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릴 때 교과서에는 《누가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들인가? 》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다. 위위라는 작가가 쓴 조선전쟁시대의 중국 지원군을 대표해서 쓴 글이다.
물론 긴 우주의 계보에서 볼 때 전쟁은 인간의 욕망을 대표하는 장난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시대마다 대의(大义)를 위해서 선뜻 나서는 사랑스런 사람들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집 불이 꺼졌다 해서 안전해진 것은 아니다. 언제 불이 다시 피여 옆집으로 퍼질지 모른다. 이제는 지구촌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국말 속담처럼 이제는 <独善其身>이 불가능 해졌다. 혼자만 깨끗해 질려고 해서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신종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또 다른 전쟁이다. 생과 사의 박투인것이다.
그 전쟁에서 언제 어떻게 희생될지를 모르면서도 선뜻 사지로 뛰여드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이 참 사랑스럽다. 이 시대의 가장 사랑스런 사람들임이 틀림없다.
사랑이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뜻이 포함되여 있다. 남녀간의 사랑이 있고 부모자식간의 사랑이 있고 민족과 나라에 대한 사랑이 있다. 종교적으로 볼때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아가페적인 사랑이 있고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자비로움이 있다...
프랑스의 작가 생 떽쥐베리는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다.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 보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같이 어떤 방향을 향해가는 사랑이야 말로 올바른 사랑이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어릴때만해도 부모님들이나 어르신들중 부부라면 서로 《동무》라는 말을 썼다. 그러다 중국과 한국이 수교를 하면서부터 어느 날인가 한국에서 온 선배가 듣기 거북했던지 한마디 했다.
《에키, 부부간에 어떻게 동무가 되는가? 》
《그럼 어떻게 불러야 하는데요? 》
《여보,라고 부르던지 아니면 당신,이라고 불러야지 동무가 뭐야 동무? 부부가 어떻게 동무가 될 수 있어. 》
그때는 한국의 경제가 잘 나가고 있고 우리보다 많이 발전해 있었기에 우리는 그 말들이 다 맞는 줄 알고 있었다. 한류의 영향으로 젊은 이들중 하나 둘 말을 바꾸다 보니 이제는 부부간에 동무라는 말을 거의 들을 수가 없다.
사전을 뒤져보면 여보라는 말은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호칭으로 쓰인다.)고 돼있다. 실지 여보는 《여봐라, 여기 봐라》의 줄임 말이다. 봉건시대 부부간에 서로 애칭을 부르기가 쑥스러워서 《여기 봐》라고 부르던 줄임 말이 그렇게 쓰여 진 것이다.
다시 《당신>이라는 말을 보자. 2인칭인 소유대명사로 쓰이는《당신 누구요?》 라는 식의 당신이 있고 , 3인칭의 존칭인 《어머니는 당신의 아이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신다. 》라는 식의 당신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냥 당신이라는 말은 《부부사이의 호칭이다. 》 라고 돼 있다.
그냥 내 개인적인 기호일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인생을 함께 가는 길동무라는 의미로서의 동무라는 애칭이 훨씬 더 산뜻하고 다정다감하다.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서로 손을 잡고, 짧지만 긴 인생의 려정(여정)을 함께 가는 동무가 진정한 부부가 아니겠는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말인가? 왜 언어에 꼭 이데올로기적인 해석을 가져다 붙이는지 나는 아직도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나는 오래전에 읽었던 체호브의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
매형은 무한시로 의료지원을 떠나면서 슬그머니 보험을 사놓았나부다. 코로나 치료를 갔다가 사망시 거액의 보험금을 누님앞으로 사놓은것이다. 보험회사에서 가족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누님에게 전화가 와서야 그 사실이 알려졌다. 위챗으로 따지는 누님에게 매형이 슬쩍 한마디 한다.
《여기 올 때 살아서 돌아갈지, 죽어서 돌아갈지 누가 아오? 내가 죽어도 동무는 꼭 가족들과 함께 잘 살아야지 않겠소? 》라고 말하는 매형의 말에 누님은 그냥 엉엉 울어버렸다.
어느 작가는 《사랑이란 우리의 영혼 중에서 가장 순결한 부분이, 어떤 미지의 것을 향해 포옹하는 성스런 동경이다.》라고 말한다. 사랑은 단순한 맹목적인 애정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시련을 뛰어 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손을 잡고 나가는 정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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