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시/시조
이 름 (외 5수)
□ 최화길
내 밖에서 산다
환심 얼마간 샀다면
안온할 수 있어도
눈에 나면 쫓기는 신세
어느 집 밥상머리
화제가 되여
꽃으로 필 수도
어느 곳의 핫이슈로
주목받으며
가시 세운 고슴도치 될 수도…
나에게는 나도 모르는
남들에게 각인된 내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나 자신의 색다른 궤적이고
모방조차 사치가 되는
나만의 충실한 경력이리라.
광 고
나무의 삶을 팝니다
사막에도 푸름 심을 수 있는
가난해도 견강한 나무입니다
루루 천년 한맵시로
우리의 눈에 익숙한
나무의 고매한 삶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마음에 느낌 팍팍 안겨주는
사심이 없는 나무의 지조
흥정 없이 싸게 드립니다
필요하면 송두리채 드립니다
심전에 옮겨심는다면 무상으로 드립니다.
세월송
멀리 안 갔는데
찾을 수 없고
가까이서 지켜봐도
눈에 안 띄고
말없이 소리없이
스쳐가는 그리움
나에게도 선물이고
너에게도 선물이지만
가지고 갈 수 없는
사는 그날까지 황홀한 풍경이다
괴롭히면 내가 괴롭고
등지면 아예 뿌리친다
소홀하면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모시면 점잖게 세워준다
바라는 것 하나 없지만
가슴가슴에 깊이 새겨주고
영원히 별이 되여 반짝이는
세상에 이런 거울 또 있으랴!
나 무
바람이 불면 일제히 환호한다
선 자리서 한치 움직이지 못해도
손발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폭양 마구 퍼부으면
잎잎이 반짝이는 양산 되여
눈 먼 더위를 타이른다
아직도 사막 걷는 나에게
오아시스 가리키며 잡아끈다
가는 길 길에도 풍경이 있다며
끝까지 같이 가는 지기 있으랴만
오직 너에게 향한 마음 하나가
나에게는 등대 같은 북극성이다
하늘 우러러 내심 당당하고
이 땅에 부끄럼 한점 없는
너를 향한 행군은 진행형이다.
단 풍
발랄하던 청춘 노을이 되면
엄마품 떠나는 자연의 생리
어제의 창창함 고이 파묻고
찬바람 기승스런 길에 나선다
봄으로 가는 그리움은 추워도
살아온 행로 다시 걷는다면
후회는 줄고 보람은 늘겠건만
그 그 절절한 소망 붉디붉다.
비 내리는 날이면
비 내리는 날이면
날개에 무게 실리며
추억의 쪽문 살포시 열린다
새처럼 깜찍한 어제가
맑은 하늘에서 꽃을 피운다
나불나불 꽃잎 접었다 펴며
청아한 노래소리 메아리친다
백사장에 찍힌 발자국들이
힘찬 구령 신나게 부르며
허술해진 다리에 힘을 싣는다
노을 속에 깊숙이 묻힌
우산 들고 교문에서 기다리던
엄마 모습 곱게 비끼고
우뢰소리에 파묻혔던
아빠의 불호령도
새삼스레 귀맛 돋군다
비 내리는 날이면
사랑을 그리는 갈증으로
흐릿하던 어제가 생동하다.
연변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