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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옷 한 벌 골라주오
2019년 11월 16일 17시 53분  조회:1702  추천:0  작성자: 선수기

우리 옷가게에는 굳이 옷을 사지 않아도 쇼핑만 나오면 잠간씩 들려서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내시다가시는 할머니 한분이 계신다.

나이 칠십에 가까워 보이는 할머니는 성정이 온화하고 매무새도 꽤 세련되여 보였다.

오늘은 내가 골라드린 옷이 당신 마음에 딱 든다면서 값을 좀 더 싸게 해달라고 넌짓이 말씀하셔서 나 또한 쾌히 응낙하고 기분좋게 드렸다.

할머니는 포장해드린 옷을 조심스레 챙기고나서 가게에 손님이 뜸한것 같으니 좀 더 앉아서 얘기하고 싶다고하셨다.

그래서 나도 아예 가게의 쏘파에 마주앉아서 할머니와 이런저런 세상돌아가는 얘기를 나누게 되였다.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면서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너무 튀지도 않게 무난하면서도 이쁘장하게 화장을 잘 하셔서 그 년세의 세대분들과는 다르게 품위가 있어보였다.

나는 웃으면서 한마디 건넸다.

“무도장에라도 다니십니까? 젊어서는 예쁘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겠습니다.”

"령감두 없는데 무도장엘 다녀야지." 할머니는 히죽이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러면서 이런 말씀을 이어가셨다.

"내 나이 서른살에 병으로 첫 남편을 저 세상에 보내고 마흔아홉살에 또 차사고로 두번째 남편을 저 세상에 보내지 않았겠소. 그래서 이제 또 찾으면 무고하게 불쌍한 사람만 저 세상에 보낼것같아서 남은 생은 령감을 더 찾지 않기로 했소..." 예기치 않았던 얘기에 나는 깜짝 놀랐다.

예전에 우리 마을에서도 어떤 곱상한 아주머니가 40대에 남편이 먼저 병으로 돌아가니 동네사람들이 수군대던 기억이 난다.

“녀자가 살이 세면 남편을 잡아먹는다. "

오~ 그래서 할머니의 눈빛이 어딘가 모르게 애처로와 보였구나!

지금은 별일아닌것처럼 담담하게 말씀하시지만 나는 "할머니가 참 모질게 마음고생 하셨겠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 해났다.

기분좋게 수다나 떤다는게 어쩌다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이런 얘기가 나와서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송구해났다.

그러다가 갑자기 옛날에 들은 어느 아는 분의 이야기가 떠올라서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

"제가 잘 아는 분한테서 들은 얘긴데요. 그 분은 처녀시절에 만난 남자가 병이 많아서 오래 살지 못할줄을 뻔히 알면서도 온 가족의 결사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고 신랑은 또 워낙 환자라 예상대로 몇해 못살고 돌아갔대요. 세상 편견이야 여하하든 단 하루 살아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살고싶었대요.분명 자기가 원래 있던 병때문에 저 세상에 갔는데 녀자가 살이 세서 남편을 잡아먹은게 아니잖아요. 아픈 사람인줄 뻔히 알면서도 결혼해주고 죽을 때까지 사랑해준 그녀의 순결한 사랑과 용기는 응당 세인들의 찬송을 받아야되지 않을가요. 이같이 상대가 오래 살지 못할줄 뻔히 알면서도 결혼까지 해줄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몇명이나 될가요?"

“그렇지. 하루 살아도 좋아하는 사람과 살아야지..." 할머니는 내 말이 마음에 와 닿으셨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 순간 나는 그 동안 살면서 겪은 난처함과 억울함의 발로인듯 할머니 눈가에 초롱초롱 맺히는 이슬방울을 또렷이 보았다.

그리고 슬그머니 돌아앉아 눈굽을 찍으시는것도 나는 보았다

이 할머니에게도 분명 범상치 않은 감동스런 사랑의 로맨스가 있는듯 했다.

할머니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혹시 내가 들려준 지인의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는 아닐까?

나는 할머니가 궁금해 났다.

"남들이 남이 말을 해보았자 사흘 초과 못한다고 하니깐요.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헛뜯지 못해 하는 그런 행실에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대신 예쁘게 차려입고 무도장에도 다니시고 멋쟁이할아버지도 친하시며 자기방식대로 즐겁게 행복하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할머니는 언제 눈물 흘렸나 싶게 빙그레 웃으시면서 말씀을 이으셨다.

"그럼 그럼. 그래야지, 나도 이제부턴 그렇게 살겟소..."

이때 어디서 려행온것 같은 손님들이 왁자그르르 떠들며 가게안에 모여들었다.

할머니는 고맙다는 얘기를 연신 하시면서 앞으로 자주 찾아오시겠다며 돌아가셨는데 나는 그분의 눈가에 초롱초롱 맺혔던 이슬이 아무래도 잊혀지지 않는다.

가게 들어올때까지만하여도 밝게 웃으시며 오신 할머니가 어찌하다나니 의도치 않게 그분의 마음속 아픈 상처를 건드려 괜히 미안해 죽겠다.

그 할머니가 다녀가신뒤에도 나는 오래동안 그 할머니가 잊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 두어달이나 지났을가? 그 곱게 나이드신 할머니가 다시 찾아오셨다.
그런데 이번엔 뒤에 키가 구척이나 되는 멋쟁이할아버지 한분이 따라 오셨다.

나는 사뭇 놀랍고도 반가운 표정으로 또 의문스런 표정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웃으시면서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이렇게 귀속말로 얘기하셨다.

"저녁에 할아버지 자식분들과 인사하는 장소에 나가려하니 이쁜 옷 한벌을 골라주오."

나는 대뜸 상황파악을 하고 할머니에게 우리 가게에서 제일 고급스럽고 세련된 옷으로 또 십년은 족히 젊어보이는 옷으로 한벌 골라드렸다.
그 동안 외롭게 살아온 보상을 더하고 또 더하여 오래오래 사랑받으시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내가 골라드린 옷을 보시던 할머니는 요즘 젊은이들처럼 쿨하게 한방에 "오케이"하셨다.

젊어서는 참 멌있었을것 같았고 아직도 풍채가 좋으신 멋쟁이할아버지는 가게에 들어오셨다가 돌아가실때까지 그냥 할머니만 바라보셨다.

할아버지의 정겨운 눈길은 할머니에게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던것이다.

그 아름다운 정경을 훔쳐보며 나도 이렇게 속으로 외워보았다.

“아무렴 그렇지. 해바라기에게는 밝은 해가 있어야 제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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