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도시맛이 난다!”
“언녕 이랬으면 좋았을걸!”
요즘 자주 눈에 띄는 시민들의 흐뭇한 표정이다. 누가 봐도 자치주 수부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차도와 인도 사이는 전부 앙증맞은 하얀 철제바자로 깔끔하게 분리되고 잡초로 무성했던 아빠트단지와 도로 사이의 지저분한 공간이 화초가 만발한 화단으로 탈바꿈하고있다. 도시 곳곳에서 낡은 주택단지 개조시공 열기가 뜨겁다. 거리 옆 일부 기관빌딩에서 내건 ‘화장실 대외개방’ 안내 표시판도 오가는 시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사거리를 중심으로 번화거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교통경찰과 더불어 차량과 행인들의 문명출행 안내로 분주하다.
전국문명도시 건설 100일 공략전이 한창인 연길 현주소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우리는 모든 대소사를 ‘인민전쟁’ 성향이 짙은 ‘공략전’ 해법으로 풀어왔던 것 같다. 자본주의제도에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우리만의 제도적 우세가 돋보이는 독특한 풍경이 아닌가 싶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우리 나라는 ‘봉성(封城)격리’라는 통수부의 명령에 좇아 ‘인민전쟁’의 대규모 ‘공략전’으로 전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밀고나가 세계가 경탄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공략전’의 위력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전국 농촌에서 한창 뜨겁게 펼쳐지고 있는 ‘빈곤해탈 공략전’이다. ‘빈곤해탈’은 도시인들의 빈곤부축, 빈곤구제를 해법으로 시간과 목표성이 확실한 ‘공략전’ 성격을 띄고 있으며 따라서 엄격한 감독, 검수 기제가 동반되여 목적을 달성하지 않으면 ‘군대를 철수하지 않는다.’는 집요함까지 가세되여있다.
이번에 성세호대하게 벌리고 있는 ‘창성(创城)공략전’도 제도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도시풍경선으로서 100일을 기한으로 ‘문명도시건설’ 각항 기준지표를 빠짐없이 현실화시킨다는 목표성을 담고 있다.
모든 사물은 하드웨어(硬件)와 소프트웨어(软件)로 나눠져있다. 우리가 나라의 강력한 제도적 힘과 추진력으로 하나의 ‘고지’ 하드웨어를 ‘공략’할 때 소프트웨어는 팔로스폿(追光灯) 외곽의 어둠 속에 방치되여있다. 하드웨어는 시간을 단위로 한 자금의 집중투입에 의한 ‘공략전’으로 목표달성이 가능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시간과 돈으로 계산 불가능한 장구화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우리는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에 힘입어 물리적 힘으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확인 가능한 단계적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바이러스와의 ‘장기공존, 장기전쟁’이라는 큰 틀에서 우리는 사회공중도덕의 재건, 타인을 존중하는 사회적 책임감의 육성, 사회관리 통제능력과 공중생활 품질의 향상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하는 무거운 난제임을 절감하게 되였다.
빈곤해탈 공략전도 그렇다. 도시반포라는 하드웨어의 ‘수혈’로 경제 빈곤해탈은 가능하지만 정신 빈곤퇴치가 새농촌건설의 지속적인 충전혈맥으로 돼주어야 하는 것은 장기적인 과제로 남아있다. 밑굽 빠진 항아리에 물붓기식 빈곤구제가 아니라 빈곤촌, 빈곤호에 대한 빈곤해탈 의지부축, 근로치부 지혜부축으로 빈곤해탈이 영구적인 결실로 되게 하자면 소프트웨어의 ‘조혈’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전국문명도시 건설 ‘100일 공략전’도 다를 바 없다. 인력, 물력, 재력투입에 의한 도시 기간시설, 시민 생활환경, 공중서비스 시스템의 탈태환골로 도시 전반 하드웨어 건설의 매력지수를 격상시킨다는 목표는 ‘100일 공략전’으로 풀어갈 수 있지만 량호한 시민사회의 건전한 공중도덕 풍토의 재건은 돈으로, 시간으로 ‘공략’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 건설이라는 열쇠로 지도층과 시민들의 정신도덕 함양이라는 ‘감제고지’를 서서히 ‘공략’해야 한다.
문명도시 건설의 주축은 어디까지나 사람이다. 량호한 공중도덕 수양을 갖춘 시민사회의 정착으로 구축되는 매력적인 인문풍토야말로 우리가 지향하는 문명도시 근간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겉치레에 편중하기보다 내실을 다지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보다 우리 스스로 쾌적한 환경을 향유하기 위해서, 물리적인 동원령에 따른 피동형 참여보다 성숙된 문화자각으로 가꿔지는 도시문명 일상화 풍토…, 정부지도층이나 시민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명도시 건설의 옳바른 리념을 갖췄을 때만이 문명도시 건설은 진정한 의미의 서광을 맞을 것이다.
‘100일 공략전’ 가운데서 눈에 밟히는 일련의 현상은 우리의 문명건설의 사각지대를 간단없이 로출시키고 있다. 필자가 매일 산책하는 짧은 구간에서 목격된 사례만 봐도 그렇다.
부르하통하 북쪽 강변유보도를 따라 설치된 가로등은 몇년 되도록 가로등 구실을 해오지 못하다가 요즘 와서야 가로등을 손보는 일군들이 눈에 띄인다. ‘100일 공략’권에 든 모양이다. 100일 후에는 어찌 될른지?
연길교와 국자교 밑에는 무대세트 같은 멋진 공중화장실이 생겨난 지 몇년 되지만 지금까지 ‘그림 속의 떡’으로 보행자들이 사용 금지되고 있다.
연동교 부근 수면에는 부르하통하를 횡단한 전화선이 축 늘어져 강물 속에 잠겨있은 지 꽤 오래되건만 누구하나 관계하지 않는다. 이제 겨울이 오면 얼음 속에 꽁꽁 얼어붙은 채 뻗어있겠는데 걱정이다.
“강산은 바뀌기 쉬워도 타고난 사람의 본성은 바뀌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문명도시 건설에서 재력과 물력을 투입한 성형수술로 찬란한 외모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오랜 세월을 아우르는 문화루적, 풍속전통, 대환경과 대기후를 거쳐 형성된 국민도덕성은 돈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시문명 건설에서 정부와 시민사회가 도덕성 수립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리유이다.
2년 전 연길시는 ‘력사문맥 발굴, 연길기억 찾기’ 문화캠페인을 벌린 적이 있다. 시민들이 동참한 이 같은 문화캠페인은 도시문명 건설의 좋은 담체로 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도시 구성원 모두가 자기 삶의 터전에 손님이 아닌 주인공다운 관심을 가졌을 때 문명도시 건설은 새로운 전환을 맞을 것이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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