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청명에는 바람이 몹쓸게 불어쳤다. 어렵사리 차린 제사상에 날리는 심한 모래바람에 바르게 제사를 지낼 수 조차 없었다.
중국 당나라 시기에 두목이라는 시인이 청명을 쓴 시가 있다.
清明时节雨纷纷,路上行人欲断魂。
借问酒家何处有?牧童遥指杏花村。
이라는 구절이다.
청명절에 비가 오는데 길가에 행인들은 선친을 그리는 마음에 가슴들이 찢어진다.
술집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에게 목동이 멀리 보이는 행화촌을 가르킨다는 시이다.
청명을 맞으면서 언제나 떠오르는 시다. 예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요즘 나이가 들면서 새록새록 어릴 때 외워 두었던 시구들이 떠오르면서 공감을 느끼군 한다. 아마 삶과 시간속에서 시속의 구절들과 대응되는 상황들을 발견할 때가 점점 많아 지나부다.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청명에 날이 개일때를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산소로 제사를 지내려 가려고 할 때면 언제나 같이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리군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과 헤여 져야 하는 숙명을 안고 산다. 한마디로 언젠가는 죽는다는 말이다. 죽음은 우리를 언제나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우리는 마치 천만년을 살 것처럼 엉뚱한 곳 만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기우뚱거리며 걸음마를 익히는 철부지처럼 그 본질적인 숙명을 외면한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로마시대의 철학자인 세네카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간은 본래 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 중에서 가장 두려운 결점은 정신의 장님이다. 그것은 사람을 미혹시킬 뿐만 아니라 그 미혹마저 사랑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인간성의 부족함을 정곡으로 찌르는 철학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백유경>이라는 불교 우화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은 사는 지붕에 불이 붙어서 활활 타고 있는데도 그 안에서 뛰쳐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오늘 뭘 먹을가?》를 걱정하고 《래일 무슨 옷을 입을가?》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죽음앞에서 모든 금전과 권력도 보잘것없는 것임을 우리는 요즘 역병을 통해서 배워오고 있다. 또 우리는 언제인가 잃었다는 슬픔과 잃을 것이라는 걱정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필연적인 결과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까스로 외면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가장 합리적이고 그럴듯한 자기 변명으로 무장한채 계속 불타는 집안에서 《이 불이 어디에서 제일 먼저 붙었는지?》
《불타고 있는 지붕은 무엇으로 만들어 졌는지?》
《불을 붙인 사람은 누구인지?》
《불을 지붕에 붙인자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를 따지면서 산다.
아니 사는게 아니라 죽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역병이 대폭 터지기전에 연길시의 모 양로원에 우리 회사의 제품을 납품했던적 있다. 이제 다시 일들을 시작하게 되니 어제는 그 상태를 점검하러 다녀 오게 됐다. 양로원의 중간 복도에 나이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줄줄이 앉아서 창문 틈으로 새여 들어오는 햇볕 쪼임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별로 할말도 없는지 모두들 묵묵히 앉아만 있다. 오전내내 일을 보며 그 사이를 들락거리는 내 마음은 참으로 무겁다. 이제는 죽기를 기다리는, 아니 삶을 더욱이 열망하는, 그 로인네들이나 지금 지붕이 불타고 있는 집안에서 오늘 점심에 《국수를 먹을것인지? 아니면 빵을 먹을 것인지? 》를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 내가 무엇이 다른 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중국 고서인 채근담<菜根谭>에는 《
勿恃久安 勿惮初难》이라는 말이 있다. 즉 오래 지속되는 안녕을 의지하지 말고, 처음 부딪치는 어려움을 겁내지 말라는 말이다.
중국의 또 다른 고서인 역학(易学)에서도 비슷한 의미로서 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채근담에서 이야기하는 이 구안(久安)이란 길게 계속되는 운이 붙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또한 초난(初难)이란 최초로 부딪치는 곤난이다. 따라서 《오늘의 행운이 언제까지나 계속 된다고 생각지 말며. 처음 닥치는 어려움에도 겁내어 도망치지 말라는》 깊은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운이 붙을 때면 운 있는 상태가 언제까지나 계속되리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 결과 불행이 닥쳐오면 순간 당황해 버린다.
무슨 일을 하든 지간에 어려움은 있게 마련이다. 시련이 두려워서 포기해서는 않된다.
벌써 봄바람이 세차게 분다. 산불을 조심해야 할 때이다. 분주히 제사를 마무리 짓고 내려오는데 바람이 죽지를 않고 더욱 세차게 불어 친다. 청명에 불어치는 이 거센 바람이 이 지구에서 기승을 부리는 역병을 뿌리채 다 뽑아 날려보내 주십 사 큰 소리로 기도를 해봤다.
오늘 아침 꿈에는 돌아가신 아버님을 보았다. 살아 계실 때처럼 밝게 보였다. 이제는 몇년이 지났는데도 내 마음속에는 아직도 슬픔이 남아 있다. 신기하게도 언제나 청명이나 제사날을 맞추어 꿈에 오시 군 한다. 나는 천성으로 이별에 약한가 부다. 그래서 이런 날이면 더욱 마음이 아프다.
청명이 지나면 이제는 씨앗을 심을 시기가 온것이다. 춥고 거센 바람도 실은 봄 바람이다.
오래전 시조 쓰기를 배우면서 써두었던 시조 한편이 떠올라 읊어 본다.
오늘은 이걸 쫒고 내일은 저걸 쫒고
복(福)을 쫒고 부(富)를 쫒아 남는것 하나없네
복과 부는 쫒는게 아니오라 거두어야 하리니
지가 심지 아니하고 어디서 거두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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