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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간단체의 선행에서 느낀다
2022년 02월 10일 09시 43분  조회:871  추천:0  작성자: 채영춘

한 민간단체의 선행에서 느낀다

채영춘


세전에 한 민간단체의 년중행사에 다녀왔다.

우리 민족 청소년 문화발전을 위해 ‘젊은 엄마’들이 결성한 민간단체의 4돐 기념 모임이였는데 모임규모는 작지만 모임의 포인트와 그 포인트에 접근하고저 설정한 담체들은 가히 수준급이라 할 수 있었다.

우선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과 청소년 미래탐구’라는 거창한 프랑카드가 눈길을 끌었고 열두살 소녀에게 모임의 총사회를 맡긴 것부터 독창적이였다. 우리 민족 후대를 위한 젊은 엄마들의 지극정성과 더불어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맡는다는 ‘이악스런’집념이 회의장 곳곳에서 뿜어져나와 필자는 숙연해지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모임의 핵심키워드는 포럼이였다.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에 따른 새시대 청소년교육 발전방향과 비전을 전망하며 지식과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인 인재양성의 발전전략탐구’를 취지로 내건 행사포럼은 한마디로 화려한 학술토론의 장이였다. 대학 전임 총장의 멋진 기조강연에 이어 대학의 3명 교수와 몇몇 사회지성인들의 열띤 토론은 오늘날 백년 미증유의 변곡점에서 우리 민족 청소년양성의 세기적 중임을 조선족사회가 함께 떠메고 나가자는 리성의 목소리를 담아낸 절박한 선언 그 자체였다.

포럼에 이어 펼쳐진 청소년 장끼표현무대는 포럼에서 제시한 엄숙한 화제를 재치 있게 받쳐주고 설득력 있게 해독시킨 랑만의 자리였다. 열세살 조선족소년이 조선어, 한어, 영어 세가지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여 연변을 찬미한 랑송표현은 경이로움과 더불어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준 감동의 순간으로서 참석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소년 양성 관련 민간단체가 학자, 교수들을 초청하여 마련한 수준급 포럼과 조선족어린이의 거침없는 삼중언어 구사의 멋진 무대는 국가 ‘통용언어문자’ 보급을 빌미로 조선언어문자의 배척과 포기를 정당화시키려는 조선족사회의 일부 황당한 처신에 던진 도전장임이 분명했다. 따라서 우리 민족 어린이와 학부모, 민족사회의 동심협력으로 ‘조선어무용론’ 먹구름을 결연히 거둬내고 아름다운 우리 말, 글의 맑은 천지를 되찾는다는 의미심장한 각오가 번뜩이여 모두에게 훈훈함을 안겨주었다.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 구축’이라는 특정된 큰 틀 안에서 우리 민족 후대양성이 봉착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한 적절한 해법을 찾으려는 ‘젊은 엄마’들의 가상한 소행이 돋보인다.

우리 민족처럼 자녀교양에 극성인 민족도 드물다. “소 팔아 자식공부 시킨다.”는 조선족의 전통미덕은 1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일제치하의 그 험악했던 세월에도 우리 민족 학부모들의 드높은 향학열이 있었기에 1906년 동북지역에 벌써 470여개소의 조선인사립학교의 탄생이 가 능할 수 있었고 새 중국 탄생 후인 1951년에 연변에서 조선족 적령아동입학률이 96.2%를 차지하면서 연변조선족교육이 전국 소수민족교육에서 제일먼저 소학교교육을 보급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1958년에는 초급 중학교교육이 보급되면서 연변 조선족 청장년문맹이 기본상 퇴치되는 국면을 맞을 수 있었으며 연변이 ‘교육의 고향’으로 세상에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민족교육의 운명은 결국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다. 조선족이 중화민족공동체에서 우수한 민족으로 존속하는 길은 국어인 한어를 다른 소수민족보다 잘할 뿐만 아니라 모어인 조선어를 잘 지켜나가는 데 있다. 이 위업은 우리의 기성세대에 의한 후대교육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민족 대이동의 격변기에 우리 말, 글과 우리 문화를 전수하는 터전이 유명무실하고 가정에서 우리 말, 글과 우리 문화가 설자리를 잃는다면 조선족 디아스포라는 더 이상 존속 불가능하다.

세계는 물론 우리 나라 타민족 젊은 세대들마저 우리 말, 글 공부와 사용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조선족후대들이 오히려 자기 민족 우세를 포기하고 자기 민족 언어를 외면하면 서 ‘우리 말 벙어리’, ‘우리 글 문맹’이 돼간다면 언젠가 우리 조선족후대들이 타민족 후대들한테서 우리 말을 배우는 21세기 해프닝이 연출될 수 없다고 누가 장담하랴?

일전에 SNS를 통해 화동조선족주말학교 2022년 제1학기 학생/교원 모집 및 개강통지문을 보면서 또 한번 가슴 뭉클했다. 유아반(3세-5세), 초등반(6세 이상), 성인반(18세 이상)을 모집대상으로 한 조선족주말학교가 3월 5일부터 화동전역에서 전면 개강한다는 통지문과 함께 제작된 화동지역 지도에는 상해, 강소, 절강의 광활한 지역에 분포되여있는 조선족주말학교(학구, 분교)가 오각별로 빽빽이 표기되여있었다. 지도 아래에는 주말학교 각 학구, 분교의 학구장, 분교장 및 련락인 련락전화번호가 깨알같이 입력되여있었다. 이 모든 걸 일별하면서 필자는 다시한번 우리 민족의 비범한 향학열의 높은 온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남방의 깨여있는 조선족지성인들이 팔을 걷고 나서 당지 정부의 지지를 업고 10년간 구축한 조선족주말학교(분교)가 화동대지에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확산세를 타고 있는 기꺼운 현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조선족이 중화민족 공동체에서 ‘차별공존과 상호 존중’의 목표 아래 ‘주체의식과 상호 주체에 따른 공동주체성을 확립’하자면 우리 말, 글에 의한 조선족 교육문화의 뿌리를 잊어 서는 안된다는 도리, ‘젊은 엄마’들 민간단체와 화동조선족주말학교가 조선족교육의 메카 연변에 시사하는 진지한 메시지가 아닐가?

올해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돐이 되는 해이다. 민족 대이동의 격변기에 맞는 자치주 경사의 명절이 민족 다양성과 융합을 전제로 하는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 정립에서의 우리들 자세를 스스로 자성해보는 중대한 시점이 됐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전임 주당위 서기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의 가장 선명한 특점은 ‘조선족’이라고 하였다. 적절한 개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쌀밥에 된장찌개, 김치를 먹고 민족복장을 하면 조선족이 되는 게 아니다. 우리 말, 글에 의한 조선족 교육문화 의식이 배여있어야 조선족이라 할 수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돐을 맞아 연변에는 우리 민족 후대양성을 두고 리성적으로 고민하는 ‘젊은 엄마’, ‘젊은 아빠’ 조선족시민단체들이 더많이 속출하고 조선어와 한어를 뛰여나게 구사하는 조선족아이들이 보편화되며 화동을 비롯한 국내조선족산재지역에서는 조선족주말학교가 료원의 불길로 타올랐으면 좋겠다. 적어도 모범자치주라는 연변에서 태여난 우리 민족 후대들이 장차 제 민족어 공부를 멀리했던 그제날 자신을 자책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민간단체의 가상한 소행에서 느낀 바이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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