있으니 들어보라고 했다.     주지 스님은 믿지 못하면서도 무덤에 귀를 대었다. 그랬더니 무덤속에서 관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 ,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주지 스님은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눈이 소의 눈만큼이나 커졌다.    <맞지요? 우리들의 말이 맞지요?>    아이들의 말에 주지 스님은 고갯깃으로 대답하고 급히 마을로 뛰여가서 사람들을 모았다. 괭이와 삽을 들고 온 마을사람들은 선율 스님의 무덤을 재빨리 파헤쳤다.    이윽고 관이 드러났다. 그러자 관속에서 또렷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선율이고. 어서 나를 꺼내 주시오!>    사람들은 달려들어 관 뚜껑을 열었다. 이때 관속에 누워있던 선율스님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관속에서 일어났다. 주지 스님과 마을 사람들은 겁이 나서 모두 뒤로 주춤 물러났다.    죽었던 선율 스님은 부쩍 여윈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옷소매로 땀을 훔친 스님이 힘없는 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살려 달라고 소리 지른지 아마도 사흘은 되는것 같습니다. >    그제서야 주지 스님과 사람들은 그가 정말 선율 스님인것을 알고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선율스님은 염라국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들려준후 이렇게 덧붙였다.     <부모의 죄를 대신 받아 염라국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있는 그 처녀의 사정이 매우 딱하니 먼저 그곳으로 가 봐야 되겠습니다.    선율 스님은 재빨리 걸음을 옯겼다. 그러자 주지 스님과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기도 하고 신비하기도 하여 선율 스님의 뒤를 따랐다.    서라벌 사량부 구원사 서남쪽 마을을 찾아가니 과연 처녀의 집이 있었다. 선율 스님은 처녀의 부모에게 염라국에 가서 그 집 딸을 만난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죄 많은 우리 때문에 딸아이가 황천에서 그렇게 고통을 받고 있다니....... 우리 부부의 죄가 너무 큽니다.>    처녀의 부모들은 땅을 치며 통곡하며 크게 뉘우쳤다.    자기들이 죄를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딸이 죽었는데, 벌써 15년이 지났다고 했다.    <아아, 업보란 그렇게 무섭구나!>    <착하게 살아야지, 암, 착하게 살아야 하고말고.>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두려워했다. 밭 한고랑을 훔친 죄로 사랑하는 딸이 염라국에 가서 15년동안이나 고초를 겪다니 죄란 참으로 두려운 것이로구나 하고 모두 머리를 흔들었다.    부모들은 딸이 사용하던 침상 밑과 벽 사이를 뒤져 참기름항아리와 베를 찾아내여 선율 스님에게 주면서 말했다.    <스님, 당장 금강사에 밭을 돌려주겠습니다. 그리고 죄는 저희가 받겠으니 스님께서 불공을 드려 죄없는 우리 딸을 구해주십시오.>    선율 스님은 참기름과 베를 받아다가 처녀의 부탁대로 해주고 그녀의 명복을 정성껏 빌었다.    어느날 밤 선율 스님의 꿈에 처녀가 나타났다.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의 은혜를 입어 저는 이제 죄에서 풀려나와 좋은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    당시 사람들은 이 일을 전해 듣고는 놀라고 감복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선율 스님의 목판 새기는 일에 성의껏 찬조하여 그 대경전이 완성되도록 도왔다.    완성된 그 대경전은 경주의 승사서고에 보존되여 후세에까지 전해졌다.  
13    금빛돼지와 최치원 댓글:  조회:963  추천:0  2009-10-02
                                          금빛돼지와 최치원     신라 제46대 임금은 문성왕이다. 문성왕은 왕위에 있는 동안 홍필의 난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의 반란이 일어났다. 그중 장보고가 자기의 딸을 왕비로 삼으려다가 실패하자 원한을 품고 일으킨 청해진 반란이 가장 컸다.    이러한 파란을 겪은 문성왕이 하루는 충이라는 이름의 신하를 불러 문창 현령에 제수하였다. 미관 말직의 충에게는 벼슬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벼슬이 높아졌으면 기뻐해야 할 텐데 오히려 얼굴은 어둡기만 하였다. 충은 집에 돌아와 식음을 전페하고 수심에 잠겨 있었다.    <아니, 당신 오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부인이 묻자 충은 수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나는 문창 현령을 제수받았오.>    <문창 현령이라면 영예롭고도 높은 벼슬이 아닙니까.? 그런데 기뻐하시지 않고 왜 우울해 하세요?> 부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남편을 보았다. 그러자 충은 길게 한숨을 토해내며,    <예로부터 문창 현령으로 부임하기만 하면 그 사람은 반드시 부인을 잃었다 하오 . 그런데 우리인들 그 변괴를 면할수가 있겠오?>    라고 말하였다. 부인도 이말을 듣고 그날부터 근심과 걱정이 태산같았다.   충은 도저히 임금의 명을 거역할수가 없었다. 문창 현령으로 부임하는 것이 무척이나 걱정되고 싫었지만 부임하지 않을수 없었다.    문창현에 부임한 충은 그곳의 노인들을 불러놓고 물었다.    <이곳에 현령으로 부임한 사람들이 매번 그부인을 잃었다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노인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불행한 일이지만 그것은 사실이옵니다. >    충은 노인들의 말을 듣고나서 더욱더 근심걱정을 하였다. 그래서 표졸들에게 명하여 고을 안팎을 철통같이 경계하도록 하였고, 스스로 담력을 키우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였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세찬 바람과 함께 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르릉 쾅! 우르릉 쾅!>    뇌성이 하늘과 땅을 진동시키고 번쩍번쩍 벽력이 어두컴컴한 하늘을 찢어댔다.    <아니, 대낮에 난데없이 폭우가 쏟아지며 뇌성 벽력이 진동을 하다니.......!>    현령은 동헌에서 정사를 보고 있다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먼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이때 동헌의 안채인 내동현에서 일하는 하인이 허겁지겁 뛰여와 소리쳤다.    <큰일 났습니다, 원님!>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    <마님께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뭐라구?>     현령은 깜짝 놀라 내동현으로 뛰여갔다. 집 안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부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아, 마침내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구나!>    현령은 이렇게 탄식하며 집안을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무엇인가 찾았다. 이내 현령은 밖으로 길게 이어져있는 붉은 명주실을 찾아냈다. 그는 무슨 변괴가 있을 것을 념려하여 부인의 옷자락에 붉은 물감을 들인 명주실을 꿰매여 놓았던것이다.    <여봐라, 지금 당장 날쌔고 용감한 포졸 열명만 무장하여 대령하도록 하여라!>    현령의 명에 따라 무장한 포졸 열명이 내동헌에 대령하였다. 그러자 현령은 그 붉은 명주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사또, 붉은 명주실이 일악산으로 뻗었습니다. >    현령을 따르던 이방이 소리쳤다. 과연 그 명주실은 고을 뒤에 우뚝 솟은 일악산 깊은 골짜기까지 뻗어있었다.    <경계를 늦추지 말고 서둘러 명주실을 따라 걸어라.>    현령은 이렇게 말하면서 허리에 찬 칼을 매만졌다. 포졸들의 날카로운 창끝이 해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을 발했다.    <대체 어디까지 명주실이 뻗어있는걸까?>     현령은 잠시도 쉬지 않고 포졸과 육방 관속들을 앞세우고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 붉은 명주실은 커다란 바위틈으로 들어가 있었다.     <사또, 명주실이 바위틈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이상 전진할수 없게 되였습니다. >    이방의 말에 현령은 그 바위틈을 살펴보았다. 바위틈 사이로 거대한 동굴이 있었다.    <여봐라, 동굴을 막고 있는 저 바위를 힘껏 밀어보아라.>     포졸 열명이 힘을 합쳐 바위를 밀었다. 그러나 바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보,부인! 그 속에 있다면 대답을 해보시오!>    현령의 슬픈 목소리가 산계곡에 울려 퍼졌지만 캄캄한 바위틈속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사또님,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 바위문 밤이면 열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       포졸 한 사람이 말했다.     <그게 정말이냐?>     현령은 눈빛을 빛내여 큰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포졸은 자신이 없다는 말투로,    <소인도 소문만 들었을 뿐입니다.> 하고 말한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제 그만 산을 내려갔다가 밤에 다시 와 보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현령은 포졸의 말을 듣고 관아로 돌아왔다가 밤에 다시 동굴로 가서 그 바위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굳게 닫혀 있던 바위문이 열려있었고 , 그 동굴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여나왔다.    < 너희들은 여기서 지키고 있거라!>    현령은 포졸들에게 명령하고 이방과 함께 그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얼마쯤 들어갔을때 앞이 툭 트인 밝고 넓은 장소가 나타났다. 그곳은 온갖 기화 요초가 만발해 있고 벌과 나비가 한가롭게 꽃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바위 동굴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니.... ...! 아마 신선이 사느 곳이 아닐까?>    현령은 함께 들어온 이방을 보며 말했다. 이방도 난데없는 경치에 무척 놀란 얼굴을 하고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좀더 안으로 들어가 보세.>    그들은 백보가량 더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고래등같은 기와집이 한 채 솟아있는데 화려하기가 무엇에 비할데가 없었다.    현령 충은 그 기와집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가슴이 몹시 두근거려 숨을 내쉬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누가 살고 있을까?>    손가락에 침을 묻혀 창문을 뚫고 슬그머니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충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향기가 풍기는 방안에는 한마리의 금빛 돼지가 충의 부인의 무릎을 베고 혼곤히 잠들어 있는것이 보였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수십명의 여인들이 시종을 들고있었다. 모두 아름답고 기품이 있는 여인이였다.     현령 충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향낭을 풀었다. 향낭은 미리 이런 일이 있을것을 대비하여 두개를 만들어 부인과 충이 하나씩 나누어 차고 있던 향낭이었다.    충이 향낭을 풀어 문틈에 대자 그 향기가 방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자 깊은 수심에 잠겨있던 부인은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다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은구슬 같은 부인의 눈물 방울이 뺨을 차고 주르르 흘러 내려 금빛 돼지의 머리우에 떨어졌다.    그 바람에 금빛 돼지가 번쩍 눈을 떴다.     <아니, 이게 무슨 냄새야? 어디서 인간 세상의 향내가 풀풀 풍기는거지?>     금빛돼지는 이렇게 소리치며 코를 킁킁거렸다. 이때 당황한 충의 아내가 재빨리 말했다.    <대체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러십니까? 바람을 타고 꽃향기가 풍겨오는것외에는 다른 향기가 나질 않습니다.>    금빛 돼지는 다시 한번 뾰족한 코를 킁킁거리다가 부인의 얼굴을 보고,    <너는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느냐? 나하고 사는 것이 싫어서 그러느냐?>    하며 무섭게 눈알을 부라렸다. 충의 부인은 옷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변명을 하였다.    <아니옵니다. 이곳에 와서 신령스러운 당신을 모시고 있으니 더이상 바랄것이 없어 행복합니다. 다만 이곳이 풍습이 인간세상의 풍습과는 많이 달라 괜시리 눈물이 나옵니다. 꼭 오늘이라도 병들어 죽을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 슬픔을 금할수가 없습니다.>    금빛돼지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껄껄 웃다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아라. 이곳은 인간세상과 달라 병들어 죽는 경우가 없느니라. 영원히 병들어 죽지도 않는 곳이 바로 이곳이니 어서 눈물을 그치거라.>    충의 부인은 금빛돼지의 이 말을 듣고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억지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영원히 병들어 죽지를 않는다니 이곳은 정말 천국과 같은 곳이군요? 그런데 제가 인간 세상에 있을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무슨 말?>    금빛돼지가 묻자 부인은 더욱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령스러운 사람이나 존재들은 호랑이 가죽을 보면 무서워 죽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일로 인하여 당신이 죽을까 봐서 걱정입니다.>     금빛 돼지는 더욱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부인을 위로하고는 말했다.     <걱정 말아라. 나는 사슴가죽이라면 몰라도 호랑이 가죽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느니라.>     <사슴 가죽? 그렇다면 당신께서 사슴 가죽을 두려워한다는 말씀입니까?>    금빛 돼지는 다소 낭패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단다. 사슴 가죽을 물에 적셔 목 뒤에 붙이면 꼼짝 못하고 죽는단다.>    밖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현령 충은 살금살금 그곳을 빠져나와 동굴밖으로 나왔다.    <여봐라, 누가 사슴 가죽을 가진 사람이 없느냐?>    현령의 말이 떨어지자 포졸들은 제각기 사슴 가죽을 찾기 시작했다. 그중 한 포졸이 불쑥 활통을 내밀었다.     <원님, 이 활통에 달린 끈이 사슴가죽으로 된것입니다.>    <옳지, 그것이면 되겠다.>     현령은 활통의 끈을 잘라 물에 적신후 다시 바위 동굴속으로 들어갔다. 동굴속의 집에서는 코고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있었다.     <금빛 돼지가 깊은 잠에 빠졌구나.>     현령은 살며시 방문을 열고 손짓으로 아내를 불렀다. 부인은 남편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흘리기 시작했다. <여보, 울지 마오. 그리고 이것을 저 괴물의 목 뒤에 붙이오.>    충의 부인은 물에 적신 사슴 가죽을 남편에게서 받아 금빛돼지의 목덜미에 붙였다.    <크아악! 꽥!>    금빛 돼지는 물에 적신 사슴가죽을 목덜미에 붙이자마자 단말마 비명을 지르며 나가 동그라져 죽어버렸다.     <금빛 돼지가 죽었다!>    <이제 살았구나!>     <에잇, 나쁜놈의 금빛돼지 잘 죽었다.>     금빛돼지에게 잡혀와 있던 여인들은 이렇게 소리치며 기뻐하였다. 그 중의 한 여인은 금빛돼지의 대가리를 힘껏 발로 차고 침을 뱉었다.     이리하여 현령은 부인과 여인들을 구출하여 인간세상으로 돌아왔다. 그 여인들은 모두 그동안 감쪽같이 사라졌던 문창 현령들의 부인들이였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렀다. 현령 충의 부인은 금빛 돼지에게 구출된지 열달만에 잘 생긴 옥동자를 낳았다.     <이상하다/ 금빛돼지, 그리고 아가..........?>    현령은 크게 의심하여 이렇게 명하였다.     <저 아기를 당장 바다에 갖다가 버리도록 하여라!>    부인이 울면서 말렸지만 충은 버럭 화를 내면서 듣지를 않았다. 하인은 그 아기를 강보에 싸서 바다에 갖다 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바다에 버린 그 아기를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젖을 먹여 키운다는 소문이 온 고을에 파다히 퍼졌다.     충의 부인이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이 금빛 돼지의 아들로 알고 버리라고 했던 그 아기를 하늘의 선녀가 젖을 먹여 키운대요. 그렇다면 틀림없이 하늘이 우리에게 점지하여 주신 아들이 아니겠어요? 어서 다시 데려다 기르도록 해요.>    <이제 와서 다시 데려와 아들로 기른다면 고을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오!>   현령은 매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부인은 한 꾀를 내어 고을에 소문을 퍼뜨렸다.    <원님 부인께서 아들이 보고 싶어 큰 병이 들었대요.>    <에구머니나 가엾어라!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병까지 들었다지 뭐야?>     <어서 그 아들을 찾아오자고 말해도 원님께서 한사코 안된다고 하신대요.>    <이러고 있지만 말고 우리가 원님께 부탁을 드립시다.>    백성들이 우르르 동헌으로 몰려가서 원님께 아들을 찾기를 간청하였다. 현령 충은 마지못하여 허락을 하는 것처럼 명을 내렸다.     <모든 고을 백성들이 원하는데 내가 듣지 않을 수가 없구나. 포졸들은 그 바다에 가서 아이를 찾아서 데려오도록 하여라.>    포졸들은 급히 말을 달려 아기를 버렸던 바닷가로 갔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는 아기가 있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글쎄?>    < 벌써 삼년이 흘렀는데, 혹시 죽은 것은 아닐까?>    <하늘의 선녀가 젖을 먹여 키웠기 때문에 총명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포졸들은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바닷가 주변을 샅샅이 찾았다. 이때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글 읽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 왔다.    그곳은 바닷가에서 저만큼 떨어진 곳에 있는 외딴섬이였다.    <섬에서 아이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린다.>    <어서 가 보자!>    포졸들은 급히 배를 저어 그 섬으로 갔다. 과연 그 섬의 높은 바위 위에서 어린 동자가 청아한 목소리로 글을 읽고 있었다.    한 포졸이 동자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동자의 어머니께서 병이 위중하오, 아들을 보고 싶다고 해서 찾으시니 어서 우리와 함께 돌아갑시다.>    그 말을 들은 동자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의 부모님은 나를 낳으신 후 금빛 돼지의 아들이라 하여 나를 바다에 버렸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찾는 것은 무슨 까닭이란 말씀이오! 처음부터 부모님과 인연이 없었던 몸, 만약 그대들이 나를 강제로 날 데려간다면 나는 바다에 빠져 죽고 말것이요>    포졸들은 할수 없어 그냥 돌아가 동자의 말을 그대로 현령에게 전했다. 충과 아내는 지난날을 후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여봐라, 목수와 석공을 그 섬에 보내여 그 아이가 편히 공부할수 있는 암자를 지어주어라.>    현령 충은 쇠로 만든 막대기 하나를 목수의 책임자에게 주면서 이렇게 부탁했다.    <섬에 가거든 이 쇠막대기를 그 아이에게 전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아비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것을 심히 부끄러워 한다는 말도 전하여라.>     목수 책임자는 그 섬에 가서 현령이 보낸 쇠막대기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런후 숙달된 솜씨로 암자를 완성하였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며칠후였다. 하늘에서 수십명의 선비들이 그 섬에 내려와 암자에 머물면서 동자에게 글공부를 가르쳤다.    총명하고 지혜로운 동자는 하늘에서 온 선비들의 가르침에 힘입어 학문이 놀랍도록 향상되였다.    <동자의 학문이 이렇게 뛰어나니 반드시 세상에 명성을 떨치리라. 그런데 이름이 없어야 되겠는가? >    선비 한사람이 이렇게 말한후 다시, <성은 최, 이름은 치원이라 하는것이 어떻겠는가/?>     하고 동자의 의견을 물었다.    동자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이름을 지어 주셔서 무어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동자의 이름은 최치원이 되였다. 치원은 그의 아버지가 준 쇠막대기로 날이면 날마다 모래밭에 글씨를 공부했다. 석자나 되던 그 쇠막대기는 반자로 닳을 때까지 공부를 하였다.     치원이 공부하는 그 외딴섬에는 항상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느날 치원은 두보와 이태백의 시를 읊었다. 그 소리는 바람을 타고 흘러흘러 중국에까지 들리게 되였다.     <누가 저토록 청아한 목소리로 글을 읽느냐?>     중국의 천자가 그 소리에 반하여 묻자 신하가 대답했다.     <저  소리는 신라의 유생의 글 읽는 소리인줄로 아옵니다.>     <신라? 신라는 바다 저쪽에 있는 나라가 아니더냐. 그런데 얼마나 학문이 높고 깊으면 여기까지 시를 읊는 소리가 들려온단 말이냐?>     중국의 천자는 매우 감탄하였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신라 유생의 학문을 꼭 한번 실험해 보고 싶구나.>    얼마후 천자는 글 잘하는 신하들을 신라로 보내여 신라 유생들과 글 재주를 겨누게 했다. 중국의 학자 두 사람은 처음에 치원이 머무는 외딴섬에 도착했다/    <아니, 저토록 어린아이의 학문이 바다를 건너 중국 땅까지 닿았단 말인가?>    <도무지 믿을수 없는 일이군. 어디 시험을 해보세.>    중국의 학자들은 겨우 여섯살인 치원이와 글짓기를 겨루기로 하고 먼저 운을 뗐다.           삿대는 물 밑의 달을 꾀였도다.          하니 최치원이 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배는 물속의 하늘을 누르도다.          중국의 학자가 그 구절을 이어서             물새는 떴다 다시 잠기는 도다.         하니 최치원이 서슴없이 이렇게 읊었다.              산구름은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는구나         중국의 학자들은 대경실색하였다. 겨우 여섯살 먹은 아이의 학문이 이 정도이니 신라 어른들의 학문은 얼마나 높을것인가를 생각하니, 등골에서 소름이 오싹 돋을 정도였다.      <안되겠네. 큰 창피를 당하기 전에 돌아가세.>     중국 학자들은 더 이상 신라유생들과 글 재주를 겨루는것을 포기하고 뱃머리를 돌려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말았다.    <황제 페하, 신라에는 문재가 뛰여난 사람들이 너무도 많사옵니다. 소신들로서는 도무지 당할수가 없었습니다.    <음, 그렇다면 장차 크게 부강한 나라가 되겠구나.>    중국 천자는 신라의 힘이 더욱 강해지기 전에 쳐부수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신하들에게 명하여 신라를 침공할 준비를 갖추게 하였다.     이때 최치원은 큰 뜻을 품고 외딴섬을 떠나 신라의 서울로 올라갔다.    <승상 나업의 딸이 인물과 재주가 으뜸 간다고 하니 한번 만나보리라.>    치원은 이렇게 생각하고 거울 고치는 사람으로 가장하여 승상 나업의 집 부근으로 갔다.    <거울, 거울 고치시오.>    치원은 큰 소리로 외치고 또 외쳤다. 그때 마침 나업의 딸이 그 소리를 듣고 유모를 시켜 거울 고치는 사람을 불러오도록 하였다.    유모를 따라 승상의 집으로 들어간 치원이는 나엽의 딸을 보게 되었다. 과연 소문대로 눈부시리만큼 아름다운 소녀였다. 치원은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넋이 빠져 그만 유모가 주는 거을을 땅에 깨뜨리고 말았다.    <아니, 귀중한 거울을 깨다니!>      유모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치원을 마구 때렸다. 치원은 울면서 싹싹 빌었다.    <한번 깨진 거울을 어찌하겠소! 다시는 붙일수 없는 일이니 내 그 보답으로 이 집의 종이 되여 빚을 갚겠소. 그러니 제발 그만 때리시오.>     <종이 되여 빚을 갚겠다고?>     <그렇소.>     유모가 들어가서 승상에게 이러한 사연을 말하자 승상은 흔쾌히 승낙하였다.     이리하여 승상 나업의 종이 된 치원이는 스스로 <파경노>라하고 소와 말을 먹이는 일을 하게 되였다.    치원이 소와 말을 먹이자 한 마리도 야윈것이 없게 되였다. 그러자 승상 나업은 치원에게 꽃밭에서 꽃을 가꾸게 하였다.    이러는 사이 치원의 나이 열한살이 되였다. 하루는 승상의 딸이 후원으로 나와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시를 읊었다.                     꽃은 난간 앞에서 웃는데           그 웃음소리           들리지 않는도다      후원에서 몰래 숨어 이 시를 들은 치원이 그녀의 시를 이어 청아한 목소리로 이렇게 읊조렸다.                       새는 숲속에서 울되             그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도다.         치원이 시를 읊자 승상의 딸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무렵 중국의 천자는 신라를 침공할 계획을 세우고 상자 하나를 만들었다. 그 상자속은 묘하게 채워졌다. 솜으로 달걀을 싸서 작은 상자 속에 넣고 다시 밀초를 끓여서 그 속에 부어 달걀을 움직이지 않게 했다.      그런 다음 구슬과 황금을 가득 넣었다. 또 그런 다음 돌상자에 넣고 구리와 쇠를 끓여 상자 뚜껑을 때워서 다시는 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중국 천자는 사신을 통하여 신라의 왕에게 그 상자와 함께 이런 말을 전하게 했다.     <너희 나라는 이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가를 알아맞추고 또 그것에 대한 시를 지어서 보내도록 하라. 만약 알아맞추지 못한다면 우리는 너희 나라를 침공하여 멸망시키고 말리라.>        중국 천자가 보낸 사신을 맞이한 신라왕은 깊은 수심에 잠겼다. 도지히 그 상자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였다.      <승상 나업이 책임지고 이 문제를 풀도록 하여라. 만약 풀지 못한다면 큰 벌을 내리리라!>     신라왕은 어명을 내렸다. 어명으로 막중한 책임을 떠맡게 된 나업은 걱정때문에 밥을 먹지도 못하고 잠을 자지도 못했다.      <아버지, 파경노 치원의 지혜가 뛰여나니 그에게 한번 물어보도록 하는것이 어떻겠습니까?>     승상 나업은 딸의 이 말에 귀가 활짝 열렸다.     <파경노 치원? 그가 이 어려운 문제를 풀수 있을가?>     <아무튼 불러서 한번 시켜라도 보시는것이 좋겠습니다. >    승상 나업은 치원을 불러 그 문제를 풀게 하였다.      <이 문제를 풀기 전에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치원이 조건을 달자 승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를 풀어서 글만 짓는다면 네 청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마.>     <문제를 풀기전에 먼저 제 청을 들어주십시오.>     <음,대관절 네 청이 무엇이냐?>      치원은 승상의 딸을 한번 쳐다본후 힘차게 대답했다.      <승상께서 저를 사위로 삼으신다면 곧 글을 지어 올리겠습니다.>     <뭐, 뭐라구? 우리 집 종인 너를 내 사위로 삼아 달라고. 그건 안된다. 다른 청을 말하라.>    <다른 청은 없습니다. 승상께서 큰 벌을 받으실지라도 제게 따님을 주지 않으시겠다면 시를 짓지 못하겠습니다. >     치원은 완강한 목소리로 자기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곁에서 말을 듣고 있던 승상의 딸이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이 일은 우리 가족의 생명이 달려있는 일입니다. 소녀는 기꺼이 파경노에게 시집을 가겠습니다. >      승상은 하는수 없이 좋은 날을 택하여 치원과 딸을 혼례시켰다.      총명하고 늠름한 신랑이요, 꽃보다 더 아름다운 신부였다. 그 두 사람이 백년가약을 맺으니 실로 천생연분이였다.     이튿날 아침, 승상은 이제 사위가 된 치원에게 어서 시를 지어 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치원은 시를 지을 생각도 않고 발가락 사이에 붓을 끼우고 누워 잠만 자고 있었다.    <언제 시를 지으려고 저렇게 잠만 자고 있을까?>    치원의 아내는 걱정이 되어 물끄러미 잠에 취해 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치원이 눈을 번쩍 뜨더니 곧 붓을 들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글씨가 어찌나 힘찬지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것 같았다.                         둥글고 둥근            돌 가운데 물건이            반은 구슬이요            반은 황금이로다.             밤마다 때를 아는            새인데            정만 머금고            아직 소리는 배앝지 못하였도다.                 신라왕은 치원이 지은 시를 사신을 보내 중국의 천자에게 전하게 했다. 천자는  이 시를 읽고 신라의 사신에게 말했다.       <다른  것은 다 맞혔다. 그러나 끝 부분의 <새인데>라는 말은 틀렸다. 이 상자안에는 달걀이 들어있지 병아리가 있는것은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너희 나라를 멸망시키겠노라!>      신라의 사신은 치원에게 들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말했다.      <아닙니다. 황제 페하! 그 상자를 열어 확인해 보십시오.>       그리하여 곧 상자를 쪼개여 보니 과연 그 동안에 달걀은 까 병아리가 되여있었다.      <신라와 같은 조그만 나라에 이와 같이 모든것을 아는 신통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몹시 불리합니다. 장차 신라가 우리를 침공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시를 지은 선비를 불러다가 단칼에 목을 베는것이 좋겠습니다. >     중국의 천자는 신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였다.     <글을 지은 선비를 중국으로 보내도록 하라!>     이렇게 하여 최치원은 중국으로 가게 되였다. 치원은 신라를 떠나면서 특별히 준비한 오십자가 넘는 모자에 <신라 문장 최치원>이란 글씨를 써서 쓰고 있었다.     치원이 탄 배가 며칠동안 서해 바다를 지나 첨성도라는 섬부근에 이르게 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배가 딱 멈추어서서 앞으로 갈수도 없고 뒤로 갈수도 없었다.      이때 푸른 옷을 입은 잘생긴 공자 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말했다.     <저는 서해 바다 용왕의 아들입니다. 훌륭하신 선생이 이곳을 지난다는 말을 듣고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생께서는 잠시 용궁으로 가셔서 제게 공자의 도를 가르쳐주십시오.>     용왕의 아들의 간절한 부탁으로 치원은 용궁으로 갔다.     용왕에게 잘 대접을 받은 치원은 용왕의 아들과 함께 용궁을 나와 다시 뱃길을 떠났다.     얼마쯤 더 가니 이번에는 위이도라는 섬에 닿았다. 섬은 너무 오래 가물어서 초목이 붉게 타고 있었다. 그래서 목을 추길 물 한모금도 얻을수 없었다. 그러자 섬 마을 사람들은 몰려와 치원에게 간청했다.     <선생께선 천하의 문장이시니 비를 오게 하는 기우문을 지어주십시오.>    치원은 용왕의 아들에게 부탁하여 비를 내려주게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그치고 하늘에서 한 신선이 구름을 타고 내려왔다.     손에 날이 시퍼런 청룡도를 들고 있는 신선은 몹시 화난 얼굴로 용왕의 아들을 꾸짖었다.    <나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너를 죽이러 왔다. 어서 길게 목을 내밀거라.>    용와의 아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벌벌 떨면서 치원에게 말했다.    <내가 선생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여 큰 죄를 지었습니다. >    <아니, 큰 죄라니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이요?>    <예, 이 섬에 비를 내리게 한 죄이옵니다. 이 섬 사람들은 모두 어른을 섬길줄 모르고 흉악무도하므로 옥황상제께서 일부러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지엄하신 명을 어겼으니 이제 꼼짝없이 죽게 되었습니다. >     이 말을 들은 치원은 신선 앞으로 한 발 나아가 이렇게 간청했다.    <제가 사정을 모르고 큰 실수를 한것 같습니다. 이 섬에 비를 내리게 한것은 제가 시켜서 한 것입니다. 그러니 벌을 주시거든 제게 주십시오.>    치원은 죽음을 각오한 표정으로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청룡도가 자기의 목을 치기를 기다렸다.     <눈을 뜨세요. 옥황상제께서 나에게 말씀하시기를 최문장이 곁에서 말리면 그대로 두라 하셨으므로 이제 그냥 돌아가겠습니다.>       신선은 휘파람을 불어 구름을 불러서 하늘 저멀리 총총 사라졌다.     신선이 사라진후 치원은 용왕의 아들을 용궁으로 돌려보내고 홀로 중국으로 향해 길을 떠났다.     치원이 석강정이란 곳에 이르러 한 노파를 만났다. 그 노파는 솜에 장을 묻혀 주며 말했다.    <이것은 비록 하찮은 것이나 몸을 보호해주는 물건이니 각별히 조심하여 잃지 않도록 하시오.>     치원은 노파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한참을 가다가 이번에는 수염이 하얀 노승을 만났다. 노승은 치원이를 불러 세워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제 중원으로 들어가면 큰 화가 닥쳐올거요. 그러니 최문장은 매사에 주의를 해야 하오. 앞으로 닷새를 더 가면 아름다운 여인을 만날 것이니, 모든 것은 그 여인이 시키는 대로 하도록 하시오,>    노승은 그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과연 닷새를 더 가니 한 아름다운 여인이 길목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치원은 노승의 말이 생각나서 여인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가르침을 청했다.    <이제 천자가 그대를 맞아들일때 아홉 문을 준비해 놓고 그대를 시험할것이요. 그러니 첫번째 문에 당도하여서는 푸른 부적을, 둘째 문에 들어서서는 흰 부적을, 넷째 문에서는 노란색 부적은 각각 던지시오. 그리고 나머지 문에서는 그대의 시와 재치로 대답하면 될것이요.>     아름다운 여인은 부적을 치원에게 주고 나서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치원이 다시 길을 떠나서 낙양 땅에 당도하니, 한 사람의 학자가 나타나서 치원에게 ,    <해와 달은 하늘에 걸려 있는데, 하늘은 어디에 걸려있느냐?>    하고 묻자 치원이 서슴없이    <산과 물은 땅위에 얹혀있는데, 땅은 무엇에 얹혀있소? 그대가 이 말에 대답한다면 나 또한 그대 물음에 대답하리다.>     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 학사는 더 이상 말을 묻지 못하고 달아나 버렸다.     마침내 치원은 중국의 서울에 당도했다. 성문을 들어서려고 하는데 머리에 쓴 오십자가 넘는 모자 때문에 들어갈수 없었다.     <신라와 같은 조그마한 나라의 문에서는 능히 드나드는 내 모자가 큰 나라라고 하는 중국의 성문에 걸려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구나. 이 어찌 우스운 일이 아닌가?>     치원이 이렇게 소리친후 성문밖에서 우뚝 서 있었다. 그러자 중국의 천자는 크게 부끄러워하며 성문을 열어 치원을 들어오도록 하였다.     첫번째 문에 들어서니 땅 밑에서 풍악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왔다. 치원이 푸른 부적을 던지자 그 요란스런 소리가 없어졌다.    치원은 아홉개의 관문을 부적과 지혜로써 통과한후 마침내 중국의 천자를 만났다.    천자는 치원의 지혜와 학문에 감탄하며 차마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좋은 집과 값진 보물을 주어 편히 살도록 해주었다.    다음해 치원은 8만 5천 명이 응시한 과거에서 당당히 장원급제를 하여 문신후라는 중국벼슬을 얻게 되였다.     <황소의 난> 이 일어나자 치원은 삐여난 격문을 써서 적을 굴복시키고 그 명성을 드높였다.       그후 치원은 홀연히 푸른 사자를 타고 고국인 신라로 돌아왔다. 신라왕과 승상 나업, 그리고 그와 혼인을 했던 승상의 딸이 반가이 그를 맞이했다.     <이제는 고국을 위해 일을 해주오.>     진성왕은 치원에게< 아찬>이란 벼슬을 내려주었다.    그러나 치원은 기우는 신라의 천년 국운과 함께 세상살이에 뜻이 없어 홀로 가야산으로 들어갔다.    가야산에 들어간 치원은 학과 사슴을 데리고 놀다가 신선이 되여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12    도화녀와 비형랑 댓글:  조회:889  추천:0  2009-10-02
                                                     도화녀와 비형랑     화랑 제도를 창시하여 삼국 통일의 원동력이 되게 한 진흥왕의 둘째 아들이 신라 제25대 임금 사륜왕이다. 성은 김씨, 시호를 진지대왕이라 했다.    사륜왕은 576년에 즉위했다. 훌륭했던 부왕과는 달리 사륜왕의 성품은 방탕하여 놀기를 좋아했다.    어느날 왕은 사냥을 나갔다가 사량부에 사는 아름다운 한 여인을 만나게 되였다. 도화랑이란 이름을 가진 그 여인은 서민의 안해였다.    <참 아름다운 여인이로구나!>    사륜왕은 도화랑의 아름다움에 끌려 그녀를 궁중으로 불러 함께 지내기를 원했다. 그러나 도화랑은 이미 출가한 몸이기때문에 함께 지낼수 없다고 말했다.    사륜왕은 도화랑에게 남편이 있다는 말에 몹시 실망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네 남편이 없으면 나와 함께 있을수 있겠느냐?>    왕의 말에 도화랑은 고래를 끄덕였다.    <그때는 되겠습니다.>    그런 약속을 한 후에 왕은 도화랑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바로 그해에 사륜왕은 왕위에서 몰려나 죽고 말았다. 그후 2년이 지나자 도화랑의 남편도 병들어 죽고 말았다.    도화랑의 남편이 죽은 지 백일이 되던날 밤, 사륜왕의 혼령이 도화랑을 찾아왔다. 옛날 살아 있을때와 똑같은 모습이였다.     사륜왕은 도화랑에게, <지금 네 남편이 없으니 옛날 약속을 지켜라!>하고 말했다.    도화랑은 이미 예전에 왕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거역할수 없었다.    그리하여 사륜왕은 도화랑의 집에서 7일간을 머물러 있었다. 왕의 혼령이 머무는 동안 도화랑의 집은 항상 오색 구름이 지붕을 덮고 향기가 방안 가득하였다.    7일이 지난후 사륜왕의 혼령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는데, 이때부터 도화랑에게 태기가 있었다.    도화랑은 달이 차서 아기를 낳으려는데 갑자기 하늘이 깜깜해지며 천지가 진동했다. 그 사이에 도화랑은 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이 아이의 이름은 비형이라 했다.     사륜왕의 뒤를 이어 신라 제26대 왕이 된 진평왕이 비형에 대한 사연을 듣고 궁궐로 데려와 길렀다.    자라면서 비형의 행동거지가 괴이하고 신비했다. 밤이면 밤마다. 궁궐밖으로 나가 귀신들의 우두머리가 되여 놀다가 새벽녘에야 절의 종소리가 들리면 돌아왔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진평왕은 비형을 불렀다.    <비형아, 네가 밤마다 귀신들을 거느리고 논다는 것이 정말이냐?>    비형은 그렇다고 시인했다. 그러자 왕은 그에게 한가지 명령을 내렸다.    <그렇다면 네가 귀신들을 부려 신원사 북쪽 개천에 다리를 놓도록 하라.>     비형은 진평왕의 명령을 받들어 그가 거느리는 귀신들을 불러 모아 하룻밤사이에 큰 다리를 놓았다.  귀신들의 손으로 이루어진 이 다리를 그후 <귀교>라고 불렀다.    감탄한 진평왕은 비형에게 또 물어 보았다.    <귀신들사이에 인간으로 현신하여 조정의 정사를 도울만한 자가 있느냐?>    <길달이란 자가 있습니다.>    진평왕은 다음날 길달을 데려오라고 했다.    이튿날 비형은 길달을 데리고 함께 왕을 만났다. 왕은 길달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벼슬을 주었다. 그리고 자식이 없는 임종이라는 사람에게 주어 양자로 삼게 했다.     양아버지 임종은 길달에게 홍륜사 남쪽에 문루를 세우게 하고, 길달을 매일 밤 그 문루위에서 자도록 했다. 사람들은 그 문을 길달문이라고 불렀다.     그러던 어느날, 길달은 여우로 변하여 도망을 쳤다. 화가 난 비형은 힘센 귀신을 시켜 길달을 잡아 죽였다.    이때부터 귀신들은 비형을 매우 무서워했다. 귀신은 비형의 이름만 들어도 달아났다 하는데, 사람들은 이 사실을 노래로 지어 불렀다.              성제의 혼이 낳으신 아들      비형 도령의 집이 바로 여길세      날고 뛰는 귀신의 무리들아      이곳에 함부로 머물지 말아라         훗날 사람들은 이 가사를 적어 문에 붙여 귀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11    계림과 김알지 댓글:  조회:900  추천:0  2009-10-01
                                             경주 김알지 탄생기록비.경주 김씨 시조 김알지가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는 사당이다. 계림안에 위치해 있다.      계림과 김알지     신라가 건국된지도 백수십년이 지났다. 유리왕의 유언에 의해 62세에 임금이 된 석탈해 이사금은 반월성에 궁궐을 두고 거기서 정사를 보았다.   지혜롭고 너그러운 이사금의 선정으로 나라는 나날이 번창해 빛을 더해 가고 있었다.   석탈해 이사금 9년 봄의 어느날 꼭두 새벽이였다. 재상 표공은 목청 좋게 울어대는 닭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벌써 닭이 울 시간이 되었나? 오늘따라 유난히 빨리 우는것 같구나.>   표공은 졸리는 눈을 비비며 닭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렸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  울음소리가 너무도 컸고 또 들려오는 장소도 평소와는 달랐다.   <내가 잠결에 잘못 들었나? 시림에서 닭이 울다니......?   표공은 벌떡 일어나 다시 닭 울음소리에 귀를 곤두세웠다. 그러나 역시 닭은 반월성 서북쪽에 있는 시림에서 울고 있었다.   시림이라 불리는 이 숲을 진한 여섯 부족 사람들은 신성하고 영검있는 숲으로 높이 받들고 있었다. 새벽에 닭이 우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신령스러운 숲에서 닭이 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였다.   표공은 급히 밖으로 나와 숲 쪽으로 바라보았다. 표공의 눈에는 참을 놀라운 정경이 비쳐왔다.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신성스럽게 여기는 그  숲에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령롱한 서기가 어려있고,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도 분영히 그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로다!>   표공은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조심 발을 옮겨 숲속으로 들어갔다. 숲속은 아직도 어두웠다. 그런데 어느 고목나무 주변만은 대낮처럼 환했다. 그 고목나무 아래에서 새하얀 닭이 홰를 치고 있고, 나뭇가지에는 금궤 하나가 걸려있었다. 하늘의 오색 서기는 바로 그 금궤를 비추고 있었다.   표공은 너무 신기하고 황홀한 정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이 일은 예삿일이 아니다. 어서 이사금께 알려야 한다.>   표공은 이렇게 생각하고 반월성으로 달려가서 석탈해 이사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사금은 표공의 말을 듣고,    <그 숲은 광명을 먼저 받은 태초의 숲이요, 닭이란 어둠을 몰아내고 광명을 불러오는 길상의 새가 아니던가. 이는 필시 나라에 영광이 있을 징조이니 내 친히 가서 보리라.> 하며 숲으로 행차하였다.    석탈해 이사금의 행차가 시림에 닿았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았다. 토함산 어깨위에 붉은 해님이 솟아올라 숲속을 비추었다. 고목의 나무가지에 걸려 있는 금궤는 금방 솟아오른 아침 햇빛에 반사되여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닭은 눈부시게 새하얀 날개로 홰를 치면서 새빨간 볏을 추켜들고 계속 울고 있었다.   <여봐라, 어서 저 금궤를 조심조심 땅에 내려놓도록 하여라.>    석탈해 이사금은 합장하고 하늘에 감사드린 후에 신하에게 명했다. 이윽고 신하가 금궤를 내리자 이사금은 손수 뚜껑을 열었다.    <응애, 응애!>   뜻밖에도 금궤속에는 귀엽고도 비범하게 생긴 사내아이가 들어있었다. 이사금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기를 한참동안이나 내려다보고 있다가 만면에 가득 미소를 지었다.   <예쁜 아가야, 울지 나라, 착하지 예쁜 아가.>   이사금은 가볍게 머리를 흔들면서 아기를 어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관에 달린 수많은 금 이파리들이 하늘하늘 흔들리며 령롱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냈다.   <이는 하늘이 나에게 아들이 없음을 알고 내게 자식을 준것이로다.>   이사금은 감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후 아기를 안고 궁궐로 돌아왔다. 그러자 온갖 아름다운 새들과 짐승들이 궁궐앞까지 따라오며 춤추고 노래했다,.   <새들과 짐승들마저도 아기의 탄생을 축복하는구나.>   이사금은 흐뭇한 표정으로 아기의 얼굴을 보고 또 보았다.   아기는 자라면서 총명하고 지혜로웠다. 이 아기의 이름을 알지라고 하고 금궤에서 나왔다 하여 성을 김이라고 붙였다.       그리고 하늘이 보낸 귀한 아이를 받들어 태자로 봉하고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흰 닭의 알림으로 시림에서 태자를 얻었으니 이제부터 그 숲을 계림이라 부르고 나라의 이름도 계림국으로 정하노라.>    계림이란 <닭이 울고 간 숲>이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인데, 그것을 한때 나라 이름으로 썼다.   80년 석탈해 이사금이 세상을 떴다. 다음 왕위는 태자인 김알지가 올라야 했다. 신하들과 백성들이 그가 왕위에 오르기를 그는 손을 내저었다.     <나는 지혜와 덕이 부족하므로 임금의 재목이 못 됩니다.>    김알지는 극구 왕위에 오르기를 사양하고 제3대 유리  이사금의 아들인 파사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알지는 세한을 낳고 세한은 아도를 낳고, 아도는 수류를, 수류는 욱보를, 욱보는 구도를, 구도는 미추를 낳았다.    김알지의 7대손인 미추가 신라 제 13데 왕위에 오르니 경주 김씨로는 처음 임금이 되신 분이다.   미추왕 이후로는 대부분의 임금들이 계림의 금빛 자손들로 이어졌으니, 계림은 임금들의 시조가 태여난 곳으로서 더욱 숭앙되었다.       
10    미추왕과 김유신장군의 혼령 댓글:  조회:930  추천:0  2009-10-01
                                                      미추왕과 김유신장군의 혼령    신라 제13대 미추왕은 계림의 금궤속에서 탄생한 김알지의 7대 후손이다.    김알지의 자손들은 대대로 많은 덕을 쌓아 신라의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러다가 첨해왕의 뒤를 이어 미추가 김씨로써 처음으로 신라 임금이 되였다.    미추왕이 왕위에 오른 후 23년동안 나라를 다스리다 세상을 떠나자 , 백성들은 그를 홍륜사 동쪽에 장사 지내고 이곳을 <대릉>이라고 불렀다.    그 뒤를 이어 제 14대 유래왕이 왕위에 올랐다.    유래왕이 다스리는 시절, 이웃에는 어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 . 이서국은 지금의 경상북도 청도군 부근에 있던 나라 이름이다.    어느날 이서국의 수많은 군사들이 갑자기 신라의 수도인 금성을 벌떼처럼 공격해왔다. 신라의 군사들도 즉시 적을 맞받아 맹렬히 싸웠지만 이서국의 군대를 당할수가 없었다. 신라군은 힘이 부족하여 싸우면 패하고 또 패하여 마침내 중궐마저도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대체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요! 어서 경들의 생각을 말해보시오.>    유래왕은 침통한 표정으로 신하들을 바라보았다.    <대왕마마, 끝까지 싸워야 하옵니다. 마지막 한 사람의 목숨이 없어질때까지 싸워야 합니다.>   한 늙은 장수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하자 많은 신하들이 그 말에 동조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우리에겐 이젠 끝까지 싸우는 일밖에 없습니다. >    <죽음을 무릅쓰고 싸웁시다.>    그러나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안되옵니다, 대왕마마! 더 이상 싸우는 것은 군사나 백성들의 희생만을 크게 할 뿐입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러하옵니다. 이제는 항복하는 것이 희생을 줄이는 일인줄 아옵니다. 부디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이렇게 항복하자는 쪽과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쪽이 나뉘여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었다.   <아아, 나의 대에 와서 나라가 이 지경에 처하다니.......>    유래왕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여 괴로운 한숨을 토해냈다.    이때 병사 한 사람이 급히 달려와 큰소리로 말했다    <대왕마마, 우리가 적군을 물리치고 있습니다.>   <대왕마마! 어디선가 수많은 지원군이 몰려와서 적군들과 한창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이더야?>    유래왕과 신하들은 즉시 밖을 나가 상황을 살폈다. 과연 병사의 말처럼 수많은 지원군이 이서국 군사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대체 저 지원군들은 어느 나라 군사들이란 말인가?>    유래왕이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신하들도 난데없이 나타난 지원군들이 어느 나라 군사들인지 몰랐던 것이다.     지원군들의 수효는 이루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군사들은 한결같이 투구 양옆에 대나무잎을 하나씩 꽂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죽엽군의 공격을 당하지 못한 적군들은 지리 멸렬하여 다 도망치고 말았다.    <와, 적군이 도망친다.>    <우리가 이겼다.>   <댓잎 군대가 도와준 덕분이다.>    신라 군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도대체 당신들은 어느 나라 군대이기에 이렇게 우리를 도와주신것입니까?>      적군이 다 도망치자 신라의 장수가 죽엽군을 향해 정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로구나.>    유래왕은 여러 곳에 사람을 보내어 고마운 죽엽군을 찾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행방을 알수 없었다.    신라 군사들이 죽엽군을 찾던 중 홍륜사 동쪽에 있는 미추왕릉에 이르러 보니 릉앞에 무수한 대나무 잎이 쌓여있었다.그 대나무 잎은 죽엽군이 투구에 꽂고 있던 대나무잎이 분명했다  <아하, 그렇다! 돌아가신 미추 임금님께서 우리 신라를 구하시려고 저승의 군사를 보내셨던것이로구나.>    신라 군사들은 모두 미추왕름에 꿇고 엎드려 큰절을 했다. 그 뒤로 미추왕릉을 죽현릉이라고 불렀다. 죽현릉이란 <대나무잎이 나타난 묘>라는 뜻이다.             또 제36대 임금인 혜공왕14년때의 일이었다. 송화산 김유신장군묘에서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회오리바람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마치 송하산 전체를 송두리째 하늘로 삼켜 올릴듯 무섭게 불었다. 그 회오리바람 속에서 금빛 갑옷을 입고 흰 말을 탄 늙은 장수가 동쪽을 향해 채찍질하고 있었다. 장수의 뒤에는 40여명의 무장한 병사들이 뒤따라 행진하였는데 먼지속에서 창끝이 번쩍번쩍 빛났다.    정수 일행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순식간에 죽현릉에 빨려들어갔다.    조금 후에 릉속에서 천지가 진동하는듯한 큰 소리가 났다.    <대왕마마, 신은 한평생을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보냈고 겨레의 소원이였던 삼국 통일을 이룩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죽은 혼백이 되였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난번에 저의 후손들이 아무 죄도 없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것은 곧 지금의 임금과 신하들이 제가 나라를 위해 세운 공로를 알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왕마마, 신은 너무나도 야속한 마음을 금할길 없습니다. 이제 신은 이곳을 떠나 다시는 이 나라를 위해 애쓰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대왕마마께서 부디 신이 멀리 떠날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김유신장군의 호소를 듣고 난 미추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군, 나와 그대가 이 나라를 지키지 않는다면 저 백성들은 어찌 되겠소? 그러니 장군은 제발 노여움을 거두시고 이전처럼 나와 함께 이 나라의 백성들을 지켜주오.>    <아닙니다. 대왕마마, 제발 신이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김유신 장군은 세번이나 미추왕에게 간절히 청했지만 미추왕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젠 그만 노여움을 푸시고 다시 이 나라를 위해 힘써 주시오.>    미추왕은 오히려 김유신 장군에게 정중히 청했다.    릉안이 한동안 조용해졌다.   잠시후 김유신장군과 40여명의 군사들은 회오리바람과 함께 자신들의 무덤속으로 돌아갔다.    <김유신장군의 혼백이 노여워하셨다.>    <돌아가신 미추왕께서 김장군을 간신히 달래여 이 나라를 못 떠나게 했다. >    이 소문은 온 나라안에 퍼졌다. 소문을 들은 혜공왕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혜공왕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즉시 대신 김경산을 불러서 일렀다. <어서 김유신 장군의 묘소에 가 그동안의 잘못을 빌고 성대히 제사를 지내도록 하여라. 그리고 취선사에 기름진 논 서른지기를 내려 매년 김유신장군의 제사를 지내도록 하여라.>    취선사는 원래 김유신장군이 고구려를 무찌른 뒤 삼국 통일의 큰 공을 이룩한 것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절이다.    미추왕의 혼령이 아니었다면 김유신 장군의 혼령이 품은 노여움은 풀수 가 없었을 것이다. 비록 몸은 세상을 떠났으나 왕이 나라를 보호하는 공덕은 크다고 아니할수가 없다.   그래서 신라 백성들은 왕의 덕을 감사히 여기고서 큰 제사를 지냈고, 미추왕릉인 죽현릉을 <대묘>라 불렀다.
9    연오랑과 세오녀 댓글:  조회:799  추천:0  2009-09-28
                                                             연오랑과 세오녀    지금으로부터 천 8백년전, 신라 제 8대 임금인 아달라 이사금때 일이다.    동해 바닷가 마을에 고기를 잡거나 해초를 뜯으며 살아가는 부부가 있었다. 남편의 이름은 연오랑, 안해의 이름은 세오녀였다. 이들은 비록 가난하게 살았으나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연오랑은 바닷가에 나가서 고기를 잡고 해초를 뜯었으며 아내인 세오녀는 길쌈을 하면서 살림을 꾸려 나갔다.   오막살이 집에서 가난하게 살았지만 연오랑은 씩씩하며 언제나 유쾌하였고, 세오녀는 조용하고 항상 너그러웠다. 그러기 때문에 마을사람들은 은연중에 마음속으로부터 두 사람을 흠모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세오녀가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연오랑은 바닷가에 해초 뜯으러 나갔다.   <아침을 먹기전에 좀 더 많은 해초를 뜯어야지.>   연오랑은 한 손에는 망태기를, 다른 한 손엔 갈고리를 들고 이 바위에서 저 바위로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물속의 해초를 뜯었다.   <저쪽 바위에 미역이 유난히 많구나.>   연오랑은 저만치 떨어져 있는 바위를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자그만한 그 바위 밑에는 폭이 넓고 키 큰 미역들이 무성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건너뛰기에는 조금 거리에 있었으므로 신발을 벗어놓고 힘껏 건너뛰여야 했다 .    연오랑이 그 바위에 건너뛰였을 때 저 멀리 수평선에서 둥근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푸른 바닷물은 떠오르는 해 때문에 분홍빛으로 변하면서 잔잔히 흔들렸다.    <동해의 해돋이는 언제 봐도 참으로 장관이야>    연오랑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해를 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이상하게도 연오랑이 딛고 서있던 바위가 꿈틀 하고 움직이더니 배처럼 바다위에 떠서 해뜨는 쪽으로 떠가는것이였다.    <아니, 이것이 어찌 된 일이지? 바위가 움직여 배처럼 바다에 떠가다니.......>   연오랑은 놀라 집이 있는 바닷가를 향해 소리쳤다. <여보, 세오녀!>    큰 소리로 아내 세오녀를 불렀다. 그렇지만 그 소리는 파도소리에 휩쓸려 아내 세오녀의 귀에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한편 세오녀는 집에서 아침상을 차려놓고 남편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연오랑은 돌아올 시간이 되였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은 왜 이렇게 늦으실까?>   세오녀는 이상히 여겨 찾아나섰다. 모래펄에 남편이 밟고 지나간 발자국이 있었다. 그 발자국을 따라 갔지만 어디에도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보! 여보!>    세오녀는 목청껏 연오랑을 부르며 이 바위로 저 바위로 찾아다녔다. 그러나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남편이 벗어 놓은 신발만 바위우에 놓여 있을뿐이였다.    세오녀는 그 신발을 보는 순간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남편이 바다에 빠져 죽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바위에 옆드려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슬프게 울던 세오녀는 <그래, 남편은 미역을 뜯으려고 이 바위에서 저쪽 바위에 뛴것이 틀림없어.>  하고 말하며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세오녀는 남편 연오랑의 시체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의 신발 곁에 자기의 신발을 벗어 놓고 힘껏 뛰어 저편 바위에 올랐다.    세오녀가 바위에 오르자 이상하게 그 바위도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둥실둥실 동쪽으로 떠갔다.    이렇게 되어 신라의 동해안에 살던 정다운 부부는 신라에 신발만 나란히 벗어놓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흘러갔다    . 연오랑을 실은 바위는 흘러흘러 어디론가 계속 떠가고 있었다. 연오랑은 바위 위에서 뛰여내려 바다속에서 헤엄을 치려고 생각했으나 그러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면 그대로 깊은 바다속에 빠져죽고말것만 같았다.    <이것 참 큰일 났군.대체 이 바위는 어디로 가는 걸까? 아내는 어찌 살라고.......>    연오랑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웠으나 바다 한가운데라 어디가 어딘지 알수가 없었다.    바위가 바닷물을 헤치며 꽤 오랫동안 떠내려가더니 낯선 육지에 딱 멈췄다.    그곳 바닷가에 나와 고기를 잡던 사람들이 바위를 타고 온 연오랑을 보자 눈을 둥그렇게 떴다.    <아니,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니......,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군그래?>    <그러게 말이야, 바위를 타고 넓은 바다를 건너왔으니. 아마도 하늘이 보낸 사람이 아닐까?>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런것도 같네.>   연오랑이 바위를 타고 나타났다는 소문은 금세 온 동네에 퍼졌다. 마을 사람들이 연오랑이 있는 곳으로 몰려왔다.    <바위가 물에 뜨다니 , 도저히 믿을수 없는 일이야!>    <혹시 신이 아닐까? 신이 아니고서는 저런 신통력을 발휘할수 없지.>    연오랑에게 몰려온 사람들이 제각기 한마디씩 떠들었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오?>    연오랑은 자기가 떠내려온 데가 어딘지 몰라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곳은 일본 땅입니다.>    사람들중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대답했다.    이때 일본 사람들은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이웃끼리 싸우기만 하고 평화롭지 못했다. 그것은 그들을 잘 다스려 줄 왕이 없었기 때문이다. 힘센 사람이 마음대로 행패를 부리는 불안속에서 살던 일본 사람들은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온 연오랑을 하늘이 보내신 사람이라 여기게 되였다.    <우리를 다스릴 왕이 없기때문에 하늘이 보내신 분임이 틀림없다.>    <그래 맞아! 저 분은 성스럽고 재주가 뛰여난 사람이기때문에 나라를 잘 다스릴거야.>    <우리의 왕으로 받들어 모시자!>   모여든 사람들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이 이렇게 말한후 먼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연오랑에게 절을 했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엎드렸다.    <하늘이 보내신 이여! 부디 저희들의 왕이 되여주십시요.>   일본 사람들은 연오랑에게 하늘의 뜻이 아니였다면 자기가 바위를 타고 여기까지 올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꺼이 그들의 왕이 되였다.    왕이 된 연오랑은 각 마을의 대표를 뽑아 신하로 삼고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너그럽고 공정한 정치를 펼쳤기 때문에 곧 나라의 질서가 잡혔고 , 백성들은 평화롭게 살게 되였다.    그러던 어느날, 세오녀를 태운 바위도 연오랑의 바위와 마찬가지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사람들은 이번에는 여자가 바위를 타고 오자<신기한 일이 또 일어났어 . 우리의 왕께서 바위를 타고 오셨는데 이번에는 아름다운 여자분이 바위를 타고 오셨어. 이것은 틀림없이 하늘이 보내주신 우리의 왕비님이야.> 하며 세오녀를 왕에게 데려갔다.    <대왕마마, 바닷가 항구에 어떤 여인 한 사람이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    신하가 하는 말에 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뭐라고? 한 여인이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다는 그 말이 사실이더냐?>    <예, 그러하옵니다.>     <그렇다면 어서 그 여인을 여기로 모셔오너라.>     연오랑은 그 여인이 세오녀일수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궁궐로 들어온 여인은 과연 세오녀가 분명했다.    <여보, 세오녀!>   <다, 당신......!>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낯선 나라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 기쁨의 눈물이 두 사람의 뺨을 촉촉히 적시고 있었다.    연오랑은 세오녀를 왕비로 삼았다. 동해 바닷가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남편 연오랑은 일본이라는 섬나라의 왕이 되고, 길쌈을 하던 아내 세오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왕비가 되였다.    신라에서 온 이들 부부가 일본을 다스리게 되자 일본은 평화롭고 광명에 찬 나라가 되였으나, 신라에는 반대로 무서운 어둠이 덮쳐왔다.    그것은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땅으로 건너간 날부터 신라에는 해도 뜨지 않고 달도 뜨지 않았던것이다. 밝음이 없어지니 귀신들과 도깨비들이 날뛰고 도둑이 들끓었다.    <어느날 갑자기 해와 달이 뜨지 않다니....,정말로 괴상한 일이로다.!>    아달라 이사금은 걱정이 되어 이름난 점쟁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점쟁이가 말했다.    <우리 나라에 있던 해와 달의 정기가 지금은 일본 땅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겁니다.>   <해와 달의 정기가 일본으로 옮겨가다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예, 동해바닷가에 살던 연오랑과 세오녀라는 부부가 해와 달의 정기였습니다. 얼마전 그들이 일본땅으로 건너갔기에 해와 달의 정기가 없어진 것입니다.>   점쟁이늬 말을 듣자 왕은 즉시 일본으로 사신을 보내여 연오랑과 세오녀에게 돌아와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연오랑과 세오녀는 쉽게 그 청을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내가 일본으로 온것은 하늘이 시킨 것인데, 내 어찌 이를 거역하고 돌아갈수 있겠소.? 대신 , 나의 아내가 고국을 그리면서 짠 비단이 있으니 그것으로 하늘에 제사를 드리면 해와 달이 다시 나타날수 있을지 모르오.>   연오랑은 이렇게 말하면서 아내가 짠 고운 비단을 내주었다.   사신이 돌아와서 비단을 바치자, 아달라 이사금은 동해 바닷가에 제단을 차려 그 비단을 올리고 하늘에 정성스럽게 제사를 드렸다.   그제서야 동해에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밤에는 둥근 달이 떠올랐다.   <으음, 이 비단이야말로 더없이 귀중한 나라의 보물이로다. >   아달라 이사금은 그 비단을 나라의 보물로 삼아 궁궐의 보물 창고에 소중히 보관하게 했다. 그리고 그 창고의 이름을 <귀비고>라고 하였고, 제사 지낸 곳을 <영일현> 또는 <도기야>라고 불렀다.   <귀비고>란 고귀한 부인의 창고라는 뜻인데 후에 없어졌다. 대신 그 자리에 <일월지>라는 큰 못이 생겼다.   
8    석탈해 이사금 댓글:  조회:1002  추천:0  2009-09-27
                                                   석탈해 이사금    신라의 초대왕  박혁거세39년, 서라벌 동쪽에 있는 가라촌의 아진포에 혼자 쓸쓸하게 살아가는 의선이라는 할머니가  있었다.     이 할머니는 임금님에게 생선을 장만하여 바치는 책임을 맡아 바닷가에 살고있었다.     어느날 새벽, 할머니는 까치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이상도 하여라, 이 바다가에는 까치를 구경하기가 힘든데 오늘따라 웬 까치가 저리도 지저귈까?>    할머니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바닷가에서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그 파도 소리에 실려 까치들의 지저귐소리도 더 크게 들려왔다.    할머니는 까치 소리가 들려오는 바다가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모래 사장에 닿았을 때 바다 저쪽에서 임자없는 배 한 척이 물에 떠밀려 오고 있었다. 까치들은 그 배 우를 맴돌며 그렇게 요란하게 지저귀고 있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가까이 가 보니 배 위에는 큰 궤가 하나 달랑 있었다.    할머니는 궤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가 궁금하였다. 그러나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어 궤를 열까 말까 하고 망설였다.    <궤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왜 사람도 없는 배에 궤만 하나 있는 걸까? 한번 열어 볼까?>   할머니는 마침내 궤를 열어 보기로 결심했다. 궤의 뚜껑에 살며시 내미는 할머니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눈을 딱 감고 열자.>     할머니는 이렇게 소리치며 궤를 열었다. 궤속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알 하나와 여자 한명이 들어 있었다. 여자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로다. 세상에 이렇게도 큰 알이 있다니>     할머니는 알에 손을 대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알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 쩍>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거기에서 령롱한 오색 연기가 피여올랐다.     <응애,응애.....!>     알이 갈라짐과 동시에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소리에 놀라 깨어난 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울고있는 아기와 할머니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허어, 알에서 아기가 나오다니!>   할머니는 신기한 눈으로 아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잘생기고 건강한 사내아이였는데, 할머니와 눈길이 닿자 방글방글 웃었다. <색시,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오?>    <할머니, 소녀는 용서국 함달파 왕비님의 시녀이옵니다. 왕비님께서 아기를 얻고자 오래 기도를 드린 끝에 아기를 가지셨습니다. 그러나 열달이 지나고 또 열달이 지나도 아기가 태여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임금님도 왕비님도 애타게 7년동안이나 기다려서 겨우 왕비님이 해산했는데 이상하게도 아기는 낳지 못하고 큰 알을 하나 낳으셨읍니다.>    시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잠시 알속에서 나온 아기를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임금님께서는 몹시 노하셔서 알을 바다에 버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왕비님은 눈물을 흘리시며 슬퍼하셨습니다. 임금님의 명령이 하도 엄한지라 도무지 거역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왕비님은 알을 궤안에 넣으시고 나서 소녀에게 당부하시기를 이 알에서 반드시 귀한 아기가 나올것이다. 인연이 닿는 사람을 만나 성장하면 그곳에 나라를 세우고 큰 뜻을 펼치도록 하라. 하시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를 만나자마자 아기가 알에서 나왔으니 아마도 할머니와 인연이 있는듯 하옵니다. 부디 할머니께서 이 아기를 키워주십시오.>    시녀가 할머니에게 간곡히 청하자 할머니는 기꺼이 아기를 맡아 키울것을 승낙하였다.   <하늘이 주신 아기인데 어찌 등한시 할수 있겠오? 정성껏 기르겠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렇지 않아도 혼자 살아 외로운 할머니는 잘 되였다 생각하고 그 아기를 친자식처럼 정성껏 키웠다. 이 아이가 바로 나중에 신라 제 4대 왕위에 오르게 되는 석탈해이다.     할머니는 까치의 알림으로 얻어진 아기라 하며 까치작자의 한쪽을 떼여 <석>이라고 성을 정하고 알을 깨뜨리고 나왔다고 하여 이름을 <탈해>라고 지었다.     석탈해는 지혜롭고 씩씩하게 자랐는데 효성이 지극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다가 할머니를 편하게 봉양하였다. 할머니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다.    어느날 할머니는 탈해를 보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탈해야, 너는 보통 사람이 아니고 근본이 왕자몸이니라. 보통 사람 같으면 늙은 어미를 거두는 것으로 사람의 도리를 다한다 하겠지만 , 너는 왕자의 몸이니 만백성을 드스릴 책임이 있는것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고기잡이를 그만두고 힘과 덕을 기르도록 하여라/>    그러면서 비단에 싸인 길다란 상자를 내놓았다.탈해는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한 다음, 비단 보자기를 풀고 상자를 열러 보았다. 그 속에는 한자루의 칼과 활, 그리고 화살이 가득 담긴 화살통이 들어 있었다.    <이 물건들은 너의 부모가 너를 태워보냈던 배에 같이 실어 보낸것이다. 그러니 이것을 갖고 무술을 닦도록 하여라.>     탈해는 그날부터 토함산에 올라가서 활쏘기며 칼쓰기 등 무술 연마에 힘썼다. 몇해동안 계속하여 수련을 쌓은 결과 탈해는 당당한 무사가 되였다.     할머니의 말씀을 지켜 언제나 앞장서서 솔선수범을 하고 신의를 지켰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탈해를 존중하고 따르게 되었다.    탈해는 따르는 사람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며 때때로 토함산에서 사냥을 하였다. 어느날 탈해는 산꼭대기에서 사냥을 했는데, 무척 목이 말랐다. 그래서 따르는 사람중에서 가장 키가 큰 처솔이라는 사람을 시켜 샘을 찾아 물을 떠오게 했다.    처솔은 샘을 찾아 토함산 동쪽 계곡으로 내려가다가 높은 바위밑에서 솟아오르는 맑은 옹달샘을 발견하였다. <야, 드디어 찾았구나!>    처솔은 재빨리 옹달샘으로 간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동해가 환히 보이는 경치좋은 곳이였다.    처솔은 퐁퐁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을 표주박에 떠 가지고 탈해가 기다리고 있는 산꼭대기를 향해 부지런히 올라갔다.   <휴우, 힘이 들고 목도 마르구나.>    처솔은 손에 들고 있던 표주박속의 물을 보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먼저 한 모금만 마시고 탈해한테 갖다줄 생각에 표주박에 입을 댔는데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입에 댔던 표주박이 입에 철썩 붙어버리고 만것이다.     <어어,왜 이러지?>     처솔은 당황하여 표주박을 입에서 떼려고 했다. 그러나 찢어질듯이 입술만 아픞뿐 표주박은 떨어지지 않았다.    처솔은 두려워하며 탈해에게 와서 사죄하였다.    <앞으로는 먼곳이든 가까운 곳이든 감히 먼저 물을 마시지 않겠사오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사죄의 말이 끝나자 그제서야 입에서 표주박이 떨어졌다. 그후로부터 따르는 사람들은 감히 탈해를 속이려 하지 아니하였다.    이 신비한 우물은 지금도 토함산에 있는데 옛사람들은 이것을 예내 우물이라고 불렀다. 그 말은 <석씨 집 우물>이라는 뜻이라 한다.    탈해는 낮에는 무예를 닦고 밤에는 지혜와 덕을 쌓는 공부를 했다. 그리하여 풍수와 지리를 보는데도 뛰여난 눈을 가지게 되였다.    어느날 탈해는 토함산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장차 자기가 살 집터를 찾고 있었다. 멀리 서쪽으로 펼쳐진 서라벌 벌판이 한눈에 보였다. 그 벌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물개 냇가애 반달처럼 생긴 언덕이 보였다.     <그렇다! 바로 저기다. 내가 살 곳이.>     탈해는 몰개 냇가북쪽 기슭에 덩그렇게 반달처럼 솟은 언덕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였다.    탈해는 단숨에 몰개 냇가의 반달 언덕까지 달려갔다. <아뿔싸,벌써 누가 집을 지어 살고 있구나!>    탈해는 낭패스런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였다. 그곳에는 표공이라는 재상이 집을 짓고 살고있었다.    <어떻게 하면 저 집을 차지할수 있을까?>     탈해는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끝에 한 꾀를 생각해냈다. <옳지,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날밤에 탈해는 숯 부스러기와 쇠붙이를 그 집 담 곳곳에 묻어놓았다. 몇달이 지난후 탈해는 표공을 찾아갔다.    <이 땅은 본래 우리 조상님들이 대대로 살아오던 집터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어르신께서는 주인의 승낙도 없이 집을 지으셨읍니까? 이제 주인이 왔으니 집을 비워주십시요./>    이 말에 표공은 안색이 빨갛게 변하여 소리쳤다. <너는 무슨 소리를 하느냐? 그럴리가 없다. 이 집터는 오래 전부터 내가 살아오던 집터이다. 그런 억지를 부리지 말고 썩 물러가거라.>    탈해도 지지 않았다. 그는 표공의 위세에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자기 집터라 주장하다가 끝내는 임금에게 호소하여 재판을 받게 되었다.    표공은 열심히 그 집터가 자기 조상의 집터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임금은 탈해에게 물었다.   <너는 반달 언덕이 조상 때부터 살던 집터였다 하는데, 그 증거가 있느냐?>    <예, 잘 찾아보면 있을 것입니다.>   <찾아보면 있을거라구?>    <그렇습니다. 저의 할아버지는 쇠붙이로 호미와 도끼와 칼을 만드는 대장장이였습니다. 그러니 집 부근을 파 보면 제 할아버지가 사셨던 증거가 나올 것입니다.>    재판을 구경하던 신하들은 대장장이 자손이란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연모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쇠붙이로 물건을 만드는 일은 권위있는 집안이나 하였기때문이다.     <여봐라, 속히 가서 그 집 주위를 파 보도록 하여라!>    임금의 명령을 받은 신하들은 말을 타고 표공의 집으로 갔다. 얼마후 신하들은 대장장이가 살던 중거물이 되는 숯 부스레기와 쇠붙이를 가지고 왔다. 그러나 진짜 집주인인 표공에게는 자기의 집터라는 증거가 없었다.     임금은 마침내 판결을 내렸다.    <표공에게는 증거가 없고 석탈해에게는 증거가 있다. 그러니 증거가 있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표공은 반달 언덕을 석탈해에게 내주고 집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여라.>    이렇게 하여 반달 언덕은 석탈해가 차지하게 되였다.   후에 이 집터는 궁궐터가 되는데 그때의 임금은 박혁거세의 아들인 남해 차차웅으로 신라 제2대 왕이였다.    임금은 그 재판으로 인하여 탈해의 지략이 뛰여남을 보고, 그 지혜를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러다가 서기 8년, 맏공주 아호와 혼인을 시켜 사위로 삼고 나라일을 보살피게 하였다. 탈해는 모든 일을 지혜롭게 처리하였으므로 임금의 신임을 크게 받았다. 20년간 왕위에 있던 남해 차차웅은 24년 눈을 감으면서 아들 유리와 사위 석탈해를 불러다  놓고 이렇게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거든 너희들박, 석 두 성중에서 덕이 높은 사람이 임금의 자리를 이으라.>   왕자 유리는 매부되는 석탈해에게 왕위에 오르기를 권했다. 그러나 탈해는 왕자가 왕위를 이어야 한다고 극구 주장했다. 이렇게 서로 사양했으므로 옥좌는 오랫동안 비어있게 되었다.   어느날 탈해는 옥좌가 비어있는것이 걱정이 되어 유리에게 말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귀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이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 두 사람이 떡을 씹어 그 잇자국을 보고 이를 세어 많은 사람이 왕위에 오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좋습니다. >    유리와 탈해가 떡을 씹은 다음 이의 수를 헤아려보니 유리가 많았다. 이에 신하와 백성들이 그를 받들어 왕위에 오르게 했다.   이때부터 신라에서는 왕을 이사금이라 불렀는데, 이것은 <잇자국이 많은 분>이란 뜻이다. 임금이라는 칭호도 여기에서 비롯된것이라고 한다   세월은 유수처럼 흘렀다. 유리 이사금5년인 28년 겨울, 임금이 나라 안을 두루 살피다가 한 노파가 굶주리고 추위에 시달려 바야흐로 죽어가고 있는것을 보게 되였다. 임금은 옷을 벗어 그 노파에게 덮어주고 한탄을 했다. <내가 능력도 없으면서 왕위에 올랐도다. 임금으로써 백성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니 어찌 죄가 아니리오!>   그 뒤로 임금은 신하들에게 명하여 전국 곳곳에 있는 늙은 홀아비와 홀어미, 부모 없는 아이들, 늙고 병들어 스스로 생활할수 없는 사람에게 식량을 주어 고통없이 살아가게 했다. 그러자 이웃 나라 백성들이 그 말을 전해 듣고 신라에서 살고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우리 나라 가악의 시초인 도솔가가 나온것은 바로 그 해의 일이였다.    서기 32년 유리 이사금은 여섯 마을 촌장들에게 이,최. 손, 정, 배, 설,이라는 성을 내려 귀족으로 인정하는 한편, 마을 이름도 고치고 나라의 벼슬도 17가지로 구별하였다.    또한 길쌈을 장려하기 위하여 지금의 한가위인 가베놀이를 만들었다.    신라에서는 가을이 다가오면 여섯 촌에서 베 잘 짜는 여자를 골라 두 패로 나누었다. 궁궐에서 특별히 두 왕녀가 나서서 각각 패의 지휘를 하였는데 , 두 패는 7월 16일부터 뜰에 모여 길쌈을 하다가 밤이 늦으면 헤여졌다.    매일 이렇게 하다가 8월15일이 되면 양쪽이 그때까지 길쌈 짠 것을 견주어 많고 적음을 가렸다.ㅣ 그리고 여기서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이긴 쪽을 대접했다.   이윽고 이 시합이 끝나면 춤과 노래와 온갖 놀이가 시작하는데 , 이를 <가베>라고 했다. 이때 진 쪽에서는 서로 어울려 춤을 추는데 진것을 한탄해 <희소희소>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 소리가 슬프고 아름다워 후세 사람들은 그 노래를 <희소곡>이라고 불렀다. 희소란 <모여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왕위에 오른 지 34년이 되는 해인 57년 9월 , 유리 이사금은 세상을 떠나면서 신하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석탈해는 이 나라에 꼭 필요한 분으로 지위가 재상에 이르렀다. 두 왕자는 재주나 인격 면에서 도저히 그를 따르지 못한다. 그러므로 내가 죽으면 반드시 석탈해로 하여금 왕권을 잇도록 하라.>    이리하여 석탈해가 신라 제 4대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 때는 57년이었다.    임금이 된후에도 석탈해 이사금은 궁궐에는 별로 있지 않고 , 반달 언덕 자택에서 정치를 보았다.    석탈해 이사금이 왕위에 있던 23년동안 서쪽의 백제와 동쪽의 왜적들이 쉴새없이 침입해 왔다.    그러나 이사금은 지혜와 용기로써 적들을 물리쳐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수 있었다.    석탈해 이사금 19년에는 여름내 비가 오지 않아 곡식들이 다 말라 버렸다. 백성들이 굶주리고 병들어 괴로움 속에 헤매자 임금은 나라의 창고를 열어 양식을 배급하여 주었다.    <정말 , 석탈해 이사금은 하늘이 내린 우리의 왕이시다.!>    <암,그렇고 말고 ,백성들을 이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왕은 드물것이네.>    굶주림속에서 벗어난 백성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며 석탈해 이사금의 은혜를 칭송했다.    석탈해 이사금이 85세 되던 해 4월 어느날, 갑자기 폭풍이 불어오더니 무서운 회오리바람이 먼지를 일으켜 앞을 분간할수 없었다. 나무들은 뿌리채 흔들리고 피였던 꽃은 다 떨어졌으며, 마침내는 궁궐의 동문이 허물어지고 말았다. 이 일이 있은후 석탈해 이사금은 자리에 눕게 되였고 그해 8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백성들은 지혜롭고 어진 임금의 죽음을 슬퍼하며 소천 언덕에 정숙하게 장사를 지냈다.            그후 6백년이 지난 680년 3월15일 밤, 반월성 궁궐에는 이상한 일이 생겼다. 당시 임금이던 문무대왕의 침전에 매우 무섭게 생긴 건장한 노인이 나타났다. 그 노인은 키가 3미터정도이며 머리 둘레가 1미터가량 되였다.     노인은 무서운 소리로 외쳤다.    <임금은 듣거라 ! 나는 석탈해다. 즉시 소천 언덕에서 나를 파내여 그 뼛가루와 찰흙을 섞어 나의 상을 만들라. 상이 완성되거든 토함산 위에 세우라.>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사방 벽이 울리는듯하였다. 문득 대왕이 놀라 깨여나보니 그것은 꿈이였다.   <생시처럼 생생한 꿈이로구나.>     다음날 날이 밝자 문무대왕은 꿈에서 들은 대로 이사금의 무덤을 파내여 그 뼛가루로 상을 만들었다. 그것이 완성되자 토함산 위에 세우고 <동악대신>이라고 불렀다.    때는 삼국 통일이 이룩될 무렵으로 나라의 힘이 북쪽과 서쪽으로 기울어져 동쪽이 등한시되던 때였다. 이때 석탈해 이사금의 영혼이 방비가 허술한 동쪽을 막아 나라의 안전을 지키지 위해 문무대왕의 꿈에서 나타났던것이다/                   
7    신라의 건국 신화 댓글:  조회:914  추천:0  2009-09-24
                                                            신라의 건국 신화     신라 시조의 성은 박씨요, 이름은 박혁거세이다. 박혁거세는 기원전 57년 4월에 왕위에 올랐다. 그때 그의 나이는 불과 열세살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왕의 명칭은 거서간이였다. 거서간은 귀한 사람, 혹은 임금을 부르는 호칭이였다.     그때는 지금의 경주시와 월성군 일대를 진한이라고 불렀다. 그 땅에 고조선의 유민들이 여섯개의 마을을 이루고 산골짜기에 흩어져살았다. 그 여섯 마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알천 양산촌, 돌산 고허촌, 무산 대수촌, 취산 진지촌, 금산 가리촌, 명활산 고야촌이 여섯 마을의 이름이였다.    지금으로부터 2천여년전인 진한 시대는 석기에서 철기시대로 생활방법이 바뀌는 우리 민족 문화의 새벽과 같은 때였다.    이 새로운 때를 맞이하여 여섯 촌에는 각기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서 촌장이 되였다. 훗날 세상사람들은 그들을 <진한 육부 촌장님들> 이라고 불렀다.    꽃피고 새우는 어느 화창한 봄날이였다. 아름다운 금강산 어느 산봉우리에 홀연히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한 신선이 내려왔다.    신선은 하늘에서 내려 올때 큰 박 하나를 안고 왔다가 바위에 내려 놓았다. 그런데 바위에 놓자마자 그 박에서 싹이 돋기 시작했다. 그 싹은 순식간에 자라서 박 덩굴이 바위를 덮었다. 그리하여 신선이 내려선 이 바위를 표암이라 하였다. 이 신선이 양산촌을 다스린 이알평공이다.     알천 양산촌은 지금 경주시를 중심으로 한 넓은 벌판인데, 후에 신라의 수도 서라벌이 된 촌이다.     돌산 고허촌은 여섯촌중 가장 넓은 마을이였다. 이 촌의 촌장은 소벌도리공이였다. 그는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형산에 내려와서 고허촌 촌장이 되였다고 전한다.     무산 대수촌 촌장은 손구레마공이었다. 그 역시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이산에 내려와서 대수촌 촌장이 되였다.     취산 진지촌은 토함산 새등이에서 흐르는 몰개내와 가내고개에서 흐르는 알내의 상류 유역과 외동면 일대를 포함한 넓은 지역이였다. 지백호라는 이름의 신선이 하늘에서 화산으로 내려와서 진지촌의 촌장이  되었다.     금산 가리촌은 여섯 촌중에서 유일하게 바다에 닿아 있었다. 배지타공이 하늘에서 명활산에 내려와서 가리촌의 촌장이 되였다.    그리고 명활산 고야촌 촌장인 설호진공은 하늘에서 금강산으로 내여와서 촌장이 되였다.     이렇게 하늘에서 내려온 촌장들은 고기잡이와 사냥으로 꾸려가는 생활에서 농경 생활로 삶의 수단을 바꾸어 가면서 지혜와 사랑으로 각자 맡은 마을을 알뜰하게 다스렸다.    지혜로운 촌장들이 부족을 다스리게 되자 부족들의 삶은 나날이 향상되였다. 흙을 빚어 그릇을 구워 썼으며 길쌈을 하여 옷도 지어 입으며 서로 힘을 모아 평화롭게 살았다.    기원전 69년 어느날, 고허촌 촌장 소벌도리공이 남산 북봉 양산대를 올라 서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하늘에서 령롱한 오색 서기가 내려와 양산 기슭에 있는 나정이라는 우물을 비추고, 우물가에는 눈처럼 흰 말 한마리가 무릎을 꿇고 울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로다.>   소벌도리공은 신기하게 생각하여 그 우물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소벌도리공이 가까이 다가갔을 때, 인기척을 들은 흰말은 크게 울면서 하얀 구름을 헤치고 파란 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허어,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흰말이 사라진 하늘을 보면서 혼자말을 하던 소벌도리공은 잠시후 정신을 차리고 우물가를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그곳에는 커다란 붉은 알이 동그마니 놓여있었다.  그리고 하늘에서부터 오색 서기가 내려 그 알을 찬란하게 비추고 있었다.    소벌도리공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그 알을 조심스럽게 깨 보았다. 붉은 알 껍데기가 깨지면서 그 속에서 뜻밖에도 용모가 수려한 간난아기가 나왔다.    아기는 우렁차게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어떻게나 큰지 양산을 울릴 지경이 였다.   <허어, 그 녀석 ! 울음소리 한번 대단하구나. >   소벌도리공은 빙그레 웃으면서 그 아기를 안아서 우물에 목욕을 시켰다. 아기의 몸에서는 계속 신령스러운 광채와 더불어 좋은 향내가 풍겼다. 그런 광채와 향내 때문인지 새들과 짐승들이 구름처럼 몰려와서 춤추고 노래하며 아기를 축복하였다.    소벌도리공은 신비롭게 태여난 아기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길렀다. 아기는 자라면서 유달리 숙성하고 총명하였다.   진한의 육부 촌장들은 이 아이의 출생이 신기하고 이상했으므로 처음부터 그를 높이 받들고 존경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세월이 흘렀다. 이 아이가 열세살이 되던 해 봄에 육부 촌장들이 모여 의논하였다.    <소벌도리 촌장의 아들은 하늘에서 보내신 사람이니 우리의 왕으로 모십시다.>   양산촌 촌장 이알평공의 말에 대수촌장 손구레마공이 맞장구를 쳤다.   <옳습니다. 그 아이는 하늘에서 내려주신 우리들의 지도자가 틀림없으니 나라를 세우고 왕으로 모십시다.>      <으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만......> 진지촌 촌장 지백호공이 말끝을 흐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 한 나라의 왕으로 추대하려면 먼저 성과 이름이 있어야 할것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성은 박씨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진지촌   촌장의 이 말에 아이의 양아버지인 소벌도리공이 고래를 끄덕였다. <박과 같은 알에서 나왔으니 박씨로 하자는 말씀이군요? 그것 참 좋습니다. 그러면 이름은 어떻게 지으면 좋겠습니까?>    이때까지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가리촌 촌장 배지타공이 조용히 입을 열였다.    <혁거세가 어떻겠습니까? 세상을 밝게 다스린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박혁거세라! 좋은 이름입니다. 저는 박혁거세를 우리의 거서간으로 추대하는데 대 찬성입니다.>     진한 육부 촌장들은 의견을 일치했다. 그러자 곧  여섯 촌을 합쳐서 나라를 세우고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했다.   왕이 된 박혁거세는 나라 이름을 서라벌이라 하고, 지혜롭게 나라를 다스렸다.   서라멸이란 <아침 햇빛이 먼저 비춰 주는 성스러운 땅>이라는 뜻이다.   박혁거세가 왕위에 오른지 4년뒤에 양산촌 알영이라는 우물가에 또다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일며 머리 모양이 닭같이 생긴 용 한마리가 옆구리에서 한 여자 아기를 낳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부근에 사는 한 랄머니가 이것을 보고 달려와서 아기를 보자기에 싸 안았다. 아기는 눈과 코가 참으로 예쁘게 생겼으나 입만은 닭의 부리처럼 뾰족하게 나와 있었다. < 쯧쯧....., 계룡이 낳은 아기라서 입이 닭처럼 생겼군그래ㅏ. 입만 예쁘면 천하 절색인데 실로 안타깝구나!>   할머니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아기를 안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양산촌의 북쪽으로 흐르는 알내였다. 할머니는 정성스럽게 아기의 얼굴과 몸을 씻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알애의 물이 아기의 입술에 닿자마자 뾰족하던 부리는 떨어져 나가 정말로 몌쁜 여자 아기가 되었다.    그때문에 이 내를 발천이라고 했다.    <세상에 어느 꽃인들 이 아기보다 더 예쁠까?>   아기를 가슴에 안은 할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덩실덩실 어깨춤이 춰졌다.    계룡의 몸에서 태어난 아기를 할머니는 거룩하게 여겨 집에 데려다가 정승스럽게 길렀다. 그리고 우물의 이름을 따서 알영이라 이름 지었다.    알영은 커 가면서 성품이  덕스럽고 용모가 아름다워 혁거세는 그녀를 왕비로 삼았다.     임금은 어질고 생각이 깊은 왕비의 도움을 받아서 60년동안 선한 정치를 베풀다가, 남해라는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박혁거세와 알영 사이에서 태어난 이 아들이 바로 신라 제 2대 임금 남해 차차웅이다.    기원전 19년에 마한의 왕이 죽었다. 마한 왕은 살아 있으때 신라를 업신여기고 신라의 사신을 죽이려 했었다. <대왕마마, 마침내 우리에게 때가 왔습니다. 지금 마한을 공격하면 승리를 우리 것이 될 것입니 다.>      <그러하옵니다. 대왕마마, 어서 공격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신하들은 입을 모아 마한을 정벌하여 원수를 갚을 것을 건의하였다. 그러나 박혁거세는 머리를 저었다.      <남이 불행한것을 다행으로 여겨 침략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할수 없다. 곧 사신을 보내 문상하는 것이 이웃나라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러고는 마한에 사신을 보내여 죽은 왕에 대한 조의을 표하였다. 이렇게 임금은 백성들을 사랑하고 도의로써  나라를 잘 다스렸다. 그러므로 백성들은 임금과 왕비를 두 성인으로 우러러 받들었다.     박혁거세임금이 73세가 되던 해 9월의 어느날, 이날따라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점심때가 되였을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어지더니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지더니 커다란 용 두마리가 궁궐 우물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 일이 있은후 임금은 몸이 약해지고 마침내 자리에 눕게 되였다. 알영 왕비는 나날이 수척해지는 임금의 곁을 종시도 떠나지 않고 정성을 다해 간호를 했다. 그러나 그런 간호의 보람도 없이 이듬해 3월에 세상을 떠났다.    박혁거세가 운명하자 이상하게도 그 시신이 공중에 떠서 하늘로 올라갔다. 홀로 남아 슬프게 울던 왕비도 7일후에 남편을 따라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하늘에 올라갔던 임금의 시신이 땅에 툭 떨어졌는데 머리와 사지가 흩어져 있었다.    신하들이 흩어진 시체를 한데 모아 장사 지내려 하자 큰 뱀이 나타나서 방해하였다.    당시의 사람들은 뱀을 땅의 신령으로 믿어 두려워하였다.    <땅의 신령님께서 대왕마마의 시신을 한곳에 모으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것은 필시 예사일이 아니다. >     뱀이 눈알을 번득거리며 임금의 흩어진 시신을 지키고 있으므로 하는 수 없이 머리와 사지가 흩어진 곳에 각각 무덤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다섯개의 능, 즉 오릉이 만들어졌다. 오릉은 옛날 뱀 사자를 써서 사릉 이라고도 불렀다. 이것은 릉 다섯개가 뱀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뜻으로 그렇게 부른것이다.       신라는 기원전 57년부터 935년까지 56대에 걸쳐 임금이 다스렸는데 우리 민족 문화의 역사에 찬란한 유산을 남겼다.      
6    가락국과 김수로왕 댓글:  조회:923  추천:0  2009-09-22
                                                         가락국과 김수로왕    천지개벽이래 이 지방은 아직 나라  이름이 없었다. 나라 이름은 물론 임금과 신하의 칭호도 없던 시대였다. 이때 가락지역에는 아홉개의 부족이 들이나 산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이 주족을 거느리는 족장을 간이라 했는데 , 아도간, 여도간, 피도간, 오도간, 유수간, 유천간, 신천간, 신귀간, 오천간이 족장의 이름이였다.    후한 세조 광무제 건무 18년 임인년 3월의 계욕일이였다.     <너희들은 모두 모여라.>    북쪽에 있는 구지봉에서 사람을 불러모으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구지는 산봉우리가 마치 거북이 엎드린 모양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아홉족장들을 비롯한 수백명의 주민들은 이 신기한 소리를 듣고 구지봉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사람목소리는 나면서 형체가 없었다.    <이상한 일이군 그래.>    <아무도 없는데 누가 말을 했을까?>    <글쎄..............>    사람들은 두려운 마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수군거렸다. 이때 하늘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리면서 산봉우리를 울렸다.       <여기에 사람이 있느냐?>      소리는 들렸지만 여전히 아무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족장들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입을 모아 대답했다.      <저희들이 여기에 있읍니다.>      <여기가 어디냐?>      <구지봉이라 하옵니다. >      족장들이 대답하자 다시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천제가 나에게 명하여 이 땅에 내려가 나라를 열고 왕이 되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내가 하늘에서 여기로 내려왔노라. 그러니 너희들은 산봉우리를 파면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내밀지 않으면 구어먹으리라. > 하고 노래하며 춤추어라. 그러면 곧 대왕을 맞는 기쁨을 맛보리라.>      아홉 족장들과 주민들은 그 가르침대로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보니 보랏빛 새끼들이 하늘에서 스르르 내려와 땅에 닿았다. 새끼줄 끝에는 붉은 보자기에 싸인 금궤가 하나 있었다.     <금궤로군! 금궤속에 뭐가 들어있길래 말을 했을까?>    아도간이 이렇게 말하며 다른 족장들을 보았다. 그러자 족장들과 주민들은 한결같이 금궤를 열어 보기를 원했다.    이윽고 아도간이 금궤를 열었다. 그 순간 금궤속에서 찬란한 광채가 밖으로 새어나왔다. 유심히 보니 그 속에는 태양처럼 둥근 황금알이 여섯개 들어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령스러운 알이다. 그러니 모두 절을 드리도록 하여라. !>     사람들은 놀라며 기뻐하다가 공손히 알에게 절을 올렸다. 그런후 알이 담긴 금궤를 다시 보자기에 조심스럽게 싸 가지고 마을을 내려왔다.     <신령스러운 알을 아도간의 집에 모시는것이 좋겠습니다. >     신천간이 말하자 다른 족장들도 찬성을 하였다. 그리하여 알이 담긴 금궤는 아도간의 집 사랑에 두에 되였다.     그런지 12시간이 지난 이튿날 아침에 여러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모두 모였으니 어서 금궤를 열어 봅시다.>    아도간은 금궤를 열었다. 이때 참으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금궤를 열자마자 가운에 있던  알이 깨지 면서 한 옥동자가 나왔던것이다.     <아니, 알에서 아이가 나오다니.........>     족장중의 누군가가 놀란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미처 끝나기전에 나머지 다섯개의 알도 모두 깨여지면서 동자들이 나왔다.     동자들도 용모는 모두 수려하면서도 신령스러웠다. 특히 맨 처음 알에서 깬 동자는 그 중에서도 돋보였다.      족장들은 여섯 동자들에게 절하고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했다. 동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불과 십여일이 지났을때 키가 구척이나 자랐다. `     키가 큰것으로 말하면 탕왕같고 얼굴이 용의 모습과 같은 것은 한나라 고조와 같고 눈썹이 여덟 팔자로 근엄한 것은 당나라 고조와 비슷했다. 또한 눈동자가 겹으로 된것은 우나라 순임금과 같았다.      사람들은 여섯 아이중에 맨 처음 알에서 나온 아이를 보름만에 임금으로 모셨다. 그는 여섯 알중에서 처음으로 인간세상에 나타났다 하여 이름을 수로라고 지었다.     그리고 나라이름도 대가락 혹은 가야국이라 지었다. 황금알에서 나온 나머지 다섯 아이도 자라 임금이 되어 6가야를 세웠다.    동쪽은 황산강, 서남쪽은 창해, 서북쪽은 지리산, 동북쪽은 가야산을 경계로 하여 남쪽에 위치한 가야는 우리 나라의 꼬리 부분에 있는 영토였다.     수로왕은 궁궐을 짓게 하였다.     그러나 왕이 워낙 소박하고 검소한 성품이라 화려하게 짓게 하지 않았다. 풀로 이은 지붕의 처마 부분을 자르지 않았으며, 흙으로 된 계단은 석자를 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궁궐은 백성들의 집과 별로 다를바가 없었다.      그가 왕위에 오른지 2년이 되는 봄, 수로왕은 신하들에게 말했다. < 나라의 도읍을 정해야겠다. >     그리고 궁궐이 있는 남쪽 신답평으로 나아갔다. 사방을 찬찬히 둘러본 왕은 신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곳은 마치 버들잎처럼 협소하구나, 그러나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상서로운 정기가 서려있으므로 백성들이 살 만한 장소로다. 더구나 하나에서  셋을 이루고, 셋에서 일곱을 이루니 일곱 성인이 살았던 땅이 진실로 여기에 부합되는것 같도다. 그러니 여기에다 도읍을 정하면 나라가 번성할 것이다.>     그리하여 인부를 동원하여 그곳에 성을 쌓고 길을 만들며 궁궐과 창고, 관청등을 짓기 시작했다. 나라 안의 모든 백성들이 힘을 모아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성과 성안의 모든 건축물들을 빨리 완성할수 있었다.      수로왕이 왕위에 오른지 3년이 되던해 2월에 마침내 궁궐이 완성되였다.     왕은 좋은 날을 택하여 새로 지은 궁궐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어진 정치를 펼쳐 백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갔다     그 무렵, 이상한 사람이 수로왕을 찾아왔다. 그는 키가 3척에 머리의 둘레는 1척이었다.     그는 스스로 완하국 함달왕의 태자라고 소개한후, 알에서 나왔기때문에 탈해 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그대가 이곳에 온 연유가 무엇인가?>    수로왕이 묻자 탈해는 ,<왕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왔소이다.> 하고 서슴치않고 말했다.     그 말에 수로왕이 하도 어이가 없어 웃었다.     <으하하하......., 하늘이 나를 왕위에 오르게 하고 나로 하여금 나라를 태평케 하여 백성들이 편히 살수 있도록 명하였거늘 어찌 그대가 마음대로 왕의 자리를 빼앗을수 있겠는가? 분명히 말하지만 하늘의 뜻을 거역하면서 그대에게 왕위를 넘겨 줄수는 없다. 또한 사랑하는 나의 백성들도 그대에게 맡길수는 없다. 그러니 잔말 말고 썩 물러가거라.!>    <그렇다면 서로의 재주로써 승부를 결정하는것이 어떻겠소?>    탈해가 이렇게 제의하자 수로왕도 좋다고 응낙하였다. 탈해는 순식간에 한 마리의 매로 변했다. 그러자 수로왕은 즉시 술법을 써 독수리로 변했다.    탈해가 이번엔 참새로 변하자 왕은 새매가 되였다.    탈해가 다시 본래 모습으로 변하자 왕도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탈해는 수로왕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왕이시여! 제가 매가 되였을때 왕께서는 독수리가 되였고, 참새가 되였을 때는 새매가 되여 저를 잡아먹을수가 있어습니다. 그런데도 저를 이렇게 살려주신것은 왕의 어진 마음씨 때문입니다. 감히 왕과 겨루어 왕위를 다툰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여주십시요>     탈해는 이렇게 사죄하고 궁궐을 떠났다. 그러나 가락국을 완전히 떠난것은 아니었다. 수로왕은 탈해가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떠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으음, 탈해라는 자가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다시 궁궐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러기 전에 쫓아버리는것이 상책이다. >     왕은 곧 수군에게 명하여 탈해를 멀리 내쫓게 하였다. 가락국의 수군들이 출동하자 탈해는 신라의 계림으로 달아났다. (여기에 쓰인것은 신라의 것과 많이 다르다.)      그로부터 몇년후인 무신년(48)7월 27일 의 일이였다. 9간들이 왕을 찾아와 말했다.      <대왕께서 왕위에 오른지도 벌써 일곱해가 되였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배필를 만나시지 못하고 계십니다. 신들의 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시는 아이를 택해서 왕후로 삼도록 하십시오.>     이 말에 수로왕이 대답했다.    <내가 이곳에 내려온것은 하늘의 뜻에 의한것이었소. 그러니 나의 배필이 될 왕후도 하늘이 정해줄것이오 . 그러니 그대들은 념려하지 마시오. >    며칠후, 수로왕은 유천간에게 가벼운 배와 빨리 달리는 말을 주며 명했다.    <유천간은 지금 당장 망산도로 떠나거라. 거기서 기다렸다가 하늘이 나에게 보내주실 여인을 모셔오도록 하라.>      그리고 신귀간에게 명하여 승점이란 곳에 가서 마중하도록 했다.       유천간이 망산도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을 때 서남쪽으로부터 붉은 색의 돛을 달고 붉은 기발을 휘날리며 배 한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천간은 횃불을 올렸다.       배는 쏜살같이 섬을 향해 오더니 많은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상륙했다.      승점에 있던 신귀간은 이 광경을 보고 급히 궁궐에 가 왕에게 알렸다. 이 소식을 듣고 왕은 몹시 기뻐하며 신하들을 보내 영접해오게 했다.     바닷가로 나간 신하들은 그 여인을 궁궐로 모셔들이려 했다. 그러자 여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그대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인데, 어찌 경솔하게 따라갈수 있겠는가?>     신하들은 궁궐로 돌아가 여인의 이 말을 왕에게 전하자 왕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도다. 귀한 사람이니 귀하게 맞아주는 것이 나의 도리일 것이다.>        수로왕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몸소 여인을 맞으려 행차했다. 궁궐 서남쪽 산기슭에 도착한 왕은 그곳에 장막을 쳐서 임시 거처를 만들어 놓고 기다렸다.      여인은 바다가에 배를 매어 두고 륙지에 올라와 우뚝이 솟은 산언덕에서 쉬고 있었다. 거기서 여인은 입고 비단바지를 벗어 산신령께 례물로 드렸다.     여인을 시종해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심보와 조광이요, 그들의 안해는 모정과 모량이였다. 또한 데리고 온 노비까지 합치면 20명이 넘었다.    여인이 소지한 물품은 화려한 비단과 금은 보화 등으로 모두 진귀한 것들이었는데, 어찌나 많은지 이루 헤아릴수 없었다.    여인은 천천히 왕이 머물고 있는 임시 거처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왕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반갑게 나가 맞았다.     <잘 오셨소! 나는 가락국의 수로왕이요.>      여인도 그제야 안심된 얼굴로 미소를 머금고 수로왕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소녀는 아유타국의 공주로써 성은 허요, 이름은 황옥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이는 열여섯살입니다. 올해 5월 어느날 저의 부왕께서 하늘에 계신 상제를 꿈에 뵙게 되였는에, 저를 가락국의 수로왕께 보내어 배필을 삼께 하라 하셨다 합니다. 그래서 저는 배를 타고 이곳으로 오게 된것입니다. >     왕은 아유타국 공주의 그 말에 답했다.    <실은 나도 하늘의 뜻으로 오늘 아유타국의 공주인 그대를 왕후로 맞이하게 될것을 미리 알고 있었소.  그래서 미리 신하들을 보내 마중하도록 한 것이요. 아름답고 어진 그대를 맞이하게 되니 이 몸은 기쁘기 한량없소.!>      왕후를 맞이하게 된 수로왕은 왕후를 시종해온 아유타국의 신하들과 노비들도 잘 대접했다.      며칠 후, 수로왕은 아유타국 공주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나라의 어머니인 왕후가 정해지자 신하들과 백성들은 모두 기뻐하며 축복했다.     이로부터 세월이 흐른 어느날, 왕은 신하들에게 말했다.     <9간들은 여러 관리들의 어른인데, 그 지위나 명칭이 모두 천박스럽기 그지없다. 혹 문명된 외국인이 들으면 반드시 웃음거리가 될것이다.> 왕은 9간들의 성과 이름을 각자의 품격에 맞도록 고쳐 주었다. 또한 나라의 법도와 벼슬의 명칭도 새롭게 했다.      이렇게 나라와 집안의 질서를 잡고, 백성들을 자식같이 사랑하니 나라안은 저절로 태평한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왕이 왕후와 함께 사는 것을 비유하면 하늘이 있음으로 해서 땅이 있고, 해가 있음으로 해서 달이 있으며 양지가 있으므로 해서 음지가 있는것과 같았다.       얼마후 왕후는 곰을 얻는 꿈을 꾸고 잉태하였다. 이 아이가 곧 수로왕의 뒤를 이은 거등공이었다.       태텽 세월이 흐르는 동안 왕후는 1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왕과 신하들, 그리고 만백성들이 몹시 슬퍼하였다. 왕은 구지봉 동쪽에 있는 언덕에서 왕후를 장사지냈다. 그리고 왕후가 살아 있을때 백성들을 사랑했던 그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몇 개의 지명을 지었다.      왕후가 처음 가락국으로 와서 상륙했던 그 나루의 마을을 <주포촌>이라 하고, 비단 바지를 벗어 산신령에게 예물로 바쳤던 그 산언덕을<능현>,붉은 깃발이 들어오던 그 바다가를 <기출변>이라 부르기로 하였다.     왕은 왕후가 세상을 떠난후 슬픔과 외로움속에서 지냈다.     <나도 이제 왕후곁에 가리다.>     왕후가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지난뒤 기묘년(199)년 3월에 수로왕도 마침내 세상을 떠났다. 그때 왕의 나이는 158세였다.     온 나라 사람들은 마치 부모를 잃은 듯, 침식을 잊고 슬퍼했다. 궁궐 동북쪽에 왕릉을 정하고 장사 지내니 그곳이 곧 수로왕묘가 되였다.        
5    신화의 가치 댓글:  조회:832  추천:0  2009-09-20
                                                      신화의 가치            신화는 옛 조상들의 정신적 유산으로 항상 민족 문화의 첫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신화는 국적 있는 교육의 출발점이 된다.         세계의 모든 문화 민족은 신화는 통해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 역사의 위대함과 숭고함을 지켜나간다.          고대 로마의 전성기에 살았던 사람들은 방대한 식민지에서 흘러드는 풍요로운 물질에 정신을 빼앗겨 자신들의 민족 정신이 퇴폐해 가는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그 결과 대로마 제국은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렸다.        그러나 로마에 속해있던 게르만 민족은 온갖 수모와 강압을 당하면서도 로마 문화에의 예속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신화가 흐르고 있는 전통 문화를 끈질기게 지켰다.        그리고 로마가 멸망한후 우세했던 로마문화를 도입하여, 자신들의 고유 문화에 동화시켜 찬란한 유럽 문화를 이룩해 내였다.      동서 고금이 말해주듯이 전통문화를 안다는것은 민족의 자긍심을 갖는 일이다. 외래 문물이 범람하는 현대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것은 고유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온고지신하는 일이다.       이 책은 우리의 정신문화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의미에서 신화를 중심으로 몇 가지 재미있는 전설을 추가했다. 이로써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우리 민족 정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것이다.
4    신화의 전승 댓글:  조회:773  추천:0  2009-09-20
                                                  신화의 전승                 신화는 문헌 신화와 구전  신화로 나뉜다.          문헌 신화는 문헌에 기록되여 전해내려오는 신화이다. 우리 나라 신화를 기록한 문헌으로는 < 삼국사기 > ,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이 있다.          <삼국사기> 는 고려 인종 때 학자 김부식이 편찬한 책이다. 이 책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역사를 시작부터 멸망까지 기록하고 있는데 < 삼국유사>와 함께 우리 나라의 가장 오래된 력사책이다.          <삼국유사> 는 고려때의 승려 일연이 편찬한 삼국 시대의 역사책으로서,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불가사의한 이야기와 노래같은 것을 엮어 놓은 민족 신화집이다.           <제왕운기>는 고려충렬왕 때의 학자 이승휴가 편찬한 역사책으로서, 우리나라 개국에서부터 역대 왕조의 역사, 진귀한 설화 등을  기록하고 있다.            구전 신화는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오는 옛날 이야기식 신화인데 전설이나 민담속에 구전 신화가 맥맥히 흐르고 있다.
3    신화의 특징과 역할 댓글:  조회:851  추천:0  2009-09-20
                                                       신화의 특징과 역할                                                                       건국 신화는 실존한 왕국, 역사적인 왕국의 시조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그 신화성이 역사성과 공존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인물이나 사물이 결부되여 있으므로, 그속에는 한 민족의 탄생과 발전, 신앙과 풍습, 세계관과 가치관 등이  포함되기 마련이다.   옛 조상들에게 있어서 신화는 종교이자 생활 철학이었다.    새하얀 닭이 울어 어둠을 몰아내고 하늘의 빛을 받은 찬란한 금궤 하나가 신령스러운 숲 계림의 고목에 걸렸다. 그 금궤는 아침 해살에 반짝반짝 빛나며 고목의 가지와 주렁주렁 달린 열매를 황금빛으로 물들게 하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속에서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가 탄생하였다.     신라 사람들은  이 계림 신화를 바탕으로 하여  수없이 많은 황금 이파리들이 하늘하늘 흔들리면서 황금 물결을 일으키는 찬란한 금관을 만들어냈던 것이였다.                                                       조상님들이 이룩한 위대한 문화재는 신화를 창조하게 했던 그 꿈의 실현이며, 그 꿈 자체는 우리에게 신화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사실 우리 조상님들은 하늘을 거역하기엔 너무나 선량했고, 하늘 무서운 줄을 알았다. 하늘에는 우리의  민족을 있게 한 천제가 내려다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을 행하면 벌을 받고 선을 행하면 복을 받는다는 정신 구조를 갖게 되었고,  또 그것으로써 우리나라는 동방  례의지국임을  표방케 했다.        좀처럼 남과 원한을 맺지 않으려 하는 마음, 남의 재물을 탐내지 않는 마음, 하찮은 미물의 목숨마저도 아껴주는 마음, 분수를 하는 마음 등을 지켰던 것은 모두 하늘이 무서운 줄을 알았기때문이다.        이렇게 신화는 력사적, 민족적 조건과 더불어 발달하면서 사람의 뇌리에 부각되고, 상상을 자극하고., 도덕적인 관념을 지배하여 홍익 인간의 정신을 갖게 했던것이다. 그러므로 신화는 한 겨례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수 있다.  
2    신화의 종류 댓글:  조회:941  추천:2  2009-09-18
                                                    신화의 종류                                                             신화는 철학이나 과학의 체계와 같이 하나의 계통적인 전제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원시적인 인간의 상상력에 의하여 꾸며진 이야기이기 때운에  마치 산과   들에서 제멋대로 돋아나는 식물과 같이 자유롭게 싹이 튼다               신화의 주인공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만은 아니다.  제주도의 세 성 시조와 같이 땅에서 솟아나기도 하고, 해와 달의 정기를 지닌 연오랑과 세오녀같이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 일본의 왕이 되기도 한다. 또한 금빛의 돼지, 천년 묵은 지네, 커다란 지렁이 등과 같이 짐승이 등장하여 주인공을 탄생시키는 전설적인 성향을 띠기도 한다. 그러므로 넓은 의미에서 신화는 신들의 영웅을 주인공으로 하는 전설권에 속해있다고 할수 있다. 신화의 종류에는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와 산 등에 얽힌 자연신화, 민족의 시작이나 성씨의 바탕이 된 시조 신화, 사람과 생활에 관련된 인물신화. 나라 창건에 따른 건국신화 등 여러 갈래 이다.
1    신화의 기원 댓글:  조회:1032  추천:0  2009-09-18
                                                       신화의 기원       <사람은 어떻게 하여 이땅에 살게 되였을가?>    <누가 언제 이 나라를 세웠을가?>   모든 민족은 역사의 어느 시기엔가 인간의 출현 및 나라가 세워지게 된 과정을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의 아버지, 또 아버지에 아버지를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마지막에는 한겨례의 가장 처음이 되는 조상, 즉 시조가 남게 된다.    그렇다면 시조는 어떻게 해서 태여났을가, 시조도 분명 인간이므로 시조를 낳아준 부모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생기게 된다. 그 시조를 태여나게 한 부모를 인간이라고 말한다면 그 부모의 부모가 있을것이기 때문에 끝없는 설명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시조를 설명하는 데 있어 신화에서처럼 초자연적인 힘이나 존재가 개입하게 되였을 것이다.     옛날 옛적의 우리 조상님들은 오늘날 우리가 학문이나 성서에서 얻은 바아 같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늘 자연 환경에 순응하면서 수렵 등으로 삶을 지탱해 왔다.     큰 비가 내려 무서운 홍수가 질 때,.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칠 때, 거센 바람이 불거나 많은 눈이 내릴 때면 무척이나 두려웠을 것이다. 이런 경우를 오랜 세월 동안 당하다 보니 이 천하 지변을 일으키는 존재가 하늘에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였다.     하늘에서 밝은 해가 비추면 활동이 자유로워지고 살기가 편했기 때문에 자연히 밝은 날을 지배하는 태양을 숭배하게 되였다. 그래서 우리 나라 신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태양 숭배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신을 하느님 또는 하나님이라고 한다 그것은 특정한 성격을 가진 신이 아니라 전지 전능한 절대신이다. 하느님은 하늘에 있는 신 곧 천제이며, 하나님은 하나의 유일신으로 뎍시 천제를 의미한다.     우리 나라 최고 신은 천제이며 고조선의 시조 단군의 아버지는 천제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다. 천제의 이름인 환인은 하느님 또는 하나님의 취음으로 생각할 수 있다.     고조선을 비롯하여 고구려. 신라. 가락 등의 시조는 모두 천제의 자손이다. 즉 하느님의 아들이나 손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각각 나라를 세운 것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 나라의  신화는 <천손 강림형>의 신화가 중심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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