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설아의 남자
로 길봉이 번호판도 달지 않은 승용차를 몰고 해연이와 리 영섭을 싣고 방 화를 찾아왔다. 부식품들도 가득 사 싣고왔다. 그들은 김 병국과 허 봉녀에게 세배부터 올렸다. 그들은 방 화덕분에 돈을 잘 벌었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시 하였다.
“알아들었다니깐요, 좀 그만들 해요. 내덕분이 아니라 아저씨네 선량 하시기에 돌아온 분복입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은 그만 하시고 앞으로 잘 합시다. 오늘 먼저 내가 우리 남편하구 남편 친구분들과 함께 일년간 한 일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후엔 술을 푹 마시고 래일부터 토론에 들어갑시다.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저 많이 마시고 싶거든요. 친구분들을 불러오겠으니 인사 나누고 함께 떠납시다.”
방 화는 창범이와 천수, 동주, 경준이, 정석이한테 전화를 쳤다. 몽땅 부인네를 모시고 5분내에 집결 하라는 지시였다. 창범의 안해도 두아이를 데리고 시댁으로 설 쇠러 왔던 것이다. 그들은 모두 한마작 판에서 놀다가 달려왔다. 서로 인사를 시킨 후 친구 안해들한테 점심상을 부탁 하곤 차 석대에 나뉘여 앉아 갑수동으로 갔다.
학교마당자리에 차를 세우고 빈 아파트부터 사무청사를 거쳐 공장과 돈사에까지 한바퀴 돌면서 구경 하였다. 돈사에서 몇몇 로인들이 어미돼지를 돌보고 있었다. 분만기가 닥쳐 온 것이였다. 천수와 창범이는 엇바꾸어가며 설명을 가했다. 그들은 차를 세운곳으로 돌아와 사무청사를 마주하고 섰다. “兴农实业(흥농실업)”이란 네 글자를 바라보며 저마다 그의 함이를 보다 깊이 음미 하려고 애썼다.
“흥농실업이라고 누가 이름 지었는지 아세요? 바로 이 박총공정사의 부친님께서 지으신겁니다. 그리구 저 사무청사의 아이디어도 그분께서 하셨습니다…”
방 화는 거북이가 머리를 숨겼다가 빼들게된 사연을 전설처럼 엮어주었다.
지난해 봄 방 화네가 이사 온 날 장만이는 친구들과 함께 일 하자고 말 했었다. 천수와 동주가 가참하고 경준이와 정석이는 부치는 논 면적이 많아 몸 뺄 수 없다며 물러났다. 오늘 방 화가 그들까지 부른 것은 새해부터라도 가담 하기를 바라서였고 가담하지 않는다해도 친구는 영원한 친구이니 술이라도 함께 마시자는 의미에서였다. 사실 방 화의 실력을 전혀 모르는 경준이와 정석이는 이녀가 이렇게 해낼줄을 상상 못했고 끼여들었다가 헛고생만 하고 나앉으면 어쩌랴 하는 우려심을 가졌더랬다. 그때 참가하지 않은 것을 후회 하고 있지만 지금에 와 가담 한다는 것도 너무나 쪽 팔리는 일이다. 하여 그들은 완전히 포기한 상태였다.
이튿날 그들은 방 화네 집에서 일찍이 아침을 먹고 네모난 방 가운데에 네모난 낮은 상을 놓고 둘러앉았다. 상위엔 영업집조라든가 세무 등록증이라든가 땅 구매 협의서라든가 자동차 구매 령수증이라든가 등등의 문서들이 가득 널려 있었다.
“저를 믿고 따라주는 여러분들께 충심으로 되는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을 생각 할 때면 저는 가슴 뿌듯하고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여러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힘을 내고 꼭 성공해야 한다고 자신을 단속하게 되였습니다. 작년 이월 초에 집으로 나온 후 개인일로 이삼개월간 뛰고 4월 말부터 부부간이 함께 일에 달라붙었습니다. 이어 박 창범과 김 천수, 조 동주동무를 초빙하여 함께 하였는데 많은 고생들을 하셨습니다. 멀리에서 어제 오신 세분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네가지로 회보 할테니 토론 합시다. 첫째는 열달간 한 일, 둘째는 경비문제이고 셋째는 장래의 구상과 새해에 일, 마지막으로 인사, 즉 로동 안배문제입니다.
첫번째는 어제 만나자부터 들먹이는건데 뭐 크게나 한 것처럼 자꾸만 자랑질인가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 이만한 기초상에서 더 해야 할 일, 먼저 해야 할 일, 반드시 해야 할 일 등을 알아보자는 의미에서입니다…
그간 쓴돈, 이게 두번째 문제인데 여러분들이 심사 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에 이기업을 그냥 나 한 개인의 것으로, 나 혼자 투자하고 나 혼자 리윤 본다면 회보고 심사고 필요치 않겠지만 저는 기업을 주식제로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다 함께 투자하고 함께 힘을 내고 모험도 리윤도 다 함께 하는 유한회사로 말입니다. 지금까지 회계 없이 내가 돈을 쥐고 쓰고 적고 했는데 이젠 장부를 제대로 해야죠. 기지를 사는데 40만원, 큰 항목만 몇가지 말하고 합계를 말 하겠는데 모두 령수증이 있는 것들입니다. 건축재료비, 벽돌 세멘트 철근 목재 모래 등등 도합 3백 25만이 들고 건축 인력비는 50만원이 들었습니다. 보일러를 포함하여 당면 생산 설비50만원, 양돈 시스탬80만원, 돼지 종자 만원, 감자30만, 자동차 두대 12만원, 건축설비 5만원, 컴퓨터 두대에 2만원, 기타를 합치면 도합 6백만원입니다. 해놓은 것도 없이 돈이 꽤나 많이 들었군요. 시가지에다 집을 지었다면 아파트와 사무청사만 해도 5백만원의 가치가 넘겠지만 우리는 회사의 기본건설, 기초건설을 한 것이니 장래를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으로 돈을 벌어야 할 것입니다. 3월 1일에 정식 개업 할 예정인데 몇달간 시험 생산에서 돼지 판돈 만원을 수입 했습니다.
세번째는 장래에 대해 좀 의논합시다.‘꿈이 없으면 현실도 없다고’누군가가 말 했어요. 황페한 골짜기에 첫발을 디딜 때 우리도 사상투쟁이 많았습니다. 할 것인가 말것인가…근 열달 지난 지금 벽돌집도 몇채서고 너무 쓸쓸 하지는 않네요. 5-6백 만원이란 투자가 이미 들어갔으니 버릴 수는 없겠지요? 욕심 같아선 돈사와 공장을 세배로 늘이고 수입을 늘였으면 좋겠지만 투자를 더 한다는건 힘에 부치는 일인것 같습니다. 지금 정도에서 일년에 양돈업에서 200만원을 수입 할 수 있고 당면은 곱대거리로 생산하여 2백돈 생산하는데 20만원 수입 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 약수물
공장을 세워야 하는데 투자 50만원을 계획하고 양로원을 꾸리는데 50만원을 들여야 하고 휴가촌을 꾸리는데 먼저 80만원을 넣어야 합니다.
이제 네번째로 로동 안배문제만 남았는데 먼저 앞의문제들을 론의 해봅시다. 례를 들면 회사를 나 개인것으로 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여러분들이 상징적으로 돈을 조금씩 내고 주식회사로 하는 것이 좋은가와 금년 투자 항목문제입니다.”
만장 일치로 재투자를 반대 하였다. 한해를 벌어서 다음 해에 하자는 의견이다.
천수랑 본지의 친구들은 주식제도 반대 하였다. 투자 할 돈이 없다는 의견들이다. 해연이는 2백 만원을 내놓을 수 있다고 하였고 리 영섭은 십만원을 낼 수 있다고 하였다. 그 십만원이 방 화가 주권을 주어 번 돈이다. 주식의 단 맛을 보았고 방 화를 위해 투자 했다가 본전을 찾지 못해도 무방 하다고 생각 한 것이다. 이렇게 되여 유한회사라는 이름을 살려두게 되였는데 방 화가 2백 50만원, 장만이 2백만원, 해연이 백만원, 길봉이 백만원, 영섭이 십만원을 각각 투자 한 것으로하고 60만원을 류동자금으로 남겼다. 회사가 부도나면 주주들은 투자 한 돈을 버리게 되고 리윤이 나면 투자 한 비례에 따라 분배 받게 된다. 주권 소유수와 능력에 근거하여 방 화를 동사장으로 총경리는 장만이가 되였다.
동사장 방 화는 로 길봉을 재무 후근부 부장으로 하고 박 창범을 기술 설비부 부장으로 하고 김 천수를 생산 계획부 부장으로, 조 동주를 공급 판매부 부장으로 임명 하고 의견을 청취 하였다. 누구 하나 의견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뭘 하라니?”
해연이가 조급히 물었다.
“원래는 휴가촌 촌장으로 써먹을라 했댔는데 휴가촌 건설이 포기 됐으니 너는 벌써 실업 된게다. 호호호… 출납이 있어야 되는데 한집식구가 회계출납 다 하믄 안 된다고 하지, 어쩌겠니? 구락부 총경리님질 하던 사람을 굴암돼지 먹이라고 할 수는 없고, 호호호…. 직공식당에서 밥을 하라고 하자니 너보다 더 잘 하는 사람이 있구. 그래서 겨우 하나 골랐는데 창고 보관원이 괜찮겠더라. 원자재 들어오믄 적구 산품 나가면 적구 시시 한 일 같아도 영 중요한 일이다.”
“창고보관이라기보다 생산통계라고 부르는게 더 멋지겠다야.”
“그럼 그러지 뭐, 너의 소속은 생산계획부이다. 그리구 김 천수부장님 부인님을 직공식당에 주방장으로 안배 할까 합니다. 잠시는 도합 이사람들이니 혼자 하도록 합시다. 바쁠 때 우리가 돕고요. 조부장님은 부인님을 과원으로 쓰십시요. 부부간이 함께라면 최고이죠. 박부장님은 리 영섭공정사님, 훌륭한 조수를 모시게 되였습니다. 양돈장과 당면 생산선의 직공은 생산부와 총경리님께서 잘 안배 하세요. 천수동 촌민들로 부족 할것 같으면 인츰 모집 해야죠. 분만기가 당금인데 밤낮으로 지켜야 할거구 공장도 두개 대거리 생산을 빨리 조직해야 합니다. 래일 초이레니 래일까지 쉬고 모레는 출근 하여 모두 자기들 사무실과 침실을 정리 해야 할 겁니다. 여기에 분들은 사무청사 이층에 침실을 하나씩 사용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주택이 필요 하면 아파트에 들 수 있는데 금년엔 난방을 안 하니 지금은 추워서 안돼요. 직공 식당의 주방가구나 밥상도 빨리사야 하구요… 잠깐만요.”
방 화의 핸드폰이 울렸던 것이다. 방 화가 열어보니 정 설아의 핸드폰 번호였다.
“언니, 설 잘 쇴어요?”
“응, 너도 잘 쇴니? 회사에 있니?”
“아니요, 연길에 왔어요.”
“연길에? 언제 왔니?”
“지금 기차에서 막 내리는 길로 언닌데 전화 치는 거얘요.”
“정 강이 보러 오는게구나, 정 강이 좋다고 펄 뛰겠다.”
“안닌데요, 언니 보러 왔어요. 정 강이는 천천히 보구요.”
“미친 소리한다, 그 먼디서 날 보러 와? 회사 출근 할 날자가 다 됐겠는데.”
“나 사직 했어요. 놀아도 언닌데 와 놀구 일해두 언닌데 와 일 할라구요.”
“미친 계집애라구야. 너 기차역전 대합실에 딱 있어라, 나다니믄 나쁜놈들이 잡아간다. 호호호…지금 널 데리러 갈께, 한시간쯤 걸릴테니 조급해 말구 있어라.”
한심한 계집애라고 생각들면서도 생각 해준 보람이 있는거라고 방 화는 기뻤다. 여러해전 정 설아는 강제결혼에 반발하여 백주로 갔었고 방 화를 알게 되였더랬다. 오늘 또 뭣에 반발 하였는지 느닷 없이 이 먼 곳까지 찾아 온 것이다.
“형부 좀 수고 해요. 아니지 형부 수하이니 당연히 형부께서 가셔야겠군요. 정 설아 연길역 대합실에 있어요, 실어와야죠. 그애를 출납원으로 쓰면 어떨까요?”
“그애 괜찮아요. 해연이 당신 보기엔 어떻소?”
“제보기에도 좋아요. 그애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다니?”
“글쎄말이다. 출납원이 부족한걸 아는듯이 찾아왔네. 형부, 우리 회의도 마무리 됐으니 다녀 오세요. 우리 정심상 차리고 기다릴께요. 제 차 몰고 가요.”
방 화는 차키를 건네주었다. 길봉의 차는 아직 번호판을 달지 않아 검문 받기가 한창이니 지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방 화는 로 길봉을 보낸 후 주방장으로 부임된 허 미옥이와 공응 판매부 과원 한 금순을 불러다 점심 준비를 시켰다. 그리고는 하던 토론을 마무리 하였다.
“여러분, 이때끔 제 혼자 시불거렸는데 좋은 건의들을 제기 하십시요. 마음대로 말씀 하시고 토론 합시다. 발전 계획도 좋고 당전 문제점도 좋고 인원 안배도 좋고 뭐든지 좋아요. 우리는 지혜와 힘을 합쳐 회사를 발전에로 이끌어야 합니다…”
“내 좀 한마디 해도 될까요?”
리 영섭이 앉은 몸을 바로 잡으며 입을 열었다.
“어서 말씀 하세요. 근데 리선생님 원래는 줄담배 피우시더니 미안해 하시는지 한대도 안 피우시네요. 괜찮으니 조금씩 피우세요. 여기분들 다 리해 합니다.”
“아닙니다. 담배를 끊었어요. 오늘 방사장님의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그리구 먼저 나오셔서 많은 일들을 해놨구요. 방사장님과 함께 먼저 창업에 뛰여드신 네분 역시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말하면 뭐라 더 할 말은 없고 감사하다는 말씀 한마디 충심으로 올리고 싶을 뿐입니다. 건의나 의견 같은건 저로서는 운운 할 수도 없구요. 방사장님께서 오늘 내놓은 아이디어들은 밤잠도 이루지 못하며 심사 숙고 하신 것이리라 믿습니다. 우리 어떻게 듣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방사장님이 지시대로 따라 가면 성공 하리라고 믿습니다. 전 한개 공정기술 일군으로서 박부장님을 받들어 맡은바 직책을 다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리선생님! 나는 선생님께선 못 나오실 줄로 알았는데 이렇게 용약 가참해주니 정말 감사 합니다. 이제 선생님께서 전부의 전기를 한번 다시 검사 해야 할 것입니다. 박부장님과 김경리님 잘 하셨겠지만 어쨌든 그분들은 본항이 아니니깐 전업 기술자께서 한번 험수 하시는 것이 좋을겁니다… 여러분, 방금 리선생님께서는
사장님의 지시대로 따라가면 성공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말씀은 극히 착오적입니다. 정확한 지시만 따라야 합니다. 한사람의 능력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나를 감독 하고 이끌고 밀어줘야 합니다. 매달 달말 우리는 동사회를 엽시다. 주주님들과 부장님들이 참가한 이모임이 곧 동사횝니다. 동사회에서 누구나 최저로 한가지씩 제안하고 다 같이 토론하고 해결 합시다…”
방 화는 여 수군의 비서질을 하면서 어깨 넘어로 보아둔 경영학과 령도설을 옮겨 보려고 애썼다. 사람들은 더 할 말이 없다며 권태를 보였다. 방 화는 더 많은 말을 하고 싶고 더 많은 말을 듣고 싶고 한가지 문제라도 더 해득 하고 싶고 한데 그들은 아니였다. 방법 없이 서랍에서 트럼프를 꺼내여 밥상 위에 놓았다.
설이라서 손님이 많다보니 병술을 많이 사게 된다. 헌데 술병을 담은 종이곽을 터치기만 하면 라이터가 아니면 트럼프가 나온다. 몇푼 안 되는 물건을 함께 담아 가격을 높이고 고객을 끄는 수법이다.
그들은 트럼프를 놀았다. 방 화와 해연이는 주방으로 가고 놀줄 모르는 장만이는 옆에서 구경 하였다.
기차역 대합실에서 로 길봉을 만난 정 설아는 반가워 야단이였다.
“형부, 해연언닌 잘 계셔요? 역전엔 웬일로 나오셨어요?”
“역전에 왜 나왔겠나 생각 해봐라. 뻔한 도리잖니?”
“글쎄요, 기차타러 나오신게 뻔한걸 물었네요. 백주로 떠나셔요? 호호호… 제 원래 좀 둔해요, 반가운분 뜻빢에 만나니 더 행방이 없네요. 호호호… 근데 제가 왜 여기에 있는건지 안 궁금해요? 나 같으며 무섭게 궁금 할텐데. 호호호…”
“음ㅡ, 내 알아맞출게 봐라응? 방 화언니 만나러 온게지?”
“녜? …”
“음ㅡ, 방 화언닌데 전화 했는데 널 기다리라고 했지?”
“녜? …어떻게 아시죠? 참 신기 하네요!”
“나다니믄 나쁜놈들이 잡아간다구 까딱 말구 기다리라 했겠지?”
“형부, 점쟁이세요? 정말 귀신이 곡 할 노릇이네요!”
“에이 멍청이야, 내가 널 잡으러 온 그 나쁜놈이란 말이다.”
“녜? 잡아다 뭘 하게요?”
“팔아먹지.”
“어-데에-다요?”
설아는 말까지 떠듬거리며 낯색까기 변하였다. 로경리가 이런 악한인줄을 상상도 못 했었다. 길봉인 웃음을 겨우 참았다. 애가 이렇게 외곬으로만 삐집고 들줄을 몰랐다. 세상에서 너무나도 순진 하고 귀여운 애다.
“방 화언니가 잡아오라 했으니 방 화언닌데다 팔지 어데다 팔아? 허허허…”
“녜? 휴ㅡ 전 정말 멍청해요. 호호호… 형부 고마워요.”
그들은 역전 광장에 세워놓은 방 화의 차에 앉았다.
“이것 언니차 맞네요. 형부도 차 모실줄 아셨어요?”
“설아야, 이렇게 춥고 먼곳에, 나쁜놈들 잡아갈까 무서운 곳에 뭘 하러 왔니?”
“방 화언니 부하질 하려고 왔어요.”
“나 부하는 안 할래?”
“방 화언니 하라고 하면 해요. 무조건이죠.”
“너 출납원질 해봤니?”
“절 출납 시킨대요? 못 해봤는데 될까요?”
“열심히 배우면 되지뭐. 내가 잘 배워주마, 근심마라.”
“고마워요, 형부!”
방 화네 집에선 점심상을 차려놓고 한쪽에서 트럼프를 치며 기다리고 있었다.
설아와 길봉이가 들어서자 해연이가 달려와 안아주고 새로운 오빠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인사 시켰다. 방 화가 와서 안아주고 리 영섭이도 와서 꼭 껴안아주었다.
“설아야,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바갑구나! 넌 참한 애야.”
리 영섭의 말에 설아는 참던 눈물을 흘리였다. 다른 민족의 형제자매 아저씨들이 이렇게 자기를 뜨겁게 포옹 해주고 맞아 줄줄은 전혀 생각지 못 한 일이였다. 천수, 창범이, 동주, 장만이도 이 산동처녀애가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김오빠, 조오빠, 인사하며 웃는데 밉다고 할 사람이 없었다. 설아는 어른이 되였다. 오륙년 전에 방 화가 처음 본 애꿎은 처녀애가 아니다. 점심상에서 무릎 꿇고 술을 한잔씩 부으며 오빠 언니들 곱게 봐달라고, 많이 가르쳐 달라고 청드는데 누구하나 몰라라 할 수 없게하였다. 설아도 자기가 컸음을 알았고 이것은 방언니의 덕분이라 생각하였다.
밤 잠자리 안배 할 때 보니 짝이 잘 맞지 않았다. 늙은이 부부가 손자손녀를 데리고 정주방에 눕고 해연이네 부부가 고방을 먼저 점령하였다. 천수나 창범이네도 영섭이더러 루추한대로 자기네 집으로 가서 하루밤 지내자고 하였으나 결국 서로간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하지말고 려관을 쓰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장만이와 영섭이가 웃방에서 자고 방 화와 설아가 려관으로 왔다.
향정부 초대소는 그래도 침대방으로 되였었는데 공소사 려관은 전세기 50년대의 그대로 두셋이 누울 수 있게 만든 온돌방이였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우니 스팀을 주는 초대소의 침대보다 너무나 따스하고 좋았다. 설아는 이때를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이 방 화의 이불속으로 끼여들어 가슴을 파고 들며 “언니!”를 불렀다.
방 화는 조금 망설이다가 다가오는대로 껴안으며 등거리를 도닥여주었다.
“설아야, 너 마음속에 뭘 담고 있는거 있지? 말해봐,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게 언니더라. 엄마와 감히 못 하는 사연도 언니하구는 할 수 있거든.”
“알아요, 언니. 그래서 왔잖아요? 이번에 전 5년 넘어 집으로 왔어요. 스물 한살에 나갔다가 스물 여섯에 왔다구요. 그런데 5년만에 집에 들어섰더니 례장감이 한무더기 와 있잖겠어요? 언니나 내곁에 계셨으면 매달려 울기나 하잖겠어요? …”
설아는 울고 있었다. 방 화도 눈물을 흘렸다.
“너네 어머니 정말 구식이구나. 5년전에도 그랬다더니만. 헌데 뭐 달라고 해서
가져왔겠니? 남자측이 네가 고우니 주는거겠지. 만나봐야지, 사람이 좋으면 되는거 아니겠니? 부모들은 부모들대루 너넨 너네대루 사랑하면 되는거 아니겠니?”
“그렇겠죠. 내가 왔다는 소식 어떻게 알았는지 그남자 이야기 나누자면서 와서
토성밖에서 오래 기다렸어요. 우리 그곳엔 집집마다 토성으로 둘러져 있거든요. 여기는 아닌데. 나는 집안에서 창문으로 토성넘어에 있는 그의 얼굴도 환히 봤어요. 잘 생겼더군요. 얼굴만 잘 생기면 되나요? 그의 속이 어떤지 전혀 모르는데, 내가 만나 보지도 못 했는데 례장감부터 받나요? 나는 부모들의 처사에 크게 실망 하고 반발심을 가지게 되고 여 빈오빠가 생각 나더라구요. 여 빈오빠 태도표시는 안 했지만 날 좋아 했었어요. 나도 촉에 못가는 줄 알면서도 속으로 좋아 했구요. 나는 오빠집에가 놀고 올거라고 나왔어요. 설도 못 쇠고 나왔죠. 하염 없이 울면서요. 집에 있으면 리 련걸이라는 그남자가 또 올거 아니겠어요? 이름도 웃기죠? 어쩌면 무술배우 리 련걸 이름과 같아요 글쎄. 례장감까지 가져왔는데 쉽게 포기 하겠어요? 오빠집에서 하루 자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만나러 멀리로 떠나니 찾지 말라.’고 써놓고 나왔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왔어요. 여 빈오빠 미국은 너무 멀고 날 받아주지도 않을거구요. 언닌 날 받아줄줄 알았거든요. 언니, 제가 잘 못한거 맞죠? 근데 글쎄 그렇게밖에 못 하겠는걸 어째요? 머리 빡빡 깎고 절에 들어갈 용기는 없구요.”
“설아야, 혼인자유는 국법의 보호를 받는거다. 니생각 틀린건 없는데 부모네나 남자측이나 교육 해서 법을 지키게 했으면 더 좋았겠는데…”
“교육이 먹혀요?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나도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재밋게 살고 마음에 드는 실랑 골라 가정이루고 아기 업고 언니한테도 놀러오고…”
“속상해 마라, 실망은 더욱 아닌거구. 마음에 드는 남자 만날거야. 그러니 마음 썩이지 말거라. 집에 전화해라, 무사히 일자리에 왔다구. 그리구 그 례장감은 빨리 돌려주라 하구. 집에 돈이 급히 수요되면 내 꾸어줄게.”
“아닙니다. 나도 돈 있어요. 언니 덕분에 많이 벌었는데요. 지난해 건설부에 집금해 십만원, 언니 준 주권으로 십만원, 내 원래 아파트 팔아 십만원, 집에 많이 부쳤댔고 이번에도 들리여 많이 내놨어요. 헌데 우리부모 헛 욕심이 많아요. 고깟 례장감 받아가지고 얼마나 더 잘 살거라고… 딸자식에 대해선 전혀 생각지 않는단 말입니다. 본인밖에 몰라요… 이번에 집에 설 쇠러 나오면서 내 아파트 팔고 뭐나 싹 버리고 언니 준 컴퓨터만 들고 왔어요, 이제 그걸 가져와야겠는데…”
두 여인은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2월 말 3월 초, 백마리의 굴암돼지들이 새끼를 낳았다. 운이 좋게 모두 열마리 이상 낳고 보통 열세마리 열다섯마리씩 낳았다. 새끼 암컷은 하나도 거세하지 않고 몽땅 남겼다. 그것들이 넉달이면 발정하고 반년이면 또 낳는다. 이렇게 천마리의 암돼지를 확보하면 일년에 3만마리의 고기돼지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바쁜 가운데서 3월 1일 개업식은 제대로 거행하였다. 향간부 십여명을 청하고 시의 유관부문 령도들도 오륙명 청하여 양돈 시스템과 당면생산 흐름선을 참관 시킨 후 한잔씩 권하고 강화도 시켰다. 남향장의 뒤를 이어 유부시장이 주요령도 강화를 하였다. ㅡ농부산품 가공업의 의의도 말 하고 황산 황지 개발의 의의도 말 하고 빈곤 농호 취업의 의의도 말 하고 또 흥농 실업은 전향 나아가서는 전시 향촌 민영 기업의 모범이며 방 화는 산골에서 나서자라 산골을 건설하는 모범이며 본보기이다.
전시에 갑수동과 같은 촌마을이 들어앉은 산골이 백 오십 두개인데 백 오십개 흥농 실업이 나오고 백 오십명의 방 화와 같은 기업가 창업자가 창출 하기를 희망한다. 사흘 후 전시 향장들이 모여 와 현장회의를 하고 힘차게 보급 할 것이다. 향과 시의 령도는 흥농 실업에 대해 전면적으로 지지하고 방조하고 밀어줘야한다. 유부시장은 기회나 만났다는 듯이 장편연설을 하였다.
시텔레비죤 방송국에서도 차를 몰고 와 뉴스프로를 찍었다. 흥농실업의 개업식이 유부시장의 농촌경제 진흥동원 보고회의와도 같았다.
개업식 연회에서 박 창범은 주요령도들이 앉은 상에가서 술을 부었다.
“향정부에서는 저 민둥산을 40만원이나 받고 방사장한테 팔았습니다. 이는 향촌 민영기업을 말살하는 행위로서 유부시장님께서 하신 전면적으로 지지하고 방조하고 밀어줘야 한다는 지시와 완전히 어긋나는 처사라고 봅니다. 나는 법을 통해 이돈을 찾으려고 했는데 방사장은 고향에 공헌 하는 것이니 그대로 놔두라고 하였습니다. 앞으로는 정부에서 이런 틀린 처사가 없으시기를 바라면서 이잔을 권합니다.”
방 화는 동사회를 열고 유부시장의 “중요강화”를 학습토론 하였다. 전시 향장 현장회의를 흥농실업에 와 여는 것을 반대 할 결의를 지었다. 회사엔 아무런 리득이 없이 인력과 물력만 랑비 된다는 것이고 암돼지가 한창 분만하기에 안정을 취해야 하는판인데 사람들이 참관이랍시고 몰켜들면 분만에 영향이 크고 손해가 크다.
“여러분, 제게 한가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로 길봉부장님 책임지고 신용사에 오백만원 대부금을 신청하십시요. 휴가촌 투자 200, 양로원 투자 200, 약수물공장 투자 백만원이죠. 가행성 보곤 박부장님이 책임지고 작성하세요. 휴가촌이 양로원을 먹여 살리고 양로원은 70세 이상 의지가지 없고 생활보장이 없는 로인은 무료라고 꼭 쓰세요. 그돈 내려오면 좋고 안 내려오면 그저 그렇게 걸어둡시다. 동시에 면세 수속을 하세요. 농부산품 심층가공업에 대해 국가에서는 우대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외에 응당 바쳐야 할 부분은 한푼도 어기지 말고 제때에 제대로 바치십시오. 절대 탈세루세와 같은 모자를 써서는 안 되겠습니다.” 방 화의 말이였다.
돼지 분만기에 일손이 딸리여 고생 하였다. 부장이고 사장이고 할 것 없이 모두 돈사에서 반달간을 살았다. 촌민들은 마침 농한기라 총출동 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농망기에 터지는 날이면? 뿐만 아니라 이번 처음엔 백마리 임신돈이였는데 앞으로는 천마리에 달한다. 물론 한꺼번이 아니라 륜류로 낳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니 직공 모집을 잘 해야 한다. 당면공장에서는 원래 사람을 많이 쓰지않는 기계화 생산이라 이미 두개대거리로 24시간 생산을 하고 있다. 직공 모집은 향마을까지 내려가지 않고 천동곡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금년내에 굴안 암돼지 천마리, 고기돼지 만마리라는 수자에 도달하자는 목표를 내놓았다.
방 화는 정 강의 전화를 받았다. 오라잖아 대학시험을 치는데 무슨 학과를 전공 하면 좋을지 어머니가 알려달라는 것이였다.
“아들아, 넌 문학을 즐기지 않니? 아무래도 좋아하는 과목으로 해야지 않을까? 지금은 컴퓨터 항업이 최고라 하는데 돈을 많이 벌라믄 그학과에 붙어야 할거고…”
“어머니, 제가 어머니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어머니 회사에 와
일하면 안돼요? 어머님 은덕에 공부하는데 그 은덕에 보답해야 할게 아닙니까?”
“아들아, 누가 보답 받자고 공부 시킨다던? 공부 잘해서 훌륭한 일군으로 되여 남을 돕고 사회에 공헌하라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니절로 지망을 잘 택해 써라.”
“예, 어머니. 그럼 전 돈 많이 벌 수 있는 학과를 배워야겠어요. 돈 많이 벌어 어머니처럼 남을 돕는 일 할겁니다. 어머니, 설아누나는 잘 있어요?”
“잘 있지. 너 볼라도 가고 할아버지 뵐라도 간단게 일이 바뻐 못 간다. 그러니 량해하고 공부 열심히 해라, 알겠니?”
방 화는 정 강이가 대학시험 칠 때엔 기어이 시간을 짜내여 연길에가 시험장에 보내주고 시험장밖에서 기다려주고 맛나는 것도 사먹이고 해야겠다고 속궁리하였다.
“언니, 언니! 야단 났어요! 난 어쩌면 좋아요? 어떻게 알고 왔을까요? …”
설아가 방 화의 사무실에 뛰여들어와 얼굴이 파아랗게 질려 두서없이 지껄였다.
“야, 이계집애, 뭣이 왔다고 벌벌 떨면서 이 야단이야?”
“그가, 리 련걸이요. 사람 셋이나 데리고 와서 방금 김경리한테 들어갔어요.”
“너 잘 못 본거나 아니니? 세상에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 많고도 많다.”
“참 언니두, 나 잡으러 온게 틀림 없다니깐요. 똑똑히 봤어요.”
“그래? 무서워 말어, 내 지켜줄게. 사람을 빼앗으려들어? 내 가 보고 파출소에 전화 치마. 까딱 말고 니자리에 가 있어라. 싸움 나도 나와선 안 된다. 알았지?”
방 화는 보험궤를 열고 무언가를 꺼내여 가슴속에 넣었다. 그리고는 총경리 사무실로 가 노크 하고 들어섰다.
“방사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오, 리대장! 오셨군요.”
김 장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어서서 방 화 앞에 손을 내민 리대장은 전해 시공대를 거느리고 와 일하던 리 련길이였다. 헤여질 때 쌍방이 만족하니 금년에 땅이 녹으면 다시 만나기로 약속 했던 것인데 6월이 다 갈 때에야 찾아왔다. 헌데 휴가촌과 양로원 항목이 동사회에서 잠시 부결 되여 기건일이 없게 되였다.
“올해엔 기건을 못 하게 됐는데 어쩌죠?”
“방금 김경리님 말씀 했습니다. 대부금이 안 나와 시공이 곤난하게 됐다구요. 우린 괜찮아요, 다른데도 기건 하는데는 많으니깐요.”
“리해 해주니 고맙군요. 여러분은 조금 기다렸다가 점심 잡숫고 가세요. 그리구 리대장, 나 좀 볼까요? 내 사무실로 갑시다.”
방 화는 리 련길을 데리고 자기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때까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몸과 마음을 옴추리고 있던 설아는 자기가 무서워 하는 남자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화뜰 놀라며 머리를 가슴에 묻은채 몸을 탈아 나가버렸다. 설아는 리 련길을 알지만 리 련길은 한번도 만난적이 없이 사진에서만 보아왔던 설아를 알리 없었다. 더우기 리 련길은 모르는 여자를 잘 생겼하여 깐깐히 뜯어보는 그런 성질의 남자가 아니였다. 자기의 앞을 지나가는 설아의 옆모습을 피끗 보며 면목 몰라도 인사는 건네야 할게 아닌가 생가하며 몸을 돌렸는데 그여자는 문밖으로 사라졌다.
“리대장동무, 여기에 와 앉아요. 리 련길이라 했지요? 결혼 했어요?”
“아니, 아직은요.”
“약혼은 했겠죠?”
“허허허… 방사장님 대상 소개 해주려고요? 감사 한데요, 저 대상 있어요. 참 죄송 합니다. 대상 말구요, 일거리 소개 해줘요. 방사장님 안면 넓으시니요.”
“호호호… 약혼 했는가만 물었는데 무슨 말이 그리 길죠? 대상은 있는데 약혼은 못 했다는 뜻이군요. 더 적절하게 말 할 것 같으면 마음에 드는 처녀가 있긴 한데 만나지 못 했다 하는 뜻이구요.”
“참으로 영명하십니다. 방사장님은 남의 마음을 읽는 특수공능이 있어요.”
“호호호… 그처녀의 성은 정씨구만.”
“녜??”리 련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걸 어떻게? …”
“호호호… 내가 점쟁이란 소문 못 들었군요. 이지방에선 다 아는데. 특수공능이 아니라 점도 과학이랍니다. 미신인줄 알아요? 흥분하지 말고 앉아요.”
“예예, 과학 맞아요. 과학이죠. 그럼 나의 설아씨 어데 있는지 알려주십시요, 이렇게 빌게요. 방사장님, 아니, 방보살님!”
“가만, 과학은 빌어서 되는게 아니죠. 성심이여야 하고…”
어떻게 성심해야 하는지 리 련길은 알 수 없었으나 무조건 예예를 불렀다.
“성심이라면 나도 도울 수 있고 당신도 만날 수 있을겁니다. 리 련길씨, 당신은 정… 방금 뭐라고 했던가? …오, 설아라고 했지. 설아씨를 진심으로 사랑 합니까?”
“예,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전 그가 일하던 백주라는 곳까지 찾으러 갔댔어요. 없었어요. 내가 찾아갈 줄을 알고 사직서를 내고 더 멀리로 숨어버린게 사실입니다.
전 그녀가 불쌍하고 안타까워요. 왜서 만나서 툭 터놓고 말 못하는가 말입니다.”
“련길씨, 진정하고 너무 길게 말씀 하지 말아요. 그러면 나의 사유가 흐트러져 찾으려는 사람이 잘 안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당신이 백주란 곳에 갔다왔으리라는 것은 ‘진심으로 사랑합니다’하는 말을 할 때 알아봤어요. 그러니 묻는 말만 대답 하세요. 례장감은 얼마네치 가져갔습니까?”
“만원입니다. 근데 그것두 아세요?”
“두사람이 대면도 하기전에 처녀가 동의 할런지 말런지도 모르고 이것으로 고운 옷 해 입고 나한테로 옵시사 하고 례장감부터 보내는 처사가 성심입니까?”
“그건 다 부모님들끼리 꾸민 짓입니다. 그래서 저도 설아씨가 오해 할까봐 설명 해주려고 찾아갔었는데 만나주질 않더라구요. 이미 오해를 한거지요. 례장감 보고 사위를 정하고 남편을 고르는 그런 고린내 나는 혼인을 저는 원치 않아요. 설아씨도 견결히 원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그와 성사하지 못하더라도 한번만 만나서 그 오해만이라도 풀어 줄 수 있다면 한생 원이 없겠습니다… 아차, 또 흥분 했네요. 죄송합니다. 다음 문제 물어봐 주세요.”
“만나서 그녀가 동의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렵니까?”
“포기 해야죠. 애 먹이지 말고 물러나 주는게 남자라고 생각 합니다.”
“그리 쉽게요? 진심으로 사랑한다면서요?”
“그럼 어떻게 해야죠? 이런 문제는 정말 헛갈립니다.”
“꽉 잡아야 합니다. 포기 할 것이 아니라 더욱 악착스레 달라붙어야 합니다. 만약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말입이다.”
“옛, 잘 알았습니다. 근데 설아씨는 지금 어데서 뭘 하고 있죠?”
“참, 또 반칙 하시네. 내가 알아야 할거 먼저 다 알아야 설안지 솔안지 찾을게 아닙니까? 당신 이름 뭐라고 했죠?”
“리 련길입니다.”
“리 련걸이라고 잘 못 부르는 사람도 있겠네요?”
“예, 많아요.”
“년령은 얼맙니까?”
“스물 여덟입니다.”
“정 설아보담 두살 위이네요?”
“예, 맞아요.”
“문화정도는 뭡니까?”
“고중입니다. 대학에 붙지 못하고 참군해서 3년 근무했습니다.”
“스물 한살에 입당했군요.”
“맞아요.”
“일년간 반장질 하다 제대했군요.”
“딱 맞아요. 방사장님 전 정말 탄복합니다…”
“또 말이 길어질라 하네요. 조금만 진정하세요. 군관으로 제발 하자하다가 왜서 제대 했는지 생각 나려 했는데 뚝 끊어 놨잖아요. 큰 물과 관계 있는것 같은데…”
“그해 우리고장에 황하 대범람이 있었습니다. 큰물이 마을을 다 쓸어갔고 저의
아버지와 누이동생도 떠내려 갔습니다. 어머님 홀로 남았어요…”
“됐어요, 설아 어데 있을지 대개 방향이 섰는데 지금 딱 찍어 알려주긴 곤난이 있습니다. 그러니 련길씨는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여기에 하루밤 묵어야 하겠어요. 침실은 내 안배 할겁니다. 그리구 우리의 담화에 대해선 비밀로 하구요. 또 한가지, 정아씨를, 녜? … 오오, 설아씨를 만나게 해주면 어떻게 감사를 표시 하렵니까?”
“방사장님 하라는대로 다 하겠습니다. 정말입니다.”
“좋아요, 장부의 일언은 중천금이라고 그 한마디에 나한테 천금빚 진겁니다. 오늘밤, 잡생각 버리고 성심만 품고 정 설아씨를 생각하시요. 그러면 내가 설아씨를 찾는데 도움이 될겁니다. 우리 직공 식당에서 다 함께 점심 먹고 저쪽 친구들은 먼저 연길에 가라고 하시요. 되겠어요?”
“물론이죠. 방사장님께서 하라는대로 할거라고 결심 발표를 했잖습니까?”
방 화는 리 련길을 경리사무실로 돌려보냈다. 설아는 일찍이 부모나 오빠한테서 얻어들은 련길이에 대한 소개를 하나 남김 없이 방 화에게 전달 했었다. 하여 방 화는 쉽게 “점”을 잘 칠 수가 있었다. 사랑이란 한사람을 눈먹쟁이로 귀먹쟁이로 멍청이로 만든다고 하였다. 설아를 진정 사랑하는 련길이는 멍청이로 돼 있었고 방 화라는 여자를 신비롭고 영명한 존재로만 알고 있었다.
방 화는 설아를 자기 사무실로 불렀다. 리 련길이가 시공대를 거느린 대장이고
전해에 여기에서 일 한 줄을 모르는 설아는 아직까지도 숨이 한줌만해 있었다.
“언니, 어떻게 되였어요? 어떻게 알고 왔대요?”
“멍청한 계집애 같은이라구야, 련길이 좋은 청년이더라. 내 처녀라믄 내 시집 가겠다. 너보다 열배 나아. 그좋은 청년을 만나보지도 않고 뿌리치다니…”
방 화는 리 련길이 여기에 오게된 연유와 방금 있은 “비밀담화”를 말해주었다. 두려움으로 차갑게 옥죄였던 작은 가슴이 차츰 열리고 흥분으로 할랑거리며 퐁퐁 뛰였다. 방 화언니가 좋다고 하는데 아니요, 싫어요를 할 설아가 아니다. 팥으로 메주 쑨대도 방 화의 말이면 옳거니, 좋거니를 부를 설아이다.
“언니, 그럼 어째요? 만나요?”
“만나는건 무조건이지. 내 보건대는 좋은 청년이고 너하구 됐으면 좋겠더라만 그건 너희들한테 달린거지 내 생각이 뭐 소용 있겠니? 련길이 그는 널 많이 생각 하던데 넌 아니잖아? 그가 백주까지 갔다온다는게 쉬운 일이야? 스물 여섯살 되도록 남자손 한번 못 잡아본 멍청한 계집애, 다른 애들 같으믄 벌써 학교다니는 아들딸도 있겠다. 아니아니 하다가 또 만나자 마자 콱 매달리지 말구 주책 있게 놀아라. 손을 잡는거, 악수 하는건 괜찮다. 더 이상은 안 된다. 감정을 억제해야 하구 처음부터 매달리고 주무르는대로 가만히 있으면 여자가 눅거리로 보이잖아? ”
“언니, 그럼 언제쯤 만나나요?”
“왜? 벌써 못 참겠니? 주책 있게 놀라고 했잖아?”
“언니, 우린 아마 연분인가 봐요. 이 먼 곳까지 도망 와서 또 만나다니요. 그럼 만나지 말고 또 도망이나 갈까요? 호호호…”
“흥 났구나? 계집애. 점심 먹구 만나게 해줄게. 함께 온 애들 먼저 보내고.”
방 화는 장만이를 데리고 리 련길네 패와 한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설아는 멀리 다른 상에 앉아 밥을 먹는지 마는지 이쪽 상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방 화는 앞으로 일거리가 있으면 다시 련계 할테니 그때 다시 보자며 련길이만 남기고 그의 친구들을 뻐스에 앉혀 돌려보냈다.
“내 내일 일찍 돌아갈테니 먼저가라. 오늘 저녁 사적인 일이 좀 있어 그래.”
리 련길이 뻐스에 오르는 동료들을 보며 하는 말이였다. 그는 설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얼마전 방사장과 담화 할 때 자기가 랭정하지 못 했음을 뉘우치며 남아 있기로 한 것을 후회 하였다. 허지만 무언가가 그의 발목을 잡으며 놓아주지 않아 떠날 수가 없었다.
“련길씨는 내 말에 속히워 남아 있은걸 후회하고 있는거지? 그러면서도 안 가는 것은 행여나를 바래서이고 사나이로서 내뱉은 말을 지키려는 것이지요? 그래야죠. 나도 남자면 그럴겁니다. 호호호… 이제 만약 설아를 찾는다면 그애가 좋아 한다고 해도 살살 다뤄요. 만약 만나면 말입니다.”
“방사장님은 내 맘을 속속히 다 꿰뚫어보고 계십니다. 만약 만나면 무슨 말부터 어떻게 시작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허허허… 참말로 만나기나 할 것처럼 공상에 둥둥 떠 있는거 있죠? 허허허… 허무합니다. 참으로 에데 가서 그를 다시 만난다면 이는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이고 방사장님은 하늘에서 내려보내신 선녀입니다. 그러니
천리 만리라도 찾아 갈터이니 방향만 가르켜줘요.”
리 련길은 웃으며 살래살래 도리질을 하였다.
“당신은 지금 자신이 련속 드라마를 쓰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가요? 련애편이요. 설 전날 처녀집 토성밖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맴돌던 한 영준한 청년이 있었답니다. 그 청년은 나이 스물 여덟이고 이름은 리 련길이라 한답니다. 생각지 않던 례장감에 반발심이 난 처녀는 도망을 갔습니다. 그처녀 정 설아, 스물 여섯 꽃나이 인물 또한 절색이라 총각들의 마음을 달달 볶습니다. 허지만 성품이 단정하고 속이 멍청스런 처녀는 련애 한번 못 해 본채 피해만 다닙니다. 이것이 제 일집이죠? 그다음 총각이 백주로 처녀를 찾아 가는것 제 이집 하구요, 제 삼집은 지금 총각이 머나먼 동북으로 일하러 왔는데 점쟁이로 가장한 여자사장을 만나 처녀의 행방을 묻게 되였습니다. 점쟁인 원래 뭐나 아는 소리를 하게 마련이죠? 호호호… 그다음 어떻게 되였을까요? …원래 인생이란 한편의 드라마라고 합니다. 난 련길씨가 더욱 아름답고 재미있는 인생 드라마를, 인젠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인생의 저 멀리 끝까지 손 꼭 잡고 써 내려가기를 충심으로 바라오! 아직도 나의 말을 장난으로만 생각해요? 잠깐만…”
방 화의 핸드폰이 울렸던 것이다. 보나마나 설아의 전화다.
“왜? 썩을것아.”
“언제 만나요? 점심 먹으면 만나게 해준다 하셨잖아요? 왜 혼자만 덱고 있어요?”
“너 지금 어데냐? …음, 거기에 까딱 말고 가만 있어라.”
“지금 내 사무실로 가세요. 절대 놀라지 말고요. 거기에 당신이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어서 가서 이야기 나눠요. 그리고 나한테 회보해요.”
“정말입니까? 사장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리 련길은 소리지르며 방 화 앞에 무릎을 털썩 꿇고 머리를 세번 조아린 후 벌떡 일어나 학교 운동장을 꿰질러 사무청사로 향해 뛰여갔다.
정 설아의 가슴은 터질것만 같았다. 당금 뛰여들 사나이의 가슴에 와락 안기여 통곡이라도 치고 싶었다. 아니, 어데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삐집고 들어가 숨어버리고 싶기도 했다. 그는 방 화와 리 련길이 어깨나란히 이야기를 나누며 마당에서 걸어 오고 있는 모습을 삼층 가운데에 있는 방 화의 사무실에서 창문으로 내려다 보며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전화를 끊자 그사나이는 총소리에 놀란 노루마냥 엎드렸다가 화닥닥 뛰기를 시작 하였다. 당금 자기한테로 쳐들어 온다는 것을 설아는 잘 안다.
“똑, 똑, 똑…” 노크소리가 났다. 설아는 대답을 못하고 서서 문쪽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창밖을 내려다 보았다. 방 화가 마당에서 쳐다보며 웃고는 손을 흔들어 보인 후 돈사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설아도 한손을 올렸다 내리며 겨우 웃어보였다.
리 련길은 노크를 해놓고는 망설이였다. 문안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상의 준비를 가지게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 했고 자기 자신도 마음을 온정 할 시간이 필요 했다. 다시 한번 노크 하려는데 “들어오지 않고 뭘 해요?” 하는 부름소리가 흘러나왔다. 련길이는 살랭이 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섰다. 그리고는 뒤손으로 문을 살랭이 밀어닫고는 보고싶던 처녀의 얼굴에 시선을 모으고 천천히 다가갔다.
설아는 한발 두발 다가서는 남자의 눈동자를 마주보다가 머리를 숙였다. 남자는
설아를 한발 앞에 두고 멈춰섰다. 그리고는 한손을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악수를 청한 것이다. 설아의 두손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가늘게 떨고 있었다. 설아는 힘 있는 거무틱틱한 커다란 손을 내려다 보았다. 얼마나 잡아보고 싶던 남자의 손인지 모른다. 그는 슬쩍 잡았다가 데꺽 놓았다. 전류가 너무 강하여 조금만 더 꽉 잡던가 오래 잡으면 녹아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놓아버린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그들 두사람은 전류의 충격을 세차게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리 련길은 이처녀가 자기를 받아준다는 것을 알았고 흡족 하였다. 자기를 배제 한다면 만나주지 않았을 것이고 손도 잡아주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설아씨, 고마워요. 날 만나주어서…”
“방사장님께 감사 드려요. 그가 만나라고 하는데 내 어찌 싫다고 하겠어요?”
“그럼 싫은걸 방사장님 때문에 억지로 만나는겁니까?”
“완전히 그런건 아니지만 그이 아니면 우린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날게 아닌가요?”
“참으로 옳은 말이요. 헌데 어찌되여 여기로 왔고 방사장님은 어떻게 알고…”
“백주에서 함께 있던 분이얘요. 언니라고 부르고 있지만 더 적절한 칭호를 찾을 수 없어 그렇게 불러요. 어머니라고 부르자니 자사자리한 엄마 생각때문에 부르기 싫고요, 나의 사촌동생 정 강이의 양어머니신데 숙모님이라 부르자니 정 강이 엄마도 젖먹는 자식을 할아버지한테 버려두고 사라진 사람이구요.”
“오, 상당히 깊은 사연이 얽혀 있구만…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멀리로 떠난다고 찾지 말라고 썼었는데 이렇게 찾게되여 죄송합니다. 그런데 알고 싶은 것은 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습니까?”
리 련길은 말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설아가 오빠집에 남겼던 글쪽지를 꺼냈다.
“만났어요. 하나님의 안배로 바로 지금 첫 대면을 하고 있는겁니다. 제가 이렇게 말 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어요. 동무를 많이 고생시켜 죄송해요.”
“고맙소, 그리구 고생이랄게 뭐 있소? 사랑의 보귀한 고험이라 생각하면 되지뭐. 야하!ㅡ 그담은 어쩌지? 자 한번 꼭 껴안아봅시다. 서로 사랑한다는 의미에서.”
“아니죠, 천천히요. 벌써 안으면 안 되는건데…”
설아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발은 뒤로 물러설 대신 한걸음 련길이 앞으로 다가섰다. 련길이는 두 팔을 벌렸다가 설아를 품안고 꽉 오무렸다. 이윽고 두사람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가슴속으로부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련길은 머리를 비틀어 볼에 볼을 부비며 설아의 귀가에 대고 속살거렸다.
“사랑합니다, 설아씨! 우리 손 꼭 잡고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드라마 써갑시다!”
설아는 가쁜 숨만 몰아쉬면서 잠자코 있었다. 꼭 껴안아주는 것이 좋았고 귀속을 간지럽히며 골수에까지 스며드는 “사랑합니다!”라는 그말을 듣는 것이 좋았다. 차츰 설아의 얼굴을 긁으며 꺼실꺼실한 것이 입가로 옮겨지고 있었다. 남자가 키스를 시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설아는 머리를 쿡 숙여 남자의 땀냄새 그윽한 가슴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이러니 련길이도 녀자가 마다함을 알고 머리에 실컷 입을 맞추었다.
“련걸오빠, 언니 이러고 있는걸 보면 큰일나요. 오늘은 악수만 하라고 했는데…”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치네요. 우린 언니 말씀 들어야 하오. 그이는
우리를 만나게 해준 은인이요. 그리구 우리아들의 구명 은인이시구요. 허허허…”
“아들? 호호호… 동문 나빠요!”
정 설아는 련길이의 가슴에서 벗어나 그의 팔에 감긴채로 서서 두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짓쪼았다. 그리고는 련길이의 억센 팔을 억지로 자기 몸에서 풀어냈다.
“참, 내말 틀렸소? 방사장님이 아니였더면 우리 둘의 아들이 있을 수 있소?”
“유모아가 너무 심각해 힘들잖아요? 그리구 아까 뭐 인생드라마 쓰자고요? 동문 문학세포도 상당하신가 봐요. 나 원래 문학 되게 좋아하는데.”
“그건 방사장님께서 갈켜 준거요. 우리둘이 영원히 손 꼭 잡고 꼬부랑 노친령감 되고 저세상 갈 때까지 손을 놓지 말고 함께 재미있고 행복한 인생드라마 쓰라고 부탁 하셨소. 인생이란 한편의 드라마라고. 그러니 우린 방사장님 말씀 들어야겠죠?”
“우리 방언닌데 가요. 감사하다고 말씀 드려야 할께 아니겠어요?”
“물론이지. 근데 빈손으로 인사 가는거 아닌데. 중매군 노엽히면 큰 일나요.”
“호호호… 동문 고태네요. 우리 방언닌 그런걸 안 따져요.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 보여드리면 그이는 최고의 선물이라 여길겁니다. 그이는 사랑의 천사얘요.”
설아와 련길이는 돈사로 갔다. 방 화는 한창 축목국에서 정년퇴직 하고 얼마전 입사한 축목사 허 정구로인과 함께 발정한 암돼지에게 인공수정을 시키고 있었다.
발정한 돼지를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몸에 맞는 틀에 가두어놓고 송아지 만큼한 종자 웅돈을 등에 업히게 한다. 웅돈은 인츰 뻘건 페니스를 뽑아 흔들며 틀에 같힌 암돼지 음부에 박으려고 용을 쓰는데 허 정구는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웅돈의 페니스를 잡아 안마하며 그 끝을 한키로그람 들 수 있는 비닐컵에 가져간다. 그러면 웅돈은 그컵에 대고 사정 하는데 반컵도 넘게 나온다. 허축목사는 그 정액을 가져다
현미경으로 검사하고 희석제를 섞어 돼지인공수정 전문용 주입기로 발정한 암돼지의 자궁에 일정한 량으로 넣어준다. 그러면 백분의 백으로 걸리고 주입시간을 기록 해두면 출산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어 분만관리를 잘 할 수 있다. 웅돈이 한번 쏜 정액으로 5-6십마리의 발정한 암돼지를 임신 시킬 수 있고 희석한 정액은 30도의 항온에서 일주일간이나 보관하며 사용 할 수 있기에 랑비도 없다. 돼지 인공 수정은 쉽고 경제적이고 좋은 점이 많았다. 직접 교배시키는 재래식 방법을 쓴다면 이런 양돈장에 얼마나 많은 숫돼지가 있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