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기행
느낌에 생각이 따라 (100수) 11. 둥글이야, 외 4수
2014년 02월 25일 08시 36분
조회:6462
추천:2
작성자: 최균선
(11) 둥글이야, 널라와
야 조
밤새도록
공량을 싣노라
땀벌창 소잔등을
장갑으로 닦아주며
둥글이야
또 한축 힘빼쟈
여물에 두병찌끼
넉넉히 섞었네라
이 하루도
애많이 썼구나
널라와 같은 삶에
푸념질 소용있냐
처철썩 쨔
궁둥이 갈겨도
여드레 팔십리라
듬직한 황소걸음
1973년 12월 20일
(12) 민들레 녀인
야 조
멋대가리 모르던 그 시절, 가슴이 먼저 불탈줄 알아서 사랑이 움텃다네, 내둑에 흔해빠진 민들꽃같이 푸수수한 녀자, 그런 민들레처녀를 사랑했다네. 민들레꽃술같은 뒤덜미에 솜털도, 씁쓰레한 민들레맛같은, 그러나 순결한 마음을, 그리고 미풍에도 잘 불려가는 민들레꽃씨처럼 끝끝내는 날아가버린 녀자를, 지금은 어데서 사는지 알수 없어도 잃어버린 첫사랑이라 차마 잊힐리야!
정말이지 진심이던 더벅머리 총각시절 한 처녀를 미치게 사랑했네. 녀자라서 좋았는지…생각해보면 그저 녀자인 녀자, 녀성외엔 빼여난것 아무것도 못가진 시골색씨, 녀자가 아니라면 친구로도 싱거울 녀자, 마음여리고 눈물도 헤퍼서 울냄같던 녀자, 아이들의 수수께끼같은 녀자, 어찌생각하면 조금은 산문시같기도 한 녀자…
끝내는 내가 가지지 못한 녀자, 나에게 주고싶어도 주지 못한다고 울며 떠난 녀자, 그래서 더 생각나는 녀자인가? 그래서 필시 불행한것같던 녀자, 그리해 한평생을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마음, 민들레씨같이 훌 날아가버린 녀자, 사랑엔 국경마저 없다는데 출신벽에 코피터진 서럽고 서럽던 사랑이여!
1970년 5월 20일
(13) 기 린
야 조
모가지는 멋없이 길고 길어도
소리한번 내지못하여 슬픈 너
미끈한 다리 춤추면 좋았을가
뿔없는 죄꼬만 머리만 도고해
짐승치고 우아하고 점잖아서
높은가지에 잎만 뜯어먹느냐
동물왕국 귀부인같은 기린아
한평생 벙어리삶이 서러웠지
흐린물속 긴긴 목 떨어뜨리고
한소리 웨쳐볼 생각 헹구느냐
벙어리 랭가슴 속창터져서
먼산을 바라는 모습 슬프다
2010년 5월 20일 (황도동물원에서)
(14) 림해의 설경
야 조
바다처럼 파도치는
림해천리 심심산속
골골들을 메워갈듯
한정없이 내린폭설
허리치게 쌓이여서
적설로는 경관인데
발구길은 어찌하누
목재군의 하얀근심
길이막혀 오도가도
못하는곳 오도양차
사연많은 가둘양차
오는봄도 가두려나
호롱불이 껌벅이고
드렁드렁 코소리가
첫새벽을 부르는데
둥글이는 깨여있네
(1961년 1월 10일 고동하림장)
(15) 비여가는 마을
야 조
도시바람
출국바람 휩쓸어서
골골에 시골마을 비여가니
절통하다
평화롭던 향촌살림
색바랜 추억만 썰렁하구나
불빛밝던 창가에
거미줄 황페를 얽어가고
빨래터에 아침안개 축축하다
동구밖에 서성대는
저 할머니 기다림을
지팽이로 삼고 섰구나
덕대돈을 번다하고
고향을 버린 사람들을
무정하다 하오리만
잘나가고 있는지
궁금증마저 빈집의
삽작문밖에 서성댄다
이제 더 떠날 사람도
올사람도 없는 시골
바위숲에 뻐꾸기만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놓고 온 사연
서러워서 목메는가
(2013년 6월 4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