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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프로축구의 영욕으로 얼룩진 64년 궤적을 조감해보면 ‘축구고향’과 걸맞은 결책층의 확실한 축구리념과 용기 있는 리더십만이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찬란한 연변축구 력사의 맥이 끊기지 않게 담보할 수 있는 결정적인 카드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일전에 우연하게 전임 주당위 서기이며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이셨던 리덕수 어르신에게서 36년 전 연변축구의 운명이 판가름 나던 관건적인 시각에 겪었던 회고담을 경청하며 다시한번 지도자와 축구의 력학관계를 가슴깊이 느끼게 되였다.
1984년, “연변축구단이 해체된다.”는 소문이 연변사람들의 마음에 무겁게 드리워져있던 어느 날, 리덕수 주당위 서기 사무실로 성체육운동위원회 주임이 찾아왔다. 성정부 당조회의에서 거론된 연변축구단 해체에 관한 사안을 통보하고저 온 것이였다.
“연변축구단 해체”, 소문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였다. 리덕수 서기는그 즉석에서 체육을 주관하는 성정부 류희림 상무부성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워낙 리덕수 서기와 좋은 친분관계를 갖고 있는 류부성장은 대뜸 따뜻하게 안부를 물어왔는데 리덕수 서기는 “성장님이 연변축구단을 해체하고저 어마어마한 결정을 내리시는 판국에 제가 어찌 편안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마음속의 우려를 그대로 내비치며 연변축구를 해체해서는 안되는 리유에 대해 조리 있게 한참을 설명하셨다.
류부성장은 껄껄 웃으시더니 리서기가 연변축구단 해체를 찬성하지 않는다면 성체육위원회 주임을 그 자리에서 돌려보내고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하자고 명쾌하게 선을 그었다. 연변축구단은 그 당시 길림성을 대표하여 전국 갑급련맹전에 출전하는 프로팀으로서 성에서는 해마다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었다.
리덕수 서기의 강경한 태도로 연변축구단 해체가 무산되면서 연변축구단은 사경에서 구출되였다. 그날로 리덕수 서기는 연변축구단 훈련기지를 찾았다. 연변축구단 해체설에 먹장구름이 드리웠던 연변축구단은 환락의 분위기로 넘쳤다.
그 자리에서 리덕수 서기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내용의 말씀을 하셨다.
연변에는 전국이 알아주는 세떨기 꽃이 있다. 하나는 교육의 꽃 연변대학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의 꽃 연변가무단이며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축구의 꽃 연변축구단이다. 특히 축구는 연변에서 스포츠범주를 벗어나 정치현상으로 부각되여있다. 정치적 현상은 정치적 식견과 정치적 혜안으로 풀어야지 스포츠시각으로 다뤄서는 안된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변축구를 정치적 차원에서 리해하여 연변축구단이라는 이 꽃이 활짝 피여나게 해야 한다. 리덕수 서기의 완벽한 축구리념과 투철한 민족사랑, 그리고 용기 있는 제1지도자의 배짱과 리더십이 성정부 결책층에서 이미 락착된 연변축구 단 해체건을 뒤집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2018년 연변축구단은 또다시 해체설에 올랐다가 결국 ‘귀인’을 만나지 못해 처참한 해체를 당한다.
올해로 연변축구단은 2주기를 맞는다. 연변과 중국조선족사회가 억울함과 비통함으로 오열하던 2년 전의 광경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해체가 피치 못할 자연발생적인 운명이였다면 그런대로 받아들여졌을지 모르나 인위적인 비극이여서 그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모든 재앙은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것 같지만 기실 인간 자신이 심어놓은 재앙의 불씨가 예고된 참사로 이어진다고 한다.
연변축구단의 해체참사도 사실 지난 동안 ‘부모’ 되는 우리의 잘못된 인식이 반죽, 응고되면서 초래된 것이라고 본다. 특히 2000년에 들어서면서 축구단이 갑A에서 갑B로 강등되였을 때 더 힘을 보태주고 고무격려하여 위기탈출을 시도해야 할 대신 기다렸다는 듯이 구단을 매각해버리는 끔찍한 상황이 ‘축구의 고향’에서 어이없이 벌어졌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다시말해 연변축구단을 천금같은 효자가 아니라 서커스단의 재주군 정도로 여기여 아무때건 “잘나가면 내귀염둥이고 못 나가면 천덕꾸러기로서 버릴 수 있다.”는 ‘포기론’에 토대하고 있다. 이것이 재앙의 불씨를 키우게 한 초유의 위험 징후였고 그 연장선에서 2018년의 ‘해체’사태가 터진 것이다. 2000년의 ‘매각’에서 2018년의 ‘해체’는 ‘제1효자’를 그냥 ‘우환거리’로 보는 시각이 서서히 흐름을 탄 결과의 련속으로서 한마디로 정치적 시각이 완전히 루락된 결재라고 본다.
64년의 우수한 전통을 자랑하는 연변축구단은 그 어려운 여건에서도 오뚜기처럼 완강히 살아버티면서 중국축구의 전설로 존재해왔건만 난데없는 남방의 ‘부덕’이라는 회사에 뒤통수를 가격당하며 결국 구단 해체를 맞게 되였다. 부덕과의 합작은 예고된 불행이였다. 2년이 지났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는 반드시 밝혀져야 하며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 유일 소수민족구단을 해체에로 몰고 간 ‘부덕’한 장본인으로서의 부덕은 그 륜리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연변축구단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변축구단의 해체가 부덕과의 비틀린 합작에서 비롯됐고 세금체납이 연변축구단 해체와 점철됐어도 결정적 요인은 연변축구단의 존재가치에 대한 연변 ‘모성애’의 증발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우리 ‘부모’들의 정치적 식견과 정치적 혜안이 거세된 결과 그 자체라고 본다. 필자는 그냥 이 말을 고집하고 싶다. 천금 주고 못 바꾸는 내 자식이라면 억울하더라도 일단은 생명위험에 로출된 자식을 구해놓고 볼 일이지 해체까지 가게 내버려서는 안된다는 것.
어찌됐던 프로축구 26년 만에 우리는 연변축구단을 사지에 몰아넣는 뼈아픈 력사를 만들어냈다. 아무리 후회해도 해체된 축구단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두번다시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결책층은 연변축구에 대한 인식에서 루락된 가장 중요한 고리가 무엇인지를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연변축구단은 해체됐지만 전국 일류의 축구생태, 인문환경, 전국 일류의 천부적인 축구민족의 건재, 전국 일류의 사랑스러운 축구팬 군단을 갖춘 축구고향 연변은 퍼렇게 살아있다.
“연변축구는 지금 차거운 한겨울의 추위에 로출돼있다. 하지만 겨울이 왔는데 봄이 멀겠는가? 이제 차거운 한파로 억울하고 비통했던 울화를 식히고 리성을 되찾으면서 밑바닥부터 차분히 점검하여 차곡차곡 쌓아나간다면 화창한 봄이 우리를 맞을 날은 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 들불이 휩쓸고 지나간 연변프로축구 터전에 완강한 생명력을 과시하며 새롭게 되살아날 연변프로축구의 새싹을 위하여 몸과 마음의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자.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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