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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초기 조선족사숙(서당)의 인상적인 력사사진 한폭과 마주하고있다 ----
초가집마루 지게문 앞에 두터운 책을 펼쳐놓고 근엄하게 좌정해있는 정자관(程子冠)을 쓴 훈장, 그 량옆에 자못 진지한 모습으로 무릎 꿇고 정렬해 앉은 초라한 행색의 어린 학도들…
백여년전의 굉장히 오래된 색바랜 사진이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라도 자식을 공부시킨다”는 우리 민족 이주민들의 무서운 집념이 그 어떤 화려한 제스처가 아닌 살아 숨쉬는 감동의 메시지로 찬란히 다가온다.19세기 중엽에 연변지역에만 이같은 조선족서당이 116개에 달하면서 20세기초 조선족근대교육으로 전향하는 세기적 발판을 마련했다고 하니 조선족의 구식서당교육이 중국 조선족 교육은 물론 과히 중국 조선족 정체성 형성의 효시라고 할만하지 않을가 ?
필자는 이 사진을 대하면서 그 어려운 여건에서 우리 민족 선인들이 간직한 철석같은 교육숭상리념과 올곧은 문화전통 계승의지에 머리가 숙여지는 한편 오늘날 우리가 “민족대이동”의 진통속에서 민족언어문자의 상실과 민족정체성의 실각을 막기 위한 자세와 노력이 과연 우리 선인들한테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자부할수 있을지 자성의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언어문자는 민족정체성의 근간이다. 언어문자의 상실이 민족정체성의 훼멸로 이어진다는 도리를 우리는 하북성 청룡현과 료녕성에 산재해있는 박씨촌의 민족적 비극에서 이미 터득하고있는바이다. 그런데 이런 비극이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사실 연변의 민족교육, 민족문학, 민족신문출판 등 핵심문화터전에서 위험신호가 깜빡이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됐고 이에 따른 우리의 고민도 심각하다.
조선족언어문자만 살면 조선족의 정체성은 지켜지고 연변의 성채가 반듯하면 조선족사회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연변이 중국조선족공동체의 구심점, 조선족문화의 메카로서의 좌표와 역할로 지난 반세기 남짓한 세월 조선족사회를 결집시켜왔다면 오늘날 연변은 더구나 리성화한 카리스마로 21세기의 곤혹을 헤쳐나가는 조선족사회의 진두에 서야 할 때이다.
필자는 올해 연변에서 기획하고 주도하는 두차례의 민족언어문자 살리기 관련행사와 토론에 참여하면서 위기의식과 민족적사명감에 힘입은 우리 민족 지성인들의 출로모색열정에서 새로운 희망을 읽게 되였다.
출판은 민족언어문자와 민족정체성 여부를 판단할수 있는 풍향계이다. 올해 자치주 신문출판행정이 재발족시킨 중국 조선족 출판문화대상 시상식은 조선족사회에 타이틀이 큰 문화행사 하나가 더 생긴것이라는 의미를 넘어 민족언어문자의 근간을 지키고있는 중국 조선족의 특수한 무명영웅들을 위한 “훈장수여식”이라는데 포인트를 두고있다. 묵직한 공로패를 받아안고 흥분해마지 않는, 전국각지에서 모여온 민족출판영예의 수상자들 표정에서 필자는 자치주 신문출판국이 민족언어문자 지키기라는 력사적 터전에 뿌린 지성이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되리라는 기대감으로 가슴 뜨거웠다.
모든 사람에게 관련있는것은 모든 사람에 의해서만 해결된다. 민족언어문자 살리기나 민족정체성 지키기는 사회지성인들과 몇몇 정부부문이나 기관단체의 전매특허권이 아니라 조선족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심전심 노력에 힘입은 전 사회적 거사로 생활화됐을 때만이 뜻을 이룰수 있다. 자치주조선어문사업위원회가 “조선언어문자의 날”을 창출하고저 하는 깊은 뜻은 조선족사회대변혁의 시련속에서 우리언어와 문자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사회화하자는데 있다고 느낀다. “로인의 날”이 조선족의 로인존중례의문화의 업그레드판일 때 “조선언어문자의 날”에 힘입어 조선족언어문자를 살리고 민족정체성을 지키자는 소망의 홰불을 타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주당위 장안순서기는 어느 모임에서 연변의 특색은 “조선족”이라고 명쾌하게 귀납하였다고 한다. 주당위서기가 지적하는 “조선족”은 결코 된장, 김치, 한복으로 특징지어진 표상적인것이 아니라 조선언어문자라는 이 기본원소로 공동체를 이루고있는 조선족정체성일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일전에 도문시 월궁가두에서 한족들을 대상하여 “조선어수업시간”을 개강했다는 보도를 사진과 함께 읽었다. 조선어를 강의하는 조선족처녀강사의 자세도 진지했지만 긴 탁상량옆에 빼곡히 정렬해 앉은 한족아줌마들의 수강표정 또한 장난이 아니였다. “한족들의 조선어수업시간”보도에서 받은 감동은 필자가 본문의 앞에서 언급한, 100여년 전 조선족 사숙의 력사사진에서 받았던 감동에 못지 않았다. “한족들의 조선어수업시간”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지만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조선족의 언어문자 살리기, 조선족정체성 지키기는 누가 대신해주는게 아니라 조선족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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